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82화 (182/395)

“아버지가, 중상인가요?”

덜덜- 페리샤의 자그마한 턱이 떨려왔다. 날카로운 눈매에 조그마한 눈물이 맺혔지만, 남작의 중상을 전해 들은 페리샤는 끝까지 처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기사의 보고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부인께서 곁을 지키고 계시지만…”

“괜찮답니다. 전부 얘기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고위 사제를 데려오지 않는 이상 후유증은 당연하고 지금 이대로면 일상생활도 힘드실 거라고 사제들이 그러더군요.”

“저희 저택에 있는 포션이나 호르미아에 있는 사제들로는 해결 불가능한 건가요?”

“네, 말씀하신 포션으로 조기 치료를 했지만, 화상이나 뼈가 으스러져 조각난 것은 전혀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어머님과 만나겠어요. 저는 채비를 마치고 내려갈 테니 그때 안내해주세요. 아저씨.”

“알겠습니다.”

척척척- 의연하게 이야기를 들은 페리샤를 감동한 얼굴로 바라보던 기사가 다른 기사들과 함께 저택 밖으로 나갔다. 덜덜덜- 난간을 짚은 손을 떨던 페리샤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밝은 미소를 보이며 자신의 방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카사노님, 조금 도와주시겠어요?”

“그럼요, 아가씨.”

“헤헤, 아- 왜 사건은 연달아서 찾아오는 걸까요?”

터벅- 후웅- 그 말과 함께 떨리는 다리를 옮기던 페리샤가 계단을 잘못 밟고 뒤로 넘어졌다. 뒤로 기우는 몸과 함께 흔들리는 황금빛 머리칼을 그대로 목격한 나는 페리샤의 몸을 안아 들고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 그녀의 방을 향하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뒤에 찾아올 행복을 맞이하려고요. 고난 끝에 행복이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이제 저에게 남은 건 행복뿐이네요.”

“그런 셈이죠.”

“후후, 코르셋 조이는 거만 도와주세요. …다른 곳에 손대진 마시고요.”

페리샤의 경고에 훗- 웃으며 무마한 나는 방안에 들어선 후 바닥에 그녀를 내려주며 변명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한시가 급한데요.”

“네에-“

그러시겠죠- 끝말을 흐리며 전혀 믿지 않는 페리샤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은 나는 그녀가 부탁한 물건을 하나하나 담으며 가운을 벗고 옷을 챙겨입는 그녀를 지켜봤다. 조금씩 떨리는 몸과 경직된 미소가 페리샤의 고뇌를 보여줬지만, 그간 경험한 페리샤라는 여인은 분명 고난을 딛고 일어설 게 분명했다.

뭐, 시에라를 등쳐먹거나 나한테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남작이 쓴맛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채비를 마친 페리샤와 함께 기사를 뒤따른 나는 점점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화륵-

손에 쥔 촛대 위에 넘실거리는 불꽃을 지켜보던 페리서는 한 발짝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불꽃의 모양새에 자신을 투영했다. 흔들- 흔들- 걸음 한번, 콧김 하나, 사소한 것 하나에 흔들리는 불꽃에 후욱- 거센 입김을 불어낸 페리서는 어느새 문 앞에 도착했단 사실을 깨닫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왔구나.”

남작 부인은 화상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작을 어떻게든 재우고 치료소 창고로 먼저와 페리샤를 기다리고 있었다. 휘슬 남작가의 가주가 중태에 빠져있는 만큼 가문의 중대사를 해결하기 위해 딸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페리샤의 생각은 달랐다. 이대로 어머니에게 주도권을 내주면 중태에 빠진 남작이 살아나긴커녕 조용히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을 테고 저택 안엔 그녀의 내연남과 안사람으로 가득 차버릴게 분명했다. 지금보다 더한 감옥 같은 삶을 바라지 않은 페리샤는 남작 부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본론부터 내던졌다.

“가문은 제가 잇겠습니다. 이후 그동안 밀린 업무를 전부 처리하고 아버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너에겐 이르단다. 교사들에게 배우는 수업 하나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아이가 남작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완벽하게 해내겠다고 장담하진 못해도,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맡겨주세요. 어머님.”

“하아, 이야기가 통할 거라 생각한 내가 미친년이었구나. 응! 내가 미친년이었어!”

귀를 찢는 욕설에 페리서는 한걸음 물러서며 남작부인을 바라봤다. 항상 이랬다. 아버님의 외도로 상처받고 망가진 후 남편의 행적을 뒷밟으며 따라 하면서 나에겐 정숙하고 올바르고 완벽한 여인이 되라 회초리를 들었다. 그러다 견디다 못해 따져 들면 상처 입은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후벼파며 더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게 끊어버리는 남작 부인의 나쁜 버릇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너 대신 어미가 잠시 자리를 맡는 게 그렇게도 싫더냐? 응? 그깟 자리가 탐나 낳아준 어미를 제 손으로 밀어 내려 해!”

“네.”

“뭐? 아니, 뭐?”

“네, 라고 했습니다. 어머님.”

또 저 눈이다, 저택에서 봤던, 카사노에게 몇 번이고 얻어맞았지만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은 증오어린 그남자의 눈이 지금도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더 자신이 낳은 친딸이 아닌 자신의 권리를 노리는 적을 보는 남작 부인의 눈에 페리서는 피하지 않고 또렷한 목소리로 대항했다.

“가문의 올바른 후계자는 저입니다. 저는 어떻게든 아버님을 살려낼 것이고 남작가도 무너지는 일 없이 올바르게 키워낼 것입니다.”

“네가, 네가 미쳤어!”

“미쳤으면!!!”

쾅-! 옆에 놓인 오크통을 거칠게 내려치자 부스스- 먼지와 함께 판자가 으스러졌다. 제대로 힘쓸 줄 모르기에 페리샤의 주먹은 나뭇조각에 베이고 가시에 찔려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끝까지 남작 부인만을 바라봤다.

“미쳤으면 어머님에게 가주 자리를 넘기고 시키는 대로 어머님의 인형처럼 살았겠죠. 후계 수업을 듣고 아버님에게 배워온 게 있는 제가 자리를 잇는 게 정당합니까? 아니면 영지밖에서 구한 내연남과 뒹구느라 아버님이 치료소에 옮겨진 것도 모른 어머님, 아니죠. 거기에 저택에 있을 딸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식솔들을 데려가 혹여나 벌어질 유언을 유리하게 훔칠 생각뿐인 여우 같은 어머님이 잇는 게 정당한가요?”

“뭐엇, 뭐어- 뭐어-“

앵무새처럼 입술을 뻐끔 이는 남작 부인을 노려보던 페리샤는 후우- 짙은 한숨을 내쉬며 눈의 힘을 풀었다. 싱긋- 밝은 미소와 함께 마지막 제안을 건넨 페리샤는 꾸욱- 가시 박힌 주먹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제 묵인하에 내연남이랑 행복한 삶을 지내세요. 아버님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무엇을 하든 좋아요.”

“내가, 내가 괴물을 키웠어- 여태껏 속에 그런 흉악한 속셈을 품고 있었구나- 어미도 죽일 생각이지? 아니, 제 아비도 네가 해쳤지?”

“…그건 정말 잘못된 망상이네요. 저는 저기 누워있는 게 어머님이어도 살렸을 거랍니다. 저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이시잖아요.”

족쇄를 달고 말이죠- 카사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피식 웃은 페리샤는 한결 가벼워진 몸을 훌훌 털며 남작 부인을 바라봤다. 태연한 페리샤의 눈빛에 본전도 못 찾은 남작 부인은 겁에 질려 그대로 창고에서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쿵- 먼지 날리며 닫히는 나무문에 하아아아- 참았던 숨을 내쉰 페리샤는 덜덜 떨리는 손을 움켜쥐다 쿡- 가시에 찔려 꺅- 소리를 내며 손을 뗐다.

“그래도 말했다아…”

어깨에 얹어둔 부당한 짐을 전부 내려놓자 온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나는 이런 자유를 원했구나. 이제야 올바른 자유를 되찾았단 사실에 쭈글- 턱을 구기며 눈물을 흘린 페리샤였지만 스윽- 눈가를 닦는 손길에 깜짝 놀라 튀어 올랐다.

“햐아아앗-!”

“워우, 천장에 닿은 거 아닙니까?”

꾸욱- 능글맞은 목소리로 농담을 던진 카사노는 떨고 있는 페리샤의 손목을 붙잡고 준비해둔 포션을 그대로 들이부었다.

“흐읏-“

슈르르르- 베인 상처가 아물고 살이 차오르며 툭 툭- 가시 몇 개가 뽑혀 나왔다. 상처도 못 남겨 미세하게 박힌 잔가시는 카사노가 손으로 전부 뽑아줬기에 페리샤의 손이 금세 깨끗해졌다.

**

덜덜- 덜- 내 손에 쥐인 페리샤의 손이 조금씩 얌전해졌다. 떨림이 멎은 손목을 놔준 나는 손바닥과 손등을 차례차례 쓰다듬으며 그녀를 꾸짖었다.

“괜히 휘둘러서 예쁜 손 다치게 만들어요. 응?”

“…언제, 왔었나요?”

페리샤의 질문에 나는 검지를 까딱이며 고민했다. 순순히 말할까-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나 눈을 굴리자 페리샤가 귀여운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을 채갔다.

“전부 들으셨군요. 하아-“

“그렇게 다 들리게 떠들면 누구라도 들을 겁니다.”

물론 처음부터 뒤따른 건 맞았다. 하지만 창고 안에 들어선 후부터 서로 날 선 태도로 대화하더니 이윽고 고성이 오가는 걸 보고 창고 앞을 지켰을 뿐이다.

갸웃- 갸웃-

내 등 너머 열린 문으로 고개를 내밀던 페리샤는 아무도 없는 걸 확신했는지 푸욱- 내 품에 안기며 얼굴을 파묻었다. 자연스러운 모양새에 나 또한 열린 문을 닫은 후 창고 안으로 좀 더 숨어 들어가 꼬옥- 페리샤를 강하게 끌어안아 줬다.

“말 잘하던데.”

“카사노님한테 배운 이야기가 생각났답니다. 그래서 힘낼 수 있었어요.”

“장하네-“

스윽- 눈물 탓에 물기 어린 볼을 손등으로 쓰다듬은 나는 쪽- 페리샤의 이마에 키스해줬다. 꽈악- 허리에 감긴 손이 나를 더 강하게 옥죄이기 시작했다.

“갈수록 순진하게 굴더니 다 연기였어.”

남작 부인에게 또박또박 말대꾸하면서 그전에 잡아둔 약점을 뱉을 때 자지와 섹스를 밝히는 그 음탕한 아가씨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섹스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건가? 라는 고민까지 할 정도로 페리샤가 뱉은 말들은 그녀를 다시 보게 하기 충분했다.

“그것도 저고 지금도 저랍니다. 카사노님 앞에선 그냥 전부 내려놓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에요.”

잘근- 옷깃 사이 엿보이는 내 살을 깨무는 페리샤의 입놀림에 나는 침음을 삼키며 사락- 사락-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아지처럼 잘근잘근 살을 깨물던 페리샤는 내 손길을 느끼곤 만족스러운 콧김을 내뱉으며 핥짝- 깨문곳을 핥았다.

“솔직해서 좋아, 흐음…”

후웁- 페리샤의 정수리에 코를 파묻고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 폐부를 가득 채우는 복숭아 향기에 만족할 무렵 툭- 툭-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고간을 두드렸다.

“후후, 귀여워. 흐물흐물해요.”

툭- 툭- 툭-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리는 손장난은 아무 자극 없었지만 품 안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살 내음과 질리게 맡은 그녀의 복숭아향은 자극으로 충분했다. 부욱- 바지 안에서 눈에 띄게 커지는 자지를 보고 놀란 페리샤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오므렸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하네요, 자지라는 게 원래 금방 커지는 건가?”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품 안에 있으면 누구든 커질 수 있지.”

“흐응-“

툭- 내 팔을 등으로 밀며 빠져나온 페리샤는 툭- 창문에 그대로 올라앉았다. 엉덩이에 깔린 갈색 로브 끝자락이 펄럭였지만 페리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오…”

지익- 날카로운 단검이 로브 중앙에 찔렸다. 천 찢어지는 소리를 끝으로 단검을 집어넣은 페리샤는 텁- 로브를 눌러 갈라진 틈새 사이 엿보이는 하얀 살결을 내게 보여주며 야릇한 콧소리를 냈다.

“어디 보고 싶은 곳이라도 있을까요?”

사락- 사락- 천 스치는 소리와 함께 로브에 난 구멍이 움직였다. 움직일 때마다 구멍 너머 새하얀 살결이 나를 자극했고 뭔가 느낌이 온 난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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