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5.포식자를 노리는 포식자, 두 딸의 어머니 하루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밤새도록 뒹군 탓에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가 날 괴롭히는게 느껴졌다. 힘잃은 발걸음을 옮기며 계단을 내려가니 식탁에 앉은 츠루카와 하루나가 시선에 들어왔다.
“그래...”
흘깃- 빵을 입에 문체 오물거리던 하루나가 내 아침인사를 흘러넘기듯 받아넘겼다. 두 손은 빵을 꽉 쥔체 입으로 옮기고 있었지만 방황하는 눈동자는 내 시선을 피하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어젯밤의 일이 생각나는가보지? 생각외로 순진한 반응에 싱긋 웃어주며 식탁 맞은편에 자연스레 앉았다.
“계란도 구워드릴까요?”
공손히 접시에 얹은 빵을 건네는 츠루카, 흰 앞치마를 두른체 가족들을 챙기며 열심히 주방을 오가는 모습은 현모양처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상냥해보였다.
“운디네랑 에루카는?”
긴 밤의 정사가 끝난 방에서 눈을 뜬 나는 홀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퀴퀴한 정사의 흔적에 둘러쌓인체 방치된 기분은 씁쓸했지만 늦잠을 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서둘러 방에서 빠져나왔다.
“으음~ 에루카는 마을 순찰로 나갔고 운디네는 스승님한테 간다고 하던데...”
“스승님? 아아...”
운디네의 스승님이라함은 저번에 에루카와 재배지에 방문했을 때 알 수 없는 고동소리로 운디네를 불렀던 정령임이 분명했다. 츠루카에게 물어도 수호신같은 존재랄까요- 하고 정확한 대답을 피했지만 아마 오랫동안 밀림을 지켜온 고등급 정령일터.
“밀림의 스승이라... 미네르바로군.”
-우물우물
자그마한 입안에 빵을 가득 문체 입을 여는 하루나, 빵을 입가에 묻힌체 턱을 움직이던 하루나는 꿀떡 삼킨후 남은 빵을 내려놓고 조곤조곤 말했다.
“미네르바는 마수들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길잃은 미아들을 밖으로 인도해주기도 하지. 그녀가 없었으면 이곳은 마경으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자세하게 아시네요.”
츠루카가 건네준 빵을 씹으며 하루나를 바라봤다. 액면가는 어려보여도 엄연히 쌍둥이의 어머니. 연배가 있다보니 잡다한 지식이 많은 듯 했다.
“새 터전의 기반을 다질 때 큰 도움을 받았지. 선량한 마녀다.”
“마녀인가요?”
이세계에 떨어진지 5년이지만 사실 많은 종족을 보지는 못했다. 마녀도 엄연히 하나의 종족으로 취급하는 이세계에서 내가 본 이종족은 수인과 정령, 엘프뿐이었다.
“관심이 많은 모양이군.”
출렁이는 젖가슴을 식탁위에 얹고 공손히 두손을 모은 하루나가 지긋이 나를 바라봤다. 음란하다고 꾸짖는듯한 눈빛에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보니 예언이 내려졌다고 하던데...”
누가봐도 어색한 화제 전환이었지만 하루나는 잠깐 놀랐는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을 오므렸다가 천천히 벌리며 예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얘기해준다는게 잊어버렸군. 실책이다.”
“그런데 원래 말투가 그렇게 딱딱하십니까?”
가볍게 목례하며 사과하는 하루나의 딱딱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래도 자기 딸들인데 저런 말투라니,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내 질문에 하루나는 곱게 정리된 눈썹을 으쓱이고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오히려 존대가 딱딱하지않나? 오히려 이 말투가 딸아이들에게 익숙한 편일터.”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츠루카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어색한 미소로 츠루카는 붕붕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참견이었군요- 하고 사과를 건네자 쿨하게 받아넘긴 하루나는 빵가루를 입가에 묻힌체 식탁을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예언에 관해서 얘기해주자면 꽤 직관적인 예언이 내려왔다.”
직관적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거창한 예언이겠어- 별 다른 생각않고 하루나를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하루나는 눈을 살포시 감고 손을 무릎위에 올린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릇된 머리는 하늘을 섬기고 결국엔 갈라선 두 뿌리가 맞닿아 이어지게 되리라- 대륙을 좀먹는 재앙에 맞서며 그 선두에 서리라-]
-탁 탁
예언을 읊은 하루나는 조용히 눈을 뜨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식탁을 두들겼다. 일정한 박자의 두들기는 소리가 멎는 순간 다시 하루나의 입이 벌어지며 해석을 읊조렸다.
“결국 갈라진 마을이 합쳐지고 대륙에 벌어질 전쟁의 선두로 나선다는 내용이지. 그래서 조만간 우리 마을에 있는 주민들을 모두 부를 예정이다.”
“꽤 오래걸리겠네요.”
지금 마을에 있는 인원만큼 들어온다면 시간이 꽤 걸릴텐데, 의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자 하루나는 예상했다는 듯 준비한 답변을 말했다.
“일단 순차적으로 적응이 필요한 인원들부터 부를 예정이다.”
“적응이요?”
“갈라선 후 마을에서 성장하거나 태어난 아이들을 데려올 예정이지. 같은 마을 인원이 될거란걸 알려주면서 괜한 분쟁 일으키지 않게 주의할 요량이다.”
“고생하시겠네요.”
“그렇겠지, 일단 차기 족장과 호위 전사들을 데려올 생각이니 카사노 그대와 같이 훈련도 받겠군.”
“차기 족장 말입니까?”
하루나가 족장이 아니었다니. 생각도 못한 사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하루나는 아주 미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가렸다.
“놀랐나보군, 나는 마을의 제사장과 조언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이제 통합이 된다면 츠루카에게 물려줄 생각이지만...”
흘깃- 계란을 구우며 콧노래를 부르는 츠루카를 바라본 하루나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접시에 놓인 빵을 뒤적거렸다. 후회와 미안함, 사랑이 담긴 하루나의 눈은 어미와 직책 사이를 저울질하는 고뇌가 느껴졌다.
“처음 외부인에게 족장직을 넘겨줬다고 말했을때는 탐탁지않았지만, 그대를 만나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보다 더 별로입니까?”
“하하, 저렇게 행복한 미소로 지내는 츠루카는 정말 오랜만이다.”
“어머님...”
주방에서 나온 츠루카가 식탁위에 요리들을 얹으며 슬픈 눈으로 하루나를 바라봤다. 바보같을 정도로 착한 츠루카는 예언을 신봉하고 자기와 에루카를 버리고 간 어머니를 원망한적이 단 한번도 없는 듯한 태도였다.
“너와 에루카한텐 정말 몹쓸짓을 했구나. 이제와서 어미대접을 받으려는건 아니지만, 이말을 하고 싶었다.”
-드르륵
“괜찮아요 어머님, 힘든 일도 많았고 슬픈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답니다.”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츠루카는 슬쩍 내 옆으로 다가와 톡- 어깨를 기대왔다. 팔 너머로 전해지는 츠루카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하루나를 바라봤다.
“그런가...”
안심하는듯하면서도 경계하는 눈빛, 아마도 어제 네명이서 뒹구는걸 보고는 경계심이 올라간 듯 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저는 무해합니다- 하고 주장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미 늦었지만 다시 사과하마. 예언을 믿고 떠난 주제에 예언을 듣고 돌아오다니.”
자리에서 일어난 하루나는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내게 기댄 츠루카를 바라보며 연신 사과해왔다. 처음엔 예언만 믿고 딸들을 방치하고 떠나다니 뭐하는 사람인가 했지만 저렇게 후회하며 사과하는걸 보니 그래도 가족으로서의 사랑은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보다는 에루카가 더 많이 울었는걸요.”
검지손가락을 턱에 얹은체 짓궂은 미소를 지은 츠루카는 지금은 자리에 없는 에루카 얘기를 하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 에루카가 펑펑 우는걸 상상하니 뭔가 귀여웠다.
“그 아이는 예전부터 어리광을 많이 부렸지... 나중에 한번 더 사과해야겠군.”
-터벅터벅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는지 문쪽으로 발걸음을 돌린 하루나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문 밖으로 발을 내밀기 전 뒤를 돌아본 하루나는 쭈뼛쭈뼛 츠루카에게 말했다.
“밥 맛있게 먹었다. 주민들을 데리고 돌아오도록 하마.”
“조심히 다녀오세요 어머님.”
-끼이익
적절하게 식사를 끝마친 나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문을 바라보는 츠루카에게 넌지시 되물었다.
“정말 원망 안해? 결국 이러니 저러니해도 예언 때문에 돌아왔는데.”
“그래도 사과는 하셨으니까요, 예전의 어머님이라면 저런 모습 상상도 못했을텐데...”
나는 처음 츠루카의 집무실에서 만난 하루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보다 무뚝뚝한 옛날이라니 얼마나 냉혈한이었으면 저런 소리가 나오는걸까. 나는 텅 빈 식기들을 겹치고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아까 들은 예언이 직관적이라던데 난 이해가 안가네.”
조용히 식기를 치우며 식탁을 깨끗하게 마무리 한 후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츠루카에게 궁금했던걸 물었다. 내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린 츠루카는 곰곰이 생각하다 자신의 생각을 말해줬다.
“그릇된 머리는 아마 다른 마을의 족장 얘기일꺼에요. 하늘에게 숙인다는건 제대로 된 족장에게 굴복한다는 뜻일테고요.”
“츠루카의 예언에서 내가 하늘이라고 하지 않았나?”
“보통 하늘이란게 지배자를 뜻하니... 그런데 어머님의 생각은 다를수도 있사옵니다.”
-후루룩
온기가 남은 차를 한모금 들이킨 츠루카는 몸을 적시는 온기를 만끽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게 말했다.
“어머님은 저희를 그릇된 머리라고 생각하고 결투나 승부를 걸수도 있사옵니다.”
“하루나랑 또 싸워야한다는거네.”
“그렇죠, 예언대로 서방님이 어머님을 섬기게하고 마을을 통합해 전란에 대비한다- 이게 어머님의 생각일테죠.”
삐뚜름하게 입꼬리를 움직인 츠루카는 넘실거리는 차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아직 마음의 앙금이 조금은 남아있는 모습에 나는 조금 남아있던 찝찝함을 내던지고 말했다.
“그럼 내가 하루나를 굴복시키면 되는거네.”
“서방님을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어머님은 힘드실수도...”
말꼬리를 흐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츠루카, 나도 어제 그렇게 발려놓고 뻔뻔하게 이길수있다는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굴복시키라했지 이기라고는 안했잖아.”
“그런... 설마...?”
에루카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됐는지 서막을 들었던 츠루카는 그때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츠루카를 마주보며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을 버려놓고 떠난 주제에 예언을 듣고 냉큼 돌아오는게 좀 보기싫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리 없다고 맹신하는 그런 부류, 예언만을 믿고 행동하는 하루나의 행동은 내가 제일 싫어하던 그사람의 행동거지와 정말 동일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는 몰라도 그런 면만큼은 참고 넘기기 힘든 나는 츠루카와 에루카의 복수도 겸해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마을이랑 호르미아도 교역하기로 했는데, 족장이 바뀌면 흐지부지 될수도 있잖아?”
이방인이 족장이 될수도 있다는 예언에 마을을 버리고 나간 사람들이다. 그전엔 교역을 하긴 했다고 하지만 다시 돌아온뒤 바뀐 마음에 나몰라라 한다면 교역만을 기다리고 내게 전부를 건네준 시에라는 뭐가 되겠는가.
“후훗, 언제나처럼 서방님을 도와드리겠사옵니다.”
이런저런 변명을 덧붙이며 말하는 나와의 대화에 미소지은 츠루카는 텅빈 찻잔을 식탁위에 내리며 조용히 미소지었다. 꿰뚫는 듯한 시선에 애써 고개를 돌리며 앞에 놓인 찻잔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래도 어머님을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그게 관건이군요.”
“다 방법이 있지.”
어젯밤 네명이서 벌인 열락의 밤을 바라보며 암컷의 눈을 하던 하루나를 떠올리며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을 키우는게 먼저였다. 하루나와의 싸움을 대비해 에루카와 대련을 하기로 한 나는 츠루카의 배웅을 뒤로하고 에루카를 찾으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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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과 한번 더 싸우겠다고?”
부하들을 부리며 땀을 뻘뻘 흘린 에루카가 경악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니가? 하는 듯한 눈빛에 나는 피어오르는 심통을 가라앉히며 퉁명스레 말했다.
“싸울 수밖에 없다니까.”
“강경파의 족장 대리인 어머님과 온건파 족장인 너가 승부를 벌인다고 해도, 정답은 이미 나온거나 마찬가지다.”
에루카는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어줍잖게 내 편을 들지않고 냉정하게 우위를 판단한 에루카는 침음을 흘리며 나를 흘겨봤다.
“그렇다고 얌전히 져주는건 당신 성미에 안맞겠지. 어머님과의 싸움을 대비해 나와 대련하겠다 이건가?”
“내가 자기를 이겨먹으면 얌전히 받아들일거 아니야, 그렇게 예언을 맹신하는 사람인데.”
“그건 맞지만... 지금으로선 당신의 힘으로 어머님을 이기는건 절대 불가능하다.”
“절대가 어디있어?”
“어제 어머님은 마나도 두르지않고 당신을 압도했지,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지만 가지고 있는 마나의 양부터 차원이 다르다.”
슥 손을 뻗어 내 배에 손을 얹은 에루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는 몸 안에 돌고있는 마나를 움직여 에루카가 느낄수 있도록 도왔다.
“단순한 몸싸움은 당신이 허를 찌를수도 있지만 마나를 이용한 승부를 벌인다면 한순간에 결판이 날게 분명하다.”
내심 5년만에 이정도 실력이면 충분한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신랄하게 평가내리는 에루카의 표정은 정말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발끝으로 땅을 긁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고 얌전히 마을을 건네주기엔 배알이 꼴리잖아.”
예언을 믿고 냉큼 마을을 떠나고 또 그 예언으로 다시 돌아오는 뻔뻔한 모습은 내가 직접 겪은 피해자가 아님에도 참을수 없었다.
“그건... 후우...”
답답하기는 에루카도 마찬가지였는지 슬픈 미소를 띄운체 나를 바라보던 에루카는 나와 똑같이 땅을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싸움말고 다른 자신있는건 안되나?”
“당신이 잘하는걸로 승부를 보는것도 나쁘진 않지.”
경직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나는 준비한 농담을 꺼내며 슬쩍 에루카의 탄탄한 허리에 팔을 감았다.
“섹스승부라던가. 응?”
“그읏...!”
-뻑!
“크윽...!”
순식간에 옆구리를 가격하는 에루카의 주먹, 시뻘겋게 얼굴을 물들인 에루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나를 꾸짖었다.
“파렴치하기는...! 농담이어도 남의 어머님을 상대로 그런...!”
하루나를 존경하는 에루카이기에 받아 넘길수 없는 농담이었나보다, 나는 생각보다 큰 적개심에 에루카의 턱을 쓰다듬으며 그냥 농담이라고 말하며 그녀를 달랬다.
“흥...”
농담이라곤 했지만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에루카를 보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내 밑에 깔린체 울부짖는 하루나를 보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아...! 아니면 운디네의 스승님한테 가보는건?”
“그 미네르바라는 마녀?”
고개를 끄덕인 에루카는 마녀에 대해 설명하며 하루나가 설명했던 미네르바의 행적을 토씨도 틀리지않고 똑같이 말했다.
“...그래서 마녀인 그녀에게 마나를 다루는데 도움을 청하는거지.”
“좋은데?”
밀림을 돌아다니는 운디네를 불러 상냥하게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거나, 밀림에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는걸 보면 친절한 마녀임이 틀림없었다. 도움을 구하고 그만큼 보답을 하면 충분하겠지. 꽤나 막막하던 앞길에 불빛이 들어와 길이 보이자 자연스레 기분도 들떴다.
“우읏?!”
당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에루카를 꽉 끌어안고 뺨에 쪽- 뽀뽀해줬다. 당황해서 이리저리 팔을 꿈틀거리던 에루카는 결국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정마아알...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러면서 끌어안기는.”
“그건, 당신이 무안할까봐...!”
칭얼거리는 에루카의 등을 토닥이며 끊임없이 칭찬했다. 무지성 칭찬을 듣고 들뜬 에루카는 연신 헤헤- 웃으며 내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냄새를 맡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 이만 교대할 시간이다.”
서로 끌어안은체 시간을 보내다보니 에루카가 근무 설 시간이 되어 그녀를 놔줬다. 나는 에루카가 가르쳐준 미네르바가 사는 장소를 체크하고 같이 목책 입구로 걸어갔다.
“잊지마라, 쭉 가다 주황색 꽃이 핀 나무에서 오른쪽으로 틀어야한다.”
“애도 아니고, 알았어.”
“괜히 걱정되는군.”
아이를 심부름 보내는 엄마의 눈빛으로 흘겨본 에루카는 결국 내 등을 떠밀며 나를 보냈다. 나는 온몸을 쬐는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미네르바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