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델 시점]
-똑똑
“남작님, 빈델입니다.”
-끼익
노크와 인사만으로도 쉽게 열리는 문 안으로 걸음을 옮긴 빈델은 집무실 책상에 팔을 얹고 찡그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작과 눈을 맞췄다.
“늦었군.”
“죄송합니다.”
창고 건 이후 빈델에 대한 의심이 피어오른 남작은 ᄊᆞ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빈델의 전신을 훑어본 후 헛기침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툭- 툭- 책상을 두드리며 입맛을 다신 남작은 맞는 선택인가 고민했지만 시에라가 데려온 남자의 요청도 있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 체념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행밀 백작님이 요즘 위독하시더군. 백작 부인께서 정성스레 보살펴주신다 하지만 꽤 힘겨우신 모양이야.”
“네.”
“부인께서 요청한 물건이 있으니 전해드리고 오도록, 그리고 부인께 백작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넌지시 떠보고.”
“네, 알겠습니다.”
꾸벅- 허리를 굽힌 빈델은 바닥에 펼쳐진 카페트의 얽힌 문양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곧 있으면 도망칠 자금도 전부 모이는데 굳이 다녀와야하나? 하지만 이내 결론을 내린 빈델은 허리를 펴고 낮게 가라앉은 남작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도중에 이탈하면 꼬리만 늘릴뿐이다.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하고 돌아오자마자...’
국경을 넘는 자신을 상상하던 빈델은 흔들리는 바람을 눈감고 즐기는 페리샤를 문뜩 떠올렸다. 꾸욱- 눈가가 욱신거려왔지만 남작 앞에서 함부로 굴었다간 폭력으로 돌아올게 뻔했기에 참아낸 빈델은 갑작스러운 두통을 참으며 남작의 말을 흘려들었다.
“준비는 해 뒀으니 몸만 가면 되니 서둘러 다녀와라. 얼른 가 봐.”
눈알을 굴리며 흘려듣던 빈델은 남작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번 더 허리를 굽히며 집무실에서 빠져나왔지만 다만 두통 탓에 남작이 의심을 담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을 놓쳤다.
쿵-
사형수의 단두대처럼 섬뜩한 소리를 내며 닫긴 문을 가만히 바라본 빈델은 슬쩍 창문 너머로 대문 앞을 내려다봤다. 남작의 말대로 마차와 호위로 보이는 병사가 옆에서 대기 중이었다.
저벅- 저벅-
자기 걸음 소리를 반주삼아 계단을 내려온 빈델은 사용인들을 지나 금방 대문 앞으로 빠져나왔다. 벌컥- 마차 문을 열어 주는 병사에게 가볍게 묵례한 빈델은 턱- 사다리에 한 발 걸친 후 그대로 오르려 했지만 미약한 소리에 잠시 멈추고 저택을 바라봤다.
“...!”
“응?”
어리둥절한 병사를 지나 대문 안으로 다시 들어간 빈델은 저택안에서 구두 소리를 또각이며 뛰쳐나오는 페리샤를 발견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겨우 정리된 머리가 다시 뒤죽박죽 엉킨것만 같아 고통스러웠지만 동그랗게 눈을 뜨고 헐떡이며 달려오는 페리샤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조금 간지러웠다.
“하아, 하아.”
“...아가씨.”
페리샤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빈델을 보고 그제야 자기 몰골을 알아채 서둘러 머리를 정리하고 옷깃을 펴는 둥 재빨리 정돈했다. 남작에게 부탁할게 있어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빈델과 인사도 못 나눌뻔했단 사실에 서둘러 뛰어와 전신이 엉망이었다.
“후으, 후으...”
겉모습은 정돈했지만 남작의 집무실부터 대문까지 뛰어온 탓에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 페리샤는 인사보다 숨부터 골라야겠단 생각에 자기 무릎을 짚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힘들어...”
얼마나 서둘렀는지 살짝 흐른 땀과 땀에 젖어 붙은 황금빛 머리칼, 상기된 뺨과 헐떡이는 숨.
‘이런...’
하아- 하아- 달뜬 숨을 내쉬며 페리샤의 흉부가 오르락 내리락하자 드레스에 덮인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였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움직인 빈델은 천천히 시선을 내리며 페리샤를 향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이내 다가온 남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 눈길을 돌렸다.
“아가씨. 천천히 가시라니까요.”
어느새 뒤따라온 카사노가 페리샤의 등을 살살 두드리며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거둔 빈델은 페리샤의 뒤에 딱붙은 카사노의 눈을 바라보며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흐읏! 응, 고마, 고마워요.”
‘...뭐지?’
카사노가 온 뒤 페리샤의 반응이 이상했지만 빈델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꺼림칙한 기분만 들 뿐, 페리샤에게 자신이 뭐라 할 이야기도 없었기에 애꿎은 입술만 깨문 빈델은 여전히 자기 무릎을 강하게 움켜쥐고 숨을 고르는 페리샤를 바라봤다.
**
말캉- 말캉-
강하게 움켜쥘때마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쫀득한 엉덩이, 거기에 떠나는 빈델에게 손을 흔들며 애써 신음을 억누르는 페리샤까지. 발기가 주체안 되는 발칙한 상황에 나는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 습기를 머금은 음부를 살짝 두드렸다.
찹-
“흐응...!”
움찔움찔-
애써 손을 흔들며 밝게 인사하던 페리샤는 보지를 얻어맞자 감전된 사람처럼 움찔 떨곤 푹 고개를 숙였다. 마차 안의 창문 너머 빈델은 이해가 가지 않는단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볼뿐 이내 흙먼지를 일으키며 저 멀리 사라졌다.
“흐읏, 흐응, 흐으...”
순백의 피부에 달라붙은 금빛 머리칼과 헐떡이는 분홍빛 입술, 흘린 땀에 젖어 살짝 달라붙은 드레스까지. 모든 게 음탕한 페리샤의 모습에 마차가 완전히 떠난 걸 확인한 나는 살짝 허리를 숙여 헐떡이는 페리샤의 귀에 속삭였다.
“그런 음탕한 신음을 흘리시면 어떡합니까?”
내 꾸중에 페리샤는 찌릿- 나를 노려보곤 허리를 펴 땀에 젖은 가슴골에 손부채질하며 내게 변명했다.
“그치만, 카사노님이 제멋대로 흐응!”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나는 풍만한 엉덩이를 터뜨릴 기세로 꽉 움켜쥐며 페리샤의 귓불을 핥았다. 꾸우욱- 도장 찍듯 움켜쥔 내 손길에 허리를 잘게 떤 페리샤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달콤한 비음을 흘리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말대꾸라니. 제가 올바른 대답을 가르쳐드렸을 텐데요.”
내 방에서 몇 번 있었던 “교육”을 언급하자 움찔- 페리샤의 몸이 한 번 더 움츠러들었다. 내 말을 이해했는지 페리샤는 저벅- 한걸음 물러나 풍만한 엉덩이를 발기한 내 바지춤에 문지르며 조용히 속삭였다.
“죄, 죄송해요. 음란한 엉덩이로 유혹한 주제에 말대꾸해서 죄송합니다...”
진심 어린 사과에 엉덩이를 흔드는 페리샤를 살짝 밀어낸 나는 손을 들어 그대로 엉덩이를 내려쳤다.
짜악!
“흐응!”
이후 습한 음부에 손을 집어넣고 장난치듯 보지를 두드렸다.
차압- 차압- 차압-
“흐윽, 흐응, 흐긍, 흐그으읏...!”
주눅 든 강아지처럼 바닥을 바라보던 페리샤는 보지를 두들기는 손바닥에도 음탕한 신음을 내지르다가 꾸욱- 자기 손가락을 깨물며 애써 신음을 억눌렀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망정이지 사용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간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을게 분명했다.
쯔걱-
“잘하셨습니다.”
몇 번 얻어맞았을 뿐인데 팬티가 질척해질 정도로 젖은 음탕한 보지, 손바닥으로 살살 두드리며 칭찬하자 페리샤는 헤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가, 감사합니다...”
페리샤의 감사 인사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 봤다. 내 손길에 젖은 보지가 신경 쓰이는지 연신 드레스 자락을 들추며 속을 확인하던 페리샤는 환기되는 분위기에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새빨개진 얼굴로 내게서 멀어졌다.
“그럼, 그럼 이제 뭘할까요?”
“아가씨께선 하고 싶은 게 없으신가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낸 나는 손바닥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페리샤에게 되물었다. 내 뒷정리에 시선을 빼앗긴 페리샤는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시간만 지날뿐 대답이 나오진 않았다.
“아니면...”
스윽- 살짝 땀에 젖어 촉촉한 드레스를 쓰다듬은 나는 옷안에 숨겨진 풍만한 젖가슴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끝을 흐렸다. 내 제안에 페리샤는 불에 데인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물러나곤 휙휙- 주변을 둘러본 후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뇨! 그, 그래요. 일단 오늘은 산책이예요 산책! 운디네도 없으니 가볍게 둘러보고 오죠-!”
심심하다며 정령계로 떠난 운디네를 콕 집은 페리샤는 내가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재빠른 걸음으로 구두 소리를 내며 자기 애마 로망이 있을 마구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크...”
어차피 카트라도 없어서 내가 모시기로 했는데 저렇게 도망치듯 가 버리다니. 누가 볼까 봐 거리를 벌리는 페리샤였지만 그건 그거고 내 손길을 거부했단 사실은 조금 씁쓸했기에 되갚아주기로 할까.
어떻게 혼내줄까, 괴롭힐 방법을 정리한 나는 이미 저 멀리 사라져가는 페리샤의 뒷모습을 쫓기로 했다.
“아가씨?”
저벅- 저벅-
마차를 모는 말들과 기사들의 애마가 내 목소리에 반응해 귀를 쫑긋이고 꼬리를 휘적거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향해 손을 휙휙 저은 나는 사라진 페리샤를 찾으며 작은 목소리로 애타게 불렀다.
“아가씨-”
“--예요-”
푸르르- 투레질 하는 말들을 지나치며 빠져나온 나는 공터 한구석에 지어진 작은 건물에서 페리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걸 겨우 들어 서둘러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가씨.”
벌컥-
아기씨를 외치며 문을 열자 흰 셔츠를 손에 쥔채 내게 대답하고 있는 페리샤와 마주쳤다.
“여기에-”
스륵-
“히잇!”
페리샤는 낑낑거리면서도 홀로 드레스를 벗은 모양인지 아직 흰색 승마바지의 단추는 잠그지도 않고 골반에 걸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