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강한자가 마음대로 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호위전사 에루카
-짹, 짹짹
“으읏...”
창문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문득 눈이 뜨인 츠루카는 부스스한 머리칼을 뒤로 하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풍성한 꼬리는 축 쳐져 바닥에 질질 끌렸지만 잠에서 깨기위해 욕실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지끈거리는 두통에 츠루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을의 은인과 함께 있는게 들떠 익숙치도 않은 술에 입을 댄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었다.
비척비척 욕실을 향한 츠루카는 관리인들이 물을 담아둔 욕조를 확인하고 발을 담그기전 눈앞에 거울로 용태를 살폈다. 혹여나 낮에 뵐 은인님앞에서 작은 흠이라도 있으면 안되니까... 츠루카는 솔직하지 못하게 속으로 변명하며 거울을 살폈다.
“하아...”
엉덩이를 덮을정도로 풍성한 금빛 머리칼과 짙은 속눈썹에 맞게 약간 야해보이는 여우눈, 그 속에 자리잡은 붉은 눈은 루비처럼 반짝이며 거울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윽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도톰한 분홍빛 입술을 쓸은 츠루카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어제 일을 떠올렸다. 입술을 덮어 잡아먹을듯한 격정적인 입맞춤, 은인에게서 풍기는 향기롭고 달콤한 냄새에 매료된 자신은 그의 혀를 잡아먹을 듯 빨아먹었다.
“으읏...”
부끄러움이 솟구친 츠루카는 붕붕 고개를 들어 애써 떨쳐냈다. 외부인인데 그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건, 그가 마을의 위기를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마을에 오기전 주술로 밖을 살필 때 본 그의 야성적인 모습때문이 분명했다.
“흐읏...”
간질간질한 기분에 슬쩍 아랫도리를 살펴보니 질척이는 애액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거친 손가락으로 자신의 보지를 마구 만지고 쑤시며 다가오던 카사노의 손길에 츠루카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며 애써 음심을 떨쳐냈다.
“나는 이 마을의 제사장이니까...”
제사장의 신분으로 외부인과 함부로 몸을 섞으면 안된다- 예전부터 전해진 불문율. 그것에 대해 한번도 의심한적 없었던 츠루카지만 카사노가 방문한 이래로 처음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엄청 커다랗던데...”
마구 흥분해 자신을 탐하던 카사노의 고간을 떠올린 츠루카는 사과처럼 붉게 물든 얼굴을 애써 식히며 잊어버리려고 했다. 그가 마을의 위기를 도와줄 그 예언의 인물일지 확신이 안선 지금 그의 대한 마음을 계속 키워가는건 자신에게나 카사노에게나 큰 고통일게 뻔했다.
“하지만...”
예전 수컷들이 마을을 떠나기전 들었던 예언, 그 예언의 인물이 카사노가 맞다면 오늘 그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본능적으로 알수있을테니 두고 볼 일이었다.
“하아아...”
커져가는 마음과 샘솟는 음심에 츠루카는 허벅지를 비비며 달뜬 신음을 내다 결국 거울에서 등을 돌리고 욕조로 향했다. 이럴때일수록 마음을 안정시켜야 하는법...
-첨벙
“하아앗...”
따뜻한 물이 온몸을 감싸며 데워주는 이느낌, 마치 카사노가 보지를 어루만져주던 그 느낌이었다.
“핫!”
안정시켜야하는데,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더 떠오르는 카사노의 생각에 츠루카는 결국 벌렁이는 보지둔덕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철퍽철퍽
“흥긋...”
최대한 조용히 물속에서 보지 입구를 어루만지는 츠루카. 간질간질한 느낌을 뒤로하고 눈을 감은체 어제 카사노가 만져줬던 부위를 집중적으로 손대니 마치 그가 만져주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사노니히임...”
막나가는 동생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상냥하게 다가온 카사노, 마을의 위기를 멋있게 구해내준 카사노, 친절하게 손을 잡아주고 아닌척하다가도 야성어린 수컷의 눈으로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카사노.
그가 앞에 있으면 자신은 마을의 감투를 쓴 제사장이 아닌 그저 한명의 암컷이었다.
“흐으읏...!”
파르르 다리를 떨며 약하게 가버린 츠루카는 가라앉은 성욕에 겨우 보지에서 손을 떼며 씻을 준비를 했다. 지금 잠깐 눈이 뜨였을 때 준비를 해야 늦지 않을테니까.
-쏴아아아
꽉찬 욕조에서 몸을 일으키니 물이 넘쳐흘렀다. 흐르는 물웅덩이를 찰팍찰팍 걸으며 욕탕 의자에 앉은 츠루카는 천천히 천으로 몸에 거품칠을 했다.
몸단장을 제대로 해야 카사노님과 만나도...
“하아아...”
어제 맡았던 그의 짙은 수컷냄새. 몽롱해지면서도 머리를 뒤흔드는 그 강렬한 냄새가 떠오른 츠루카는 벌렁이는 보지에 다시 손을 뻗었다.
“으긋...”
카사노님 카사노님...! 몽글몽글 부풀어오르는 거품과 함께 커져가는 카사노의 대한 마음은 더 이상 츠루카의 힘으로는 억누를수 없었다. 긴 시간 수컷과 단절된 삶을 살아온 츠루카에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나타난 카사노는 매우 이상적인 수컷이었다.
“흐우우...”
겨우 손을 떼네고 거품으로 온몸을 씻은 츠루카는 물을 끼얹으며 몸을 씻어냈다.
-촤아악
“힘들군요...”
튼실한 엉덩이를 천으로 물기를 닦아낸 츠루카는 천천히 온몸의 물기를 닦아냈다. 엉덩이와 복부, 탐스러운 젖가슴을 천천히 쓸며 닦아낸 츠루카는 꼬리를 털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한번 둑이 터진 성욕과 마음은 걷잡을수 없게 됐다. 츠루카 본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처음 씻을 때의 다짐은 잊고 카사노가 예언의 인물이기를 간절하게 빌며 욕실을 벗어났다.
“어머...”
침대에 걸터앉은체 요술로 마을을 가볍게 살펴본 츠루카는 숙소 밖에서 몸을 풀고있는 카사노를 발견했다. 온몸을 비틀며 체조하는 카사노는 꽤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는지 목덜미와 등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하아아...”
아침부터 저렇게 격한 체조를 하다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흠뻑 젖은 카사노의 모습에 츠루카는 솟구치는 음심과 냄새를 향한 욕망에 서둘러 옷을 걸쳤다.
오늘 그가 바라는 달부르미꽃을 품에 안겨주며, 그가 예연의 인물이 맞음을 확인하면 여태껏 지켜온 처녀를 카사노에게 선사할수있단 기쁨과 지금 카사노를 만나 그의 손길에 못이기는척 이끌려 욕망을 충족할수 있단 생각에 츠루카는 잔뜩 들떴다.
“후후...”
제사장의 의복을 갖춰입은 츠루카는 혹여나 외모에 흠이 있진 않을까 거울을 살펴 용모를 단정하게 가꾼뒤 방을 나섰다. 자신의 방은 제일 윗층, 한층 아래로 내려온 츠루카는 카사노를 보기 전 그의 방을 살필까 하는 욕심이 들었다.
“그런 실례를...”
아무리 본인의 집이라지만 지금은 엄연히 손님에게 선사한 숙소. 그 방을 주인의 허락없이 마음대로 뒤지는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임이 분명했다. 츠루카는 한층 내려온뒤 애써 방에서 시선을 돌렸다.
-킁킁
“하아...”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복도에서 풍기는 짙은 수컷의 체향. 카사노의 냄새는 분명했는데 알 수 없는 더 짙은 수컷의 냄새와 음란한 냄새. 그리고 익숙한 향기가 코에 맴돌았다.
“설마...”
그 누구보다 많이 맡았다고 장담할수 있는 향기. 가끔 곤란하게 굴지만 무거운 제사장이라는 직책을 버틸수 있게 항상 도와주는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동생, 그녀의 향기가 카사노가 머무는 방의 복도에서 흘러나왔다.
“...아니겠죠...”
피어오르는 의심과 솟구치는 의문이 함께했지만 츠루카는 애써 고개를 흔들며 외면했다. 잡아먹을 듯 구는 에루카의 태도는 이미 알아챘고, 둘이 결투를 한다는걸 확인한 츠루카는 그 결과까지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후우우...”
홧김에 동생에게 손찌검을 한탓에 너무 미안한것도 있었고 누구도 응원할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츠루카는 둘의 결투를 보지 않았다. 이후 동생에게 사과하기 위해 에루카를 찾았지만 다른 경비병들은 어딘가로 갔다는 말뿐이어서 그저 돌아온 기억이 있었다.
“아닐거에요.”
츠루카는 에루카를 믿었다. 카사노가 자신의 것도 아니지만, 그녀가 이방인, 하물며 혐오하던 인간에게 달라붙는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욱씬
제사장이라는 족쇄에 묶인 자신과 자유로운 에루카. 카사노라면 누구에게 손을 뻗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좀먹고 츠루카는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이끌고 숙소를 나섰다.
“아, 좋은 아침입니다. 츠루카님.”
입구 근처에서 가볍게 팔을 당기며 몸을 풀던 카사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츠루카에게 다가왔다.
-킁킁
만나자마자 코를 벌름거리는 츠루카의 모습에 카사노는 속으로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냄새에 민감한듯한 그녀에게 갓 흘린 땀냄새는 최고의 소재일게 뻔했다.
“아아... 좋은 아침이옵니다... 카사노님...”
머엉- 진하게 풍겨오는 카사노의 냄새에 츠루카는 벌어진 입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의 손을 맞잡고 흔들며 코를 벌름거렸다. 폐부를 진하게 채우는 수컷의 향기. 머리를 헤집어놓는 진한 냄새에 어질어질했다.
-기우뚱
아침부터 잦은 자위로 이미 힘이 풀렸던 츠루카는 진한 카사노의 냄새에 결국 다리가 풀려 휘청였다. 카사노는 그걸 보고 기회다 싶어 얼른 몸을 던져 츠루카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녀를 제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게 했다.
-흐으읍
휘청인 자신의 몸에 당황한것도 잠시, 자신을 끌어안아준 카사노의 행동에 츠루카는 코에 묻는 땀과 진한 냄새에 헤실헤실 표정을 풀며 그의 품에 안겼다.
“흐우우웃...!”
-꽈아악
펑퍼짐한 무녀복같은 의복을 꽉 끌어안은 카사노는 잘게 허리를 떨며 느끼고 있는 츠루카의 모습을 살피며 미소를 지었다. 꿍꿍이가 있는듯한 노련한 여우는 이미 없고 헤실헤실, 웃으며 주인을 반기는 암컷만이 제 품에 있었다.
“그렇게 좋으신가요 츠루카님?”
“네헤에...”
-스윽
한팔로는 그대로 츠루카의 허리를 감고 끌어안은 카사노는 나머지 한손으로 그녀의 턱을 붙잡고 올려다보게 했다. 머리 두 개 차이 만큼 키차이가 나는 둘이었지만 슬쩍 자세를 낮춘 카사노덕에 츠루카는 그와 입을 맞출 준비를 할수있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카사노의 얼굴, 아직 남아있는 일말의 이성은 얼른 품에서 벗어나 할 일을 해야한다고 외쳤지만 이미 츠루카를 잡아먹은 본능은 외침을 외면했다.
“쮸웁♡ 쪼옥... 쪽♡”
먼저 얼굴은 내밀었지만 더 다가오지 않은 카사노의 짓궂음에 츠루카는 결국 스스로 키스를 조르듯 입술을 내밀고 그의 입술을 맛봤다. 커다란 입술에 짧게 입술을 부딪히고 그의 입술을 머금고 빨며 입술의 맛을 느꼈다.
“아, 오늘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가벼운 키스후 얼굴을 뗀 카사노는 천천히 츠루카를 품에서 놔줬다. 더 괴롭혀도 좋지만 할 일은 모두 끝마치는게 좋기도 하고 이미 마을을 떠돌며 지루해하고 있을 운디네가 생각난 카사노는 서둘러 본론을 꺼냈다.
“아... 맞사옵니다... 말씀하신 꽃과 여쭤볼게 있어서...”
적극적으로 다가오길래 어제만큼 강렬한 키스를 할줄 알았던 츠루카는 냉큼 자신을 놔주는 카사노의 행동에 야속함과 서글픔을 느끼며 눈을 흘겼다. 그리고 그의 품에 있을 때 어렴풋이 난 향기... 츠루카는 카사노 몰래 이를 까득 물고 그를 올려다 봤다.
“에루카를 따라 달부르미꽃을 살펴보고, 그뒤 개인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 저에게 오시면 될거같사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츠루카의 모습에 카사노는 별 얘기 아니겠지- 하고 고개를 끄덕인뒤 목례로 츠루카에게 인사했다.
“알겠습니다, 에루카와 꽃을 살펴본뒤 츠루카님을 뵈러 방문하겠습니다. 저는 동료가 기다리고 있어서...”
“아아...”
에루카, 라니- 짜증을 담아 반말로 부르는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것치곤 감정이 없었다. 어제 가볍게 이름을 부를 사이까지 진전된건가? 츠루카는 피어오르는 질투심에 애써 고개를 숙이고 카사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몸 조심히 다녀오시지요, 저도 이만...”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마친 츠루카는 성큼성큼 광장으로 향하는 카사노의 뒷모습을 살피며 손가락을 깨물었다. 욱씬거리는 검지의 고통은 이미 짓눌리듯 아파오는 가슴의 고통보다 덜했다.
커져가는 그의 대한 마음과 생각에 아파하던 츠루카는 애써 잊고 본 목적을 상기시켰다.
“후우우...”
새어나오는 한숨을 뒤로 하고 제사장의 본당으로 향한 츠루카는 당 한가운데에 위치한 목함으로 걸어갔다.
-달칵
항상 정리하고 청소하기에 먼지는 없었다. 열린 목함에선 작은 두루마리가 하나 나왔다. 수컷들이 마을에서 다 떠난뒤 남은 마지막 예언. 그 뒤 예언을 선사받은적 없는 츠루카는 마지막 예언을 곱씹으며 그가 예언의 인물이기를 바랬다.
“해와 달을 떨어트리기위해 유혹하는 이방인, 달을 부르며 자신의 손에 움켜쥐니, 지켜보던 해는 스스로 내려와 그를 하늘로 올려보내리라.”
나지막히 읊은 츠루카는 천천히 예언을 곱씹으며 눈을 감았다. 유혹하는 이방인, 확실히 카사노는 자신을 유혹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츠루카는 내심 그가 예언의 인물임을 확정지었다. 그의 손에 움켜쥔 달이 자신이면, 스스로 내려오는 해는 누구일까.
어리숙한 츠루카는 자신이 그 해라는걸 알지 못한체 그저 헛된 망상을 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