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5 루나, 첫날밤 (2)
나중에 갚아주니 어쩌니 한들, 결국 당장 루나가 수치스럽게 멍멍 짖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스칼렛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살살 간질었다. 루나는 굴욕감에 떨면서도, 왠지 모르게 속을 간질거리는 느낌에 순순히 턱을 내주었다.
‘어쩔 수 없는 거야….’
그저 지금, 이상할 정도로 몸이 뜨거워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순순히 따라주는 거라고.
그렇게 합리화 하며, 스칼렛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옳지.”
마치 꼭 정말 강아지를 대하는 듯 한 태도다. 희미하게 웃고, 살살 턱을 간지럽히다, 이윽고 그 손길이 아래로 내려간다.
“아.” 루나는 탄성을 뱉었다. 그저 목덜미와 쇄골을 살살 훑었을 뿐인데도, 찌르르 온 몸이 울렸다.
‘차가워서 그래….’
누가 흡혈귀 아니랄까봐 손이 차가워서. 차가운 게 닿아서, 그래서 몸이 놀란 거라고 생각하면서, “으응.” 낮은 신음과 함께 그의 손길에 몸을 비빈다.
톡.
“흣.”
이윽고 그의 길다란 손가락이 루나의 아담한 가슴에 닿으면, 아까부터 조금씩, 웅 웅 울려오던 감각이 한층 거대해진다.
마치 전극이라도 꽂은 듯, 찌릿찌릿, 온 몸이 떨려온다.
“하으, 하아, 하….”
가쁘게 숨을 돌린다. 겨우 손가락이 가슴에 닿았을 뿐이다. 그 뿐인데도, 꼭지가 도드라지게 섰다.
그의 손가락이 유두를 살살 굴렸다.
“응…! 응, 앗, 아, 으흐읏….”
루나는 이제 부끄러워 할 겨를도 없었다. 찌릿찌릿한 쾌감이 계속해서 젖꼭지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으니까.
발가락 끝이 쭉 펴졌다. 그럼에도 전신을 웅웅 울리는, 전기라도 통하는 듯 한 자극이 멈추질 않아서, 허벅지까지 발발 떨었다.
“으긋…. 아흐으, 응….”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스칼렛의 옷자락을 꽉 쥐고서, 벌벌 떨고야 만다. 애원하다시피 그렇게 매달려도, 루나를 괴롭히는 손길은 멈춤이 없었다.
톡, 톡.
손가락이 마치 튕기듯 젖꼭지를 건드렸다.
“흐윽!”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에 가까운 신음이 새어나왔다.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어서, 차가운 손길이 닿고 있음에도 전신에 열이 확확 올랐다.
“잘 느끼네.”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루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부끄러운 말 따위를 하는 동생이 미웠다. 미운데, 저 길다란 손가락이 톡 도드라진 유두를 살살 만지고 있으니 감히 반항할 수가 없었다.
“흑! 으응, 응! 개새끼야앗…!”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불을 꽉 쥔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덜덜 떨렸다. 저릿저릿한 쾌감에 허리가 빳빳하게 굳었다.
그리고, 다시 또 길다란 손가락이 유두를 가볍게 톡 튕겨주면, 굳었던 허리가 단번에 팍 튀며 휘었다.
“흐으으윽…!”
눈이 한 차례 크게 뜨이고, 두 젖가슴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자극에 루나는 제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러면, 스칼렛은 꾸짖듯 유두를 손가락으로 잡아 빙글빙글 돌리거나, 가볍게 당기거나 하는 식이었다.
“으극. …읏! 흐으…!”
퓨웃!
다시 한 차례 절정. 두 눈을 질끈 감고서, 강렬하게 밀려드는 쾌락에 루나는 몸부림 쳤다.
‘아, 안 돼. 미치겠어 정말….’
그런 위기감이 찾아오면, 쾌락에 못 이겨 스칼렛의 가슴팍에 기대어 있던 그녀의 몸이 들썩인다.
‘도망가야 해….’ 하고, 들썩거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보려 하지만.
“뭐 해.”
애초에 힘 빠진 몸이었다. 덫에 걸린 사냥감을 대하듯, 애초에 루나가 도망가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듯 한 스칼렛의 목소리였다.
“씨이, 씨, 십새끼야….”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제 동생을 욕하는 것 뿐이다.
“응.”
스칼렛은 그러려니 하는 얼굴이었다. 아니, 그것만이면 모를까,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풀린 루나를 침대에 눕혔다.
루나는 바둥바둥 발을 굴렸다. 다만 빠진 힘이 돌아오진 않아서, 앙증 맞게 발을 동동 거리는 정도에 그쳤다.
“얌전히.”
스칼렛이 귓가에 속삭였다. 괜히 얌전히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우뚝 멈췄다가도, 이대로 가만히 있었다간, 속수무책으로 엉망진창 당할 것 같아서, 온 힘을 다 해 스칼렛을 꾸욱 밀어냈다.
“야…. 진짜….”
“멍멍이. 멍 해봐.”
“야!”
그건 아니지. 루나가 빽 소리를 쳤지만, 스칼렛은 되려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꾸짖었다.
“스읍.”
아니. 꾸짖지도 않았다. 정말 강아지를 대하듯, 엄한 얼굴을 하고는, 그녀를 가만 내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럼 루나는 정말 주인에게 혼나는 강아지라도 된 기분이었다.
굴욕적이었다. 그럼에도, 동시에 어딘가, 속이 간질거리고 뜨거웠다.
“흐윽.”
숨을 들이킨다. 꼭 울먹이는 소리가 났지만, 울진 않았다. 눈물 대신 아래에서 물이 왈칵 하기는 했다. 왤까. 굴욕적이고, 동생한테 깔린 게,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도, 어쩐지 좋아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야 기억을 잃기 전의 그는 무척 든든하고 의존하게 되는 면이 있기는 했다.
실제로 의존하기도 했고. 아마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억을 잃었다고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기억을 잃었으니까, 이번엔 자기가 동생을 보듬어주자고.
받은만큼은 해주자고, 그렇게 생각하고, 의연하게 굴려고 했는데.
막상 이렇게 주도권을 내어주고 나니, 반항할 수가 없게 된다.
꼭 목줄이라도 잡힌 것처럼.
그래서 얌전히 동생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서늘한 손가락이 그녀의 몸을 훑었다.
“읏….”
뾰족한 신음. 움츠러드는 몸이, 커다란 손바닥에 아랫배를 꾹 눌렸다.
“흐으으….”
야릇한 기분. 아래에선 쉼 없이 물이 흐르고 있었다. 손이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니, 루나는 반쯤 울먹이는 신음을 뱉었다.
“벌려봐.”
기어이 그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이 나쁜 새끼. 일부러 나 부끄러워 하는 거 알면서 그런 말이나 하고. 루나의 눈이 표독스레 떠졌다.
“뭐.”
그리고 동생과 눈이 마주하고 나면, 꼬리 내린 개처럼 눈을 깔게 된다.
루비를 연상시키는 눈동자가, 오늘만큼은 꼭 보석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태양의 것처럼 보여서.
한풀 기가 죽어서는, 다리를 조심스레 벌린다.
스윽. 꾸물거리며 천천히 벌어지는 다리가 답답할만도 한데, 스칼렛은 물끄러미 그녀를 응시하며 기다려주었다.
‘그게 더 부끄러워…!’
그냥 부끄러워서 느리게 움직이는 것 뿐인데, 하필 그게 다리를 벌리는 행위이다보니 꼭 유혹하는 것 같지 않은가.
밀려오는 수치심에 제 팔로 아담한 가슴을 가린 루나가 반쯤 울먹거렸다. 더 붉어질 곳도 없이 잔뜩 달아오른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이윽고 다리를 벌린 뒤, 루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으으읏….’
금방이라도 달려들어서, 엉망진창으로 당할테지.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움츠린 채 기다리길 잠깐.
….
…왜, 왜 안 해?
“야. 뭐 해… 야! 씨발! 야!”
잠잠한 분위기에, 감았던 눈을 떠 슬쩍 스칼렛을 본 루나가 화들짝 놀라며 발을 바둥바둥 흔들었다.
턱.
거의 차버릴 듯 흔들어대던 발이 쉽게 붙잡혔다. 커다란 손에 붙들린 얇은 발목이, 그와 그녀 사이의 체격 차를 보여주는 듯 했다.
“윽.”
그게 또 괜히 두근거려서 입을 다문 루나를 내려다보며, 스칼렛이 입을 열었다.
“더 벌려야지.”
…뭐라구?
뭐, 뭐를 더 해?
루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아주 입을 쩍 벌리고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 되었다.
“뭐, 뭐, 뭐, 뭐?”
그리곤.
“여기서 어떻게 더 벌려 미친 변태새끼야!”
이미 이만큼, 이만큼이나 벌렸는데!
…안 그래도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데!
루나가 빽 소리치자, 스칼렛이 한숨을 푹 쉬었다.
“겨우 어깨 넓이만큼 벌려놓고 뭐라는 거야.”
루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만큼 벌렸으면 된 거지 뭘 더 벌리란 말인가? 이 미친 변태 새끼가 아무래도 이상한 것만 봐서──.
“히윽!”
탁. 스칼렛이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곤, 단숨에 확 벌렸다.
어깨 넓이만큼 벌렸던 다리가, 단숨에 천박할 정도로 활짝 벌려지자, 루나의 몸이 긴장으로 바짝 굳고 말았다.
“이, 이이이, 이렇게까지 벌릴 필요는…, 없잖아, 미친 씨발 변태새끼야…………….”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다리를 좁히려 하는 그녀다. 스칼렛은 무심하게 허벅지를 꾹 눌러서, 다시 다리를 활짝 벌려주었다.
덩달아 마찬가지로 활짝 열린 것은 그녀의 음부도 마찬가지다. 액으로 흠뻑 젖어서, 방울방울 맺혀 뚝뚝 흘러내리는 보짓살이 음란하게 젖어 번들거렸다.
촉촉하게 젖다 못해, 끈적끈적할 지경이라, 루나는 직접 손 대보지 않아도 엄청나게 미끌거리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씨발….”
존나 부끄러.
루나가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욕설을 뱉었다. 다리를 이렇게나 활짝 벌리고, 보여주고 있다니, 세상에 살면서 이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스칼렛은 되려 루나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부끄러운 꼴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손을 잡아? 하고 그를 노려보던 그녀였지만, 뒤이어 스칼렛이 그녀의 손을 허벅지 위에 올리자 의아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뭔데 이건?”
“허벅지 잡고 있으라고.”
“……미친 변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