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6. 오랜 숙원을 향한 광기어린 마녀 미네르바
-똑똑똑
달라붙는 레이첼을 씻겨준후 먼저 가보겠다며 떠난 그녀와 달리 할 일이 딱히 없던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피로에 절여진 몸을 뉘이고 멍하니 천장만 보고있을쯤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망설임없이 열린 문에서는 익숙한 여인이 갈색 머리칼을 찰랑이며 들어왔다.
“아침부터 그렇게 늘어질 셈? 할거없어요?”
톡톡 튀는듯한 발랄한 목소리와 까칠한 말투, 에메랄드같은 눈동자로 한심하게 노려보던 시에라가 한숨을 내쉬며 또각또각- 내게 다가왔다.
“할게 없는건 아닌데 피곤하네요.”
“아, 할건 있다? 알았어요. 식당에 남은 빵 있으니까 알아서 드세요, 저까지 나가면 집에 아무도 없을테니까.”
끼익- 삐꺽이는 침대에서 일어난 뒤 팔짱 낀 체 서있는 시에라의 곁에 딱 붙었다. 말랑이는 팔뚝을 주무르며 살며시 끌어안자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시에라는 꼬옥- 내 품에 안겼다.
“어디 가기로 했어요?”
“당신이 레이첼씨 좀 도와달라면서요? 같이 건물 좀 보러 가기로 했어요.”
튕기면서도 하나 하나 설명해주는 시에라가 사랑스러워 쪼옥- 마른 입술로 부드러운 시에라의 목덜미에 입 맞췄다.
거친 입술의 느낌에 움찔- 떨면서도 가느다란 미소를 띄운 시에라는 내 뺨을 밀어내며 말했다.
“간지러워요- 아무튼 전 말했어요? 알아서 밥 챙겨먹어요.”
“걱정되서 올라온거에요?”
쪽- 바들거리는 시에라의 손을 얼굴로 밀어내고 다시 달라붙은 나는 말랑이는 볼에 그대로 입맞췄다. 이익- 분에 찬 시에라의 목소리와 함께 퍽- 가벼운 주먹이 옆구리에 꽂혀 나는 짐짓 아픈 체 하며 몸을 뗐다.
“밥도 안먹고 뒹굴거릴까봐 그러죠! 아무튼 갈거니까 어디 가던 잘 갔다와요.”
“오늘따라 앙칼지네요.”
“흥, 뭐래요-”
가볍게 쏘아붙인 시에라는 또각 또각- 탄탄한 엉덩이를 씰룩이며 사라졌다. 머쓱함에 입술을 한번 핥은 나는 딱히 허기지지 않아 그냥 나가기로 정했다. 물론 집에 돌아온 시에라가 그대로 있는 빵을 보면 한소리 하겠지만-
-스윽 스윽
한켠에 대충 던져둔 옷을 주워 입은뒤 책상에 놓여있는 목걸이를 챙기고 나갈 채비를 마친 나는 그대로 숙소에서 빠져나왔다. 짹짹- 귀엽게 지저귀는 새들을 바라보며 광장을 가로질러 항상 가던 밀림으로 쭉 걸었다.
“흐아아암...”
길을 따라 걸으며 배에서부터 끌어모은 하품을 찍 갈긴후 눈을 비빈 나는 찌뿌둥한 몸이 불편해 잠시 멈춘뒤 사지를 비틀며 몸을 풀었다.
“끄으으으...!”
“많이 피곤하신가봐요오-”
온몸에서 느껴지는 뼈소리와 개운함에 의미모를 신음을 지르며 몸을 풀고 있을 쯔음 머리 위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꺾으며 올려보니 가지에 기대 누워 표범처럼 늘어진 미네르바가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깜짝이야.”
“후후- 하나도 안놀랬으면서어-”
-파사삭
먹이를 덮치는 암표범처럼 가지에서 뛰어내린 미네르바가 팔을 벌리며 아주 천천히 내게 떨어졌다. 누가 봐도 안아달라는 행동에 나는 뺨을 긁다가 결국 팔을 벌려 미네르바를 받아줬다.
-꼬옥
양 팔에서 느껴지는 매끈한 살결의 감촉과 함께 진한 장미향이 훅- 퍼졌다. 몇 번을 봐도 노출도가 대단한 가죽옷을 몰래 훑어보며 전신을 스캔한 나는 공주님 안기를 당하고 늘어진 미네르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떨어트려도 됩니까?”
“이대로 들어주면 안될까요오-? 저도 피곤해서어-”
“어제 늦게 주무셨어요?”
-움찔
“으음~ 비밀...?”
내 팔에 드러누운 체로 가볍게 몸을 떤 미네르바가 길쭉한 손가락을 붉은 입술에 얹으며 쉿- 소리를 냈다. 딱히 추궁할 생각이 들지 않아 어깨를 으쓱이고 미네르바의 발을 그대로 땅에 얹어준 뒤 바르게 서도록 세웠다.
“아쉽네요오- 기왕 해준거 갈때까지 해주시지이-”
사탕 뻇긴 아이처럼 칭얼거리며 꾹꾹- 팔을 잡아당기는 미네르바를 무시한 나는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당분간 어디 갈 생각이 없어서, 전에 말씀드린 보답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찾아왔습니다.”
“흐응-”
F컵은 되보이는 가슴을 양팔로 뭉개며 상체를 숙인 미네르바는 검치호 가죽으로 덮인 골반을 살살 흔들며 생각에 잠겼다. 유혹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살 면적이 훤히 드러난 복장이라 괜히 보기 그랬지만 일단 기억에 저장 한 뒤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일단 오두막으로 가볼까요오? 저도 먼저 부탁드릴까 싶었는데 잘됐네요오-”
분홍색 설육을 슬쩍 내밀어 입술을 핥은 미네르바는 교태로운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작은 구릿빛 손을 움켜쥔 나는 그대로 미네르바에게 몸을 맡겼고 이내 우리 둘은 서서히 하늘로 떠올랐다.
“아, 미리 말하겠지만 거절은 없어요오-”
“목숨이 걸린게 아니면 거절할 일은 없습니다.”
“후후- 사내답고 좋네요. 얼른 가볼까요오-”
의욕 넘치는 말을 뱉은 미네르바는 이내 천천히 하늘을 나는 속력을 올렸다. 펄럭펄럭- 바람을 가르며 나아갈수록 미네르바의 엉덩이를 덮은 가죽이 펄럭이며 탐스러운 구릿빛 엉덩이를 드러냈다.
“오...!”
꽉 오므려진 엉덩이골과 푸딩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엉덩이살에 얼핏 걸려있는 끈을 본 나는 진정시킬 새도 없이 발기해버렸다. 혹여나 미네르바가 볼까 슬쩍 허리를 뺀 나는 하늘을 구경하면서 구릿빛 엉덩이를 즐겁게 감상했다.
예전에 지구에서 살때는 저런 갈색 피부에 대한 환상이 많았기에 이 기회에 충족시키기로 결심했다.
“후후훗-”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는 미네르바의 눈치를 살피며 엉덩이를 감상하던 나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미네르바에게 툭- 던졌다.
“아, 그러고보니 어제 운디네한테 목걸이를 받았습니다.”
“아아- 후후 제 선물이랍니다. 나중에 간단한 마법이라도 하나 더 부여해드릴게요오?”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게 멋대로 움직이거나 하진 않죠?”
“네에-?”
“목걸이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날아다니나요?”
-움찔!
꽉 잡혀있는 미네르바의 손으 가볍게 떨렸다.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아침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옷에 넣어뒀던거같은데 아침에 보니까 책상에 올라가있더라고요.”
이런- 뭐라뭐라 입술을 달싹이던 미네르바는 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평온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단순한 통신 마법 목걸이에 그런 기능이 있을 리가 있나요오- 얹어두고 깜빡한거겠죠오.”
“아닌데...”
“... 혹시 저를 의심하는건가요오-?”
째릿- 축 늘어진 눈꼬리가 치켜올라가더니 도끼처럼 날이 섰다. 저런 표정의 미네르바는 처음 봐서 겁먹은 나는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그런거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흥- 보답한다고 막 말하시더니 저를 의심하다니이- 옛날 마녀 사냥때가 생각나서 너무 슬프답니다아-”
“그거 엄청 옛날 아닌가요?”
“입 닥쳐요.”
입술을 꾸욱- 집어넣은 나는 미네르바의 오두막에 도착할때까지 흉흉한 미네르바의 손을 꽉 움켜쥐고 조용히 날아갔다. 그래도 바람이 시원해서 다행이다. 흐르는 식은땀이 오두막에 도착할때쯤엔 다 마를테니까.
**
-투욱
휘적이던 두명의 발이 텅빈 공터에 얹어졌다. 땅에 착지 한뒤 고정된 자세로 쭉 날아온 탓에 찌뿌둥한 몸을 풀여주며 슬쩍 미네르바의 눈치를 살폈다.
“......”
아까 나이 언급한뒤로 줄곧 무표정인 미네르바, 의미모를 섬찟함을 가라앉히며 미네르바에게 말을 걸려는데 저 멀리서 커다란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하압!!! 하앗!!! 히얏!!!]
슬쩍 쳐다보니 기합소리의 정체는 하늘에 떠있지도 않고 땅에 두발을 딱 붙인 체 기합을 내지르며 주먹을 뻗는 운디네였다.
{히야아앗! 앗! 뭐야! 카사노 여긴 왜 왔엇!}
도대체 무슨 수련이야? 피어오르는 의문을 억누르며 구경하고 있는데 주먹에 둘러진 푸른 기운을 넘실거리며 휘젓던 운디네가 이내 나를 발견하고 빼액! 소리 지르며 다가왔다.
“요즘 운디네가 까칠해진것같아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정령도 사춘기가 찾아오나? 의문이 들어 미네르바에게 물으니 운디네의 모습을 보고 쿡쿡- 웃으며 좋아하던 미네르바가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요즘은 모르겠고- 오늘은 히네라 마을에 새로 온 시에라라는 아가씨를 보고 온뒤로 쭉 저러던데요오-?”
“시에라요?”
미네르바의 말대로 항상 팔짱을 끼고 틱틱 거리는 시에라가 떠올랐다. 근데 시에라는 화내는 듯 안내는 듯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며 앙칼지게 구는 그런 맛인데 운디네는 그냥 너무 매웠다.
“어제 밥먹으면서 카사노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 따라해볼거에요- 라고 다짐했다던데요오-”
그냥 처음 보는 여자들이랑 웃고 떠들며 즐긴줄 알았는데 그런 생각을?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의문어린 눈빛으로 볼을 부풀리며 팔짱 낀 운디네를 바라보다가 문득 미네르바가 어떻게 시에라를 알지?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물어봤다.
“마을에 온적 있으신가요? 시에라를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후훗- 마녀의 비밀이랍니다아-?”
쉬잇- 하며 입가를 가리는 미네르바, 마녀가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피어오르는 의심과 불안이 나를 조금씩 좀먹었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그만큼 받은게 많은것도 있고 뭐 어떻게 알아냈다고 해도 해코지 할거같진 않으니-
[내가 얘기하는 중이잖앗-!]
의심을 가라앉히며 생각을 정리할 때 쯤 코옹- 운디네가 물컹이는 머리를 내게 부딪히며 달라붙었다. 너무 귀여운 행동에 나는 운디네를 끌어안아준 뒤 볼을 부비면서 말했다.
“미안 미안, 근데 나는 평소의 운디네가 좋아.”
[거짓말- 요즘 안데리고 다니면서-!]
아니, 너가 먼저 미네르바랑 훈련한다고 그래서 그랬잖아. 억울함이 가득한 눈으로 미네르바를 바라보자 그녀는 다정한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쭈글쭈글- 입술을 삐죽이며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운디네를 끌어안고 사과했다.
“미안해, 요즘 외로웠지? 신경 써줘야했는데.”
[히잉- 아니야아...]
“다음에 어디갈때는 꼭 같이가자. 응? 울지말고.”
[히이이잉- 카사노오-]
-말캉
젤리같이 탱글거리는 운디네를 꽉 끌어안은 나는 서늘함을 느끼며 그녀의 볼에 얼굴을 부볐다. 뚝뚝- 차가운 물방울이 묻었지만 신경쓰지않고 품안의 운디네를 달래주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훌쩍- 미안해애... 일부러 그런거 아닌거 아는데에-]
히잉- 흐느끼면서 뚝뚝 끊어 말하던 운디네가 결국 내게 사과했다. 앙금을 푼 운디네가 내게 엉겨붙으며 사과하는게 귀여워 끌어안아주면서 토닥였다.
“이제 역소환도 되고 다 되니까 같이 다니면 되지 응?”
[응, 응...!]
-짜악!
“보기 좋네요오-”
훈훈한 화해 현장을 직관하던 미네르바가 크게 박수를 친뒤 끌어안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디네, 이제 카사노님과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잠시 데려가도 될까요오-?”
내 품에 안긴 운디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은 미네르바는 콕- 운디네를 누른뒤 미안하다는 듯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네! 그러세요 스승님!]
그런 미네르바를 올려보며 밝게 웃은 운디데는 크게 외친뒤 내 품에서 빠져나와 천천히 손을 뻗어 원을 그렸다.
-보글보글
손가락에서 튀어나온 거품과 물방울이 엉키며 점점 타원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뭉쳐 하나의 포탈이 만들어졌다. 일렁이는 거울같은 공간을 콕콕 찔러본 운디네는 이내 평상시같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럼 친구들하고 놀고올테니까 오늘은 스승님하고 얘기해! 내일부터 다시 같이 다니는거야!]
“응 그러자, 재밌게 놀다와.”
[안녕!]
-우웅
쏙 정령계로 이어진 포탈로 들어간 운디네와 함께 일렁이던 포탈이 사라졌다. 텅빈 공터에 둘만 남은 우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이내 오두막으로 안내하는 미네르바의 손에 이끌려 그대로 자리를 옮겼다.
-끼이익
미네르바의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풍경은 딱 옛날에 봤던 마녀의 집이다- 싶은 느낌의 가구들과 도구로 뒤덮인 풍경이었다. 들끓는 가마솥과 알 수 없는 약초들과 말린 무언가들.
“조금 더럽죠오- 잠시만 기다리세요오-
-와르르
형형색색의 시약들과 난잡한 종이들, 바닥을 나뒹구는 병들과 쓰레기들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간 미네르바는 곧 테이블을 덮은 서류들을 모아서 휙 내던지고는 깨끗하게 치워냈다.
“자아, 앉으세요오-”
-드르륵
“감사합니다.”
의자를 빼준 미네르바에게 고개를 꾸벅이며 의자에 앉았다. 커다란 오두막이 온갖 잡동사니와 도구로 꽉 차있는게 신기했고 처음보는 종이들과 마법진은 확실히 미네르바가 마녀긴 마녀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탁
“정력에 좋은 차랍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갈색 차. 조금 이가 나간 찻잔을 이로 톡톡 건들다 후릅- 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목구멍과 위를 따뜻하게 감싸는 온기와 함께 퍼지는 달콤한 향. 먹을만한데? 나는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고 차에 대한 칭찬을 했다.
“맛있네요, 매일 마시고 싶을 정도입니다.”
“후후- 감사해요오.”
할짝- 분홍색 혀로 남은 차를 핥아먹은 미네르바는 톡톡- 테이블을 두들기면서 나를 바라봤다. 뭔가 미네르바가 먼저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닌것같아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운디네도 계속 챙겨주시고, 도와준것도 많으니 말씀드린데로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헤에...”
“혹시 제가 도와드릴게 있습니까?”
-톡 톡 토옥 토옥 톡.
일정한 리듬으로 두들기던 손가락이 뚝 멎었다. 올게 왔다는 만족감이 어린 미소로 나를 바라보던 미네르바는 빨간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사실, 카사노님을 도와드린건 제 목적이 있어서랍니다.”
-드르륵
의자를 엉덩이로 밀고 일어난 미네르바는 빼빼로같은 손가락으로 톡 톡- 마법진과 종이들을 두들기며 오두막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녀들에겐 각자의 숙원이 있답니다. 보통 자신의 특기나 주분야에 얽힌 숙원들이죠.”
-쪼르르륵
찻주전자를 든 미네르바가 짙은 미소로 내 찻잔을 채우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특히 생명의 관찰을 제일 사랑한답니다. 처음 보는 생명체도, 특출난 개체를 관찰하고 실험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도 정말 사랑하죠.”
늘어지는 말투를 멈춘 미네르바는 그 나른해보이던 마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교한 말투와 함께 도도한 걸음걸이를 유지하며 오두막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녀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란 축복을 받을수 없답니다. 그저 신이 정해준것마냥 마녀라는 존재가 정해지죠.”
-쨍그랑!
테이블을 쓸던 미네르바의 손에 밀린 찻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파편이 날며 튀었지만 이내 미네르바의 손짓 한번에 파편이 모이고 다시 합쳐졌다.
“저는 그래서 생각했답니다. 마녀들도 생명의 탄생이라는 고귀한 권리를 누리게 하고싶다고.”
-짝!
커다란 박수소리와 함께 섬뜩한 미소를 짓는 미네르바, 설마 인체연성이나 뭐 그런건가? 잘못 엮이는게 아닌가 싶어 식은 땀이 흘렀지만 이내 붉은 입술에서 흐르는 말은 다른 의미로 놀라운 말이었다.
“강인한 수컷들의 씨를 연구해 불임인 마녀들을 임신시킬수 있는 약을 만들기로 했죠!”
“네?”
“죽기 직전에도 씨를 뿌리려는 종의 위대함을 목격한 저는 강한 수컷일수록 더 폭발적인 생명력이 타오른다는걸 깨달았답니다.”
광기에 찬 목소리로 줄줄 읊던 미네르바는 이내 격렬하게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손을 휘두르며 설명했다.
“다양한 종족의 수컷들과 동물들의 정액까지 연구하며 체계를 정립했답니다. 이제 남은건 우수한 수컷뿐이죠.”
“설마...”
“제가 점찍은 후보가 카사노님, 당신이랍니다?”
“저는 한낱 용병일뿐입니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의아할정도로 대단한 정력과 여성에 대한 집착, 관계중에 흘러나오는 가학적인 수컷의 일면. 모든게 흥미로웠답니다.”
방금 미네르바의 발언으로 나는 갖고 있던 의문이 바로 해소됐다.
“역시 지켜보고 있었군요.”
“...몰래 본건 죄송하지만 그만큼 선별을 위한 과정이었답니다. 카사노씨는 여러모로 제가 찾는 조건에 딱 부합했어요.”
손가락 끝으로 뺨을 긁으며 눈치를 보는 미네르바, 관찰의 마녀라더니 남의 생활을 관음하기나 하고 참 대단했다. 그래도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건 아니고 그냥 실험을 위해 지켜봤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서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건 딱 세가지랍니다.”
“세가지요?”
별거 아닌것처럼 말해놓고 세가지라니. 바라는게 많다 싶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미네르바는 혀를 낼름이며 말했다.
“지속적인 표본 수집과 실험 결과를 돕기 위한 약물 섭취, 섭취후 효능 검사. 이 세 개랍니다.”
“표본이라는게 정확히...?”
여태 미네르바가 말한 주제는 마녀의 임신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관통하고 있었다. 나는 미네르바의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지 예감이 들었지만 그녀의 입으로 듣기 위해 눈을 꾹 감고 물었다.
“카사노님의 정액을 채취하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