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5.5 달콤한 재회를 꿈꾸던 도시 속 외로운 부인 레이첼 (77/395)



〈 77화 〉5.5 달콤한 재회를 꿈꾸던 도시 속 외로운 부인 레이첼

어지러운 정신을 붙들며 눈을 꾹 감았다 뜨니 익숙한 호르미아의 풍경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넝마같은 옷을 걸친 현상금 사냥꾼들과 밀림을 오가는 사냥꾼들, 간만에 제대로 된 채집을 마쳤는지 약초 더미를 이고 지나가는 채집꾼들의 인파까지.

“시간이...”

광장에 놓여있는 거대한 시계탑을 바라보니 금속 시계추가 정확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기억을 되짚어 시에라의 상단 지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난 보름간 시에라와 몸을 섞으며 몇  가본적 있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터벅터벅터벅

용병 나부랭이들과 툭툭 어깨를 부딪히며 나아가길 몇십분, 고풍스러운 목재 건물이 자리잡은 구역까지 쉽게 찾아왔다. 웬만한 상단의 지부는 다 자리잡고 있는 구역이라 제법 잘사는 모양인지 주변에 돌아다니는 주민들의 옷차림은 매우 고급져보였다.

내가 찾아야하는건 시에라의 상단이였다. 아마 이름이 로필라였나- 두루뭉술 떠오르는 이름에 상단들의 구역배치도를 살피며 비슷한 이름을 찾다 중앙 근처에 로필라 상단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현위치에서 바로 오른쪽 블록. 위치까지 확인한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로필라상단 지부로 향했다.

-터벅 터벅

배치도대로 따라가니 고풍스러운 하얀 백마가 그려진 간판과 함께 이세계의 언어로 로필라 상단 호르미아 지부라고 적혀져 있었다. 옷차림을 짧게 확인한 나는 그대로 딸랑거리는 문을 열고 지부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

“어서오십시오. 로필라 상단엔 무슨일로 방문하셨습니까?”

 달라붙는 갈색 유니폼을 착용한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짧은 목례로 받아친 나는 용건을 말했다.

“시에라님을 뵈러 왔습니다.”

“실례지만 상단주님과는 만나기로 하신 일정이 없으면 만나실수 없습니다. 오늘 상단주님의 일정은 정해져있지 않습니다만... 혹시 일정을 잡으시러?”

정중하게 거절한뒤 내 의사를 묻는 아가씨의 처사에 나는 시에라가 교육한 직원답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은 나는 쪽지를 건네며 덧붙여 말했다.

“카사노가 왔다고 말하면서 이 쪽지를 보여주면 될겁니다. 약속은 잡았지만 날짜를 정한게 아니라서요.”

“흠...”

접수대 아가씨의 눈이 한순간 일렁였다가 가라앉았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의심하는  했지만 이내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상단주님께 전해드리고 오겠습니다. 인사  총총 2층으로 올라갔다.

접수원도 없겠다 텅빈 로비를 둘러본 나는 생각보다 넓은 지부의 형태에 놀랐다. 시에라의 수완인건지 물려받은게 큰건지 알수는 없었지만 시에라의 지분도 어느 정도는 있을거라 믿었다.

-또각 또각

머릿속으로 당분간의 일정을 떠올리며 정리하던 와중 또각이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미소를 띄운 접수원 아가씨가 계단을 내려오며 내게 밝은 미소를 건네며 말했다.

“상단주님께서 올라오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끝까지 정중한 대응에 나도 꾸벅 고개를 숙인뒤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단한 목재 계단을 한칸씩 밟으며 시에라에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지만 그냥 나답게 가자- 생각하고 똑똑- 광이 나는 나무 문을 두들겼다.

[들어오세요~]

흐응- 콧소리와 함께 기분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미소를 한껏 머금으며 문을 열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섰다.

“꽤 오랜만이네요, 숙녀를 기다리게 하다니 그 대가는 준비되있겠죠?”

“그럼요.”

거창한 환영인사와 함께 앙큼한 미소를 띄운 시에라는 책상에 팔을 걸친 체로 혀를 낼름 내밀었다. 슬쩍 바라보니 깍지 낀 손가락에 턱을 받친 시에라는 윤기나는 갈색 머리칼을 찰랑이며 고개짓으로 나를 부르기에 거침없이 시에라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좋은 소식은 있는거겠죠?”

“당연한 말씀을.”

깍지낀 손을 풀고 팔을 벌리는 시에라를 그대로 품에 안은 나는 한팔로 허리를 받치고 의자에서 일으켜 내게 기대게 만들고 쪽- 목덜미에 키스했다.

“흐흣, 뭐야아- 간지럽게, 실패했죠? 말 돌릴려고 그러는거죠?”

흘깃- 새초롬한 갈색 눈동자가  얼굴을 흝었다. 나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고 마을의 소식을 시에라에게 전했다.

“결국 족장이 됐어요, 교역은 이제 내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서류만 준비해줘요.”

“정말요? 와아- 인간이 수인족 마을의 족장이라니, 말이 안되네요.”

별똥별처럼 눈을 빛내는 시에라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두근두근-  심장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애교부리는 시에라의 모습에 슬쩍 마음속에 품고 있던 제안을 던졌다.

“그래서 마을에 내가 아는 사람을 데려와서 여관이나 식당같은걸 맡길 생각인데 도와줄수 있어요?”

“여관요? 아아- 당신 아예 밀림의 유통지로 마을을 바꿀 생각이군요?”

-끄덕

시에라의 말대로 히네라 마을을 아예 밀림의 베이스 캠프로 만들 생각이었다. 호르미아를 중심으로 몽환의 밀림을 탐사하는 채집꾼이나 사냥꾼들이 많지만 그들은 중간 지점이 없어 항상 호르미아로 되돌아왔었다.

“어차피 이번에 마을 두 개가 합쳐져서 치안 유지도 쉽고 남는 건물도 있으니 어떨까 싶어요.”

“흐응... 나쁘진 않네요. 어차피 저희 상단도 밀림의 생산품이나 진귀한 물건을 왕실이나 황실에 진상하는데 일조 하거든요.”

“그렇게 발이 넓어요?”

왕실은 몰라도 황실이라니- 생각보다 큰 스케일에 시에라는 쿡쿡- 입을 가리고 웃으면 고개를 저었다.

“직접 연결된건 아니고 황실과 연결된 사람들과 연이 있어요. 안그래도 당신이 얻어온 마수의 송곳니에 관심 가지던걸요?”

마수의 송곳니란 내가 잡았던 검치호의 이빨일테지. 생각보다 흔하게 보이던 검치호의 이빨에 관심을 가진다면 밀림 최심부에 있는 마수들이나 동물의 부산물은 더욱 귀한 취급을 받을게 분명했다.

“그럼 시에라가 저희 마을에 좀 자리 잡아줘요. 처음엔 호르미아에 조금씩 물량을 푸는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흐응- 그러면 먼저 계약금을 줘야하는거 아닌가요?”

꽤 고민했던 제안을 건네자 진지하게 계약금을 언급하는 시에라에게 나는 그대로 빨간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 조금 흐릿해진 립스틱이 야릇해서 연신 쪽쪽- 입술을 맞추자 얼굴을 붉힌 시에라가 내 얼굴을 밀며 호통했다.

“뭐에요! 몇 번을 할셈인가요 당신. 뭐- 이정도면 계약금은 되겠지만요.”

내 키스에 쑥스러워하며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은 시에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였다. 도톰한 볼을 손으로 움켜쥐고 고개를 들게한  초롱거리는 시에라의 눈을 보며 말했다.

“잘부탁해요, 최대한 도와줄게요.”

“당신은 또 떠돌아 다닐셈?”

심란한 내 눈빛을 읽었는지 시에라가 민감한 질문을 했다. 마을에 남아있는 여인들을 생각하면 정착 생활이 정답이겠지만 여유가 생긴 지금 가만히 있는것도 성미에 안맞았다.

“마을을 거점으로 두고 잠시 떠나는거죠.”

그래도 미네르바와의 대화를 통해 공간이동 주문서를 수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나는  걱정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이 바짝 말라 혀로 축이며 쥐었던 시에라의 볼을 놓아주고 슬쩍 시에라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우우... 그럼 계약서를 준비할테니까 잠시 기다리고 있어봐요.”

볼을 문지른 시에라가 날카롭게 노려보며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내 책상에 정리된 서류를 뒤적이던 시에라는 사락- 정리된 종이를 넘기며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하하”

서류를 노려보며 입술을 쭉- 내민체 집중하는 시에라의 모습은 마치 아기오리 같았다, 서류 정리를 마친 아기오리는 탁탁- 서류뭉치를 정리한뒤 내게 건네면서 다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왜 웃는거에요?”

“귀여워서.”

“뭐래... 참나...”

쑥스러워하는 시에라는 서류를 내밀며 쿡쿡 내 손을 찔렀다. 받아든 서류를 적당히 읽어 넘긴 나는 중간 중간 조항만 제대로 살핀뒤 시에라에게 펜을 건네받아 사인한뒤 다시 내밀었다.

“그렇게 대충 봐도 되는거에요?”

중요한 거래라고 했음에도 허투루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는지 시에라가 도끼눈을 뜨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에라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상단은 못믿어도 시에라는 믿으니까요.”

“뭐래- 사기 당해도 난 책임 안져요.”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문 시에라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집어넣었다. 내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뚱한 표정의 시에라는 탁탁- 책상을 두들기며 노려봤고 나는 달래주기 위해 책상에서 내려와 봉긋이 솟은 시에라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말캉

“흐읏... 뭐에요...”

쿠션처럼 말랑한 가슴을 주무르고 천천히 옷 안을 파고들어 맨살을 쓰다듬었다. 부드럽던 젖꼭지를 손톱으로 꾹 누르며 살짝 비틀자 달콤한 비음과 함께 점점 딱딱해졌다.

“하읏... 히잇!”

파들파들 떨리는 시에라의 하얀 귓불을 핥으며 뜨거운 숨결을 훅- 불었다. 오한이 들었는지 의자에서 등을 떼고 부르르 떨던 시에라는 몸에 힘을 풀고 의자에 축 늘어져 누웠다.

“가기전에 잠깐 놀고 갈까요?”

풍만한 시에라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속삭이자 노려보던 시에라는 이내 표정을 풀고 음탕한 미소와 함께 톡- 톡- 단추를 풀며 나를 흘겨봤다.

“못말리는 변태라니까-”

예정에 없던 손님을 받은 로필라 상단주의 방은 금세 열락어린 신음으로 가득찼다. 아래층의 접수원은 얼굴을 퐁- 붉히면서도 존경하는 상단주의 비밀을  눌러담고 허벅지를 비비며 긴 시간을 버텼다.

**

“씨발! 오늘내로 옮겨야한다고 좆만아!”

“아니 애새끼들 시키면 될걸 왜 이렇게 지랄이야?”

-와글와글

“너 어제 소피한테 2실버나 갖다바쳤다는게 진짜냐?”

“씨발년, 보지 한번 더럽게 꽉 닫혔더라, 톰슨한텐 활짝 벌린다면서 왜 저리 튕기는거야?”

“톰슨은 좆도 얼굴도 다 되는데 필론 넌 그냥 좆도 안되잖아.”

-뻐억!

“필론하고 마일로가 싸운다!”

“씨팔 꽃이나 따고 노는 좆만한 년들이 거리에서 싸우고 지랄이야?”

왕국 수도 근처에 위치한 헬름빌. 유통의 중심지답게 대낮부터 거친 용병들의 질낮은 대화가 오고갔다. 빛무리를 뿌리며 등장한 나를 몇몇이 흘겨봤지만 이내 관심을 끄고 고개를 돌리며 가던길을 갔다.

“후우...”

머리를 탈탈 털고 정신차린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지리를 살폈다. 저번에 레이첼과 헤어졌던 광장과 멀지 않은곳 같은데... 나는 지팡이를 짚으며 지나가던 노인을 붙잡고 물었다.

“여기가 중앙 광장이 맞습니까?”

“그려.”

이를 달달 떠는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내 말문을  노인은 묻지도 않은걸 술술 말해줬다.

“용병인거 같은데, 저~짝으로 가서 가로등들이 줄줄이 있는데로 가면 좋은꼴 볼겨. 걸로만 가봐.”

“감사합니다 어르신.”

꾸벅 인사한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올려다보는 노인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품에서 50쿠퍼를 꺼내고 건네줬다. 빠진 이를 드러내며 웃은 노인은 다시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노인네, 받아갈건 다 받아가네- 노인의 말대로 길을 따라 걸은 나는 금세 말했던 가로등이 줄서있는 거리를 찾았다. 칼을 찬 용병들이 찍- 침을 뱉으며 이곳 저곳 들쑤시며 들어가는 꼴을 보니 여기가 제일 활발한 거리인거 같았다.

“이봐.”

일단 레이첼이 어디있는지 모르니 여관부터 잡기위해 나는 담배를 피며 노가리까는 용병들중 한명에게 다가가 그를 불렀다.

“잉? 나?”

질겅질겅- 담배를 물며 내게 다가왔다. 크래프톤산 담배를  체 다가온 그는 껄렁이며 나를 올려다보고 짝다리를 짚으며 노려봤다.

“근처에 혹시 유명한 여관이 있나?”

아무래도 어중간한 여관보다 용병들 사이에서 유명한 여관이 잠자리도 좋았다. 입지도 좋고 평도 좋으면 그만큼 용병들도 많이 모여있긴 하지만 잠자리의 질이 좋은것만큼 편한건 없었기에 최선의 선택이었다.

“있긴한데, 거 알고 싶으면 줄게 있지않수?”

낄낄- 하지마 새꺄~ 샌님같은데~

뒤에서 조롱하는 동료들의 장난기어린 목소리에 놈은 더 징그럽게 웃으며 툭- 정수리로 내 가슴팍을 밀었다. 좆밥으로 보는 모양새에 나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 경비병이 없는걸 확인한뒤 그대로 손을 뻗었다.

-콰악!

“끄흑?!”

“좋은거 피는데, 턱을 부숴줘야 단가가 맞으려나? 응?”

-토옥

놈의 턱주가리를 강하게 움켜쥐자 벌어진 입에서 침줄기가 흐르며 담배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그극- 꼴사나운 신음을 내뱉은 놈은 버둥거리며  팔을 움켜쥐고 떼내려다가 이내 힘의 차이를 느꼈는지 탁탁- 손목을 때리며 항복 의사를 보였다.

“나저, 나저어!”

“이새끼가!”

“오면 그대로 으깨버린다?”

“어히마! 어히마아!!!”

벌벌 떨며 동료들을 말린 놈은 이내 두손을 싹싹 비비며 내게 항복해왔다. 코웃음친 나는 그대로 움켜쥐었던 턱을 놔줬고 놈은 떨리는 손으로 턱을 더듬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앞으로 쭉 가다가 보면 검은 까마귀가 그려진 간판이 있어. 거,거기가 제일 인기가 많은곳이야...!”

“겸손하게 살아. 좋은거 계속 피고 살아야지. 응?”

-툭

나는 땅에 떨어진 담배를 주워 놈의 입에 물려줬다. 흙더미가 묻은 담배를 고개를 비틀며 피하던 놈은 노려보는 내 시선에 씨익- 웃으며 입을 벌리고 담배를 물었다.

“으,응 고마워...!”

“나도 고맙다.”

어깨를 툭- 두들긴 나는 그대로 몸을 돌리고 말했던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놈들의 욕설이 들렸지만 다시 돌아가진 않았다.

아까 봤던 담배를 떠올린 나는 크래프톤의 천재 공학자라는 사람이 보고싶어졌다. 아무래도 이세계는 나같이 다른 세상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은듯 했다. 그렇지않고서야 이세상 사람이 저런 담배를 만들 리가 없으니.

이세계에 대한 고찰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놈이 말했던 여관에 도착했다. 검은 까마귀가 부리를 벌리고 여관의 이름을 입에 물고 있는 간판이었다.

[재회의 여관]

까마귀랑 상관이 있는건가? 피어오르는 의문을 뒤로하고 굳게 닫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이익

“돌려! 돌려! 간다간다간다!”

-드르르르륵 탕! 탕! 탕!

[훠우우~~~]

“씨발 손대지마- 내 차례니까- 주인장! 나한테 기도 좀 해줘!”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맥주냄새와 왁자지껄한 분위기, 예전 용병단과 부대끼며 느꼈던 그때의 향수가 피어올랐다. 나는 미소를 머금고 용병들의 시선을 받아내며 터벅터벅- 카운터로 걸어갔다.

“어서오세요, 식사인가요, 아니면 숙박?”

갈색 머리를 질끈 모아 묶은 아가씨가 미소와 함께 나를 반기며 응대했다. 혹시나 했는데, 그런 우연이 쉽게 일어날리 없지- 아쉬움을 삼킨 나는 품에서 1실버를 꺼내 얹은뒤 말했다.

“숙박, 식사는 따로인가요?”

“한끼는 숙박에 포함되었어요. 하루만 묶고 가시나요?”

“네.”

“네, 알겠습니다~ 여기 502호로 가세요! 앗, 언니!”

싱글벙글 웃으며 키를 건넨 아가씨는 돌연 눈을 크게 뜨더니  소리로 외쳤다.

“얘 소피, 일할땐 마님이라고 하라니까”

뒤에서 들리는 고운 목소리, 치솟는 입꼬리를 주체못한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치만 언니보고 마님이라고 하면 저 쓰레기들이 놀린단 말이에요.”

“누구보고 쓰레기래! 엉덩이도 가벼운 년이!”

“뒷동산 민들레도 너보단 엉덩이가 무거울거야 개년아!”

“뭐래 썅- 닥치고 맥주나 먹어!”

우스운 촌극이 들려왔지만 나는 그냥 눈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쨍그랑

여인이 들고있던 맥주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파편과 남은 맥주 방울을 튀겼다. 소피라는 여성이 아이참- 하며 우다다 달려와 파편을 주우며 핀잔을 줬지만 마님은 그저 손을 들어 입을 막고 울먹이며 나를 바라봤다.

“오랜만이에요 마님.”

밝은 금발을 땋아 어깨에 얹어 가지런히 정리한 여성은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도 그저 입을 틀어막고 흐윽- 흐윽 흐느끼며 나를 보고있었다.

“늦었죠? 안오면 잊고 살라니까.”

“흐으윽...! 흐아아앙...!”

아이처럼 목놓아 울기 시작한 레이첼은 이내 손을 떨구고 앞치마를 콱 움켜쥐며 몸을 돌렸다. 멍이 가득했던 손목과 손은 어느새 잔상처만 남은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꽈악

뒤돌아 우는 레이첼을 붙잡은 나는 그대로 끌어안고  품에 끌어당겼다. 따뜻한 등의 체온을 느끼며 포옥 안긴 레이첼을 놓치기 싫어 꽉 끌어안자 레이첼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면서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말캉이는 뱃살과 포근한 몸을 끌어안고 주무르며 장난치는 내 손길에 레이첼은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흐윽, 저 너무 못생겼죠? 흐앙... 보기 추하잖아요오...”

“처음 봤을때보다 더 이뻐졌어요, 너무 보기 좋아요.”

“크응... 처음엔 안이뻤다는거에요...?”

“그럼 다시 한번 보게 고개 좀 들어봐요, 응? 한번 다시 보게요.”

“히이잉...”
-빙글

슥슥 손등으로 얼굴을 닦은 레이첼은 푸른 눈동자를 나를 올려다보며 실컷 운덕에 못생겨진 얼굴을 쭉- 피며 밝은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꿈만 같아요. 정말... 정말 주인님이시죠?‘

여관일이 제법 고된 생활이었는지 미소짓는 레이첼의 눈가가 조금 거뭇했다. 그럼에도 밝게 웃으며 나를 반기는 레이첼의 모습이 가슴이 뭉클해진 나는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기다렸죠?”

“으으응.”

고개를 저은 레이첼은 완전히 눈물이 멎었는지 얼굴을 활짝 들고 분홍색 입술을 달싹이며 내게 달콤하게 속삭였다.

“보고싶었어요,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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