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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115화 (115/126)

〈 115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사람들이 서로 자신들의 가족을 얼싸안고 울면서 이제는 끝난 전쟁에 안도하고 있을 무렵.

은신처 안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히로인 둘이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내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며 만지는 에리카.

“…….”

전쟁이 많이 무서웠는지 아직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내게 몸을 기대는 루이.

그 둘을 말없이 꼬옥 안아준 나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그녀들에게 간단히 버드키스를 해주었다.

“괜찮아, 다 끝났어.”

“…흐윽!”

“흐아앙! 걱정했어요...싸우다가 죽지 않을까 크게 다치지 않을까...!”

“괜찮아, 괜찮아, 우리 마을로 처 들어온 놈들 내가 죄다 쓸어버리고 왔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

괜찮다는 말과 끝났다는 말을 내 품안에서 들은 그녀들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을 쏟았다.

그런 그녀들이 눈물을 멈출 때까지 다독여 준 후 나는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모두 서로의 가족들과 얼싸안으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안심하고 있을 때.

앞쪽에서 따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촌장과 아르칸이 대화를 마쳤는지 내게 다가왔다.

“정말 고생 많았다 진석아.”

“네 덕분에 우리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구나.”

첫 말은 이제 많이 친해져 내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아르칸의 말이었고.

두 번째는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고생한 것을 알게 된 촌장의 말이었다.

“진석이 네 덕분에 기적적으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고생 많았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이번 침공에 아무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꽤나 기뻤는지.

아르칸은 내게 천천히 다가와 아주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그런 그의 악수를 받아주고 있을 때 촌장이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고맙네. 그 마물이 은신처로 들어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자네가 와주지 않았으면 모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었을 걸세.”

진심이 담겨 있는 촌장의 말에 나는 늙어 허리가 약간 굽어있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 같은 마을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야죠. 거기다 저 혼자 놈들을 막은 것도 아니었는데요.”

혼자 막은 것이 아니라는 말.

이 말은 진심이었다. 블하임은 그동안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수많은 계획을 짜 놈의 약점을 알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지만.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방패를 들 힘이 없다면 자신의 목숨조차 내놓을 정도로 나의 뒤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모두의 공이지. 하지만 자네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서로 웃으면서 볼 수 없었을 걸세.”

놈들을 막는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촌장은 거듭해서 내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마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건...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네.”

놈들이 한쪽으로만 처 들어온 덕분에 다른 곳에 그렇게 큰 피해가 있지는 않았으나.

블하임이 여기저기 날린 마법의 여파로 생각보다 많은 집들이 부서져 있었다.

이후 피곤해서 조금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촌장과 아르칸은 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하고 나를 보내줬다.

그렇게 주변에서 아직까지 서로 끌어안으며 살았다고 안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이를 지나.

다행히 놈들이 처 들어온 곳과는 좀 떨어져 있어 멀쩡한 집으로 들어온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막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마족들의 침공.

컴퓨터로 게임 할 때부터 가장 애착을 많이 가진 게임이라 도저히 불가능이라고 알려진.

튜토리얼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빛을 드디어 봤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해냈다.’

블하임의 처리. 스켈레톤 워리어 전멸. 마지막으로 사망자를 단 한 명도 내지 않았다는 업적.

솔직히 생각보다 어려운 난이도에 사망자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마을 사람들이 끝까지 잘 버텨줘 이룰 수 없는 업적까지 깨게 되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힘들어 죽겠네.”

컴퓨터로 할 때는 그냥 오랜 시간 앉아 있어 어깨나 허리만 아팠는데.

이렇게 직접 몸으로 뛰고 아무리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선명한 감촉까지 느껴본 나는 정신적으로 꽤 많이 지쳐있었다.

컴퓨터로 할 때는 별로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던 걸 직접 몸을 움직이며 고충을 느끼자.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한동안 그저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나는 시스템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보상은 확인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보. 상.

단지 그 두 단어를 듣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피로가 확 날아간 착각을 느끼며 벌떡 일어나 말했다.

“그래 봐야지 보상! 이 정도로 고생했는데 제대로 줄 거지?”

좋은 보상을 주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느꼈는지 잠시 침묵한 시스템이 내게 말했다.

[예. 아마 충분히 만족하실만한 보상일 겁니다.]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시스템의 말에 나는 침대에 무릎을 꿇은 채 경건한 마음으로 보상받을 준비를 마쳤다.

“그럼 시작하자.”

[튜토리얼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주신 사용자님에게 드리는 첫 번째 보상입니다.]

제발 좋은 보상을 받길 바람으로 무릎을 꿇은 채 말하자 시스템이 첫 번째 보상을 보여줬다.

업적 ­ [마을의 수호자]

­마족을 적대하는 종족들에게 쉽게 호감을 살 수 있습니다.

­전체 능력치 10퍼센트 증가.

“미친...!”

수많은 시간을 플레이하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업적 보상.

꽤 넓은 세계관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다양한 종족이 있는 판타지 세계의 용사 게임.

그런 게임에서 마족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모든 종족에게 호감을 얻기 쉬워진다는 말.

어느 정도 호감도를 올린다면 각 종족들마다 가지고 있는 필수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 있어 초반에 상당히 좋은 보상이었다.

그렇게 생각보다 좋은 효과에 기뻐하던 나는 그 아래 추가로 적혀진

효과를 보고 방금 얻은 업적 보상의 효과를 잊을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다.

­전체 능력치 10퍼센트 증가.

따로 스킬이 없어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능력치 상승이 적힌 효과.

그것도 쪼잔하게 능력치가 10 오른다, 이런 것도 아니고 무려 10퍼센트나 올려준다는 그 효과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효과를 확인하자 의문이 들은 나는 시스템에게 물었다.

“시스템 원래 이런 효과가 있었나?”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 누구도 얻지 못해 알려지지 않은 것뿐입니다.]

그 누구도 받지 못한 희귀한 보상을 받았다는 말에 나는 다음 보상을 재촉했다.

“첫 번째가 있다는 건 두 번째도 있다는 거겠지? 빨리 보여줘.”

수많은 게임의 법칙 중 가장 약한 보상부터 주는 게 진리라고 생각하는 나는 곧 나올 두 번째 보상을 기대했다.

[두 번째 보상입니다. 이번 보상은 튜토리얼 침공을 사망자 없이 막아냈다는 도저히 이뤄낼 수 없는 업적에 대한 보상입니다. ]

시작부터 사족이 긴 시스템의 말을 듣자 나는 기대되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곤욕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시스템이 준 보상은 낡은 종이에 적혀있는 지도였다.

“지도?”

오랜 시간 판타지 세계의 용사를 플레이하면서 가보지 않은 곳이 없는 나는 곧 설명을 읽어보았다.

­[신의 흔적이 담긴 던전의 지도]­

­이 지도에 적힌 곳을 찾아간다면 당신은 이 세상의 비밀이 담겨져 있는 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의 흔적이 담겨져 있는 지도라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그 지도를 집어던졌다.

“이거 말고 다른 거 줘.”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어 그러니까 다른 거 줘.”

­[신의 흔적이 담긴 던전의 지도]­

누가 봐도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 같은 이 지도는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 던전은 가장 처음 내가 마경에서 시작했을 때부터 찾아가려 했던 던전이었으니.

‘어딜 초짜 취급하고 있어.’

마경을 지나야해서 가성비가 좋지 않지만 초반에 얻을 수만 있다면 게임이 편해지는 개사기 아이템.

무려 이 세계를 창조한 신의 심장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 있는 곳이었다.

지도를 집어 던진 후 다른 보상을 가져다 달라고 한 뒤 기다리기를 잠시.

이미 내가 던전의 정보에 대한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을 시스템도 알았는지 곧 다른 대안을 가지고 왔다.

[사용자님이 지도에 담긴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보상을 제시합니다.]

­[신의 눈물]­

­능력치의 한계를 강제로 돌파할 수 있습니다.

※최상 이상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눈앞에 나타난 보상의 설명을 읽은 나는 생각지도 못한 보상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걸 보상으로 준다고?’

섭취하자마자 능력치를 한 단계 강제로 올려주는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가장 좋은 0티어 영약.

상당히 사기적인 영약인 만큼 신의 흔적이 담긴 던전에서 극악의 확률로 나오는 영약이었다.

만일 이 보상을 선택한 뒤 내가 찾아간 던전에서 또 얻을 수 있다면.

초반에 능력치를 무려 두 개나 최상으로 올려 중후반 에피소드가 거의 끝날 때쯤 얻을 수 있는 능력치를 달성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진화된 육체덕분에 쉬워진 게임을 이제는 아예 마음 놓고 플레이해도 될 만큼.

좋은 영약이 보상으로 나오자 고민도 없이 선택하려고 할 무렵.

[아직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시스템이 내 행동을 막아서더니 다른 보상이 있다고 말하며 눈앞에 화면을 보여줬다.

­[비밀지도]­

어떤 던전의 숨겨져 있는 비밀을 표시한 지도인 것 같다.

상당히 불친절한 설명이 적혀져 있는 그저 달랑 지도 하나.

그런 지도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탐구욕이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간 동안 플레이하면서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그런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장소가 적혀져 있는 지도를 본 나는 당장이라도 고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시스템에게 물었다.

“이게 끝이야?”

[네, 이게 끝입니다.]

“그럼 만약에 이 지도가 내가 알고 있는 장소면 바꿔주나?”

[만약이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알고 계신 장소라면 바꿔드리겠습니다.]

너는 절대 이곳을 가본 적이 없을 거라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말하는 시스템의 말에 더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하나는 얻는 순간 확실하게 게임이 편해지는 영약.’

‘다른 하나는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그저 진성 겜돌이의 탐구 욕구를 자극하는 지도 하나.’

효율과 낭만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곧 선택을 마쳤다.

“비밀지도로 할 게”

능력치는 내가 열심히 뛰어다니거나 발품을 팔면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지만.

비밀의 방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찾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선택한 결과였다.

물론 다 구라고 그냥 내가 가보지 못했다는 곳이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발동해 참을 수 없었다.

[한 번 정하시면 더 이상 얻을 수 없습니다.]

“알았으니까 빨리 비밀지도 줘. 현기증 걸릴 것 같단 말이야.”

이미 비밀지도로 마음을 정한 나는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시스템의 말을 무시하며 재촉했다.

[모든 보상의 선택이 끝났습니다.]

혹시 다음 보상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짠돌이 게임사라 그런지 불가능 업적을 보고도 이 정도로 끝내버렸다.

이번 업적을 깨기 위해 최상급 포션 5개를 구매해 50만 포인트까지 사용하고

거기다 이제는 더 이상 얻을 수 없는 선택 레벨업 쿠폰까지 사용했는데

투자 한 것에 비해 상당히 짠 보상을 받은 것 같아 툴툴거리던.

나는 곧 보상 확인이 끝났다고 생각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삽시간에 몰려오는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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