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50화 (150/395)

“가볼 테니까 얼른 돌아가요. 괜히 따라오지 말고요.”

“알았어요.”

자기가 가보겠다고 해놓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힐끔힐끔 뒤돌며 내가 갔나 안 갔나 확인하는 어설픈 시에라를 지켜본 후 그대로 몸을 돌렸다.

저벅-

“아...”

몸을 돌리는 순간 자갈을 밟으며 바쁜 걸음으로 달려오던 페리샤와 마주쳤다. 시에라가 잠시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이것저것 들어 있는 바구니와 뒤에 서 있는 카트라는 것이 한 아름 안고 있는 짐을 보니 선물을 줄 모양새였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꾸벅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자 가볍게 인사를 건넨 페리샤는 이미 사라진 시에라의 뒷모습을 쫓다가 나를 힐끔 보곤 걸음을 멈춘 채 나를 바라보며 우물쭈물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네, 안녕히 주무셨나요. 그게 잠시 떠난다고 하셔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 아직 확인할 게 있다 해 출발은 안 했을 겁니다. 얼른 가보시죠.”

“그게, 카사노님은 같이 가시지 않는 건가요?”

쭈뼛쭈뼛, 우물쭈물- 죄지은 강아지처럼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니 시에라와 섹스하는 걸 훔쳐본 이후 내가 많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이럴 땐 빠져주는 게 그나마 기분을 덜 상하게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한걸음 물러나며 페리샤에게 말했다.

“저는 이미 배웅했습니다. 빠져드릴 테니 오붓하게 인사하고 오시죠.”

“아, 아뇨! 빠지시면 안 되죠! 저랑 같이 가요!”

“하하, 같이 가면 방해라고 할 게 뻔합니다.”

“아! 그렇지만 그게... 진심은 아니실 거에요. 같이 배웅하러 가시죠!”

조금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던졌는데 진지하게 대답하는 페리샤의 반응에 굳은것도 잠시 들고 있는 짐을 꽉 끌어안으며 나를 바라보는 카트라의 행동에 이만 보낼때라 생각해 고개를 저으며 페리샤를보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 나중에 봬요...”

말끝을 흐리며 그대로 몸을 돌린 페리샤는 잰걸음으로 터벅터벅 걷다가 다시 속도를 내며 거의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 어설픈 모습에 웃음을 삼키며 저택을 향해 몸을 돌렸지만, 왠지 페리샤가 했던 말이 나를 쿡쿡 찔러댔다.

진심이 아니실 거라니... 확실히 가보라고 그대로 가버리면 시에라가 생각하기엔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페리샤의 뒤를 따라 창고로 향했다. 왜 왔냐고 묻는 걸 대비해서 어차피 창고도 가야 했으니까- 라는 변명을 생각해냈으니 괜찮겠지.

걸음을 서둘러 돌아가니 창고 앞 마차는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어 페리샤와 시에라가 서로의 손을 잡고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예 가는 것도 아니고 이틀이면 돌아오는데 아예 헤어지는 것처럼 구는 페리샤가 귀여웠다.

“응?”

시에라의 품에 안겨 응석 부리는 페리샤와 그런 페리샤과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슥 슥 등을 쓰다듬는 시에라, 있어야 할 한 명이 보이지 않아 주의해서 살펴보니 저 멀리 나무 그늘에 서 있는 카트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

페리샤와 시에라를 힐끔힐끔 보면서도 카트라는 수첩을 꺼내 창고와 마차를 오가는 일꾼들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수첩을 채워나가던 카트라는 무언가라도 세는 것처럼 펜으로 손짓을 하다가 수첩 한 면을 빼곡히 채우고 나서야 품에 넣고 페리샤에게 돌아갔다.

왜 카트라가 창고를 지켜본 건지 의문이 피어올랐지만, 나중에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은 서로 영영 못 보는 것마냥 구는 두 아가씨를 골려줄 시간이었다.

“아.”

날 발견했는지 시에라는 쓰다듬던 손을 떼고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페리샤는 헤어지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시에라의 품에서 벗어나며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시에라에게 떠나기 전 부탁이 있다며 당돌하게 요구했다.

“시, 실례가 안 되면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내 눈치를 보는 것도 잠시 두 손을 꼭 모으며 푼수처럼 부탁하는 페리샤의 모습에 넘어간 시에라는 히죽이죽 웃으며 페리샤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었다.

“그럼요 아가씨!”

“언니도 아가씨 말고 페리샤라고 불러요, 헤헤...”

“그럴까? 으이구 금방 돌아올 건데 이렇게 귀엽게 굴기는!”

정을 갈구하듯 애교부리는 페리샤에게 넘어간 시에라는 친동생이라도 되는 양 페리샤를 껴안고 쓰다듬고 한참을 부둥켜안더니 준비가 끝났다는 일꾼의 말을 듣고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품에서 놓아줬다.

“아...”

그렇게 귀여워해 줬는데 그새 아쉬워하다니, 지나치리만큼 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페리샤의 모습을 의문스러워하고 있을 때 뾰로통한 얼굴을 한 시에라가 손을 까딱이며 나를 불렀다.

저벅- 저벅- 저벅-

“따라오지 말라고 했죠?”

“그래도 가는 모습은 봐야죠.”

잘 왔어요- 하는듯한 미소를 짓는 페리샤를 뒤로하고 시에라의 맞은편에 선 나는 팔을 벌려 시에라를 꽉 끌어안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체향을 듬뿍 들이마셨다.

시에라의 진한 살 내음과 페리샤가 뿌린 복숭아향이 어렴풋이 뒤섞인 게 새로운 자극이었지만 애써 성욕을 억누른 나는 가냘픈 시에라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조심히 돌아와요.”

“...금방 다녀올게요, 사랑해요?”

“저도요.”

턱- 끌어안은 팔을 풀고 시에라의 턱을 엄지와 검지로 집자 잠시 갈등하는 얼굴로 나와 페리샤를 번갈아보던 시에라는 이내 천천히 눈을 감고 스스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을 쪽 맞췄다.

쪽-

다 큰 아가씨지만 더한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는지 뜨거운 숨결만 나누고 조용히 입을 떼는 시에라의 행동에 그녀를 존중하기로 하고 나도 팔을 풀어 품에서 그녀를 놓아줬다.

“하아...”

주륵 늘어났다 툭 끊어지는 사랑의 실을 멍하니 지켜보던 시에라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페리샤를 번갈아보곤 이젠 정말 가야겠어요- 짧은 한마디와 함께 마차에 몸을 실었다.

“추운데 얼른 들어가요. 마중 와서 고마워요, 페리샤도 금방 돌아올 테니까 나중에 보자?”

“네, 잘 다녀와요-”

“네, 네엣... 언니 잘 다녀와요!”

첫 만남 때 당당한 여식 같던 페리샤는 어디 가고 푼수 같은 아가씨만 남았을까? 뭐가 됐든 귀여웠기에 상관없지만.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박자에 맞춰 울리는 발굽 소리와 순식간에 사라진 마차의 잔영을 지켜보고 있을 때쯤 옆에 서 있던 페리샤는 마차가 떠난 장소를 멍하니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자리를 지키던 카트라가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오늘 다과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페리샤에게 물으며 슬쩍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뭔가 눈치챈 나는 슬쩍 페리샤의 옆에 붙어 그녀에게 물었다.

“실례가 안 되면 제 정령 운디네와 같이 이야기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아! 맞아요, 운디네양이 있었죠? 자주 보이지 않던데...”

시에라가 떠난 것도 잠시 새로운 친구가 생길 수도 있단 사실에 신난 페리샤는 다시 커다란 목소리로 조잘조잘 떠들며 내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운디네는 정령계에 있는 친구와 잠시 노는 중입니다.”

“아아- 정령은 정령 친구가 있군요- 신기해라! 그럼 카사노님도 정령계로 갈 수 있는 건가요?”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다.

“글쎄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어머, 아쉬워요! 정령들이 모여 사는 세계라니 분명 아름답고 활기찬 세계일 게 분명한데-”

“그럼 운디네를 불러드릴 테니 같이 담소라도 나누시죠. 저는...”

“무슨 소리예요! 카사노님도 같이 가셔야죠! 카트라, 정원에서 다과회를 열거니까 준비해주세요!”

나도 같이? 날 꺼릴 줄 알았는데 운디네와 이야기할 수 있단 생각에 잔뜩 들떴는지 시에라와의 섹스를 훔쳐봤던 것도 그새 까먹은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페리샤의 명령을 듣곤 재빠르게 사라지는 카트라를 지켜보던 나는 옷깃을 톡톡 잡아당기는 느낌에 슬쩍 옆을 바라봤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운디네의 이야기를 물어보는 페리샤를 모질게 쳐내지 못한 나는 그렇게 정원으로 향할 때까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페리샤에게 성실하게 대답했다.

“어서 오십시오.”

잔뜩 신이 난 페리샤와 정원에 도착하자 반기는 건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를 뽐내는 여러 가지 과자와 디저트,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찻주전자가 가득 차려진 테이블이었다.

지구에서 본 게 분명한 간식인데 뭐더라, 조개 닮은 빵과 길쭉한 국화빵을 닮은 게 주로 가득 펼쳐져 있었다.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거로만 준비해놨습니다.”

“고마워요, 후후 크래프톤에서 구해온 레시피인데 정말 맛있답니다.”

크래프톤에서 구했다는 걸 보니 지구인이 판매한 레시피가 맞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호응한 나는 의자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지켜보는 페리샤의 시선을 슬쩍 피하며 눈을 감고 마나를 불러일으켰다.

우웅- 우웅-

운디네와 영혼의 결속이 강해지니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냥 운디네를 호출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직접 정령계의 문을 열어 운디네를 부르는 느낌이었다.

촤락- 마나와 함께 방울방울 허공에서 생겨난 물방울이 이어지고 이어지더니 커다란 타원을 만들어냈다. 찰랑거리는 투명한 물은 마치 거울을 보는듯했지만 이내 환한 빛과 함께 상쾌한 물 내음이 화악 퍼졌다.

[왜애- 무슨 일 있어-?]

정령계에서 수영이라도 했던걸까? 운디네의 몸에서 뚝 뚝 투명한 물방울이 흘러 바닥에서 떨어졌지만,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점이었다.

“와아...!”

깜짝 놀랐는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은 페리샤였지만 손가락 사이로 재빠르게 눈을 굴리며 운디네의 몸을 훑어보는걸 훤히 알 수 있었다.

내 취향대로 만들어낸 앙증맞은 젖꼭지와 잘록한 허리, 크기도 작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물방울 모양 가슴과 잎사귀에 맺힌 이슬처럼 둥글둥글한 엉덩이까지. 온몸을 새기듯이 바라보던 페리샤는 앙다문 운디네의 보지를 보곤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운디네, 옷 입어야지?”

[아 맞다, 놀다가 건너와서 깜빡했네-]

하늘을 둥둥 날아다니던 운디네는 내 말에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한쪽 다리를 들고 까치발로 빙글 한 바퀴를 돌더니 금세 물로 이뤄진 원피스를 걸쳤다.

“아, 그 안녕하세요... 저는 페리샤라고 해요.”

오르골 장식처럼 빙글빙글 도는 운디네를 지켜보던 페리샤는 큼큼- 헛기침 후 마음을 가다듬고 운디네를 향해 자신을 소개했다.

[앗, 아가씨다! 안녕하세요~]

그런 페리샤의 소개에 도는 걸 멈춘 운디네는 사뿐히 바닥에 내려와 찰박찰박 물소리를 내며 페리샤의 앞까지 다가간 후 양 손가락으로 원피스 끝을 잡고 가볍게 무릎을 구부리며 인사했다.

“우으으...! 네! 안녕하세요!”

인형 같은 운디네가 한 인사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환한 미소로 붕붕 고개를 끄덕인 페리샤는 똑같이 드레스 끝자락을 집곤 무릎을 구부려 인사를 건넸다. 페리샤의 맞인사에 운디네는 신이 났는지 빙글 돌며 웃기 시작했고 페리샤도 따라 하며 정원 안은 어느새 아가씨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나와 카트라의 제지에 두 아가씨의 연극은 막을 내렸지만, 이야기는 끝났지 않았다. 상기된 얼굴로 텁- 운디네의 손을 잡은 페리샤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다름이 아니라 부른 이유는 저랑 같이 다과회를 즐겨주셨으면 해서요, 카사노님도 다 같이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숨도 쉬지 않고 우다다다 내뱉는 페리샤를 방긋방긋 웃으면서 바라보던 운디네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과회가 뭐야?]

“...과자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재밌던 이야기나 행복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언니들이랑 했던 거잖아?”

말캉이는 운디네의 뺨을 쓰다듬으며 히네라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주자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은 운디네가 그새 방방 뛰며 페리샤의 손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와아- 좋아요! 히히 아가씨 얼른 앉아요! 재밌겠다!]

드르륵- 페리샤의 손을 잡아끌고 가장 중앙 의자에 뛰어간 운디네는 재빠르게 페리샤를 앉히고 쭉 의자를 밀어버려 배가 딱 붙을 정도로 고정하더니 바로 페리샤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똑같이 자세를 잡고 그녀를 바라봤다.

“후훗,,,”

뒷짐 쥔 채 뒤에서 지켜보던 카트라는 푼수 같은 운디네의 모습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 웃으며 페리샤를 바라봤다. 페리샤 또한 눈 깜짝할 사이에 앉아있는 자신이 우스웠는지 쿠흐훗- 하는 웃음을 흘리며 입가를 가렸다.

[응? 응?]

다만 뭣 때문에 웃는지 이해못한 운디네만이 고개를 갸웃대며 나를 바라봤고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내저은 나는 카트라가 페리샤의 뒤에 선 것처럼 운디네의 뒤에 서서 자리를 지켰다.

“앉으셔도 되는데...”

그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살짝 볼을 부풀리는 페리샤였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둘이 친해지라고 말하자 알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린 그녀는 금세 불만도 잊고 숨도 안 쉬고 까르륵 웃어대는 운디네와 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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