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2.내가 먼저 만났는데... 중급 정령 운디네
“끄우에에엑!!!”
광분한 홉고블린이 손목 잘린 팔을 휘적이며 세인에게 달려들었다. 뭔가를 손에 쥐고 화색이던 세인은 달려들던 홉고블린에게 칼을 내질렀지만 힘없이 어깨죽지에 박힐뿐 홉고블린의 돌진을 멈출순 없었다.
잘린 손목에서 뿜어진 피는 세인의 눈가에 흩뿌려졌고 나는 녀석을 구하기위해 다시 달려가 뒤에서 목을 내리쳤다. 막힘없이 파고든 롱소드는 홉고블린의 목을 가르고 머리통을 떨구기 충분했다.
안심한 순간 뒤통수에서 또 열기가 느껴졌다, 지금 피하긴 늦었다, 피한다 해도 세인이 맞을게 뻔해 나는 곧바로 머리를 잃은 홉고블린의 시체를 잡고 뒤편으로 집어던졌다, 제법 덩치가 있었지만 온힘으로 내던지니 이끌렸다.
-퍼어엉!
날아온 파이어볼은 홉고블린의 시체를 뚫진 못했고 불꽃은 그대로 시체를 휘감고 남김없이 불태우기 시작했다. 멀리있는 고블린 샤먼을 살펴보니 놈도 땀을 삐질삐질흘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지팡이의 능력이 있어도 남은 마나는 얼마 없는 모양이었다.
처리하려면 지금이다. 나는 땅에 끌리는 롱소드를 갈무리하고 곧바로 달려갔다, 놈은 당황했는지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캐스팅을 멈추지 않았다, 쥐고있는 지팡이에서 붉은 기운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불타는 홉고블린을 가로지르고 박차는 순간 놈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비어있던 오른손이 검게 빛나며 뭔가 뻗어왔다. 그 순간 불타던 홉고블린의 시체가 벌떡 일어나 나를 덮처왔다.
당황한 나는 불이 붙지않게 부츠로 걷어차 밀어내고 상반신을 베려고 했으나, 뻗어온 홉고블린의 손아귀가 검을 움켜쥐고 막아냈다, 힘겨루기하듯 검을 밀어내고 대치하다 캐스팅이 끝났는지 멀리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좆됐다, 검을 놓고 굴러야하나, 파이어볼을 피한다 해도 바닥을 구른 순간 홉고블린이 나를 덮쳐 짓누르면 반항도 못하고 타죽을수도 있었다.
[잘했어 세인!]
명량한 목소리가 들린 그 순간 뒤편에서 두꺼운 물줄기가 날아와 파이어볼과 맞부딪혔다, 부딪힌 순간 큰 폭발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시야를 덮었다.
-퍼어어어어엉!!!
나는 곧바로 복부를 걷어차고 홉고블린의 허리를 양단했다, 무너진 상반신이 바닥에 떨어지고 심장 부근에 있는 문양이 밀집되있는걸 보고 곧바로 롱소드를 내질렀다, 심장을 가로지르는 느낌이 손아귀를 타고 느껴졌다, 그리고 문양은 스르륵 없어졌다.
고블린 샤먼은 잔뜩 분개한 얼굴로 비명을 내지르며 또 캐스팅을 하고있었다.
“끄에에엒!! 끄익, 케에에엑!!!!”
다음 파이어볼만 피하면 끝이 분명했다, 롱소드를 강하게 움켜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운디네의 생각은 달랐는지 허공에 물방울을 모아 두꺼운 창을 만들었다.
[더러운 고블린, 빨리 죽어!]
지팡이에 불이 맺혀 이글거리는 순간 날아간 워터 스피어는 고블린 샤먼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눈이 뒤집히고 손아귀에 쥔 지팡이가 크게 흔들렸다. 끝인가 싶었는데 지팡이를 쥔 고블린 샤먼의 손이 앙상하게 마르기 시작했다.
누가봐도 지팡이에 마력이 빨려들어가는 모습, 맺혀있는 불덩이는 점점 몸집을 불리더니 내 머리통 만한게 실시간으로 커지고있었다. 뭐라도 해보라고 운디네를 살펴봤는데 아까 쏜게 마지막 힘이었는지 당황한 눈으로 똑같이 나를 바라봤다.
앙상하게 마른 손은 그대로 뚝 부러졌고 쥐여있던 지팡이는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피가 얼굴을 덮어 앞을 보지못하는 세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최대한 빨리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커다란 불덩이는 그대로 우리가 있던 곳을 덮었고 이내 그 어느때보다 큰 폭발음이 귓가를 덮었다.
-퍼어어어엉!!!
-쿠르릉
-후두둑! 턱 터덕.
[세인!]
뭐가 크게 무너지는 소리와 운디네의 비명소리,곧바로 뿜어져온 커다란 흙먼지가 공동을 덮었다, 최대한 샤먼쪽으로 붙으려고 세인을 잡아끌었는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아아악!!!! 다, 다리가 끄윽!!!”
깜짝 놀라서 세인의 목덜미를 쥔 손을 놓고 자세를 낮추고 세인에게 다가갔다, 손을 휘둘러 흙먼지를 흩어지게 하고 세인을 살펴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다리는 바위에 깔렸었는지 양다리가 뒤틀리고 철판을 댓댄 부츠가 정강이를 짓누르는지 계속 침음을 흘리고있었다, 나는 곧바로 단검을 꺼내 부츠 뒤편 가죽을 갈라 발이 드러나게 했다.
양발이 완전히 뒤틀어졌다. 부목을 대줘야할텐데, 홉고블린의 몽둥이가 생각나 뛰어가서 가져온뒤 손잡이 부분을 자르고 발목에 덧댄후 불타다 만 망토를 찢어서 발에 덧대주었다. 세인은 다리에 뭐가 닿일때마다 비명을 질러대 어쩔수없이 천을 뭉게 입에 물려줬다.
“흐으으읍!!! 흐윽, 끄으으읍!! 으읍!!!”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몸부림 쳤지만 어쩔수없었다, 응급 처치를 끝내고 벽면에 기대 앉혔는데 흙먼지가 가라앉으니 상황이 심각하단걸 알아챘다.
우리가 지나온 통로는 파이어볼의 후폭풍으로 바위들이 무너져 막고있었다. 여기저기 틈새는 있었지만 갖고있는 장비로 파내기는 무리가 있었고, 이미 몇 번이고 폭발이 터진 지반이 안전한지도 알수 없었다. 목끝까지 차오르는 한숨을 집어삼키고 일단 뒷정리를 하기로 했다.
홉고블린과 용병, 고블린 샤면의 시체로 너머의 통로를 잠시 막기로 결심했다. 세인도 돌봐줘야하고 나도 제법 지쳐서 고블린들이 몰려오면 곤란했다. 그런데 세인의 비명을 들었는지 고블린 세 마리가 침을 흘리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이나 몸통에는 문양이 없었다, 샤먼이 더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칼자루를 강하게 움켜쥐고 타이밍을 쟀다, 눈치보던 고블린 세 마리는 이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었다. 숨을 끝까지 몰아쉬고 최대의 속도로 검을 뽑았다,
-서걱
허공에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갈라진 고블린 세 마리가 후두둑 떨어졌다, 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시체들을 차곡차곡 쌓아 통로를 어느정도 틀어막았다, 어느정도 갈무리를 하고 뒷정리를 하고있으니 진정됐는지 세인은 입에서 천을 꺼내며 나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형님...”
[세인... 사과 안해도 돼! 동료잖아!]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못참고 내뱉어 버렸다.
“아니 사과는 해야지. 일이 이렇게 됐는데.”
[뭐?! 나쁜 인간! 세인이 크게 다쳤는데!]
운디네와 말다툼하는 나를 보고 세인은 운디네를 말리며 나에게 물어봤다.
“그만해 운디네... 그,근데 형님도 운디네가 보이세요?”
이제와서 안보이는척 하기도 늦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보였지, 난 네 계약정령인줄 알았어.”
[그럼! 나랑 세인은 곧 계약할거야! 그치~?]
“으,응 운디네...”
처음부터 운디네의 존재를 알고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세인은 그뒤로 나를 보는 눈빛에서 아주 미세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그 태도를 보니 마냥 순박하게 굴던 녀석이 속에 나도 모르는 음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알고있었다면 대화도 들렸다는것도 알아챘을게 뻔했다, 그래서 경계하는거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세인이 할수있는건 없다, 내가 목덜미를 붙잡은 탓에 그렇게 된건지 본인이 몸을 못가눠서 그렇게 된건지 바위에 다리가 한번 깔려 다리병신이 된 지금 기댈건 나와 운디네 뿐이었다.
아니 운디네와도 계약하지못하면 물리적으로 기댈수 있는건 나뿐이었다, 아마 세인은 살기위해서 나에게 더 달라붙으며 잘보이려고 하겠지.
일단 분위기도 전환시킬겸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봤다, 시무룩한체 눈치를 살피던 운디네는 처음엔 조용히 설명하다 떠들기 좋아하는지 금세 신이나 이것저것 말해줬다.
[나랑 세인은 세인네 마을 연못에서 만났어!]
[세인이 막 목검 휘두르면서 땀흘리는게 뭔가 멋있었어~ 그래서 연못에서 확 튀어나와서 장난쳤는데 세인이 왁! 하더니 연못에 퐁당 빠져서는 나한테 막 화를 냈어!]
“운디네...!”
옛날얘기에 부끄러웠는지 손사레치며 말리는 세인이었지만 신이난 운디네는 마구 떠들었다.
[그뒤로 둘이서 얘기하는데 세인이 자기는 마을에 나가서 돈을 벌거래! 여기있으면 아무것도 되는게 없데~ 막 욕도 하고 그랬어, 내가 무섭다고 하니까 세인은 그뒤로 한번도 욕 안했어!]
마냥 앙칼진줄만 알았던 운디네는 세인의 얘기를 하면서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있었다, 아마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 했다. 나는 운디네의 얘기에 귀기울이면서 세인의 정보를 정리했다, 계속 더해달라고 호응 섞으며 칭찬도 곁들이니 운디네는 주변을 떠돌며 꺄르륵 떠들었다.
“그만해 운디네!!!”
발끈한 세인이 이를 악물고 소리지르자 마구 떠돌던 운디네의 움직임이 뚝 멎더니 귀여운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무래도 자기한테 소리지른게 큰 충격이었나보다, 소리를 지른 세인도 아차싶었는지 고개를 푹숙이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세인의 심정이 이해갔다, 다리는 아파죽겠는데 자기들끼리 신나서 떠들고있고, 나도 어느정도 경계되는데 운디네는 정보를 흩뿌리니 조급해진게 뻔했다, 그래도 그렇게 나와선 안됐다. 본인 예상대로 내가 돌아서면 유일한 편은 운디네인데 잘 달래야지 다그치면 되겠나?
나는 풀이죽은 운디네의 어깨에 슬며시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기운이 건틀렛을 타고 손바닥에 전해졌다, 갑작스런 감촉에 화들짝 놀란 운디네에게 몇마디 덧붙이며 얘기했다.
“세인이 심각하게 다쳐서, 많이 힘들거야. 너무 상처받지 말고 세인 다리를 낫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안그래? 빨리 낫게 해주면 세인도 너한테 고맙다면서 달려들겠지.”
세인에게 들릴 듯 말 듯 속삭인 말에 운디네는 금새 기운 차리고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리고는 세인에게 달라붙어 사과했다.
[미안해 세인... 아픈데 나는 그것두 모르고 신나서 막 얘기했어. 그래도 걱정마! 나랑 계약하면 치유수로 다리도 금방 고칠수 있어!]
치유수라... 가끔 물의 정령중에서도 사람을 치유할수 있는 포션을 만들어내는 정령이 나온다고 얼핏 들었는데 운디네가 그런 존재였나보다, 세인도 그건 몰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운디네의 손을 붙잡았다.
“정말?! 그럼 빨리 계약을!!!”
[자, 잠시만!]
강하게 움켜쥐는 손아귀에 놀랐는지 운디네는 살살 손을 빼내며 통로쪽에 쌓아둔 고블린 시체들을 살핀뒤 울상으로 되돌아와 세인에게 말했다.
[지금 있는 마석들로는 턱없이 부족해, 계약없이 마석으로만 만든 치유수로도 다리를 치유해봤자 별 효과 없을거야.]
“그럼 다른 방법이 없잖아! 응? 운디네, 나는 어떡하라고...!”
[세인...]
조급해진 세인은 목에 힘을 주며 강하게 소리쳤다, 운디네는 그런 세인의 모습이 낯선지 조금 움츠러들었다. 조급해질수록 사납게 대하면 운디네는 더 멀어질텐데, 애새끼는 애새끼였다.
“내가 갖고있는 마석으로도 모자란가?”
주머니에서 저번부터 모은 마석을 꺼냈다, 조금 커다란게 4개 작은게 7개, 손가락을 가져다대 눈을 감고 마력을 느낀 운디네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직 모자라, 2배는 더 있어야 될까말까해.]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긴 한데.”
[정말?! 무슨 방법?!]
“저,정말인가요? 무슨 방법이요?”
재촉하는 세인을 뒤로하고 나는 운디네의 손가락을 잡아이끌고 내 마나를 느끼게 했다. 아직 검에 씌우지도 못하는 쥐꼬리만한 마나지만 마석따위보단 효율이 몇배는 더 좋았다.
[이정도면 마석만 조금더 모으면 가능할지도? 그런데 설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랑 계약해서 세인을 치료하고 빠져나가면 되지않을까?”
“안돼!!!”
[...!]
울부짖으며 막아서는 세인과 그걸 보고 깜짝 놀란 운디네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이내 세인의 눈치를 보던 운디네도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나는 세인과 계약하고 싶어... 그게 내 유일한 소원인걸...]
“운디네...”
“그럼 다른 방법 있어?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야.”
[다른 출구를 찾아도 되고...! 그 어떻게 마석을 모아서 나랑 세인이 계약해도 되고...!]
“마석은 어떻게 구해? 다리가 저런데.”
[그거언... 그...]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운디네, 나보고 마석을 구해달라는 소리다, 염치없는 소리에 피식 웃으며 바라보니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렸다.
“굴 안으로 더 들어간다해도 고블린이 많은거란 보장도 없고, 최선은 나랑 계약하는거야, 너도 세인이 죽는건 싫잖아.”
[그윽... 흥!]
부풀린 볼을 홀쭉하게 만들더니 이내 가느다란 물줄기를 쭉하고 내 얼굴에 쐈다, 아이같은 모습에 헛웃음이 나와 천으로 얼굴을 닦고 세인에게 다가가 상황을 정리해 말했다.
“지금으로서 최선은 여기를 거점으로 하고 탐험하는게 나을거같아. 너는 여기서 휴식하고, 나는 운디네랑 굴 안쪽을 계속 조사해볼게.”
“운디네를 데려간다고요...?”
불안한 눈빛으로 대답하는 세인, 뭔가 말하고싶지만 쭈뼛대는게 눈에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 이 군락도 운디네가 찾아준거잖아, 너를 돌봐주는것도 좋지만 운디네를 시켜서 다른 출구를 찾는게 최선이야. 너도 동의하지?”
“...네.”
“그래, 고블린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만약에 다른 고블린 샤먼이 있으면 아까처럼 운디네한테 마석을 줘서 버틸수도 있잖아.”
“맞는 말이에요.”
“그래, 너무 미안해하지말고 표정 풀어.”
세인의 어깨를 살짝 움켜쥐고 툭툭 두들겨주니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머릿속에서 나한테 운디네를 빼앗기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는게 눈에 훤했다, 운디네는 자신을 철썩같이 믿는데, 이녀석은 운디네를 믿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자고, 일어나서 다친거 경과도 보고 조사하러 가자, 다리 아직 많이 아프지?”
“네... 사실 정신 나갈거같아요.”
“잠시만 기다려봐.”
좆밥 용병의 시체 근처 널부러진 가방을 뒤졌다, 불이 붙어 몸부림 칠 때 장비와 같이 떨어진건데 쓸만한게 있을까 싶어 샅샅히 뒤졌다.
작은 주머니가 있어 안을 열어보니 약초꾸러미가 들어있었다. 해독초는 아닌게 분명하고, 지혈이나 치료할 때 쓰는건지 아니면 진통제로 쓸만한지 잘 몰라서 난감했다, 그런데 떠다니던 운디네가 내 손에 들린 약초를 보고 반색하며 다가왔다.
[우와! 이거 아픈거 덜하게 해주는 풀이야! 잘됐다. 세인!]
“아 이게 그런 효과가 있어?”
[응응! 세인도 알거야! 연못 근처에 마구 피어있던건데, 운이 좋네!]
그냥 먹이면 돼! 하는 운디네의 말을 뒤로하고 나는 수통과 약초를 세인에게 건네줬다. 운디네의 말은 진실이었는지 세인의 눈이 조금 크게 떠지며 반색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먹으면 좀 덜하겠네요, 고맙습니다.”
“그래, 같은거 몇 개 더 있으니까 매일 하나씩 먹자, 다행이네.”
“그러게요, 그래도 포션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포션은 기본 소양인데, 하나도 없더라, 세인 너도 없지?”
“네, 포션은 너무 비싸서...”
“그래 괜찮아, 조금만 기다려 일단 불부터 피우자.”
홉고블린의 몽둥이는 쓸모가 많았다, 크기도 커서 모닥불을 5번은 더 피울수 있는 양의 장작으로 만들고도 남았다. 모닥불을 피우고 세인을 주변에 눕힌뒤 혹시 몰라 들고온 천을 덮어줬다.
“고맙습니다...”
“그래 아플텐데 빨리 자, 불침번 설테니까 내일부터만 조금 수고해줘.”
“아, 아니에요 형님, 제가 설게요, 죄송해요, 까먹었어요.”
“아니야, 빨리 자, 환자한테 불침번은 아니지.”
“그... 아니면 운디네라도...”
[나?! 나는 안피곤해! 내가 지금 주변 둘러보고 올까?]
아까 고블린 샤먼과 한가닥 했는데도 운디네는 피곤함이 전혀 없어보였다, 야생 정령이라 정령계로 들어갈 필요도 없고 존재 자체는 공기에 내포된 마나로도 충분히 유지가 된다고 세인이 내게 설명했다.
솔직히 낮부터 계속 힘을 써서 피곤했다, 눈만 감으면 금방 잠들거 같지만 운디네에게 잘보이기 위해 불침번을 선다 했는데, 저렇게 팔팔한걸 보니 혼자 세워둬도 경보나 정찰도 잘할거 같았다.
“그럼 운디네랑 나랑 어느정도 서다가 나도 잘게, 세인 걱정하지말고 자둬.”
“아... 둘이... ㄴ,네. 알겠어요.”
[걱정마! 난 안자도 하~나도 안피곤해! 세인은 아프니까 푹자, 많이 피곤한게 느껴져, 짜증도 내구...]
“운디네, 짜증내서 미안... 너도 답답할텐데...”
[아니야, 세인은 환자니까! 빨리 고블린 찾아서 나랑 계약하면 금방 나을거야!]
알통을 뽐내듯 팔을 어루만진 운디네는 밝게 웃었다, 고블린을 잡는다고 해서 마석이 무조건 나오는것도 아닐뿐더러 고블린이 이 굴에 얼마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해맑은 운디네를 뒤로하고 불타는 모닥불을 바라봤다.
세인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운디네를 보고있으면 계약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솟구쳤다, 저런 해맑은 정령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정령의 보지는 먹어 본적도 없었다, 음탕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늘어났다. 고블린 군락에 갇혀있는동안 얻을수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