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델말이야. 이제 좀 괜찮아졌어?”
움찔- 페리샤의 눈가가 떨려왔다. 벌려졌다 다물어지는 입술은 페리샤가 이 주제를 더 떠들고 싶지 않다는 걸 보여줬지만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힐끔- 내 눈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 페리샤는 결국 이야기를 전부 정리했는지 흐릿한 눈으로 또렷하게 대답했다.
“이젠 아무 생각도 없어요, 그- 전부 제 착각이었나 봐요. 아직도 어린 걸까?”
꽈악- 페리샤의 등 밑으로 팔을 집어넣은 나는 그대로 페리샤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쥐어짜듯 온몸을 밀착해 꽈악- 끌어안으며 온기를 안겨주자 흐릿한 눈동자 밑으로 눈물이 차올랐다.
“애초에 아무 관계도 아니었어, 그런 관계는 질리도록 많이 봤지. 그냥 어릴 때 같이 자랐다고 가까워지고 싶다- 생각하는 부류들.”
“그런- 가요…”
“내가 살던 곳에선 엄청 힘이 센 동물이 있는데- 어릴 때도 사람 하나를 밟아 죽일 수 있는 동물이야. 하지만 잘 길들이면 커서도 사람한테 벗어나질 못해, 조금만 힘줘도 족쇄를 잡고 있는 인간들을 밟아 죽이고 자유가 될 수 있는데도.”
내 이야기에 눈을 빛내며 듣던 페리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어째서요? 그렇게 강하면, 자유롭게 탈출할 수 있을 텐데-“
미끼를 문 페리샤의 질문에 나는 혀를 날름거리며 입술을 축였다. 본론은 지금부터였다.
“어릴 때부터 매질과 함께 배우거든, 절대 거스르면 안 된다. 절대 벗어나려 하면 안된다. 폭력과 종용으로 길러진 그 동물은 결국 자유로워질 힘이 생겨도 벗어나려는 생각조차 못하는 거야. 어릴 때부터 그렇게 길들이는 거지.”
“아…”
마치 누구 이야기 같지? 사락- 스윽- 머리칼에서 손을 뗀 나는 살짝 차가워진 페리샤의 볼에 손을 얹고 그 눈을 바라봤다. 손을 천천히 내려 가냘픈 목을 꾹- 살짝 움켜쥔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을 덮었다.
쪼옥- 쪽- 쪽-
무언의 키스와 함께 서로의 마음이 전해졌다. 꾸욱- 목을 살짝 조여도 아무 반항조차 안 하는 페리샤의 모습에 족쇄가 확실히 잠긴 걸 확인한 나는 목을 놓고 쪽- 쪽- 페리샤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냥 어릴 때부터 같이 잘 지냈으니까- 어울리네, 우리 잘 맞는 거 같아, 어릴 때도 같이 있었으니 지금도 같이 있어야 해- 하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거지.”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그렇구나, 나는 스스로 나한테 족쇄를 채워버렸구나.”
“지금이라도 풀고 나를 만났잖아.”
나라는 새로운 족쇄를. 너는 차버렸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쪼옥- 한 번 더 페리샤의 입술에 키스했다.
“사랑해요-“
“사랑해.”
그런데도 마음은 맞았다. 부모에게 휘둘리고 자기 뜻도 제대로 못 세우던 가여운 페리샤를 정말 사랑했으니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귀여운 아가씨이기에 나는 내 품속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곁에 내가 있으니까 안심해, 이제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거야.”
“후후, 그분들이 절 좋아할까요?”
“당연하지, 이렇게 귀여운데.”
“알고 있답니다?”
간만에 듣는 귀여운 말투에 쪽- 키스와 함께 코끝을 페리샤의 코에 문질렀다. 간질간질한 행복에 눈웃음을 짓자 페리샤 또한 주륵- 귀여운 눈물 한 방울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행복해요…”
“한숨 잘까? 무리해서 그런지 피곤하네.”
“으응, 그럴까요? 그럼?”
사락- 침대에서 일어나 전등을 껐다. 하지만 해가 뜨는 탓에 창문 너머 햇빛으로 방 안이 밝았다. 무언의 대화를 나눈 나는 그대로 커튼을 쳐 창문을 가리고 침대로 돌아갔다. 사락- 아름다운 나신을 훤히 드러낸 페리샤는 팔을 번쩍 들어 이불을 벌리고 있었다.
“으이구-“
귀여운 모습에 달려들어 쪽- 쪽- 쪽- 그녀의 몸을 키스 자국으로 뒤덮었다. 꺄악- 히힛- 귀여운 비명을 내지르며 내 머리를 끌어안던 페리샤는 어느새 발정했는지 색기 있는 신음을 흘리며 흐응- 다리를 조용히 벌렸다.
쯔거억- 그렇게 박아댔는데도 또 흥분하다니, 나 또한 그 모습에 벌떡 자지가 일어났다. 찔걱- 찔걱- 찔걱- 통통한 대음순을 귀두로 괴롭히며 젖혀 열어버린 나는 그대로 푸욱- 자지를 단숨에 박아넣었다.
“흐으으응-“
보지 안을 가득 채우는 자지에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린 페리샤가 터업- 내 골반을 휘감고 내 목에도 팔을 감았다. 마치 나무늘보처럼 내게 안겨 흐리멍덩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페리샤의 모습에 나는 푸욱- 올라간 자궁에 귀두를 꽂으며 물었다.
“오늘 장난 아닌데? 왜 이럴까?”
“흐응, 흐윽, 흐으, 헤헤, 배란기일지도… 모르겠네요?”
꽈아악- 배란기라는 단어와 함께 보지가 자지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귀두를 물어대는 자궁구와 쫘악, 쫘압- 자지에 얽히며 주름이 엉켜왔다. 요부처럼 야릇하게 혀를 놀리며 보지를 조이는 페리샤의 모습에 나는 짙은 숨결을 내뱉으며 물었다.
“그럼, 임신시킬까?”
쿠웅-♥
임신이란 단어에 귀두를 물어대는 자궁구가 한차례 울렸다. 풀어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던 페리샤는 달콤한 한숨을 내뱉으며 꽈아악- 다리를 조여왔다.
“그러면 아버님도, 어머님도 아무 말 못하실 거에요. 가문의 후계자는 저뿐이고 흐응- 따로 내세울 후보는 없답니다. 흐응! 그렇다고 카사노님을 내치기엔 히네라마을과 시에라 언니가 가진 영향력을 무시 못하니까요호-“
꾸우우욱-♥ 보지가 사방에서 자지를 조이며 오물오물 위아래 번갈아 자지를 쥐어짰다. 자유자재로 조이는 페리샤의 무서움과 조곤조곤 임신해도 되는 이유라며 설명하는 모습에 나는 그제야 골반을 꽉 붙잡은 그녀의 다리 무게를 체감했다.
어쩌면 족쇄가 채워진 건 내 쪽인 걸까?
치명적인 요부처럼 눈을 빛내며 혀를 날름거리는 페리샤의 모습에 나는 섹스를 처음 하는 동정처럼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었다. 푹 덮인 이불속 서로의 숨결을 주고받은 우리는 텅 빈 자궁이 가득 차 부풀 때까지 섹스를 멈추지 않았다.
**
“쿠우- 쿠후- 쿠후-“
꿈뻑-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온몸이 뻐근하고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내 팔을 벤 채 귀여운 코골이를 하는 페리샤를보니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커튼을 쳐둬 깜깜한 방안 모습에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체감이 안 됐다.
‘하나, 둘…’
한 손으로 페리샤의 머리를 받친 후 삼초를 센 다음 마나를 이용해 쑥 팔을 빼내고 곧바로 베개를 집어넣었다. 살짝 머리가 흔들렸지만 코오- 코끝을 떨 뿐 페리샤는 깨지 않았다.
촤르륵-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들춰내니 밖은 벌써 어두웠다. 뭐, 12시간 가까이 섹스하고 아침이 돼서도 이불 안에서 섹스했기 때문에 이 정도 지났을 거라 생각은 했었다. 이미 어둑해진 하늘과 자는 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오늘도 똑같이 섹스하면 되나? 라고 생각할 무렵 와락- 뒤에서 누군가 안겨 왔다.
“일어났어?”
“안놀라다니, 서운하답니다-?”
히- 이불을 어깨에 두르고 유령처럼 펄럭이는 페리샤의 모습에 사락사락-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자고 일어나도 보드라운 머리칼의 감촉을 즐길 무렵 페리샤가 뭉클- 살짝 단단해진 젖꼭지를 내 몸에 문지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하아앙, 죄송해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빙글빙글- 쿡- 쿡- 분홍빛 젖꼭지가 내 살결에 문질러질 때마다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꾸욱- 단단해진 젖꼭지가 내 유두에 닿는 순간 와락- 그대로 페리샤의 허벅지를 감아 들고 어깨에 들쳐멘 나는 성큼성큼 침대로 다가갔다.
“꺄아! 꺄악- 후훗- 따먹히게 생겼어-“
이젠 천박한 말도 잘 내뱉는 페리샤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있는 그때, 저벅- 아주 미약한 발소리가 귀 끝에서 들려왔다.
툭-
“으응?”
곧바로 어깨에 멘 페리샤를 내려놓고 툭- 벽에 붙어 귀를 기울였다. 마나를 일으켜 귀에 휘감은 후 페리샤를 향해 쉬잇- 수신호를 보내자 페리샤 또한 텁- 자신의 입을 막고 숨죽였다.
저벅- 저벅- 저벅- 걸음 소리 치곤 공백이 길었다. 한걸음 내딛고 수초가 지나서야 저벅- 한 걸음 더 옮기는 발소리였다. 아직 계단을 오르는 중인 발소리에 나는 페리샤에게 손짓해 가까이 부른 후 그녀에게 물었다.
“저택에 누가 있나?”
내 질문에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페리샤는 소곤소곤 속삭였다.
“어, 어제는 실수고 오늘은 정말 아무도 없어요. 어머님도 시종들도 급한 일이 생겼다고 말만 해서-“
그러고 보니 남작이 돌아오지 않았다. 저택 밖에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었지만 정작 저택 안에 있는 기사와 시종들 전부 어딘가를 향했다는 소리인데, 아무래도 남작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스윽- 페리샤의 볼을 쓰다듬으며 진정시킨 나는 머리를 굴리며 고민했다.
‘아무래도 남작 부인이 딸한테 설명하지 않은 모양인데.’
어린 딸이라며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식솔들을 데리고 어디 있을지 모를 남작에게 향한 모양이었다. 제일 좋은 상황은 다친 남작이 요양 중이라 페리샤가 걱정할까 봐 따로 부르지 않은 정도인데-
“?”
순진한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페리샤.
페리샤는 나와 함께 보낼 수 있단 생각에 별 의심 없이 저택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남작 부인이 자기 딸 홀로 이 저택에 남겨뒀을까? 아니다. 믿고 남길만한 시종을 붙여뒀으니 갔을 텐데- 그렇다면 저택에 있어야 하는 시종은 카트라였다. 하지만 어제 만난 시종은 카트라가 아니었다.
뭐가 됐든 지금 저 발소리는 카트라의 발소리가 아니기에 그냥 저택에 침입한 괴한이었다. 페리샤가 홀로 저택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차차 고민하기로 한 나는 페리샤에게 가운을 건네주고 팔을 넣어주며 대충 입힌 후 가만히 있으라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