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고 다가오는 나를 향해 에릴다는 새하얀 이빨을 덜덜 떨며 소리쳤다.
“나가...! 나가라고!”
“손님이 왔는데 다짜고짜 나가라니.”
-드륵
거실 한복판에 놓인 의자를 끌어당겨 털썩 주저앉았다. 코를 훅-찌르는 상큼한 사과 향, 변함없는 냄새에 나는 짙게 웃으며 에릴다에게 질문했다.
“또 한창 즐기고 있었나 보네. 응?”
“나가라고 했잖아!”
눈썹을 치켜뜨며 죽일 듯이 노려보는 에릴다,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느껴지는 짙은 살기와 함께 표독스러운 눈빛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할 얘기도 많은데 나가긴 아쉽잖아. 안 보고 싶었어?”
“나는 할 얘기 없어. 당신이 구역질 날 정도로 싫어져서 나간 것뿐이야. 한 번 더 말할게, 당장 나가.”
구역질이 난 다라. 방금 처음 봤을 땐 당황해서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하더니 조금 침착해졌다고 눈을 부릅뜨고 나가라고 명령하는 에릴다의 꼴이 제법 귀여웠다.
-드륵
“크읏...”
안 그래도 하얀 손인데 더 하얘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쥔 에릴다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그냥 얘기만 하자는 거야. 누가 잡아먹는데?”
-스윽... 탁!
대놓고 싫어하는 모습에 에릴다에게 슬쩍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자 이를 악문 에릴다가 순식간에 내 손을 쳐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힘이 좋아졌네, 잘살고 있나 봐?”
“그래, 너같이 자기만 생각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가 아닌 정말 나를 아껴주는 그런 남자랑 잘 살고 있어.”
툭 내뱉는 싸늘한 단어들이 비수가 되어 내게 날아왔다. 뭐 그렇다고 상처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걸고넘어질게 너무 많았다.
“누가 보면 내가 강간이라도 한 줄 알겠네, 네가 해달라며. 너도 즐겼잖아?”
“그건... 그냥 과거야.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
“웃긴 년이네...”
얘기라도 하자고 해도 앵무새처럼 나가라고 반복한다, 애초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게 좀 아니 꼬아 진 나는 원수라도 보듯 노려보는 에릴다에게 보란 듯이 더 다가갔다.
“나, 난 결혼했어. 유부녀라고!”
가볍게 손목을 풀며 다가가자 내게 당했던 짓이라도 떠올렸는지 흠칫 떨며 뒷걸음질 치는 에릴다. 먼저 내 속을 긁은 건 그녀였기에 나도 예의를 잠시 내려두고 입에서 나오는 데로 내뱉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암캐 년이 남편이 있던 말던 암캐인 건 똑같잖아. 응?”
-터억
“꺼져, 꺼지라고! 당신한테 안기던 그런 여자는 이제 없어!”
-쫑긋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에릴다가 까칠하게 대답할 때마다 길게 쭉 뻗은 귀가 쫑긋거렸다. 2년이나 지나도 변함없는 버릇에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에릴다의 양 손목을 붙잡고 머리 위로 잡아들었다.
“크흐읏...!”
“거짓말하면 귀가 쫑긋거리는 버릇은 아직 그대로네.”
“놔아, 그런 거 없어...!”
“남편은 모르지? 네가 무슨 버릇이 있는지, 네 몸 어디에 점이 있고 어디를 만져줘야 좋아하는지...”
-퍼억!
자유로운 다리로 내 허벅지나 옆구리를 걷어차려는 에릴다를 가만히 내버려 둔 나는 온갖 몸부림을 치며 차가운 비난을 내뱉는 입을 막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나가, 나가으흡?!”
한 손으론 꿈틀거리는 양 손목을 움켜쥐고 남은 손의 검지와 엄지로 에릴다의 양 볼을 꾹 움켜쥐었다. 자연스레 벌어지는 입술에 나는 쪽- 입술을 맞췄다.
-츄릅
“후읏, 츄웁, 하흐, 그으으!”
주인을 깨물려는 고양이처럼 벌어지는 입을 어떻게든 닿기 위해 꿈틀거리는 에릴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벌어진 에릴다의 입술과 입안 곳곳을 맛봤다.
“쮸릅, 후우, 여전히 맛있네.”
“후으, 크으, 게흐!”
주륵- 벌어진 에릴다의 입가에 침이 한줄기 흘렀다. 나는 집어넣은 혀로 단단한 이빨을 핥다가도 연분홍색의 입천장을 맛보고 꿈틀거리는 혀를 억지로 휘감아 내 침을 떠넘기며 에릴다의 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즐겼다.
“혀 내밀어.”
“헤으, 흐으...”
더 내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 늘어지는 혀를 보고 에릴다와 눈을 맞추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하지만 처음 입 맞출 때만 해도 기죽었던 에릴다의 눈빛이 다시 살아나 나에 대한 증오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얼마나 가는지 한번 보자는 생각에 나는 볼을 붙잡은 손을 놔줬다.
“퉤!”
-찰팍
끈적하게 늘어지는 침이 내 볼을 타고 흘렀다. 생각보다 약한 반항에 나는 검지로 쓸어 닦은 뒤 그대로 에릴다의 입에 쑤셔 박았다.
“게흑?!”
“삼켜.”
-콰악!
“삼키라고.”
“그흣, 후으, 츄릅...”
혀 안쪽을 꾹 누르며 목구멍을 헤집기 전 낮은 목소리로 명령하자 게워낼 듯한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던 에릴다는 결국 반항을 접고 혀를 모아 내 검지를 쭉 핥으며 묻은 침을 핥은 뒤 그대로 삼켰다.
-꿀꺽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침을 본 나는 주욱- 검지를 뽑고 침에 젖은 검지를 에릴다의 얼굴에 붓질하듯 펴 발랐다.
“크으읏...”
“이런 거 좋아하잖아. 기분 좋았어?”
“전혀, 최악이야.”
이글이글- 기를 죽여도 죽여도 눈빛이 되살아나는 저 모습은 용병단 시절 보호받지 않고 전장 한복판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던 에릴다가 떠오르게 했다.
“그래도 그때 비하면 많이 쪘네.”
“뭐?”
용병단 시절 에릴다와 비교하며 몸매를 훑어보자 경멸이 깔린 목소리가 돌아왔다. 늘어져 지낸 건지 딱 붙은 상의 너머에 조금 늘어난 뱃살이 훤히 드러났다. 볼록 튀어나온 옆구리와 비쩍 마른 예전과 달리 통통한 팔뚝. 하체도 궁금해진 나는 그대로 롱스커트를 잡아당겼다.
“꺄흣?!”
단추가 풀린 롱스커트는 맥없이 내 손길에 딸려왔다. 스커트를 벗기자 드러나는 포동포동한 허벅지, 맛있게 살이 오른 오동통한 음부, 달콤한 꿀물을 늘어뜨리며 유혹하는 모양새에 음심이 솟구친 나는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쯔릅
"와, 아주 그냥 먹어달라고 차려놨네. 응?"
“흥읏! 흐으, 놔아! 놓으라고!”
"먼저 보지 적시고 드러내놓고 뭘 놓으라는거야. 너가 바란거 아니야?"
-쯔릅
통통한 대음순을 찹찹 때리며 장난치자 에릴다는 붉게 물든 얼굴로 흐느끼듯 신음을 뱉으며 내게 말했다.
"노흐라고 말했어어...! 흐응, 흐으, 놓으라고!"
“기다려봐, 아랫입은 더 만져달라고 벌렁이는 거 같은데.”
“흐우, 더 안 참아! 놓으라고 얘기했어!”
짙은 분노가 깔린 목소리로 내게 소리치는 에릴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에릴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지 말아 봐, 한번 보게.”
“크으읏!”
-우웅
조롱하듯 뱉은 말에 눈을 감으며 마나를 끌어모으는 에릴다, 작은 마법 하나라도 펼치면 위험한 건 나였기에 곧바로 준비해둔 대책을 펼쳤다.
-쮸웁!
“후읏, 츄우, 하움?!”
-파앗!
처음 제멋대로 맛보는 키스와 달리 촉촉한 에릴다의 입술부터 맛보며 천천히 혀를 얽는 연인 같은 키스, 덜덜 떨리는 입술을 포개며 잘근 물거나 입술로 쪽 빨아주자 에릴다는 음부에 얹어진 내 손을 허벅지로 꽉 조이며 듣기 좋은 비음을 흘렸다.
“후으, 흐으, 하움, 쮸읍...”
“푸흐, 예전부터 키스를 좋아했지. 넌 그냥 똑같아, 나한테 안기던 음탕한 에릴다라고.”
“베에- 헤으, 흐으...”
주도적으로 혀를 감으며 꿈틀거리는 에릴다의 혀를 잔뜩 맛보다 쑥- 빼버렸다. 떨어지는 얼굴과 함께 에릴다의 벌어진 입에서 상대를 잃은 혀만이 날름거리며 남아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혀를 날름거리던 에릴다는 화들짝 놀라 혀를 집어넣었지만 그렇다고 즐겼던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후우...”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입술에 조금 흥분한 나는 숨을 고르는 에릴다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익숙지 않은 고통이 입술을 타고 흘렀다.
-까득!
“흐으, 흐으...!”
무슨 절개를 지키는 열녀처럼 노려보며 피 묻은 송곳니를 핥는 에릴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술이 아리며 고통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하지만 고통과 별개로 점점 치솟는 흥미에 나는 쓰게 웃으며 되물었다.
“이야 여전히 똑같은 줄 알았는데... 더 앙칼져졌네?”
“나가, 마지막 동료로서 말할게. 곧 있으면 남편이 돌아오니까 더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아. 돌아가!”
붙잡힌 손목을 덜덜 떨며 단호하게 말하는 꼴에 더 강하게 나가기도 애매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깨물기 마련, 이미 깨물린 나는 질척이는 애액이 잔뜩 묻은 손등을 에릴다의 허벅지에 닦으며 그녀의 손목을 놔줬다.
-퍼억!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내 어깨를 밀치는 에릴다, 아무 힘도 주지 않고 있어 에릴다의 힘만으로 주욱 밀려난 나는 바닥에 떨어진 스커트를 덜덜 떠는 손으로 주우며 노려보는 에릴다에게 조용히 말했다.
“귀엽네, 순둥이 에릴다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보니까. 그놈이 그렇게 잘 쑤셔줘? 응?”
“할 말 없어.”
“잠깐 손대 준 걸로 질질 흘리는 거보니까 얼마 안남았네. 가볼게.”
갓 태어난 사슴처럼 다리를 덜덜 떨며 단추가 잠기지 않는 롱스커트를 붙잡고 낑낑거리는 에릴다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뒤돌았다. 하아- 맥이 풀리는 한숨이 들려왔지만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
-끼익 쿵!
에릴다가 원하는 데로 나가준 나는 가만히 문에 기댄 채 감각을 끌어올렸다. 마나를 두르고 집중하자 잡음이 들리던 주변의 소리가 멎고 원하는 데로 집안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털썩!
내가 나가자마자 주저앉았는지 바닥에 뭔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애... 왜 온거야아... 분명 미네르바가... 흐윽, 흐읏...!”
한참을 흐느끼며 왜애- 왜애- 새끼 양처럼 울부짖던 에릴다는 이내 킁- 코 먹는 소리와 함께 질린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리며 말했다.
“흐으... 뭐야 이건...”
알 수 없는 에릴다의 태도에 좀 더 귀에 감각을 더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미약한 물소리, 아니 음탕한 보지즙이 질꺽이며 늘어나는 물소리였다.
-주륵
“흐으... 아니야... 나한텐 남편이 있으니까. 나만 잊으면 돼, 나만 잊으면 되는 거야...”
아무래도 애액으로 푹 젖은 팬티를 벗었는지 에릴다는 질린 목소리와 함께 끊임없는 자기 암시를 되뇄다. 적나라한 음욕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되뇌는 모습에 나는 짙은 웃음을 흘리며 문에서 떨어졌다.
에릴다는 어느 정도 자극이 된 것 같고 문제는 남편인데-
-터벅 터벅
그 에릴다가 저렇게 물고 빠는 남편의 존재에 괜히 궁금해진 나는 마을의 대로를 따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로선 내가 잃어버린 노예를 찾으러 온 것뿐인데 새 주인이 생겼다니- 안될 말이었다.
“하암-”
밤새 미네르바를 범하고 바로 와서 그런가? 머리를 가득 채우는 피로함에 하품을 뱉으며 한참 바닥을 구르며 울고 있을 에릴다가 떠올렸다. 노예로 교육했음에도 나란히 서고 싶어 몇 번이고 기어 올라 교정해줬을 뿐인데 도망치다니-
그래도 되찾아서 다행이다, 잃어버린 물건은 다시 돌려받으면 될 뿐이니까.
“응?”
-와글와글
대로를 따라 걷던 중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고 보니 건장한 아재 몇 명이 짐 마차를 낑낑거리며 밀고 있었다. 무시하고 갈까 했지만 마을에 머물러야 하니 지금이라도 호감도나 쌓자- 하는 생각에 다가갔다.
“그거 바퀴 아래로 들어가서 밀라니까-”
“제미니 이놈이 이래서 밤에 힘 쓰겠어?”
“거시기도 작은게 힘이라도 좋아야지! 그래, 그 자세로 쭉 밀라고!”
머리가 벗겨지거나 후줄근해 보이는 아저씨들이 진창에 빠진 바퀴를 밀어내는 청년에게 혀를 쯧쯧 차며 훈수를 두고 있는 모습에 나는 치가 떨려 잠시 고개를 내젓고 다가갔다. 예전 공장에서 일할 때나 보던 모습을 여기서 보다니-
“실례합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잉? 누구여?”
“거 간만에 온 손님이라잖아- 기억 안 나?‘
“아아 그 건실한 청년? 반가워!”
건실하다가 돈을 줬다라는 뜻이 맞으면 건실한 청년이 맞겠지. 뭐, 싱글벙글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미는 아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준 나는 바퀴 밑에 낑낑거리며 얼굴을 붉게 물들인 남자를 봤다.
“응?”
누가 봐도 젊어 보이는 외견에 말끔한 얼굴. 편견은 없지만, 아재나 아줌마밖에 없는 마을에서 젊은 남자라면 이 남자가 에릴다의 남편인 확률이 높았다.
“끄응...! 알아서 할 테니까 조용히 좀 해보세요...!”
“지가 힘 못 쓰는 거지 왜 우리한테 성질을 내?”
“얼렁 빼야 밭일이랑 짐도 옮기고 끝내지- 참한 색시 보러 가야 한다며!”
“끄흐으으응!”
뜨거운 숨을 뱉으며 몸을 들썩이는 남자, 요란한 소리와 별개로 잠잠한 마차의 모습에 나는 남자의 반대쪽으로 가 가볍게 앞으로 밀었다.
-덜컹!!
“오오!”
-철퍽!
앞으로 쭉 밀려나는 마차와 함께 그대로 고꾸라지는 남자. 진창에 발이 빠져 얼굴을 구겼지만 이내 허리를 펴고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이 빠진 목소리와 함께 악수를 끝낸 나는 지친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힘들어 보이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그 손님이라던데 그럴 수는...”
“제가 아끼던 동생하고 똑같이 생겨서 그럽니다. 자 갑시다.”
“그...”
“도와준다잖아! 가자!”
왁자지껄 떠들며 마차를 밀고 가는 아재들을 한번 쳐다본 나는 얼타고 있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그를 밀었다. 당황한 그는 잠시 쭈뼛대다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요. 뭘- 아 혹시 성함이?”
“아, 저는 제미니라고 합니다.”
“아아, 제미니씨구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 우리는 아재들을 따라 밭으로 이동했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아재들과 잡담하거나 제미니와 여러 얘기를 나눴다. 싹싹하게 구는 그의 모습에 나는 피어오르는 웃음을 가라앉히며 최대한 정보를 얻어냈다.
아재들의 잡담에서 주워들은 정보와 에릴다의 반응을 되새기며 제미니를 한참 쳐다본 나는 점점 부합되는 정보에 짙은 웃음을 띠며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 혹시 아내가 있으십니까?”
“아, 아내요. 네 있습니다. 지금도 혼자 기다리고 있겠네요.”
쟁기질하며 땀을 뻘뻘 흘리던 제미니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아내 생각만 해도 힘이 나는지 허리를 숙이며 밭을 가는 모습에 나는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저 아저씨들하고 이웃인가 보네요. 저 마을 중앙에 산다던데-”
“아아, 저는 따로 언덕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마을 사람들 일을 도우면서 지내서요-”
“어이! 끝났어! 얼른 가자구!”
아재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제미니는 밭을 갈던 쟁기를 홱 내던지고 허리를 폈다. 원래 하려면 다 끝내고 가는 거 아닌가? 의문이 들었지만, 제미니가 일어났기에 똑같이 일어나 허리를 펴며 몸을 풀었다.
“끄으... 정말 감사합니다, 카사노씨 아니었으면 오늘 밤늦게 돌아갔을 겁니다.”
“아닙니다, 묵을 데도 못 정해서 떠돌고 있었는데...”
“아... 정말입니까?”
친절하고 싹싹한 청년은 눈썹으로 팔자를 그리며 나를 바라봤다. 참 뻔하게 착한 사람이기에 무슨 말이 나올지 눈에 훤했다.
“그럼 우리 집으로 가시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내랑 둘이 사는데 괜찮으십니까?”
“하하, 방을 구하실 때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늘 도움도 받았는데 대접은 해야죠.”
정말 멍청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다. 참 아쉬운 마음에 쩝- 입맛을 다신 나는 연신 혀로 입술을 축이다가 왜 그러냐는 듯 바라보는 제미니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