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4.꿈을 위해 조교당하는 조숙한 상인 시에라 (48/395)



〈 48화 〉4.꿈을 위해 조교당하는 조숙한 상인 시에라

“정말 뭐든지 다 된다는건가?”


“물론이에요, 제가 들어드릴수 있다면 뭐든 들어드리죠.”

당당하게 대답하는 시에라의 태도에 나는 그녀가 예상했을지도 모를 질문을 되물었다.

“그게 당신 몸이라고 해도?”

“...역시 그럴줄 알았어요.”
얼굴을 붉힌 시에라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시선을 피했다.


“상단주로서 제 몸과 제 인생도 거래품목에 들어가있죠, 그래도 실제로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니, 불쾌하네요.”


“그냥 물어본 것 뿐입니다.”

“가능하다면 무조건  몸을 요구할 심산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하 너무 속보였나요?”


“생판 처음보는 타인앞에서 음부나 노예얘기를 꺼내는데, 당연히 그런 꿍꿍이가 있다고 느꼈죠.”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 시에라는 톡톡 테이블을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나 또한 그녀를 건들지않고 눈을 감은체 고민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 침묵을 즐겼다.

“...아무리 제가 간절하다해도 주머니 하나로는 제 처녀는 너무  가치를 가진것같아요.”


“그러면 한가지 추가로 제안할게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제안이요?”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던 시에라는 결국 수락했다. 가볍게 손짓하는 그녀의 신호에 나는 품속에 있던 주머니에서 수인족 마을에서 얻은 물건들을 좌르륵 테이블 위에 엎었다.


“호오...”

마수의 어금니와 뼈, 갈무리되어 단단하게 가공된 벌레들의 갑각이나 밀림 깊숙한 곳에서 찾을수 있는 약초. 하나 하나 살펴본 시에라는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꽤 깊은곳까지 가셨나봐요? 수인족을 만났다는 얘기도 있던데.”

“뭐 실제로 만났습니다.”


“실제로 만났다고요?”


단순히 흥미만 담겼던 시에라의 눈은 수인족 얘기가 나온 순간 열망으로 가득찼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시에라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혹시 수인족들의 물건들을 소개해주는게 제안인가요?”

“더 인심 쓰셔도 됩니다.”

내 대답에 시에라의 눈이 한층 더 커졌다. 규모를 키운다면 하나뿐이었다. 인간과 수인족간의 교역, 호르미아에서 수인족과의 관계는 끊긴지 오래였다.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누군가가 나온다면 거기서 떨어지는 수익은 상상도 못할 정도일게 분명했다.


“...확실한건가요?”
“수인족마을의 책임자와 얘기된 사항입니다, 저한테 좋은 인간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하더군요.”


“흐음...”


시에라는 다시 눈을 감고 톡톡 테이블을 두들겼다. 한동안 끊겼던 수인족과의 교역과 아직 쓸모가 많은 확장 주머니. 자신이 지불할 것은 자신의 몸과 처녀. 그걸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시에라의 모습에 나는 저울의 추를 하나 덜어주기로 했다.

“딱히 시에라님의 처녀를 바라는건 아닙니다.”

“그게 무슨소리죠?”

“저와 간단한 계약으로 내기를 하죠. 그냥 품에 안고 끝내면 너무 재미없지 않습니까?”


“한창때의 여인을 범하려면서 재미를 따지다니, 당신도 지독하네요.”

신랄하게 비난하는 시에라를 뒤로하고 나는 테이블에 얹어진 종이에 간단하게 몇가지를 나열했다.

“보름간 제가 지정한 시간동안 시에라님의 몸을 마음대로 손댈수 있게 해주세요. 처녀도 유지하고 신체 결손이나 상해를 입히지도 않겠습니다.”


“보름간 당신의 장난감처럼 놀아나면 약속한건 전부 지불 가능한가요?”


“몇가지 조건도 붙이죠, 서로 신뢰할수 있어야 계약도 가능하니까요.”


“그럼 당신이 저와의 상의도 없이  몸을 멋대로 사용하며 돌발 행동을 하면 계약 기간을 하루 줄이는건 어떤가요?”

시에라의 입장에선 필수인 조항이었다. 보름간 그녀를  마음대로 갖고 논다면 내가 그녀를 밀실에 가두고 보름간 처녀빼고 온몸 구석구석을 갖고 놀아도 그녀로서는 반항할수 없는 계약이었으니까.


“그것도 추가하고, 그럼 상의후에 이뤄진 제 요구를 시에라님이 일방적으로 거부한다면 하루 늘어나는것도 추가하죠,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다까지 추가합시다.”


“...무리한 요구라는건 어느 정도죠?”


“그건 서로 상의해야할 문제아닙니까?”

“...정말 음흉한 인간이네요 당신, 잠시라도 감사하다 느낀 제가 부끄럽네요.”

시에라의 힐난은 오히려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당당하고 도도한, 저런 여인을 갖고놀수있다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운디네나 츠루카,에루카 자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런 구미 당기는 일은 거부하기 힘들다.

우리 둘은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조항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깐깐한 시에라의 트집에 많은 조항이 뜯기고 갈렸으나 나 또한 넘어가지않고 뜻을 주장해 살리거나 바꾼 조항도 있었다. 서로 어느정도 만족한 계약서가 나오자 시에라는 품에서 계약서  장을 꺼냈다.

“크래프톤에서 구입한 계약서입니다. 서로의 피를 떨어트리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위반시 불이익을 이행하도록 도와주는 효과를 가진 물건이죠.”


뿌듯해하며 자랑하는 시에라의 모습에 나는 가볍게 박수치며 감탄했다.

[카사노는 시에라에게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순간 확장 주머니의 반환과 수인족 마을의 교역권환을 위한 도움을 행하도록 한다. 시에라는 계약 기간동안 카사노의 요청에 따라 보름간 매일 18시간동안 그의 요구를 이행한다.]


[카사노는 시에라와 상호 동의가 없는 행위를 요구시 시에라의 계약 기간이 하루 단축된다.]


[시에라는 카사노와 상호 동의가 이루어진 행위를 일방적으로 거부할시 계약 기간이 하루 연장된다.]

[카사노는 시에라의 동의 없이 시에라의 처녀 손실에 영향을 준다면 위약금과 함께 즉시 계약은 종료된다.]


[시에라는 카사노와의 관계중 일방적인 거부나 연락 두절로 인해 계약 불이행이 발생할시 첫 번째 조항에 불이익이 발생할수 있음에 동의한다.]


그 밑에는 어느 정도가 상호 동의된 내용인지 써져있지만 대충 읽고 시에라에게 건네줬다. 계약서를 꼼꼼히 읽던 시에라도 딱히 트집잡을 구석은 없었는지 탁 테이블에 내려놓은뒤 다시 내게 건넸다.

“먼저 계약하시죠?”


어깨를 으쓱인 나는 단검을 꺼내 엄지를 톡 찌른뒤  아래에 지장을 쿡 찍었다. 곧바로 계약서를 건네받은 시에라도 내 단검을 건네받아 피를 낸뒤 쿡 찍었다.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계약서는 그 말과 함께 저절로 둘둘 말리더니 양피지형태가 되었다. 시에라는 내게 복사해주기로 약속한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노려봤다.

“정말 천박하고 한심하네요. 보름간 마지막 행복을 잘 즐기도록 하세요.”

“동의한 내용 아닙니까?”


“어떤 조건을 내더라도 거절할걸 알아서 어쩔수없이 한것뿐이에요. 계약이 끝나면 당신은 끝이야.”

“하하, 죽이기라도 할겁니까?”

“두고 볼 일이죠. 이만 일어나세요, 식사하러 가야하니까.”


도도하게 흘겨보는 시에라는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나는 의문이 들어 나가는 시에라를 붙잡고 질문했다.


“식사라뇨? 내일부터 계약 기간 아닙니까?”

“흥, 그래도 도움을 준 인간인데 식사정돈 대접해야할거 아니에요. 잔말말고 따라오세요.”

뭐- 이런 인간인줄 알았다면 예약도 안했을텐데- 혀를 내두르며 혀를 차고 앞장서는 시에라, 벽에 기댄체 대기하던 요한은 방에서 나오는 우리 둘을 보고 곧장 달려들어 시에라를 살피기 시작했다.
“요한, 괜찮으니까 제발 떨어지세요...!”


“하지만 아가씨...”


풋풋한 연애 드라마처럼 시에라의 곁에 매달린체 꼼꼼히 살펴본 요한은 그제야 안심된다는 듯 가슴을 쓸며 떨어졌다. 흘깃 요한은 노려본 시에라는 한숨을 내쉬며 한발자국 떨어진체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 저 인간과 식사약속이 있으니 요한은 먼저 돌아가세요.”

“네에...?!”

저딴 놈이랑- 이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요한에게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다. 둘이 얘기나 하게 해야지 생각이 들어 노려보는 요한을 살짝 밀치고 시에라의 앞에 선뒤 말했다.

“저는 그럼 짐도 풀고 준비도 할게 있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그렇죠? 당신 이제  돌아왔는데 잠시 잊었네요. 실례했어요.”

대충 인사를 나눈뒤 침묵을 유지하며 걷는 둘을 앞지르고 계단쪽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코너쪽에 몸을 기댄체 귀를 기울이니 곧바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저런 음흉한 놈이랑 단둘이 식사라니...!”


“계약을 맺은게 있으니 함부로 손대지도 못해요, 요한은 아까 싸운다고 힘들었을텐데 가서 쉬도록해요.”

“크윽... 죄송합니다, 꼴사납게 져버려서...”

요한의 침음성과 함께 후훗하고 짧게 웃은 시에라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 지지만 않으면 되잖아요? 요한이 노력한다는건 저도 알아요.”


“...무슨일이 있어도 아가씨를 지키겠습니다, 신께 맹세코...!”


“후후, 제가 고른 사람다워요, 당신만 믿겠어요 요한?”

“지켜봐주십시오 아가씨, 더 강해지겠습니다...!”


대화가 끝날 조짐에 슬쩍 코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서로 마주본체 풋풋하게 웃는 둘의 모습은 어린 연인과도 같았다. 대화나 행동으로는 그런 관계가 아닌것같았지만, 둘의 모습을 지켜보니 땡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벅터벅


둘의 풋풋한 모습을 곱씹으며 1층 카운터로 내려갔다, 방 열쇠가 정리된 사물함 앞에 다소곳하게 서있는 중년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방 하나 잡으려고 합니다만.”

“아, 아까 아가씨랑 같이 올라가신 분이죠? 기사님이 방을 잡아놓으셨어요, 여기 열쇠입니다.”


-짤그랑

쫓겨난 요한놈은 마냥 서있던게 아니라 일을 했나보다, 시에라의 돈으로 머무는 여관이라 개꿀이구만, 열쇠를 챙긴 나는 곧장 방으로 올라가 나갈 채비를 마쳤다, 순식간에 씻은뒤 그래도 아가씨인 시에라와의 식사니 단정한 셔츠를 차려입은뒤 여관을 나섰다.

만나기로 한 광장으로 나서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시에라가 눈에 보였다.


분수대 앞에 붉은 벨벳 드레스를 입은 시에라는 폭포같은 갈색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렸다. 귀뒤로 머리를 넘기며 얼핏 보이는 금귀걸이는 시에라의 도도한 모습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왜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멀뚱히 서있는 시에라의 앞에 서 그녀를 가리며 말을 걸었다. 키차이탓에  그림자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시에라는 삐뚜름하게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사과보다 질문이라니, 당신답네요. 시간이 남아서 먼저왔을뿐이에요.”


가볼까요- 하고 앞장서는 시에라의 옆에 붙은 나는 걸음걸이에 흔들리는 그녀의 고운 손을 살짝 쥐었다.


“뭐,뭣?!”

당황한 시에라는 내 손에서 손을 빼내려했지만 나는 살짝 힘을 줘 빼지 못하게했다. 나를 노려보는 시에라에게 웃으며 설명했다.


“그래도 대접해주시는데 에스코트는 해야할 것 아닙니까?”

“그런건 또 신경쓰다니,  일관성 없네요...”

-꽈악


생각보다 차가운 손에 가볍게 움켜쥐며 시에라를 바라봤다. 내게 붙들린 손을 보며 얼굴을 붉힌 시에라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마음대로 하라고 선언한뒤 걸음속도를 높혔다.

-또각또각또각

“여기에요, 간단한 테이블매너정도는 알고있겠죠?”


딱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앞에 들어선 시에라는 미소지으며 물어봤다. 모른다고 하면 알려주나? 어깨를 으쓱이자 시에라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 치며 가게 문을 열었다.

“뭐, 그럴줄 알았어요. 쫓아내진 않을테니 편한대로 드세요.”

가게 안에 들어서자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가 호다닥 뛰어왔다. 시에라의 이름을 들은 남자는 직원을 불러 자리로 안내했다. 시에라의 손을 잡고 직원의 뒤를 따라가니 시에라가 손을 뿌리친뒤 내 뒤를 따랏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시에라가 예약한곳은 꽤나 넓직한 방이었다. 시에라는 이미 차려진 음식을 살피며 식기를 들었다. 나도 시에라가 집는걸 따라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비싸보이는 외견에 걸맞게 음식은 맛있었다. 이세계에 떨어진지 꽤 오래됐지만 이런 고급진 식사는 간만이었다. 어차피 룸이라 눈치볼 것도 없구만 괜히 겁주다니, 음흉한 시에라를 바라보며 고기를 집어먹는데 수저를 내려놓은 시에라가 나에게 질문 하나를 건넸다.

“그런데 수인족은 어떻게 만난거죠?”


“의뢰를 받아서 밀림을 탐사하다 만나게 됐습니다.”

“설마 달부르미꽃 의뢰를 받은게 당신인가요?”

“?  그렇습니다.”

오-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시에라는 이내 큼큼 하고 표정을 가다듬은뒤 새초롬하게 말했다.

“너무 오래된 의뢰라 취소도 못하는 악성 의뢰라던데... 그걸 당신이 해냈단 말이죠? 확실히 능력은 있나봐요.”


“겉보기엔 이래도 한 실력 한답니다.”


“겉은 멀쩡해요, 속이 썩어서 그렇지...”


-달그락


그 말이 하고싶었는지 시에라는 피식 웃으며 썰어둔 고기를 입에 담았다. 반복되는 대화와 궁금한걸 참지못하는 시에라의 호기심덕에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다만 초면에 몸을 요구해 계약까지 맺은 덕에 시에라의 호감도는 오를때마다 제동이 걸리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칭찬을 하다가도-


“상단을 습격한 고블린떼를 나서서 토벌했다고요? 대단하시네요. 그 상단주도 여자인가요?”

“혼자서 상단주를 납치한 도적단 하나를 궤멸?? 말도 안되네요, 당신의 음흉한 요구마냥...”


시에라의 화법은 지구에서 즐겨보던 고든램지가 떠올랐다. 솔직히 저정도면 악담이라기보단 앙탈같아서 화도 안나고 오히려 즐거웠다. 무슨 말을 해도 저런 대답이 돌아오니 오히려 무슨 말을 할지도 궁금했다.

“하하하, 시에라님은 무척 재밌으십니다.”

“참 속도 좋네요, 비꼬는 사람을 칭찬하다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반응을 보일때마다 더욱 기대가 커집니다.”


“오... 삐뚤어진 욕망까지... 제대로네요.”


“지금이라도 계약을 취소하겠습니까?”


“하아... 절 뭘로 보시는거죠? 처녀만 지켜내면 그런 계약  번이고 가능해요.”


“처녀는 정략결혼때문입니까, 사랑하는 사람때문입니까?”


“...말하고 싶지 않네요.”


-찰랑


대답을 마무리한 시에라는 와인잔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또한 잔을 들어 시에라에게 내미니 넉살도 좋아요- 하며 피식 웃은 시에라가 잔을 부딪혀왔다.


-꿀꺽꿀꺽

“후우...”

거듭되는 음주에 시에라의 눈은 슬며시 풀려가고 있었다. 느슨해보여도 나에 대한 경계는 뚜렷한 눈빛에 나는 잔을 내리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여자로서 상단주란 직책을 지내면, 주변에서 많은 말을 듣곤 하죠.”

“용병들도 그런거 많습니다.”

“후후, 늙은이들은 여자가 뛰어봤자 뭐하겠냐- 시집이나 가서 가계부나 써라, 문서 작업이나 도와라 하며 그게 진짜 조언인양 굴죠.”

“어딜가도 늙다리가 문제군요.”


“후하- 그렇네요... 사실 주머니도 상단의 늙은이들이 하도 닦달을 해서 되찾으려는거에요.”

“그렇게 중요한 물건입니까?”

“뭐, 선대가 쓰던 물건도 못찾는데 무슨 일을 하겠냐- 그런 트집이죠, 좆같은 늙은이들...”


푸후- 하고 한숨을 내쉰 시에라는 접시들을 밀어내며 테이블에 팔을 기댔다. 엎드리듯 팔에 얼굴을 얹고 나를 슬쩍 바라본 시에라는 이내 한숨을 한번  내뱉었다.


“괜찮은 남잔줄 알았는데... 지금도 어이가 없네요...”

“하하, 매력적인 여성한테 작업거는거야 누구나 다 그럴겁니다.”

“그건 작업이 아니라 미친짓이에요? 수락한 저도... 미친년이고요...”
많은 감정이 담긴 말을 뱉으며 시에라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와인잔을 바라봤다.


“홧김에 수락한것도 있어요, 지랄하는 늙은이들 생각에- 그래 한번 구해오면 어쩌나 보자- 하고.”


“그런식으로 해내도 공허해질겁니다.”

“...취했나보네요, 식사 다하셨죠? 먼저 일어날게요.”

“마중 가드리겠습니다.”


“됐네요, 사실 아까 사람 불러놨어요. 먼저 갈게요-”


말을 끝낸 시에라는 뒤도 안돌아보고 방에서 나갔다. 순식간에 몰아친 파도처럼 텅빈 방을 보며 나는 와인잔을 흔들며 남은 와인을 바라봤다.

“후우...”

시에라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듯 했다, 그렇기에 지금 나와 말도 안되는 계약을 한뒤 번아웃이 온것처럼 의욕이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현타오겠지-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인정도 안해주는 늙은이들 따위 때문에.

나도 지구에서 그랬다. 아득바득 정직원이 되보겠다고- 시키지도 않은일, 남이  일 앞장서서 마쳐놓고 미리 준비도 해놓고- 그렇게 노력할수록 그들이 하던 준비는 당연히 내가 맡게됐고 하면 할수록 나는 지쳐나갔었다.

“맛있네...”

-꿀꺽


마지막 남은 한모금을 털어놓고 잔을 내려놨다. 현타탓에 힘들어하는 시에라양에게 새로운 삶의 기쁨을 가르쳐주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힘내야겠구만- 짧게 읊조린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조심히 가십시오-”

계산을 끝마쳤는지 붙잡지않는 직원들을 지나 레스토랑에서 빠져나왔다. 배도 적당히 부르고  것도 없겠다. 나는 시에라의 조교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로 했다. 예전에 레이첼이랑 할 때 썼던 젤도 그렇고 크래프톤 물건이 지구의 성인용품과 유사한게 많았다.


“어서오세요-”


광장 근처에 크래프톤 풍경을 그려놓은 마차로 다가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불빛과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걸려있었다.


“무슨 물건을-”


“다 아니까 나중에 구매할 때 말할게요.”


“넵-”

슬라임 젤도 챙기고- 고무 콘돔과 마석 바이브, 신호감지로 착용자를 옥죄는 비키니, 돌기 콘돔도 있네? 일회용 촬영구슬, 잡다한 물건을 싹다 챙긴 나는 멀뚱히 서있는 직원들에게 물건을 내밀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을 구매하자 함박웃음을 지은 직원은 꼼꼼히 포장하고 담은뒤 내게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사도 2실버도 안된다니. 나는 팁겸 2실버를 건네준뒤 마차를 빠져나왔다.


“하아...”

어느새 밤이 되어 제법 쌀쌀했다. 어떤 커리큘럼으로 시에라의 조교를 실행해야할지 일정을 짜야겠지. 와인탓에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뜨며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흔들흔들- 손에 쥐어진 물건들의 묵직함덕인지 마음도 든든했다.


기대되네- 도도한 아가씨가 개발되는 몸을 보며 무슨생각을 할지. 시에라의 풍만한 가슴을 떠올리며 뻐근해지는 자지를 뒤로하고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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