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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13화 (113/395)

-쿵!

에릴다의 반응을 예상한 나는 눈을 꾹 감은 채 경멸 어린 비난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내 방안에는 굳게 닫히는 문소리만이 울려 퍼졌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슬며시 눈을 떴다.

그 짧은 사이에 짐을 챙기고 나간 걸까? 죄인의 심정으로 방안을 둘러보던 중 에릴다의 침대 위 브래지어가 사라진 걸 확인한 나는 어지러움을 느껴 결국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정말 완벽하게 들켰다. 무슨 귀신한테 홀린 것처럼 나도 모르게 자위해버린 날 에릴다에게 들키다니,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워지고 손발이 덜덜 떨렸다. 온몸이 보이지 않는 압박에 꾹 옥죄이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아아...”

토할 것만 같은 심정으로 한숨을 토해낸 나는 이미 쪼그라든 지 오래인 자지를 놓고 그대로 바지를 끌어올렸다. 손에 쥔 에릴다의 팬티는 이미 나도 모르게 흘린 침으로 촉촉이 젖어있었기에 돌려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챙겨놓기로 했다.

“으아...!”

-쿵 쿵 쿵

푹신한 침대를 연신 주먹으로 내려치며 부끄러움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어떡하지?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부단장 귀에까지 들어가면 방에서 내쫓는걸 떠나 용병단에서 쫓아내는 게 아닐까?

“크으아...”

머리맡의 베개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은 나는 뜨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후- 후- 뜨거운 숨을 내뱉을 때마다 얼굴에 되돌아오는 숨결의 온기가 흐리멍덩한 정신을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 지금 혼자서 지랄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그냥 순순히 사과하자. 에릴다가 돌아오면 솔직하게 사과하고 무릎이라도 꿇자. 그렇게 나는 에릴다가 돌아오지 않는 방에서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온갖 사과법을 상상하며 뜬 눈으로 버텨냈다.

-저벅 저벅

얇은 창가 너머로 들리는 흙 밟는 소리, 아침 당번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걸음을 옮기는듯했다. 나는 끔뻑끔뻑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에릴다를 기다렸지만 생각해보니 에릴다가 언제 돌아오는지는 들은 바가 없었다.

머리가 굳어버린 걸까? 멍청한 머리를 주먹으로 두들기며 잠에서 깬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몸이나 풀기로 하고 그대로 연무장으로 향했다.

“오, 막내.”

“안녕하심까.”

“그래,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론다의 사수였나? 까칠한 여자의 사수치고 친절한 그의 말투에 꾸벅 고개 숙인 나는 연무장 구석에 놓인 목검을 가르치며 방문한 이유를 대신했다.

“이야, 아침부터? 대단하네.”

“곧 의뢰니까 준비해두려고 합니다.”

“그래, 나는 정리 끝냈으니까 가본다.”

“고생하셨슴다.”

뭉개지는 말투로 대충 인사한 나는 구석에 놓인 목검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긴장을 풀었다. 철심을 박아 넣은 균형 잡힌 목검, 새집을 둘둘 감아둔 허수아비 앞에 자세를 잡고 선 나는 그대로 목검을 내리쳤다.

-퍼억 퍽!

짚에 감긴 인형이 목검에 얻어맞을 때마다 지푸라기를 토해내며 공기를 더럽혔다. 텁텁한 먼지와 요란한 소리가 머릿속을 뒤흔들수록 오히려 정신은 맑아졌다. 여태 했던 고민이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머리를 비운 나는 그대로 휘두르는 목검에 온몸을 맡겼다.

-툭

도저히 팔을 들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도 휘둘렀다. 그 덕에 가슴 위로 올라가지 않는 팔은 자연스레 힘이 빠져 손에 쥔 목검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폭포수처럼 흐른 땀이 온몸을 적셨지만 찝찝함 속의 상쾌함이 있었기에 푹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어기적어기적 숙소로 돌아갔다.

-끼익

“흐으...”

혹시나 에릴다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숙소는 텅 비어있었다, 아니 에릴다의 상큼한 사과 향은 아직도 방안에 가득했다. 향기만 맡았을 뿐인데 조금 반응이 오는 곳간을 나무란 나는 땀에 푹 젖은 옷들을 한 꺼풀씩 벗으며 욕탕에 갈 준비를 마쳤다.

“후...”

땀에 푹 젖은 상·하의와 속옷은 나중에 따로 빨아야 했기에 그대로 침대에 던져둔 나는 가볍게 걸친 반팔과 반바지를 펄럭이며 숙소에서 나왔다. 이른 아침의 욕탕이었지만 용병단 사람 한둘이 그대로 있었기에 그들에게 인사하며 같이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오...”

“이 새끼...”

알 수 없는 감탄을 내뱉는 선임들과 목욕을 끝낸 뒤 몸에서 나는 향긋한 향기에 만족해하며 숙소로 돌아가려는 그때 앙칼진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카사노!”

슬쩍 고개를 돌리자 윤기 나는 주황색 머리칼이 돋보였다. 시선을 낮추자 풀잎 같은 초록색 눈동자를 반짝이는 레미아가 코를 벌름거리며 내게 달라붙었다.

“아침부터 목욕하고, 성실하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아침부터 열어둔 욕탕이었지만 성실한 선임들을 제외하곤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밤에도 안 씻는 아재들이 아침에 씻겠냐만은...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으며 레미아에게 별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불퉁한 얼굴로 용병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냄새나는 것들은 그 별거 아닌 것도 안 한다니까. 우리 카사노, 예뻐 죽겠어~”

-토닥토닥

동네 아줌마처럼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내 엉덩이를 토닥이다가 주무르는 레미아, 생긴 건 내 또래같이 생겨놓고 하는 짓은 정말 아줌마 같았다. 진짜 나이도 그쯤 안 된다고 들은 것 같긴 한데...

-꽉!

“윽!”

엉덩이를 꼬집는 따끔한 손길에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자 웃는 낯의 레미아가 꽉-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내 엉덩이를 꼬집으며 말했다.

“뭔가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거 같은데?”

“다 큰 여성분이 그런 행동을 하면, 오해해버려서 곤란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어머- 오해하면 어찌할 건데, 응?”

-주물 주물

꼬집을 땐 언제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엉덩이를 주무르는 레미아, 단순히 싫다기보단 야릇한 손놀림이 어색했던 나는 허리를 틀어 손길을 피한 뒤 슬쩍 에릴다에 대해 질문했다.

“그런데 부단장님이 오셨으면 에릴다씨도 왔겠네요?”

“응? 아아, 응. 에릴다 상태가 영 별로여서 일찍 돌아왔지.”

“아, 어디 다녀오셨는데요?”

“으응...? 그냥, 비밀-”

-쉬잇

뱀 같은 소리를 내며 검지로 입술을 막은 레미아는 혀를 날름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없고, 집중도 못 해서 그냥 돌아왔지- 숙소에 가 있을걸?”

“아, 네. 감사합니다.”

“뭐야, 부사수라고 사수 챙기는 거야?”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지는 레미아, 이럴 때는 싹싹한 후배 노릇을 해야 점수를 따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은 채 레미아에게 말했다.

“당연하죠, 부사수인데 옆에서 계속 모셔야 할 거 아닙니까.”

“흐응...”

가늘게 눈을 뜨고 전신을 훑는 레미아, 뱀 같은 눈빛에 살짝 겁먹은 나는 한걸음 물러서며 레미아에게 손을 내저으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맛도 못 봤는데 뺏기는 건 아니겠지?”

무어라 중얼거리는 레미아였지만 듣지 못한 나는 끝까지 나를 바라보는 레미아를 향해 고개를 연신 꾸벅이며 숙소로 향했다. 빠르게 걸을 때마다 튀는 흙 알갱이가 종아리나 발에 툭툭 튀었지만 일단 숙소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다.

-텁

빠르게 숙소로 돌아온 나는 차가운 문고리를 집음과 동시에 근데 돌아와서 어쩌려고? 하는 생각이 들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침이 될 때까지 사과법을 고민했지만 훈련과 목욕으로 그런 생각은 싹 다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에릴다를 봐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사과하려고 했는지 까먹은 나는 차가운 문고리처럼 식어가는 등골을 느끼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래, 그냥 당당하게 사과하자. 질끈 눈을 감고 속으로 삼 초를 센 나는 3.2.1. 순식간에 지나가는 숫자와 함께 벌컥 문을 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에잇, 헤엣!!!”

눈을 감고 방안으로 들어서자 에릴다의 높은 비명이 귓가를 찔렀다. 뭐지? 의아함에 눈을 뜨니 침대에 누운 에릴다가 이불을 푹 덮고 누운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있었어요?”

코끝까지 이불을 덮어쓴 에릴다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없어 보인다더니 아팠던 건가? 환자에게 다짜고짜 사과하기도 뭐했던 나는 성큼성큼 에릴다에게 다가가며 상태를 물었다.

“부단장이 아픈 거 같다고 하던데, 몸은 좀 괜찮으세요?”

“네헤엣! 넷! 넷! 네헷! 오지 마요!”

“네?”

“감, 감기인 거 같기도 하고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 그런가요.”

“저는지금부터잘거니까카사노는마음대로하세요그럼이만자볼게요.”

-푸욱

“아, 네...”

숨도 안 쉬고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은 에릴다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피어오른 걱정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사과하지 못한 걸 깨달았지만 아프다는 사람을 붙잡긴 좀 그렇다 생각해 침대에 걸터앉으며 잠시 고민하기로 했다.

“응...?”

코끝을 감도는 매우 진한 사과 향에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라버렸다. 서서히 발기하는 자지를 손으로 덮은 나는 어차피 일정도 없으니 그냥 잠이나 자자고 결론을 내렸다. 목욕한 뒤라 노곤해 눈도 서서히 감겼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였다.

“저기, 에릴다씨.”

“네헤엣?!”

“저도 낮잠 좀 잘거니까, 일어나면 수프 같은 거라도 받아올게요.”

“네헷, 넷!”

“저런...”

진짜 많이 아픈가 보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넷 넷밖에 말하지 못하는 에릴다가 안쓰러워진 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우며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이불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조용히 찾아온 잠기운이 내 몸을 집어삼키는 감각이 느껴진 나는 그대로 잠기운에 몸을 맡겼다.

“뭐 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네헤엣♡?”

“혼잣말이에요.”

“흐으, 네에...”

-찰박

밖에 누가 물이라도 퍼가나? 미세하게 들리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다가도 눈꺼풀이 점점 무겁게 느껴진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니 뭐가 없어진 거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억지로 뜨려고 해도 뜨이지 않는 눈꺼풀에 체념한 나는 그대로 온몸을 뒤덮은 수마에 몸을 맡겨버렸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느껴진 건 방안에 미약하게 들려오는 물소리와 천 스치는 소리, 그리고 짙은 사과 향뿐이었다.

**

깊은 잠에 빠진 내가 겨우 눈을 뜬 시간은 저녁이었다. 눈을 뜨자 느껴지는 적막함에 아무도 없나 싶어 겨우 상체만 일으키며 쩍- 한숨을 내뱉는 순간 조용한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일어났어요?”

“아.”

건너편 침대에 걸터앉은 에릴다가 수줍은 미소와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막 씻고 온 것인지 촉촉한 머리칼과 투명한 피부, 번들거리는 입술과 향긋한 향기가 코끝을 감돌았다. 상기된 볼을 씰룩이며 입술을 달싹이는 에릴다의 모습에 무언가 할 말이 있나, 생각하다가 껄끄럽던 그녀와의 관계가 순간 떠올랐다.

“아,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푹 자던걸요, 누가 데려가도 깨지 못할 만큼...”

촉촉해 보이는 혀로 입술을 핥은 에릴다가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 정도로 잠들었었나? 많이 피곤했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나는 머리를 긁으며 슬쩍 에릴다에게 물었다.

“그,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요.”

너무 뜸들인 걸까? 아름다운 미소를 짓던 에릴다가 넌지시 던진 화두에 멋쩍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확-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푹 숙였다. 괜히 떠올리게 만든 건가 싶어서 사과하려는 그때 푹 숙인 에릴다의 입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남자는 다 그렇다고 들었거든요. 괜찮아요. 오히려 오래 참았다고 하던데...”

“아니에요, 그게! 참은 건 맞는데, 그게...”

말해야하나? 아니 말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원래의 관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무릎을 강하게 움켜쥐며 이실직고 말했다.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소, 속옷으로 몹쓸 짓을 한 거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로요.”

-꾸벅

직각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동시에 에릴다의 입에서 합- 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지만, 고개를 숙인 채 에릴다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쭉 바닥만을 바라봤다.

“괘, 괜찮아요. 이해하니까요.”

“아닙니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괜찮다니까요. 네?”

-스윽

가느다란 손가락이 푹 숙인 내 얼굴에 천천히 맞닿았다. 따뜻한 손바닥이 뺨에 얹히며 그대로 쭉 나를 위로 끌어당겼다.

“아...”

촉촉한 검푸른 눈망울이 겁에 질린 내 얼굴을 품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거의 처음으로 동료라고 볼 수 있는 에릴다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겁먹은 내 얼굴을 남의 눈동자로 보게 되니 정말 꼴불견 같았다.

“괜찮아요. 누구나 성욕은 있고, 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카사노가 얼마나 친절한지는 제가 잘 알아요. 남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그런 친절한 사람인걸요...”

-스윽

하얀 손가락이 턱 끝을 간지럽히면서도 살살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간질간질한 손길에 턱을 살짝 비틀며 에릴다를 바라보자 푹- 웃음을 터뜨린 에릴다가 양손으로 내 볼을 주무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죄송해요, 그렇게 쌓여있을 줄은...”

“그게, 그러니까...”

그게 왜 자기 잘못이란 건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가까이 붙은 에릴다의 살 냄새와 입욕제의 향기, 그리고 미약하게 느껴지는 상큼한 사과 향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어머...”

내 볼을 쓰다듬으며 사과하던 에릴다가 돌연 감탄을 내뱉으며 손을 멈췄다.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에 슬쩍 에릴다의 눈치를 살피니 검푸른 눈동자가 당황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 어딘가란 내 곳간이었다. 에릴다의 손길과 향기에 반응한 고가는 빳빳하게 부풀어 올라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라리 어제 한발이라도 뺐으면 모르겠는데 분출도 못 했더니 그새 반응이 올라온 듯했다.

“죄송, 해요...”

치욕스러움에 말끝을 늘어뜨리며 에릴다에게 사과했다. 성희롱 당한 당사자가 사과해주는데 거기서 다시 발기하다니, 얼마나 못돼먹은 놈인지 죄책감이 들어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워졌다.

-스윽

“합...!”

그때 곳간에서 느껴지는 낯선 손길, 천위에 툭 닿았을 뿐인데 오싹한 자극에 신음을 흘렸다. 이내 손길의 주인이 끈적끈적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도와, 줄까요...?”

“그런...”

“들었어요... 가엾게도, 남자들은 계속 해결해줘야 하는데 저 때문에 못한 거죠...?”

귓가를 타고 흘러오는 따뜻한 숨결과 달콤한 목소리가 머리를 범하는 것만 같았다. 끈적끈적하고 음습한 숨소리와 함께 볼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져다 댄 에릴다가 촉촉한 입술을 달싹이며 내게 말했다.

“저 때문이니까, 도와...드릴게요.”

-꿀꺽

누구의 침 삼키는 소리일까? 쩍 쩍 말라가는 입안을 침으로 축이며 상황을 살피던 나는 요염한 에릴다의 유혹에 거절할 명분을 찾다가 문득 왜 거절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스스로 도와준다는데, 왜 거절해야 하지? 오히려 돈을 주고 부탁해도 모자란 거 아닌가?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고 좋아했잖아. 이런 건 동료가 아니잖아.’

왜 동료가 아니야, 서로 등도 맡기고 몸도 맡기면 그게 진짜 동료지. 설마 멀어지겠어? 그래, 도와주겠다는데 거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설득한 나는 피어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 에릴다에게 대답했다.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에릴다의 눈동자는 조용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스윽

“아...”

옷 위로 껄떡이는 자지를 쓰다듬는 에릴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 엿보이는 입안엔 맑은 침이 고여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연신 자지를 쓰다듬던 에릴다는 츄릅- 고인 침을 삼키며 멋쩍은 미소와 함께 내게 되물었다.

“그런데 제가 이런 건 처음이라...”

내가 처음이라, 두근거리는 문장이었지만 중요한 건 말보다 행동이었다. 입안에 고이는 침을 꿀꺽 삼킨 나는 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다음 행동을 에릴다에게 설명했다.

“그, 원래 그냥 손으로 흔들거든요...”

“아, 제 손으로 카사노의 성기를...?”

“네, 계속 흔들면...”

“사정하면 끝인 거죠?”

“네...”

-꿀꺽

침 넘기는 소리와 함께 얼굴을 붉게 물들인 에릴다가 말없이 내 바지춤을 움켜쥐었다. 바지 끈에 걸린 새하얀 손가락 두 개가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천 스치는 소리와 함께 흘러내리던 바지가 움찔- 멈추며 행동을 제지했다.

“아앗...”

발기한 자지가 바지에 걸려 내리지 못하는 상황, 당황한 에릴다는 촉촉한 입술을 달싹이며 내게 도움을 구하려는 듯했지만 이내 결심했는지 눈을 꾹 감은 에릴다가 바지 안으로 쑥- 손을 밀어 넣었다.

-꽉

“아...!”

“아아...!”

서로 다른 신음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따뜻한 손아귀가 그대로 자지를 움켜쥐는 감촉에 놀란 나와 맥동하는 자지가 손안에서 껄떡이는 탓에 놀란 에릴다. 자지를 살짝 움켜쥔 에릴다는 그대로 쑥- 자지랄 바지 밖으로 꺼내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와...”

새하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자지를 움켜쥐는 에릴다의 손놀림에 이를 살짝 깨물며 오싹한 쾌감을 버텨냈다. 생전 타인이 자지를 만져주는 감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따뜻하면서도 살짝 짓눌리는 압력이 어색하면서도 만족스러웠다.

“킁, 킁...”

흥분으로 인해 맺힌 쿠퍼 액을 흥미 깊게 바라보던 에릴다는 천천히 자지를 코앞까지 끌어당겨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씰룩이는 콧잔등과 함께 움찔거리는 에릴다의 광대를 지켜보던 나는 이토록 깊은 관심을 보이는 에릴다의 모습에 더욱 흥분했다.

“아아...♡”

에릴다의 입술에서 새어나온 달콤한 숨결이 기둥을 간지럽혔다. 허리가 붕 뜨는 간지러움에 움찔거리란 탓에 껄떡인 자지가 툭- 에릴다의 콧잔등에 닿아버렸다. 즈으- 늘어나는 쿠퍼액이 내 귀두와 에릴다의 코 사이에 얇은 실을 만들어냈다.

“어머...”

-톡

끊기지 않고 쭉 눌어나는 쿠퍼 액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에릴다가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툭 끊어지며 에릴다의 손가락에 길게 늘어졌다. 손가락에 묻은 쿠퍼 액을 킁킁 냄새를 맡은 에릴다는 슬쩍 나를 바라보더니 수줍은 미소와 함께 눈을 감고 활짝- 분홍빛 혀로 내 쿠퍼 액을 핥았다.

“와...”

용병들이 떠들던 씹질 이니 패려니, 그런 걸 듣던 때와 전혀 다른 흥분이 온몸을 뒤덮었다. 누구나 알아준다던 유명한 용병 에릴다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자지를 움켜쥔 채 쿠퍼 액을 핥고 있었다. 피어오르는 정복감과 만족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있으니 에릴다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네, 네.”

본격적으로 시작된 에릴다의 댔달, 그런데 너무 기대한 탓일까? 보드라운 손바닥과 꽉 움켜쥐는 손가락. 분명히 흥분되는 상황이었지만 누가 봐도 서투른 에릴다의 손놀림에 조금씩 그 열기는 식어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열심히 자지를 흔드는 에릴다는 눈앞의 자지를 흥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정작 자지를 제공한 나는 점점 가라앉는 흥분이 난처해졌다. 에릴다가 열심히 흔들어준 덕에 발기가 풀리진 않았지만 뭔가, 뭔가가 부족했다.

“저어...”

“네...?”

살며시 부르는 목소리에 끈적이는 목소리로 답하는 에릴다, 촉촉한 눈망울과 침에 젖은 입술을 보니 다시 흥분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모자랐다. 나는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았기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에릴다에게 말했다.

“그, 침을 뱉어서 흔들어주면 안 될까요...?”

“침이요...?”

“네, 원래 맨살로 하면 조금 아파서...”

“아아! 그렇군요?”

흘려들은 지식을 되는 데로 지껄인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에릴다의 대답을 기다렸다. 달싹거리는 입술과 흔들리는 눈동자, 안된다고 하겠지. 흔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딘데 뭐 그런 거까지 부탁해- 뻔히 보이는 결과를 체념하려던 나는 이내 들려온 에릴다의 대답에 화색을 띠었다.

“이러케요...?”

-주룩

“베에...”

뺨 옆에 달라붙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긴 에릴다는 수줍은 얼굴로 주룩- 끈적이는 침을 늘어뜨렸다. 대롱대롱 흔들리던 침이 뚝- 귀두에 떨어지고 그대로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찹 찹 찹

메마른 손길에 침이 추가되자 음란한 물소리가 조용히 방안에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얼굴을 붉히던 에릴다는 손가락에 얽히는 침과 음란한 침소기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베헤에...”

-뚝

“와...!”

-찹찹찹찹

끊임없이 흐르는 침과 얽히는 손바닥이 자지에 맞닿자 끝내주는 쾌감이 나를 덮쳤다. 잔뜩 민감해진 귀두를 손바닥이 훑을 때마다 엉덩이가 붕 떠오르고, 기둥을 기분 좋게 손가락으로 조이며 흔들어줄 때마다 허리가 자르르 떨려왔다.

“으아... 나올 거 같아요...!”

“나, 나와요? 네... 싸주세요...?”

-첩 첩 첩 첩

“으윽...!”

다정한 목소리로 싸달라는 에릴다의 요청에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사정했다.

-부르르릇!

갈라진 요도에서 펌프처럼 솟구치는 정액이 퓻 퓻- 하늘을 날았다. 자지 가까이 얼굴을 대던 에릴다는 갑작스레 튀어나온 정액에 얼굴을 몇 대 얻어맞았지만 피하지 않았다. 이내 주룩- 흐른 정액이 에릴다의 손을 타고 손등까지 흘러내렸고 에릴다의 얼굴을 때린 정액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허억...!”

당황한 나는 갈 곳 잃은 손을 휘저으며 에릴다에게 내뻗었지만 에릴다는 끈적이는 정액에 뒤덮인 손을 그대로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아냈다.

-말캉

“와...”

정액이 묻은 얼굴로 감탄을 흘린 에릴다가 손에 모인 정액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마치 평생 연구에 목을 매던 과학자가 처음 발견한 결과물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앗...!”

고맙다는 인사를 뱉으려는 순간 에릴다의 돌발 행동이 이어졌다. 날름- 입술 사이에서 삐져나온 혀가 손바닥 위의 정액 핥아버렸다. 혀에 밀려 꿀렁이는 정액과 함께 고여 있던 한쪽이 텅 비어버렸다. 붉게 물든 얼굴로 오물거리던 에릴다는 꿀꺽- 목울대를 움직이더니 이내 달콤한 목소리로 자그맣게 속삭였다.

“이게... 정액...?”

“그, 그냥 버리셔도 되는데...”

“그렇지만, 이게 다 아기씨인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후릅

“와...”

내 긍정에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던 에릴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바닥에 고인 정액을 단숨에 들이켰다. 깔끔하게 빨아먹는 소리와 함께 텅 빈 손바닥을 내보인 에릴다는 한참을 오물거리다가 꿀꺽- 입안의 정액을 삼켜버렸다.

“게흑...”

처음 맛보는 정액을 삼키는 게 괴로웠던 걸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 에릴다는 정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손바닥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엄청나게 부끄러워했다. 물론 내 눈에는 내 정액을 삼키고 수줍어하는 여인으로밖에 안 보였기에 엄청나게 흥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전부 저 때문인 거니까...”

“아닙니다. 제가 못난 놈이라...”

치솟는 감사를 에릴다에게 전했지만, 오히려 사과하는 그녀의 태도에 나 또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몇 번씩이나 사과를 주고받은 나는 아직도 껄떡이는 자지를 흥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에릴다의 모습에 또 다른 매력을 느끼며 천천히 바지를 집었다.

“그래도 에릴다씨가 도와주다니, 정말 평생의 추억이네요...”

약간 위험한 농담이었나? 내뱉고 후회했지만 내 농담을 들은 에릴다는 오히려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그게, 앞으로 에릴다씨 모르게 해결할 테니,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하단 그런 거였어요.”

어떻게든 포장하려고 되는 데로 지껄이는 순간 에릴다의 촉촉한 입술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도와줄 텐데, 무슨 말이에요.”

“네?”

“저 때문에 참기 어렵다니까, 제가... 도와드려야죠...?”

-활짝

분홍빛 부스러기 고기가 촉촉한 입술을 날름 핥고 모습을 감췄다.

정말 진심인 걸까? 깜짝 놀란 얼굴로 에릴다를 바라봤지만 수줍어하는 그녀의 표정과 다르게 두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렇게 나와 에릴다의 음탕한 생활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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