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5.포식자를 노리는 포식자, 두 딸의 어머니 하루나
“후우...”
숨통을 조이는 열기에 한숨을 내쉬며 한시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늘 아래를 전전하며 몇십분을 걸었을까? 언덕 너머로 눈에 익은 목책앞을 지키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크으...”
천천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경사면을 내려갔다. 발을 옮길때마다 흩어지는 흙덩이를 보며 힘겹게 내려오자 목책 앞을 지키던 여인 둘이 창날을 들이민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양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했고 그들 중 나를 알아본 한사람이 앗- 소리를 내며 창을 내렸다.
“아,안녕하심까-!”
큰 소리로 인사한 여인은 갈색귀를 쫑긋이며 내게 다가왔다. 에루카와 돌아다니며 본적 있던 얼굴이라 나는 반갑게 인사하며 인사를 받았다. 더운 날씨에 푹 젖은 목덜미가 신경쓰여 일부러 거리를 뒀으나 내 냄새를 맡은 두 여인은 조금씩 내게 다가왔다.
“킁킁...!”
“진짜네...!”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다가오는 둘의 행동에 나는 서둘러 화제를 꺼냈다.
“그럼 들어가봐도 되겠습니까?”
등에 짊어진 배낭과 뻘뻘 땀을 흘리며 서있는 내 모습을 살핀 둘은 화들짝 놀라더니 길을 비켜줬다. 나는 가볍게 목례하고 배낭을 고쳐멘뒤 입구쪽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아쉽다...”
“대장님 말이 맞았어...”
평소같았음 한번 껄떡대기라도 했을텐데 덥기도 하고 피곤해서 모른체했다. 입구에 들어서며 마을 안에 서있는 경비들과 마찬가지로 인사를 나누고 츠루카의 집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전에 왔을때보다 소란스럽고 사람도 많아보였다. 알 수 없는 상황에 츠루카한테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유독 비슷한 옷을 입은 여인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저거 인간 수컷이지...?”
“정말이었나봐...”
에루카가 입던 검은 가죽갑옷과 비슷해보이는 갑옷을 입은 여인들이 수군거리고 있었지만 더 관심을 주지 않고 걷다보니 어느새 츠루카의 집 앞이었다.
-끼익
열려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탁 트인 정겨운 풍경과 츠루카의 햇살내음, 차분한 분위기를 즐기며 천천히 츠루카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텅 빈 복도와 적막한 분위기, 뭔가 수상한 예감이 든 나는 감각을 곤두세우고 집무실로 향했다.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셋, 익숙한 기척이 2명인걸 보니 츠루카와 에루카일텐데 나머지 한명은 누군지 가늠이 안됐다.
-똑똑똑
나는 문을 두들기면서도 온몸을 옥죄는 긴장감에 저절로 침이 넘어갔다. 방안에 있는 인물의 기세는 여태 만나본 모든 사람들중 제일 흉폭해보였다. 용병단에서 신세진 인간들보다 강해보였고 몸값을 받기위해 용병들을 납치하던 사막 전사들보다 거칠어 보였다.
[들어오시지요-]
츠루카의 청아한 목소리를 듣고 일단 긴장을 가라앉혔다. 저 정도의 강자라면 한눈에 긴장한걸 알아챌게 뻔했다. 첫대면부터 지고 들어가면 이길수 있는것도 지게 된다.
-드르륵
“안녕하십니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허리를 펴고 츠루카의 뒤를 지키고 있는 에루카, 딱 달라붙은 가죽 갑옷을 걸친체 츠루카 앞의 인물을 노려보던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꼬리를 붕붕 흔들며 무표정을 고수했다.
“오셨사옵니까.”
내 방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차분한 츠루카는 여느때와 같이 꼬리를 살랑이며 나를 반겼다. 숨길수 없는 반가움이 초승달처럼 호선을 그린 눈꼬리 너머로 얼핏 보였고 귀여운 여우귀가 연신 쫑긋거리며 반가움을 표출했다.
“음.”
그리고 츠루카의 앞에 있는 한 여인, 흉폭한 기세만큼 흉흉한 가슴을 출렁이며 침음을 삼켰다. 짙은 회색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려 바닥에 퍼뜨린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를 더욱 세우며 금빛 눈동자로 나를 노려봤다. 육감적인 몸매에 착 달라붙은 흰색 무복은 얼핏 보면 안의 속옷까지 비쳐보일정도로 투명했다.
“아...”
여태 본 여인들중 탑클래스라고 불러도 손색없을만큼 아름다운 외모였다. 눈가를 가로지르는 흉터는 여인의 야성미를 돋보이게 했고 앙칼진 눈매와 도톰한 입술은 알 수 없는 색기를 불러일으켰다. 회색 귀를 쫑긋이며 나를 살피던 여인은 턱- 상 위에 손을 얹더니 내게 말했다.
“앉도록.”
거스를수 없는 분위기에 나는 순순히 배낭을 벗고 자리로 갔다. 쿵- 울리는 바닥에 울리는 소리와 함께 에루카가 정리를 위해 배낭에 손을 뻗었지만 날카롭게 노려보는 여인의 눈길에 손을 거두고 츠루카의 뒤를 고수했다.
-털썩
긴장감덕에 잠시 멎었던 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등골과 목덜미를 적시는 땀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츠루카를 돌아봤다. 방긋 웃으며 나와 눈이 마주친 츠루카는 아-! 하고 박수를 치더니 여인을 소개해줬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제사장을 맡은 하루나님이십니다. 저와 에루카의 스승님이시죠.”
“음.”
고개를 끄덕인 후 나를 빤히 바라보는 하루나. 너는? 하고 되묻는 듯한 투박한 행동에 나는 웃음이 나올뻔했다. 참 지독하게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저는 카사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족장이 됐다고.”
느닷없이 본론부터? 당황한 나는 구제의 눈길을 츠루카에게 보냈다. 마찬가지로 당황했는지 츠루카도 애써 내 눈빛을 피하며 살랑이는 꼬리 끝으로 톡톡 내 엉덩이를 두들겼다. 발표회에 등을 떠미는 어머니같은 행동에 나는 원망을 담고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들으셨다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에루카를 쓰러트렸다길래 기대했는데 허약하군.”
이번엔 에루카를 노려봤다. 입술을 삐죽이며 눈빛을 피하는 에루카, 자매가 쌍으로 일러바친 모양새에 분노가 치밀었다. 물론 저런 기세를 뿜는 사람한테 숨길수는 없겠지만 나한테 다 떠넘기다니- 오늘 밤에 잔뜩 혼내줄 예정을 세우며 겨우 입을 열었다.
“요행이었습니다.”
“그럼 그 요행에 패배한 에루카는 실력도 없는 잔챙이겠군.”
적나라한 비난에 꽈왁- 주먹을 움켜쥔 에루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저런 모습을 보니 마냥 입을 다물고 있을수는 없었다.
“표현이 조금 거치신데 서로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제가 질뻔했다는 말이었습니다.”
탁- 탁-
날카로운 손톱 끝으로 책상을 두들기는 하루나, 못마땅한 기색이 뿜어져나오는 눈빛에 꽉 주먹을 움켜쥐고 그녀를 바라봤다. 내 눈빛을 읽은 그녀는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에 식사나 함께 하지, 나는 잠시 마을을 둘러보고 올테니 셋이서 해후를 나누도록.”
-끼이익
사뿐사뿐 걸음을 옮긴 하루나가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섰다. 방 안을 덮는 무형의 기운이 사그라들고 그제서야 츠루카는 숨을 고르며 내게 달라붙었다.
“서방니임- 딱 맞게 오셨사옵니다-”
“흥, 너무 늦은거 아닌가? 우릴 기다리게 하다니...”
하루나가 나가자마자 물꼬를 튼 대화에 나는 코웃음치며 에루카에게 핀잔을 던졌다.
“에루카네 어머니 아니야? 사람이 뭐 저리 무서울정도로 무뚝뚝하데.”
“맞사옵니다, 정확히는 저희 둘의 어머니시죠?”
“오랜만에 뵙는 어머님은 더욱 강해지셨다. 그런데 나는... 한심하기 짝이 없군...”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둘의 모습에 나는 머리가 띵했다.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누나같던 그 여자가 둘의 어머니라고?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내 암컷노예들의 어머니, 속된 말론 장모님이었다.
“진짜 장모님이야?”
내 질문에 츠루카와 에루카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가렸다. 쑥쓰러워하는 둘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어머... 서방님...”
“허구헌날 암컷 노예라더니 그래도 여인으로 생각해주고 있었구나.”
기뻐하는 눈치의 에루카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부연 설명을 해줬다.
“우리 둘의 어머님이자 스승님이지, 예언이 떨어진후 강경파의 수장을 맡고 계신다. 별 다른 교류도 없었는데 갑자기 찾아오셨지.”
“어머님의 말씀으론 마을에서 갈라진 후 처음으로 예언이 내려졌다고 하옵니다.”
“예언의 내용은 확인한 어머님이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마을에 찾아오신거다.”
번갈아가며 설명하는 둘의 알찬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방인 족장을 반대해 마을에서 갈라진 강경파 수장인 장모가 새로운 예언이 떨어지고 확인하기 위해 마을로 찾아왔다라...
“저기에도 나에 관한 예언이 떨어진거야?”
이미 둘과 질릴만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예언의 주인공은 나라는걸로 결론을 냈다. 진상을 확인한다는건 나에 관한 예언이 떨어졌다는건데- 내 질문에 츠루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슬며시 다가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직 저희에게도 예언 내용은 말씀해주시지 않았사옵니다. 아마 식사시간에 말씀하실거 같은데...”
킁킁- 코를 쫑긋이며 냄새를 맡는 츠루카, 얼굴 가득 물든 홍조와 꿈틀거리는 풍만한 육체, 슬며시 옆구리를 끌어안아주며 츠루카의 뱃살을 맛보니 서있던 에루카도 한걸음에 내게 다가왔다.
“킁킁... 땀을 많이 흘렸군...! 옷은 내게 맡기고 씻도록 해라.”
“어머, 독점은 치사해!”
“언니는 직접 맡으셨잖습니까!”
투닥거리는 자매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뻐근한 허리를 풀며 츠루카에게 되물었다.
“근데 꽤 강해보이시던데.”
“아마 밀림 안에서는 최강 아닐까요?”
“충분히 인간 제국과 다른 왕국에서도 통할 실력이다.”
호언장담하는 에루카는 괜히 자기가 뿌듯해하며 가슴을 내밀고 흥- 코웃음과 함께 당당해하고 있었다.
“어머님의 이명은 허무의 이빨- 무방비한 밀림의 피식자들을 발톱으로 찢어발기는 포악한 포식자시다.”
“에루카는 어머님을 존경하거든요. 저는 싫어한답니다.”
“언니...!”
장모님의 대한 존경을 뿜어내는 에루카의 가슴을 주무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응앗- 꿈틀거리는 에루카를 끌어안고 손을 굴리며 정리한 결과, 좆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아무리봐도 좋은 얘기가 나올거같진 않은데.”
“제 생각도 그렇사옵니다. 전면전이 벌어질수도 있사옵니다.”
“걱정마라, 분쇄의 송곳니 에루카가 있는한-”
이런 이미지였나? 고개를 꺾어 내 목덜미에 코를 묻은체 냄새를 맡는 에루카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내 의아한 눈빛에 츠루카는 쿡쿡- 입을 가린체 웃으며 말했다.
“너무 좋아하는 두사람을 간만에 봐서 들뜬 것 같사옵니다... 참 귀엽지 않은지요?”
“그런...! 아닙니다, 어머님은 언젠가 꺾어야 하는 상대...!”
탄탄한 에루카의 몸을 주무르며 천천히 손을 아래로 뻗어갔다. 고간에 손이 닿인 순간 축축한 열기가 느껴져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간의 라인을 손가락 끝으로 흝으며 에루카의 귀에 속삭였다.
“벌써 흥분했네?”
“아니다아...! 더워서 그런거다...! 떨어져랏...!”
“서방니임...~”
자리에서 일어난 츠루카는 내 등에 매달리며 업히듯 달라붙었다. 등을 돌린 에루카도 나를 끌어안으며 달라붙었고 졸지에 자매 샌드위치에 갇힌 나는 둘의 열기를 느끼며 자지를 껄떡였다. 딱 붙은 고간을 찌르는 자지의 감촉에 얼굴을 붉힌 에루카는 헛기침을 내며 허리를 뺐다.
“저녁까지 시간 많지?”
“후훗, 준비해뒀사옵니다...”
“정말... 그런 생각밖에 없는건가- 좋다, 우리 둘이 아니라면 받아줄 사람도 없으니-”
-끼이이이익
“연무장의 위치를 잊어버렸다. 안내를...”
유독 길게 울리는 문소리와 함께 두 눈을 깜빡이며 들어온 하루나와 눈이 마주쳤다. 자매샌드위치에 고간과 젖가슴을 비비며 몸을 주무르고 있는 추태를 들킨 나는 천천히 손을 떼고 다소곳히 앞으로 손을 모았다.
약속한 듯 떨어진 우리 셋은 그저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하루나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오도록,”
그러나 하루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등을 돌리고 나갔다. 안심한 나는 가슴을 쓸며 짐을 챙기고 잠시 쉬려고했는데 콱- 내 손목을 붙잡는 에루카의 행동에 고개를 퍼뜩 들고 노려봤다.
“뭔데-”
사실 손목이 붙잡힌 순간부터 느꼈다. 날 데려가려는거구나. 열기를 담아 거부의 눈빛으로 노려봐도 에루카는 방긋 웃으며 붙잡은 손목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같이 가자! 어머님에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는거다!”
“후후, 저는 그럼 서방님의 짐을 정리하고 있어야겠네요-”
스윽 옷가지를 벗기는 손길과 함께 외투가 벗겨지며 느껴지는 시원한 해방감에 나는 결국 방을 나서는 에루카의 뒤를 따랐다. 토도도- 빠른 걸음으로 복도와 계단을 지나친 에루카는 서둘러 건물 밖으로 향했다.
“흠...”
사이좋게 뛰쳐나온 우리 둘을 빤히 바라보던 하루나는 다시 등을 돌렸다. 그제서야 에루카는 내 손목을 놓고 하루나의 앞으로 뛰쳐나가 앞장선체 길을 안내했다. 나는 괜히 뻘쭘한 심정에 거리를 벌리고 둘을 따라갔다.
“카사노라고 했나?”
침묵을 유지하며 연무장이란 곳에 향하는 와중 꽤나 부드러운 음성으로 하루나가 나를 불렀다. 깨끗하게 울리는 유리잔 같은 목소리에 나는 괜히 고이는 침을 꿀떡이고 대답했다.
“네, 하루나님.”
“아까는 미안했다. 딸의 패배에 나도 모르게 언행이 과격했다.”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하다니, 처음 보인 태도와 다른 모습에 나는 담담히 사과를 받아들였다.
“괜찮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에루카와 저는 한끗 차이였습니다.”
“그래, 아까 보니 그럴만하더군, 수컷과 동떨어진 삶을 산 둘에게 그대같은 수컷은 치명적이다.”
“네?”
“들어오자마자 방을 덮는 수컷의 향과 포악한 심성. 받아들일수 없지만 예언이 말한 이방인은 확실히 카사노 그대가 맞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설명하고 혼자 납득하는 하루나. 나는 할말이 많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뒤를 따랐다.
“저, 그런데 제가 포악하지는 않은데...”
솔직히 억울했다. 초면에 바르게 인사도 했고 별 말도 안했는데 포악하다니-
“에루카에게 듣기로는 목을 졸라 제압했다던데.”
“아.”
또 너야? 도끼눈을 뜨고 에루카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앞장서 안내하던 에루카는 움찔- 고개를 틀고 나를 보더니 눈을 꿈뻑 꿈뻑- 감고 신호를 보낸뒤 입모양으로 말했다. [미 안 해]
“당하는 사람을 생각하지않는 살기가 담긴 조르기, 들을때는 몰랐지만 확실히 그럴만 하군.”
-스윽 스윽
어느새 내옆에 달라붙은 하루나는 내 팔뚝을 쓰다듬으며 눈을 빛냈다. 거리낌없는 접촉에 당황했는데 당황은 거기서 멈추지않았다. 딱 붙은 하루나가 아주 미세하게 코를 쫑긋이며 내 냄새를 맡는걸 겨우 눈치챘다.
“흐음...”
한참을 팔뚝을 쓰다듬던 하루나는 토도돗- 뛰어가는 에루카를 보고는 다시 떨어졌다. 뛰어갔던 에루카가 돌아오고 하루나에게 숨을 몰아쉬며 전달했다.
“도착... 했습니다아... 하아...!”
“고생했다.”
마을 구석에 위치한 연무장-은 그냥 훈련장이었다. 경비들의 장비로 보이는게 구석에 잘 정리됐고 한켠에는 줄세운 허수아비와 여러 도구들이 즐비했다. 꽤 넓직한 공터를 발로 쓸며 살펴본 하루나는 다시 몸을 돌려 나를 호출했다.
“올라오도록.”
네? 나는 의아한 눈으로 하루나를 바라봤지만 하루나는 이미 공터 반대편으로 넘어가 무복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훌렁- 훌렁- 벗고나서야 깨달았는데 하루나의 속옷으로 비쳐보이던건 지구에서나 보던 스포츠브라였었다. 탄탄한 스포츠 브라가 흉폭한 젖가슴을 꽉 조이고 있었다.
“가볍게 실력을 확인해보도록 하지.”
꾸욱-꾸욱- 스트레칭하며 흉폭한 젖가슴을 짓누르는 팔뚝, 가느다란 팔과 대비되는 커다란 젖가슴, 잘록한 허리와 선명한 일자 복근은 꿈틀거리며 그 위용을 선보였다. 나는 온몸을 휘감는 긴장감과 함께 똑같이 상의를 벗고 공터 위로 올라왔다.
“호오...”
흥미어린 눈으로 내 몸을 핥듯이 바라보던 하루나는 정말 혀로 입술을 핥으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간만에 느끼는 피식자의 기분에 오싹거리는 온몸을 겨우 진정시키며 천천히 하루나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