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5.포식자를 노리는 포식자, 두 딸의 어머니 하루나
“서방님, 요즘 바쁘신것같은데...”
하루나와의 결투가 하루 남은 아침.
매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하루나와 뒹군 탓에 피곤했던 나는 저녁마다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 골아떨어지듯 잠들었었다. 여느때와 같이 식사하라고 찾아온 츠루카의 손길에 이끌려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걸터앉은체 잠에서 깨려고 머리를 뒤흔들다 주저하는 목소리로 묻는 츠루카의 질문에 웃으며 말했다.
“그렇네, 하루나랑 싸우려면 배울게 많으니까-”
“후훗, 너무 무리하지 마시옵소서...”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포옥- 안겨오는 츠루카, 인형처럼 푹신한 츠루카의 꼬리와 함께 그녀를 끌어안은 나는 따뜻한 햇살 향기를 맡으며 츠루카에게 말했다.
“다 너희를 위해선데 뭘.”
“그래도 뒤처리는 깔끔하게 하셔야지요?”
여전히 달콤한 목소리였지만 알게모르게 날카롭게 툭- 날아온 말의 비수.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여기서 숙이고 나가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 당당한 목소리로 츠루카에게 대답했다.
“많이 더러웠어?”
“으음... 누가 먼저인진 모르지만, 그렇게 온 집안에 냄새나 흔적을 흩뿌리고 다니면 모를수 없사옵니다.”
제가 다 치워서 에루카는 모르지만- 하고 사족을 덧붙이는 츠루카. 나는 당당한 얼굴로 츠루카와 눈을 마주친체 말했다.
“츠루카의 엄마라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어보이더라고.”
“후우...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 어머님도 얄궃으시네요. 결국 돌아와서는 카사노님마저 뺏으려고하다니...”
고운 손을 얼굴에 포갠체 고개를 기울이며 고민하는 츠루카, 태연해보이지만 옆에서 쭉 츠루카를 지켜본 나는 지금 꽤 심기가 불편하단걸 알수있었다.
-쪼옥 쪽 쪽
“흐흣, 간지럽사옵니다...”
“화풀어, 결투할 때 좀 수월할까 싶어서 미리 손댄거야, 츠루카도 사실 내가 손댈꺼 알았잖아?”
“알았지만... 후훗♡ 알았으니까 그만하시지요. 정말 괜찮습니다.”
쪽쪽 츠루카의 볼과 목덜미에 키스하며 가벼운 키스마크를 남겨주니 간지럽다며 꺄르륵 넘어간 츠루카는 결국 한숨과 함께 나를 용서한다는 듯 내 코와 이마에 짧게 입맞추고 달라붙었다.
“...저희보다 어머님이 더 좋아지신건 아니죠...?”
품에 달라붙은체 조용히 뜸들이던 츠루카가 입을 달싹이며 물었다. 버리지말아달라는 애처로운 구조신호같아 나는 츠루카를 끌어안은체 침대에 다시 누우며 말했다.
“그럴일은 없어. 응? 내가 그렇게 가벼워보여?”
사실 그렇게 무겁지도 않지만 츠루카를 안심시키기위해 짓궂게 웃으며 말했지만 츠루카는 웃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며 그저 지긋이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지금도 서방님한테 다른 여자들이 있다는것도 알고, 앞으로도 생길거란걸 알아요. 그래도... 그래도 저희는 기억해주세요.”
마치 어딜 떠날 사람을 배웅하듯 대하는 태도에 나는 조금 소름돋았다. 이대로 무난하게 결투에서 이기면 하루나와 츠루카를 대리로 세우고 잠시 떠날 생각이었는데 저렇게 말하니 공포감이 드는건 어쩔수없었다.
-꽈아악
강하게 옷깃을 붙드는 츠루카의 손길. 오랫동안 마을을 동생과 지키며 애정과 동떨어진 삶을 보낸 츠루카는 겨우 맛본 행복을 놓치기 싫다는 듯 날 붙잡고 늘어졌다. 너무 내 생각만 했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읽기 쉬웠나 생각이 들어 츠루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너희가 없었으면 힘들었을거야.”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달라붙는 츠루카의 온기를 느끼며 침대에 뒹굴거린 나는 쪽-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대며 장난쳤다. 장난스레 말했지만 그래도 진심이었다. 용병단을 구르며 개같이 산지 5년째 운디네를 만나 운이 트인 듯 했고, 좆같은 의뢰였지만 츠루카와 에루카가 아니었다면 이런 만남들도 없었을거다.
“서방님...”
요즘따라 자주 집을 비우는 츠루카에 맞춰 하루나와 시간을 보냈을뿐인데 츠루카에게 이런 고민이 있는줄은 몰랐다. 짧은 반성을 하며 품안의 츠루카에게 약속했다.
“잠깐 떠나는 일이 있어도 돌아올테니까 기다려줘. 알았지?”
“네에... 사랑해요 서방님...”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 하루나는 내 가슴팍에 따듯한 물방울을 비비며 고개를 파묻었다. 우리 둘은 그렇게 한참을 끌어안고 있다가 왜 안내려오냐는 에루카의 호통에 그제서야 떨어졌다.
-터벅 터벅
“나참, 언니를 붙잡고 아침부터 뭐하는짓인지...!”
에루카는 깨우러 온 츠루카를 내가 붙잡아 못내려가게 막았다는 변명을 철썩같이 믿고 나를 꾸짖었다.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는 츠루카에게 손을 저으며 사과를 막은 나는 이내 한번 더 에루카에게 꾸중을 들었다.
“듣고있는건가! 운디네도 어머님도 밑에서 당신만 기다리는데...!”
“에루카 미안해, 응?”
-꼬옥
“으긋!”
툴툴거리며 눈을 감은체 꾸짖는 에루카를 뒤에서 끌어안고 슬쩍 목덜미에 키스했다. 쪼옥- 짧은 키스와 함께 얼굴을 붉게 물들인 에루카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잔소리를 멈췄다.
“정말이지, 당장 내일이 결투인데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모습을 보니...”
“잔소리 그만하면 안돼?”
“잔소리가 아니라...!”
-쪼옥 쪽 쪽
“흐읏♡”
애교부리듯 에루카의 목덜미에 한차례 더 키스하니 부르르- 떨던 에루카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돌아본뒤 츠루카의 눈치를 살폈다가 내게 달려들었다.
-츄웁
“츄우...♡ 흥, 언니랑 나를 내버려둔 주제에 이제와서...”
“바빠서 그런거 알면서 응?”
츠루카와 달리 눈치없는 에루카는 자기를 상대 안해준게 순전히 결투 준비에 바빠서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순진한 주제에 질투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귀여워 한번 더 입맞춰준뒤 에루카에게서 떨어졌다.
“흣...”
아쉬운 듯 나를 흘겨보는 에루카를 뒤로하고 1층으로 내려온 나는 문을 열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넓은 원형 식탁과 함께 차려져있는 따뜻한 음식들, 이미 자리잡고 묻혀가며 먹고있는 운디네와 깨작깨작 오물거리는 하루나가 한창 식사중이었다.
[왔구나 카사노!]
운디네도 나와 많이 떨어져있어 섭섭할법도 한데 미네르바에게 나를 위해 여러 가지를 배운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수행중이었다. 빵조각을 묻혀가며 맛보고 있는 운디네의 뺨을 닦아주며 옆에 앉은 나는 하루나에게 목례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막혔던 둑이 터진 이후로 정욕에 불이 붙은 하루나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장 내일이 결투임에도 보지가 욱씬 거리는지 티나게 허벅지를 비비며 달뜬 숨을 내뱉으며 나를 바라보는 하루나였다.
이제 더 이상 딸들의 눈치를 볼 생각조차 없는지 옆에서 달뜬 신음을 조금씩 흘리며 유혹하듯 바라보는 하루나를 애써 무시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스승님이 그러던데 내일 카사노랑 하루나님이랑 싸운다며-?]
아무 변화도 없는 부드러운 배를 통통 두들기며 의자에 눕듯이 앉은 운디네가 눈을 밝게 빛내며 물었다. 그 질문에 웃는 낯으로 식사하던 츠루카와 묵묵히 식사하며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던 에루카가 고개를 돌리며 우리를 바라봤다.
“음, 그렇지.”
자신에게 이목이 쏠린걸 눈치챈 하루나가 식사하는척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운디네의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
“내일 보러올거지?”
[카사너가 하능데 가야지-]
“후훗, 축제 전날처럼 설레옵니다.”
“...”
축제같다는 츠루카의 말에 설레여하는 운디네와 다르게 아까부터 조용히 있는 에루카, 그녀는 집은 빵을 오물오물 씹으며 접시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에루카의 침묵에 츠루카는 신경쓰였는지 슬쩍 에루카에게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왜그러니 에루카.”
“그... 둘다 응원할수 없으니 괜히 심란해서...”
내일 있을 결투의 응원을 존경하던 어머니인지 나인지 저울질을 하다 쉽사리 고를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따먹었는데도 어머니랑 저울질을 한다는데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츠루카의 말로는 정말 좋아했었다고 하니까...
에루카의 고민에 츠루카는 살풋 웃으며 에루카에게 살짝 다가갔다. 갑작스런 언니의 접근에 에루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바라봤지만 츠루카는 그저 살짝 에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냥 좋을데로 하면 되지. 내일 결투로 누가 죽는다거나 없어지는것도 아닌데. 응?”
“언니...”
“츠루카의 말이 맞다. 네 마음이 가는데로 응원하렴.”
식사를 마친 하루나가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에루카에게 조언했다. 상냥한 어머니의 미소로 에루카를 바라보는 하루나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응원안해줘도 되니까.”
“뭐냐... 내 응원은 기대도 안한다는거냐...?”
살짝 도끼눈을 만들며 노려보는 에루카, 상냥하게 말해줄수도 있었지만 괴롭히고 싶어 어깨를 으쓱이며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 살포시 붙은체 바라보는 두 자매에게 미소지으며 나는 식당에서 빠져나왔다.
“그냥 지켜보면 되지. 미네르바님한테 다녀올게.”
“서방님 부디 잘다녀오세요 후훗.”
“자,잠시만! 같이가자!”
-드르륵
한입 남은 빵을 허겁지겁 집어삼킨 에루카가 빵빵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하루나도 내 뒤를 따르는 에루카의 움직임에 결국 고개를 돌리며 식사에 집중했다. 에루카가 아니었다면 또 마을 밖에서 한발 뽑힐뻔했다.
“배웅하도록 하지.”
“부하들하고 교대해야 하는거 아니야?”
“오늘하고 내일은 쉬기로 했다. 그... 아무래도 필요하니까...”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인체 따라오는 에루카, 뭐가 필요하다는건지 몰랐지만 수줍어하는걸 보니 견적은 나왔다.
“하루나말고 날 응원할거야?”
“필요없다고 하지않았나?”
찌릿- 노려보는 에루카를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짓고 살짝 팔을 벌렸다. 주변을 살핀 에루카는 아무도 없다는걸 확인하고 그대로 내 품에 꼭 안기며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어머님은 강하다.”
“2주동안 박터지게 맞았는데 잘 알지.”
사실 맞기도 맞고 먹히기도 먹혔지만- 잡생각을 집어 삼키며 에루카의 등을 토닥여주자 에루카가 촉촉한 눈망울로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
“사랑한다 카사노. 무슨일이 있더라도 나와 언니는 이제 네편이다.”
“갑자기 왜그래.”
“내일 있을 결투, 싫든 좋든 마을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승부다. 당신이 이겨도 들고 일어서는 주민이 있을테고 져도 당신을 내쫓자는 주민이 있을수 있지.”
“흠...”
만약 그런일이 생긴다면 요 2주간 하루나와 단련을 할때마다 아니꼬운 눈으로 보던 차기 족장이란 놈과 그 부하들이 제일 의심스럽긴 했다.
“그런일이 생긴다면 나와 언니는 당신편이니까... 하고 싶은데로 해라.”
“그럼 진지하게 하나 물어봐도 되나?”
사뭇 진지하게 정색하며 고백하듯 말하는 에루카의 태도에 살짝 떠보고싶어서 미끼를 던졌다.
“물어봐라.”
“내가 하루나랑 하고싶다고해도 너랑 츠루카는 나를 도와줄거야?”
손가락 끝을 세워 에루카의 등을 긁으며 물었다. 쓰레기같은 질문이지만 지금 아니면 떠보기 힘들거같아 물었는데 에루카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에루카는 살풋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그... 어머님이 당신을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카사노 당신 뜻이 그렇다면 따를거다.”
“전에는 농담으로도 그런거 싫다고 했잖아.”
“... 훌쩍 떠날거만 같아서.”
-꽈악
허리에 감긴 팔에 힘이 잔뜩 들어왔다. 놓치기 싫다는 듯 날아가는 연을 붙잡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허리를 옥죄는 에루카의 손길에 나는 미소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매가 생각이 비슷하네.”
“...전에도 금방 온다해놓고 10일이 지나도록 안왔으니까...”
시에라와 계약을 했을 때 얘기를 꺼내면 할말이 없었다. 나는 내가 져줄때란걸 느껴 에루카의 등을 톡톡 두들기며 사과하고 쪽- 키스해줬다.
“만약 떠난다해도 무조건 돌아올테니까. 응?”
“...내일 결투 온힘을 다해라. 나는 이만 가보겠다!”
푹 익은 토마토같은 얼굴을 흔들며 멀리 뛰어가는 에루카, 저렇게 부끄럼이 많은 여자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생각보다 무거워진 내 존재감에 만족스러웠다. 멀어져가는 에루카를 끝까지 지켜본 나는 미네르바와의 마지막 교육을 위해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밀림으로 향했다.
-짹짹짹
이른 아침 밀림을 날아다니는 새소리를 음악삼아 걸으니 멀리서 팔짱을 낀체 봉긋한 가슴을 모은 미네르바가 달콤해보이는 피부를 자랑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군요오.”
나른한 미소로 나를 환영한 미네르바는 가볍게 손을 뻗었다. 나는 뻗어온 미네르바의 손을 잡고 몸을 맡겼고 이내 우리 둘의 몸이 점점 하늘로 떠올랐다.
“오늘이 마지막이네요오. 자신있으신가요오.”
미네르바에게 배운 마나 연공법이나 응용도 거의 다 끝난 지금 마지막 한발만이 남았다. 바로 검이나 주먹에 마나를 두르는 마지막 단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기술이나 체술도 다 배웠고, 오늘 검기만 씌우면 완벽합니다.”
“자신감 넘치는게 보기좋네요오. 내일 보기 좋게 이겨야 저도 투자한 보람이 있답니다아.”
“보답을 하고싶은데 제가 도울게 있습니까?”
“저도 바라는게 있기 때문에- 자세한건 모두 끝나고 제게 찾아와주시면 고맙겠네요오.”
역시 이유없는 호의는 없다. 그럼에도 여태 지켜본 미네르바라는 마녀는 선의가 똘똘 뭉친 마녀 그 자체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제발 어려운거만 아니길 빌며 미네르바의 손에 잡힌체 그녀의 집으로 날아간 나는 내일의 걱정을 억지로 잊으며 미네르바의 몸매를 핥듯이 바라봤다.
“변태애-”
들켰나?
**
-화아아악!
“와아- 정말 성공할줄은 몰랐네요오-”
짝짝짝짝
나른한 미소로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미네르바, 늘어지는 말투와 다르게 그녀의 두 붉은 눈동자에는 정말 기쁨이 담겨있었다.
-후웅!
이내 주먹에서 사라지는 권기. 등과 바지가 땀으로 흠뻑 젖은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미네르바가 항상 주던 물통을 건네주며 나를 이끌고 그늘로 데려가 앉혔다.
-꿀꺽꿀꺽꿀꺽
“쭈우우욱- 후훗, 고생했어요오. 그정도면 하루나씨를 이길수 있겠나요오?”
“후우... 반반이라고 봅니다.”
사실 하루나의 본래 실력으론 나는 상대도 안된다. 내가 반반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녀의 빈틈을 헤집고 이기냐 지냐이기 때문에 반반이라고 칭하는거였다.
“자신감 뭐야-네요오. 후훗. 내일 몰래 구경하러 가야겠는걸요오?”
“미네르바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흐음... 솔직히 짐작이 안가네요오. 정말 제대로된 싸움이라면 하루나씨가 이기겠지마안...”
-킁킁
갈색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은 미네르바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이런 변태상대로는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네요오...”
“하하...”
매일 오기전에 하루나의 애액을 잔뜩 묻히고 온탓에 미네르바는 이미 눈치챈 듯 했다. 사실 에루카가 모르는게 이상할정도로 흔적이 많이 남았다고 하니 딱히 부정할 생각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표본으로서는 좋은 사람이지만- 걱정이네요오-”
“제가 표본입니까?”
“앗- 나중에 말씀드릴테니까아- 오늘은 이만 가세요오.”
읏차- 하고 그늘에서 일어난 미네르바가 작은 두루마리를 건네줬다.
“오늘은 저도 바쁘고 디네도 바쁘니까. 비싼 주문서랍니다아-”
주문서는 마을의 연무장으로 향하는 공간이동 주문서였다. 화들짝 놀란 나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이건 너무 귀한거 아닙니까?”
공간이동 주문서는 정말 귀했다. 애초에 공간 관련 마법사들이 드물었고 그들이 아티팩트나 주문서로 마법을 남기는건 더 어려웠기에 공간 관련 마법들은 정말 귀했다. 예전 용병단에도 공간마법을 다루는 마법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사람은 정말 받아가는것도 챙겨가는것도 무지막지하게 많았었다.
“어쩔수없어요오- 연구 때문에 바쁘니까아-”
그럼 가볼게요오- 하고 인사하는 미네르바의 뒷모습을 바라본 나는 침을 삼키며 주문서를 들고 찣었다. 딱 한번 겪어본적 있는 일렁이는 느낌과 흔들리는 정신. 눈을 감았다 뜬 순간 익숙한 풍경이 눈에 잡혔다.
“큭? 네놈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연무장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앞에 있는 누군가와 부딪혔었다. 누군가 했더니 차기 족장이라던 애새끼였다. 나는 무시하며 지나쳤지만 놈이 내 어깨를 붙잡고 잡아당기며 나를 불렀다.
“이새끼- 무시하는것도 정도가 있지?”
“또 쥐어터질려고 부르는건가?”
이를 드러내며 웃어주자 놈은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고양이가 하악질하는 듯한 태도에 나는 어깨를 쥔 손을 으스러뜨릴 듯이 움켜쥐고 떼낸뒤 땅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하루나님이 봐준다고 기어오르는 모양인데, 좋게 말할 때 꺼져라.”
“이새끼가 내가 할말을...! 하루나님 믿고 까부는 꼴이 같잖은데, 내일 마을에서 쫓겨날 준비나 해라!”
이를 드러내며 비웃듯이 저주를 내리는 놈. 어지간히 약해서 하루나를 대타로 내세운 주제에 모가지가 너무 뻣뻣해 치가 떨려 대충 손을 휘저으며 지나쳤지만 놈은 끝까지 달라붙었다.
“하루나님은 네깟 인간이 비빌분이 아니다! 더 이상 알짱거리지 마라...!”
“내가 네 말을 왜 따라야하는데? 네가 뭐 되냐?”
“하, 분수도 모르는거 같으니 말해주지. 나는 테브라마을의 차기 족장인 몸. 네놈이 물러나면 하루나님의 후계자로 나서는것도 나란 말이다.”
“너같은 좆밥이 족장이라니, 마을도 망하겠네 응?”
일부러 삐딱하게 굴며 놈을 도발하니 낯빛을 빨갛게 물들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다가왔지만 이내 가라앉히면서 내게 조금씩 떨어졌다.
“까부는것도 지금뿐이다...!”
“어린놈의 새끼가 말버릇하고는, 어른인척 굴지말고 좋게말할 때 가라. 응?”
나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은 놈이 까불며 대드는게 귀여워서 봐줬다. 놈을 조롱하며 몸을 돌리고 연무장으로 향하니 놈은 끝까지 나를 지켜보며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