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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23화 (123/395)

체중을 그대로 싣고 뛰어올라 꽂았음에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소니아의 대응에 혀를 찬 나는 그대로 물러났다. 자세를 고친 소니아는 발 끝으로 땅을 긁으며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 듯 했지만, 이내 생각도 못 한 행동을 취했다.

-파앗!

땅을 긁고 그대로 올려치는 소니아의 검격이 내 고간을 스치고 훙- 코끝을 지나쳤다. 길쭉한 바스타드 소드의 리치였기에 한순가에 두 동강 날뻔했다는 생각에 저절로 입이 말라 겨우 침으로 축이며 한걸음 물러났다.

-후우웅!

맞서 싸우기보다 거리를 재며 물러나자 적기라고 판단한걸까? 자세를 고친 소니아는 꽈악-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고는 쉴 새 없이 파공음을 일으키며 검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카앙! 카앙! 캉!

불꽃놀이처럼 시야를 흐트러뜨리는 불똥을 지켜보며 겨우겨우 받아친 나는 그대로 쥐고 있는 검을 비틀어 옆면으로 받아내며 검신을 왼손으로 짚고 꾸욱 앞으로 밀어냈다. 처음엔 여유롭게 한 손으로 찍어누르던 소니아였지만 내 반격에 급하게 왼손을 붙여 짓눌렀지만 이미 충분히 밀어낸 나는 그대로 소니아의 검을 쳐 내고 횡으로 휘둘렀다.

-까아앙!

팔이 흐트러져 가드가 빈 순간 휘둘러진 검이 소니아의 머리를 갈랐다. 아니, 갈랐다고 생각했지만, 머리를 꺾은 소니아의 기지에 그녀의 투구만을 쳐 냈다.

“큭...!”

땀에 젖어 고운 얼굴에 들러붙은 주황색 머리칼이 마치 해초처럼 소니아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보통 머리를 묶거나 정리하지 않나? 묘하게 색기 있는 모습에 침을 삼키며 그대로 달려들었지만 가볍게 회피한 소니아는 왼손으로 머리칼을 젖혀 정리하고는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군.”

갸름한 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헐떡이는 탓에 야릇한 숨결이 헤엑- 흘러넘쳤고 벌어진 입안에 엿보이는 도톰한 혓바닥은 말캉해 보이는 게 꼭 조물거리고 싶게 생겼다. 물도 못뺀지 꽤 됐고 요 며칠 박터지게 싸운탓에 가득 찬 음심이 불이 붙어 버렸다.

“벌써 힘드신가요? 그럼 포기하세요.”

“내가? 하!”

-타앗!

단호한 제의에 비웃은 소니아가 한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흐릿한 소니아의 잔영을 쫓는 순간 뻐억! 옆구리를 강타하는 둔탁한 타격에 나는 그대로 날아가고 말았다.

퉁- 퉁- 물수제비처럼 평원을 뒹굴며 착지한 나는 땅을 짚고 일어나면서 저 멀리 걸치고 있던 갑옷을 철컥- 철컥- 벗기 시작하는 소니아를 지켜봤다. 정오에 시작한 결투가 계속되자 전신갑옷의 힘겨움을 버티지못한 소니아가 방어를 포기하고 기동력을 택한 듯했다.

“후우- 지크, 부탁한다.”

“네!!!”

벗어둔 갑옷을 가지런히 내려놓자 소니아의 종자인 지크가 그대로 챙겨들어 뒤로 빠졌다. 갑옷을 입고 버티는 것보다 기동성을 살려 나를 때려눕히는 게 더 빠를 거라고 판단한 소니아의 콧대를 짓눌러 주기 위해 나는 검 끝으로 땅을 긁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밀려도 그렇게 대놓고 유혹하다뇨.”

“뭐, 뭐?”

소니아와 계속되는 공방에서 느낀 건 이대로 가게 된다면 소니아에게 온종일 처맞다가 지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수 있는건 질척이는 잡기술뿐이었다. 용병단에서 지내며 지켜보고 겪기도 했던 용병들의 바닥을 치는 잡기술로 소니아를 상대해야 했다.

내 천박한 조롱에 발끈한 소니아는 빨갛게 물든 얼굴을 붕붕 흔들며 살의를 담고 나를 노려봤다. 올곧은 소니아는 자기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결투기에 그만큼 정당하고 깨끗한 결투를 나눌거로 생각했겠지. 그렇기에 더욱 분개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 그래도 명예만은 저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했건만 그런 천박한 추파를 던지다니...!”

진지하게 결투에 임하는 소니아에게 미안하지만 이를 달달 떨면서도 치욕에 젖어 얼굴을 붉히는 소니아의 표정은 불붙은 음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답답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소니아에게 쓴맛을 보여주겠다던 소기의 목적이 잊혀질 정도로 소니아의 모습은 매우 매혹적이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땀에 젖어 딱 달라붙은 옷가지덕에 드러난 몸매와 치욕스러워하는 소니아의 표정의 조화에 여러 남정네들은 허리를 뒤로 빼가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제법...”

“제법이 아니지.”

“큭...!”

음흉한 남정네들의 시선에 소니아는 더욱 살의를 내뿜으며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몸을 뒤덮은 갑옷이 없어지니 날아다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니아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채앵!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들이밀며 내 품 안에 파고든 소니아는 내가 밀쳐 내기도 전에 팔을 걸어 휘두를수 없게 억제하고 그대로 몸을 뒤집어 나를 엎어 버렸다.

-쿵!

흙먼지와 함께 찌르르- 등판에 퍼지는 짜릿한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지만 나는 소니아의 손이 풀리기전에 그대로 팔을 접어 꽉 끌어안은 뒤 소니아를 잡아당겨 확실하게 넘어트렸다.

“그흑?!”

방심한 나를 한 손으로 업어칠땐 좋았겠지만 똑같이 방심한 소니아는 쥐고 있는 바스타드 소드탓에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바닥에 깔려 버렸다. 나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손에 쥔 검을 얼른 내려놓고 양다리를 소니아의 무릎 뒤에 집어넣어 다리로 옭아맸다.

“무슨! 놔라! 비겁한!”

“결투에 비겁한 게 어디 있습니까?”

마구 발버둥 치며 저항하는 소니아의 손에 쥐인 바스타드 소드가 부웅- 부웅- 바람을 가르며 내 머리칼을 후두둑 몇 가닥 잘라 내는 모습에 기겁한 나는 어쩔 수없이 그녀의 손목을 양손으로 붙들고 그대로 비틀었다.

“으윽!”

-퍼억! 퍽!

그대로 비틀린 손목의 고통탓일까? 비겁하다면서도 소극적으로 저항하던 소니아는 자유롭던 왼손으로 내 옆구리와 이두를 두들기며 힘을 빼게 만들었지만 나는 겨우 버텨 내며 소니아의 오른손에 쥐인 흉측한 바스타드 소드롤 떨어트렸다.

-꾸욱!

“흐윽, 놔앗! 떨어져랏!”

앙큼한 목소리로 꾸짖으며 마구 몸부림치는 소니아, 그 덕에 부드럽고 푹 젖은 여체가 인정사정없이 내 몸에 비벼졌다.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질 수록 피가 몰렸지만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지금 최대한 절제해야 했다.

“꺄앗!”

하지만 떡하니 몸을 붙인 소니아는 내 이상을 알아차렸는지 한 번도 듣지 못한 여성스러운 비명과 함께 빠악- 머리를 휘둘러 내 코를 짓뭉갰다. 순간 뼈가 아작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욱신거리는 고통에 코를 부여잡아버렸고 그대로 내 밑에 깔려 있던 소니아는 바로 탈출했다.

하아- 하아- 거친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떨어진 바스타드 소드를 집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소니아였지만 내 태클에 그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나와 소니아에게 짓눌려 마구 흐트러진 잔디들이 풍기는 풀 내음을 맡으며 평원을 뒹굴 무렵 바짝 독이 오른 목소리가 내 귓가에 퍼졌다.

“더 이상은 못봐주겠군...!”

-뻐억!

내 밑에 깔려 허덕이던 소니아는 그렇게 말하곤 다리를 접어 내 복부에 그대로 발을 얹고 훅-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버렸다. 묵직한 고통에 칵- 튀기는 침방울과 함께 완벽하게 기상한 소니아는 배를 부여잡고 숨을 고르는 나를 흘겨보고는 바닥에 떨어진 바스타드 소드를 주웠다.

“항복해라. 아니 그것도 무리인가?”

헤윽- 끄흐윽! 소니아가 무어라 말하던 아랑곳하지 않고 얻어맞은 배를 움켜쥔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슬쩍 그녀를 올려다 보니 마음이라도 약해진 건지 한걸음 물러나는 소니아가 있었다. 꽉 움켜쥔 손잡이를 몇 번이고 고쳐쥐며 나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그제야 뒤돌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지 않겠다면 내 승리로 하겠다. 힘들군...”

푸념섞인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그대로 땅을 짚고 일어나 발치에 떨어트린 검까지 챙겨 터벅 터벅 물러나던 소니아의 뒤를 덮쳤다.

-터업!

“그럴 줄 알았다.”

끝까지 뒤돌지 않던 소니아의 팔을 움켜쥔 순간 비웃음을 띄운 소니아가 늘어뜨린 팔을 그대로 훅- 휘둘러 움켜쥔 팔쪽으로 올려 벴다. 간신히 몸을 틀어 검을 피한 후 꽉 쥔 옷깃을 끌어당겨 소니아를 넘어뜨리려하자 흉흉한 눈빛으로 노려보던 소니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잡이를 놓고 마찬가지로 내게 홱- 손을 뻗어왔다.

“흐읍!”

묵직한 바스타드 소드가 느릿하게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걸 걷어차고 움켜쥔 팔을 느슨하게 잡은 뒤 바로 한걸음 뒤로 물러나 등 뒤에 숨기듯이 들고 있던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스걱!

투둑- 검로를 따라 흩날리는 주황빛 머리칼이 하늘하늘 흩뿌려졌다. 소니아는 끝까지 잡기술과 기만만 사용하는 나를 증오스럽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애초에 정공법으로 기사를 이길 수가 없는데 정정당당하게 싸울 거라고 믿는 게 순진한 거 아닌가?

머리카락을 자르고 뻗어오는 검격을 가볍게 뒤로 고개를 젖혀 피하려는 소니아였지만 나는 바로 느슨하게 쥐었던 팔을 강하게 움켜쥐며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으읏!”

격투로 승부를 보는 줄 알고 내게 달려든 탓에 자세가 무너졌던 소니아는 맥없이 내 쪽으로 당겨졌다. 결국 깔끔하게 소니아의 목을 향해 뻗어 나가던 검은 그대로 그녀의 목덜미에 맞닿아 서늘한 강철의 감촉을 그녀에게 전해 줬다.

“아...”

툭- 검날이 그녀의 목에 닿이는 순간 소니아의 눈동자에 엿보이던 투지의 불씨가 그대로 꺼져 버렸다. 남은 건 타버린 재와 공허함뿐,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며 무어라 말하려던 소니아는 이내 푹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내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때 중후한 목소리가 환호를 내지르는 관중과 우리를 뒤덮었다.

“그만, 즐거운 여흥을 준비해준 소니아경과 카사노 둘 다 수고 많았다!”

우리를 둘러싼 인파 맨 앞에서 시종일관 정색하며 결투를 구경하던 로널드는 버릇처럼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벅- 저벅- 잘빠진 가죽부츠로 잔디를 짓밟으며 소니아의 옆에 선 로널드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큼- 헛기침을 하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전공이 있더군. 카사노를 도와 족장을 토벌한 소니아경의 실력을 다시금 용병들에게 보여 줄수 있어 만족스러운 결투였다.”

[뭐야 혼자 잡은 게 아니었다고?]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씨발 어떻게 혼자서 족장을 잡아?]

[영웅 취소다 이 새끼야!]

낄낄- 짓궂은 웃음소리와 함께 조롱을 던지는 용병들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로널드를 바라보는 기사들과 용병단 간부들의 표정을 감상하는데 툭-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에 얹혀졌다.

“백작님의 기사를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이겨 버리다니 곤란하군. 그 대가로 전공을 나눠도 되겠지?”

나와 소니아의 결투에서 무언가 영감을 얻은 걸까? 미친놈으로 보이던 로널드의 눈은 어느새 맑은 개울처럼 투명한 총기를 띠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소니아를 바라봤다.

“그게, 그러니까... 아...”

“자, 내일 산맥에 머무는 오크 잔당들의 토벌이 예정됐으니 모두 물러나라. 오늘 하루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네!””””

로널드의 축객령에 망설임 없이 뒤도는 용병들과 간부, 이해할수 없다는 듯 쭈뼛거리는 기사들이 잠시 머물다가 그대로 떠났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사람으로 뒤덮혔던 평원은 어느새 나와 소니아, 로널드 뿐이었다.

“소니아경, 제멋대로 이런 일을 벌이다니.”

“그게... 아...”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지만 지기까지 하다니, 아무래도 단련을 다시 해야겠군.”

“죄송합니다.”

덤덤하게 뱉어진 로널드의 질책에 고개를 푹 숙인 소니아는 꽈악- 주먹을 움켜쥐며 입술을 달싹였다. 내게 진 것도 분한데 상사에게 꾸중까지 듣고 더 밉보일 거란 생각이라도 들었나 보다.

“...돌아가면 쉴 시간도 없을 테니 이번 토벌동안 몸조리 잘하도록.”

“...네?”

“후, 꽉 막힌 촌뜨기 아가씨인 줄 알았더니 제법이더군. 내가 보는 눈이 잘못됐었나 봐.”

영문 모를 평가를 한로널드는 휘휘 고개를 내젓고는 그대로 저 멀리서 기다리는 기사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해명도 없이 물러나는 로널드의 의중을 굳이 파악하자면 촌구석 아가씨라 대충 떨굴랬는데 생각보다 깡이 있네? 이 정도 같았다.

저런다고 여태 괴롭힌게 없어지나? 소니아를 얼마나 순진하게 보면 저걸로 퉁치려는지... 하고 그녀를 바라봤는데 소니아는 감동이라도 했는지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드디어 인정받았다 생각한 건지 꽉 움켜쥔 주먹을 연신 휘두르며 기쁨을 표출하고 있었다.

“잘됐네요.”

“아...!”

그제야 내가 옆에 있었단 걸 기억했는지 허겁지겁 양손을 허리춤 뒤로 숨긴 소니아는 한껏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고는 부츠 끝으로 땅을 긁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 카사노... 그게... 일이 이렇게 돼 버렸지만... 아...”

붉었던 얼굴도 잠시 무슨 고민을 하는 건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소니아는 입술을 달싹이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결투 전만 해도 순응하지못하고 고집부리던 소니아의 태도에 끓어올랐던 분노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금세 식어 버렸다. 뭐라 따지기도 힘들 정도로 눈치를 살피는 소니아의 모습에 나는 한껏 미소를 띄우며 그녀에게 말했다.

“됐고 이제 결투의 대가를 치러야죠. 제가 이기면 굽든 삶든 마음대로 하랬죠?”

“아, 아... 그랬지. 그랬다!”

뭔가 은혜를 갚을 기회라고 생각한걸까? 내 소원을 소통의 창구라고 생각하는지 어느새 싱글벙글 웃고 있는 소니아를 말없이 비웃은 나는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밤에 찾아갈 테니까 들여보내주세요.”

“응? 찾아, 온다니... 어디로 말인가?”

“소니아님의 천막이요.”

“아, 그런가. 그래...! 알았다.”

아까까지만해도 희롱당한걸 기억 못 하는걸까? 상사에게도 인정받고 나와의 앙금도 풀렸다고 생각하는지 아까부터 소니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쉽게 화해할 생각이 없었다. 고집불통으로 이렇게 일을 벌려놓고 이제 와서 화해자니, 속에 천불이 나서 허락할 수 없었다.

수줍어하면서 부츠 끝으로 땅을 긁는 소니아의 몸을 찬찬히 흝어 봤다. 쫙 달라붙은 갈색 가죽바지와 흰색 면 셔츠가 땀에 푹 젖어 수수한 흰색 속옷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목덜미와 뺨에 착 붙은 주황빛 머리칼을 몇 번이고 정리하던 소니아는 기쁨에 차올라 내 눈길을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그럼, 이만 가 보겠다. 그... 카사노...”

“네?”

“...아니, 아니다. 좋은 결투였다. 비겁하기도 했지만 매우 영리했다...”

“칭찬이라도 해주시니 고맙네요.”

“그럼 밤에 보자...”

바닥에 떨어진 바스타드 소드를 주운 소니아는 저 멀리 묶어둔 갑옷을 지키고 있는 지크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종자에게 향하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뒤돌아 나를 흘겨보던 소니아는 지크에게 다가가서야 꽉 움켜쥐었던 바스타드 소드를 내던지듯 놓고는 말없이 그를 끌어안았다.

“...님! 그런...!”

저 멀리서 들리는 당혹스러운 목소리, 잔뜩 신이 나 그를 끌어안은 채로 방방 뛰어다니던 소니아는 꾸욱- 잘빠진 몸을 그에게 짓누르며 몇 분 내내 환호성을 지르기 바빴다. 한껏 붉어진 얼굴로 갈 곳잃은 손을 꼼지락거리는 지크와 미친 듯이 기뻐하던 소니아를 지켜보던 나는 재밌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다가 그대로 내 천막으로 돌아갔다.

결투의 대가를 받아 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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