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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42화 (142/395)

-똑 똑 똑

규칙적인 박자에 눈을 뜬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쓰다듬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직접 문을 열자 단아한 미모의 사용인이 꾸벅 고개를 숙이곤 오밀조밀한 입술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페리샤 아가씨께서 실례가 안 되면 정원으로 와달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아, 네. 씻고 가겠다고 전달해주실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 그럼.”

할말을 마친 사용인은 그대로 뒤돌아 떠나버렸다. 찌뿌둥한 몸을 풀며 욕실로 가기 전에 이불을 들쳐보니 쿰쿰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시에라는 이미 자기 방으로 가버렸는지 그녀의 흔적이라곤 침대에 남은 머리카락 몇 올뿐이었다.

-쏴아아아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지구에서나 볼법한 샤워기였다. 귀족들도 크래프톤 물건을 애용하는지 지구의 목욕탕과 별반 차이 없는 욕실의 모습에 나는 익숙함에 감사하며 꼼꼼히 샤워를 시작했다.

-투둑 투두둑 투두둑

온몸을 두들기는 작은 물방울을 느끼며 욕실 한편에 놓인 타올에 거품을 잔뜩 묻혔다. 밤새 땀을 흘렸으니 제대로 씻어야 페리샤에게도 폐가 되지 않겠지. 향긋한 오렌지향기를 즐기며 고간까지 벅벅 씻은 나는 문득 이 상황이 웃겨 크게 웃고 온몸에 물을 흩뿌린 후 그대로 욕실에서 나왔다.

“응?”

보들보들한 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부드러운 향기를 즐기는 것도 잠시 뚝 뚝 흘러내리는 물기를 전부 닦은 나는 침대 위에 올려진 옷을 발견했다. 챙겨온 속옷을 입고 침대 위에 놓인 옷을 들어 한 번에 펼치자 말끔한 정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정장 바지와 부드러운 칠흑빛 정장 상의를 매만진 나는 속에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챙겨온 하얀 면 옷을 그대로 입었다. 얼추 맞는 치수 같아 대충 몸을 풀며 불편하진 않나 살펴본 나는 딱 맞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찬가지로 바닥에 놓인 부츠를 그대로 신고 방에서 나섰다.

“아, 준비한 옷은 마음에 드십니까?”

방에서 나서자마자 벽에 붙은 채 서 있던 아까 그 여인이 허리를 숙이며 내게 물었다. 페리샤의 선물인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똑같이 인사를 건넸다. 옅은 미소를 띤 사용인은 살짝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에 넘기곤 방 안에 들어서며 내게 인사를 한 번 더 건넸다.

“그럼 편안한 시간 보내십시오.”

“네. 잘 부탁합니다.”

총총총-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 안을 들어서는 여인을 흘려본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정원으로 향했다. 뭔가 하나 깜빡한 것 같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오셨나요! 후후, 제가 준비한 옷이 무척이나 어울리네요!”

장미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활기찬 목소리가 둥둥 머릿속에 울렸다. 멋쩍은 미소를 지은 시에라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페리샤를 흘겨보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오... 하는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가씨 덕분입니다. 그런데 혹시 무슨 용무로...?”

사실 오기 전부터 고민했지만, 막상 오니 생각이 정리됐다. 남작에게 창고에서 벌어지는 분실 사건에 대해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뭔가 놀 준비 만반인 페리샤와 있으면 창고에 관한 이야기를 못 들을 거 같아 불안했다.

“다름이 아니라 시에라님과 사냥을 가기로 했는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시더군요! 그래서 카사노님을 불렀답니다!”

나를 팔아먹어? 짓궂은 미소를 띠며 시에라를 바라보자 흣- 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시에라가 내 눈빛을 피했다. 머리를 긁으며 거절을 하려는 그때 페리샤가 당당한 목소리로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마침 아버님께서 빈델에게 일을 맡기셨다죠? 빈델은 오후까지 일정이 빠듯하니 그동안 저와 사냥을 즐기죠!”

“빈델이라면...”

남작이 맡겼다고 하면 담당 집사의 이름이 빈델인가? 나름의 추리로 유추해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페리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가 거절할 줄 알았는지 사냥하지 않을 생각에 싱글벙글 웃던 시에라는 웃는 얼굴 채로 굳어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나는 테이블에 놓인 시에라의 손을 가볍게 움켜쥐고 그대로 잡아당겨 그녀를 일으켜준 후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가볼까요? 재밌겠네요.”

“어머, 어머...!”

주책맞은 여사님처럼 웃긴 반응을 보인 페리샤는 내 품 안의 시에라를 부럽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시에라가 부럽다기보단 저런 걸 동경하는 듯했다.

나는 티타임에 맞춰 입었는지 한껏 가벼운 시에라의 복장을 훑어보고 페리샤를 바라봤다. 그녀는 올 때부터 사냥을 즐길 생각이었는지 어제 입었던 승마복에 코트를 하나 더 걸치기만 했다. 시에라를 놓아주고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은 나는 일단 페리샤에게 말했다.

“시에라씨의 복장으론 사냥을 가긴 좀 버거울 거 같은데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지금 가지 않으면 시간이 촉박하답니다. 곤란해요!”

곤란하단건 빈델의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인가? 아가씨다운 억지를 부리는 페리샤를 어색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그때 내 앞의 시에라가 밝은 목소리로 우리 둘을 멈춰 세웠다.

“그럼! 아쉽지만 저는 다음에 참가할게요, 저는 괜찮으니 아가씨께선 저 사람하고 얼른 다녀오세요!”

사냥에서 빠질 수 있단 호재에 환한 미소를 지은 시에라가 나를 페리샤쪽으로 떠밀었다. 그 모습에 고민하던 페리샤는 온갖 침음을 흘리며 시간을 보내다 결국 고민의 바다에서 빠져나와 나를 이끌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다음에 꼭 같이 즐기자고요. 가볼까요 카사노님?!”

“아, 네.”

영악하네. 나는 페리샤와 마주 볼 땐 너무 아쉽다는 표정을 짓다가도 나와 마주치면 환한 미소를 짓는 시에라를 흘겨보고 그대로 페리샤의 뒤를 따랐다.

“로망!”

푸르르르- 페리샤의 호명에 들판을 뛰놀던 백마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똑똑한 말이네- 감탄하고 있는 와중 새빨간 얼굴의 여인이 흑마 한 마리를 이끌고 내게 다가왔다.

“손님께선 아 아이를 타시면 됩니다...”

“카트라! 금방 왔네요. 후후 셋이서 즐거운 사냥을 보낼 수 있겠네요!”

“네, 그... 손님 방에 정돈할게 한데 모여있어서...”

새빨갛게 물든 카트라란 여인의 얼굴을 보고서야 나는 방에서 나오기 전 까먹은 게 뭔지 기억났다. 꼭 사용해야 한다며 콘돔 한박스를 그대로 내민 시에라에게 맞춰 사용한 콘돔이 침대 근처에 널브러져 있었다. 괜히 머쓱해 머리를 긁으며 말에 탄 채 페리샤와 카트라의 뒤를 따랐고 꼴깍-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사냥길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겁니까?”

선두를 유지하며 해맑은 미소를 띠는 페리샤의 뒷모습에 그대로 질문을 던졌다. 균형을 유지하며 가볍게 뒤돈 페리샤는 카트라의 제지에도 속도를 늦춰 내 옆에 나란히 서며 대답했다.

“저희 저택 뒤에 큰 숲이 있답니다. 행밀 백작님도 가끔 사냥을 즐기러 오실 정도로 넓죠!”

“맹수도 마수도 없는 안전한 사냥터입니다. 활은 쏘실 줄 아십니까?”

카트라의 질문에 턱을 긁으며 잠시 고민했다. 용병단에서 지낼 때 먹고 살기 위해 쏘긴 했지만, 사냥을 목적으로 한 양궁은 전혀 몰랐다. 사람을 죽이는 활과 사냥을 즐기는 활은 다르지 않나? 곰곰이 고민하자 카트라는 내 침묵을 대답으로 받아들였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넘어갔다.

“카트라가 옆에서 보조해줄 테니 안심하세요, 후후! 즐겁겠네요!”

잔뜩 들뜬 페리샤의 콧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숲으로 들어갔다. 정돈된 도로에서 나무 뿌리가 우둘투둘 튀어나온 흙길이 등장하고 나서야 페리샤는 말에서 내려 말의 목을 쓰다듬으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도착했네요! 저희 숲엔 주로 여우가 많으니 여우를 주가 되겠네요.”

“여기...”

잔뜩 들뜬 페리샤에게 활과 단검을 메준 카트라가 마찬가지로 도구들을 한 움큼 쥐고 내게 다가왔다. 탱탱한 시위를 튕겨 확인해보고 어깨에 멘 뒤 갈무리용 단검을 품에 집어넣었다. 툭 툭- 부츠 끝으로 땅을 두들긴 후 몸을 풀며 페리샤를 바라보자 마찬가지로 온몸을 틀며 체조하던 페리샤가 만족스러운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혹시 내기하실 생각은 없나요?!”

“내기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되묻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페리샤가 쥐고 있는 활을 붕붕 휘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우꼬리를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면 재밌겠네요! 사체는 다른 시종들이 거둬들여 줄 테니 걱정 마시길.”

사체라는 말에 카트라가 힐끔 내 뒤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길을 따라 슬쩍 뒤를 보자 언제 따라왔는지 네명의 시종들이 수레를 끌고 대기하고 있었다.

“두시간 후에 여기서 모이죠. 후후, 봐주지 않을 거라고요!”

“제가 너무 불리한 거 아닌가요? 아가씨는 사냥도 많이 해보시고 활도 잘쏘실거 같은데, 하하.”

멋쩍게 웃으며 슬쩍 불만을 던지자 페리샤가 오호호- 숲에 커다란 웃음을 퍼뜨리며 나를 바라봤다. 불만에 얹은 칭찬이 마음에 들었는지 히죽 웃은 페리샤는 손가락 세 개를 펼치곤 당당하게 말했다.

“특.별.히. 세 마리를 점수로 얹어 드리죠. 후후, 자비롭지 않나요?”

“성녀님이 남작가에서 발견됐네요.”

“호호호호!”

솔직히 던지고도 무리가 아닌가 싶은 농담을 던졌지만 페리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카트라와 시종들만이 차게 식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기왕 농담한 김에 뻔뻔해지기로 한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럼 내기 내용은 뭐로 하시겠습니까?”

“으음, 서로 듣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대답해주기 어떤가요?”

“하하, 저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 보네요.”

내 질문에 짓궂은 미소를 지은 페리샤가 검지를 입술에 얹고 나지막이 말했다.

“시에라님과의 불타는 사랑이야기를 듣고 싶답니다. 너무 기대되네요!”

“저도 그럼 아가씨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후훗, 당당하네요. 그럼 먼저 실례하겠어요!”

숨겨진 이야기라는 말에 눈썹을 살짝 찌푸린 페리샤였지만 카트라의 눈치를 살피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넘어갔다. 만나는 남자가 있는 건 비밀인가?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카트라를 이끌고 떠나는 페리샤를 끝까지 지켜봤다가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쯤 돼서야 공터를 떠났다.

어깨에 맨 활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아가씨와 즐기는 작은 내기지만 기왕 하는 내기니 지고 싶진 않았다. 근데 자신만만하게 사냥을 하자고 하는 걸 보면 꽤 경험이 많아 보였고 더군다나 세 마리를 얹어주겠다는 자신감을 보니 쉬워 보이진 않았다.

-바스락

고민에 잠겨 허우적거릴 때 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풀숲에서 붉은 털의 여우가 불쑥 튀어나왔다. 예전에 동물원이나 매체에서나 보던 여우가 아니라 무슨 이빨로 목덜미를 찢어발길 것처럼 생긴 험악한 여우였다.

-후웅!

“케엥!”

텅- 여우가 뛰어올라 땅에 발을 딛는 그때가 적기였다. 자세가 흐트러진 순간 갈무리용 단검을 쏘듯 던지자 날아간 단검이 푹- 여우의 목덜미를 꿰뚫고 그대로 나무에 박혔다. 손잡이에 끌려 나무에 고정된 여우가 헤엑- 헤엑-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하악질을 내며 대롱대롱 매달렸다.

“크흐...”

꾸벅- 한참을 발버둥치던 여우는 목이 꿰뚫려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늘어진 여우를 그대로 뒤집어 잡고 풍성한 꼬리를 서걱- 잘라냈다. 커다란 붓처럼 몽글몽글 부푼 꼬리를 주무르며 감촉을 즐긴 나는 허리춤에 꼬리를 대충 묶고 자리를 떠났다.

“이익, 아쉽다!”

카트라란 아가씨가 건네준 활보다 단검의 유용함을 써먹은 지 네 마리째. 허리춤에 치렁거리는 꼬리가 거슬릴 때쯤 분에 찬 목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은폐라곤 코빼기도 안 보이는 당당한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자세를 낮추자 풀숲에서 나뭇잎을 덕지덕지 묻힌 페리샤가 분한 얼굴로 바닥을 짓밟았다.

“오늘따라 왜 이리도 날쌘 지, 안그래 카트라?”

“아가씨, 아까도 계속 말씀드렸지만,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이래선 여우들이 듣고 도망쳐버려요.”

“그래도, 다른 분한테 배우는 게 아닌 손님과 즐기는 첫 사냥인걸...”

빠각- 바닥에 널브러진 나뭇가지를 밟아가며 공터를 샅샅이 살피는 페리샤, 사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끌벅적한 모습이 마냥 웃겼다.

“아가씨.”

“앗, 카사노님! 거의 다 끝나가는데 혹시 잡으셨나요? 전 아무 도움도 없이 두 마리나...”

카트라에게 맡겨둔 여우 꼬리를 휘두르며 방실방실 웃던 페리샤는 내 허리춤에 걸린 여우 꼬리를 보고 표정이 굳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카트라도 오... 하는 작은 감탄사와 함께 내 허리춤에 있는 꼬리에 손을 뻗어 하나씩 거둬가기 시작했다.

“이만 돌아갈 시간이니 제가 맡아 드리겠습니다.”

“그런, 아직 시간 남았는데...!”

“곧 돌아갈 시간입니다. 카사노님은 남작님의 부탁으로 바쁜 몸인 거 아시잖아요?”

똑부러지는 카트라의 말에 페리샤는 꾸욱- 도톰한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비틀었다. 아이처럼 투정부리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이내 감정을 정리했는지 고개를 살짝 뒤로 꺾고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알고 있답니다. 아쉬운 마음에 이야기를 꺼낸 거지 언제든 보내드릴 준비가 됐다고요.”

“그럼 저는 여기 남아서 사용인들과 뒷정리를 할 테니 아가씨는 먼저 돌아가시죠.”

“알았어요, 카사노님 그... 내기에서 승리한걸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순전히 운으로 이긴 거니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흥...”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가볍게 콧방귀를 낀 페리샤는 나 기분 나쁘오- 티를 내며 살짝 고개를 틀었다. 어른스럽게 굴려고 노력하다가도 아이처럼 구는 그녀의 상반된 모습이 마냥 귀여웠던 나는 여전히 정수리에 나뭇잎이 얹혀있는 걸 보고 손을 뻗어 나뭇잎을 털어줬다.

“흣?!”

손끝을 스친 금빛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페리샤는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턱을 당기며 내 손길에 잔뜩 움츠렸다. 나는 떼어낸 나뭇잎을 살랑살랑 흔들곤 그대로 바람에 실어 흘려보냈다.

“나뭇잎이 붙어있었습니다.”

“아, 아...! 하하, 호호호- 그런, 그렇네요. 감사해요!”

화악- 새빨개진 얼굴을 애써 손등으로 덮은 페리샤가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홱 몸을 틀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로망이란 백마에 올라탄 페리샤는 먼저 앞장서겠어요- 하고 발을 굴러 그대로 출발했다. 하지만 바람에 나부껴 흩날리는 금발 사이 언뜻 보이는 하얀 귀는 새빨갛게 익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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