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페리샤와 즐거운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페리샤가 부탁한대로 나는 저택 앞 준비된 마차에 짐을 싣고 있었다. 아가씨들은 뭔 옷이 이리도 많은지, 옷만 담은 캐리어가 3개는 됐다.
차곡차곡 마차 뒤에 가방과 캐리어를 묶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셔츠 단추를 푼 나는 흐르는 바람에 땀을 식힌 후 마차에 걸터앉아 페리샤를 기다렸다.
“후읏- 후웃-“
몇 분을 기다려도 페리샤가 오지 않아 하늘의 구름을 구경하는지경까지 되자 멀리서 애타는 한숨 소리와 함께 질질- 가방끄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여 저택쪽을 바라보니 금빛 머리칼을 휘날리는 메이드 하나가 낑낑거리며 내게 달려왔다.
“아- 카사노니힘-“
묘하게 기운빠지는 소리와 함께 드르륵- 가방을 툭- 마차 옆에 세운 메어리는 헤엑- 헤엑- 거친 숨을 내쉬며 벌어진 목깃을 펄럭였다. 단추를 풀고 펄럭이는 탓에 살짝 드러난 가슴골이 엿보였다.
“헤에- 헤엑- 덥네요- 후우-“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는 혹시?”
저번부터 묘하게 보여주는 야릇한 행동이나 허술한 행동거지에 조금 거리를 두기로 하며 일부러 딱딱하게 대답했다. 내 질문에 검지를 입술에 얹고 으응- 으응- 코를 울리며 생각하던 메어리는 툭- 내 발치에 몸을 기대며 빛나는 푸른 눈으로 나를 올려다 봤다.
“곧 나오실거예요- 후후, 아가씨랑 단둘이 여행이시라니 기대되시겠어요-“
“…여행이 아니라 백작 부인을 뵈러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의미로 떠나는 것도 아니고요.”
“아, 죄송해요.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굳은 표정으로 자기 말을 부정하자 풀이죽은 강아지처럼 눈썹을 늘어트린 메어리, 그 모습에 괜히 마음이 약해진 나는 표정을 풀고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 아. 아가씨가 오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아, 네! 그럼 조만간 꼭 봬요- 카사노님.”
“꽤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할거 같은데요.”
“후훗, 아뇨. 곧 뵐수 있을거예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날름- 입술을 핥은 메어리가 꾸욱- 목깃에 걸어 둔 손가락을 아래로 당겨 푹파인 가슴골을 내게 보여줬다. 겉으로 보기엔 소녀처럼 보여 말랐는데 저 메이드복 안엔 꽤 굉장한 가슴이 자리 잡은듯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스쳐 지나가는 페리샤에게 꾸벅 인사하는 메어리를 계속 눈으로 쫒자 툭- 단단한 무언가가 내 발을 두드렸다. 뭔가하고 내려다 보니 어느새 마차에 도착한 페리샤가 활짝 미소를 지은 채 우산 손잡이로 내 발을 건든 모양이었다.
후웅- 턱- 마차에서 뛰어내린 후 마차 문을 연 나는 곧바로 안에 올라타 페리샤의 손을 잡고 그대로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부드러운 면장갑을 쓰다듬으며 자리에 앉은 페리샤의 코에 키스해준 나는 먼저 내려 마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냥 앉아서 기다리지 그래요- 아직 시간도 멀었답니다?”
“아뇨, 땀도 꽤 흘려서 땀이나 식히려고요. 잠시만 혼자 앉아 계세요.”
내 거절에 부욱- 볼을 늘린 페리샤였지만 단호한 내 대답에 체념했는지 까닥- 까닥- 발을 휘두르며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언니는 안전하게 출발했을까요?”
“별일 없겠죠. 아침 일찍 출발했으니 이제 반의반도 안 갔겠네요.”
이른 아침 고롱고롱 콧소리를 내며 자는 페리샤를 뒤로하고 일어난 시에라는 내 키스와 안부를 행복한 미소로 받아 갔다. 같이 있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해야 할 일이니까요- 라며 상단을 위해 떠나는걸 후회 한번 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에 새삼 다시 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히네라 마을로 떠난 시에라 생각하며 페리샤와 수다 떠는 그때 멀리서 중년남성 한 명이 황급히 내게 달려왔다. 제대로 숨도 고르지 않고 사과부터 건넨 그는 말들을 쓰다듬으며 상태를 확인한 후 출발해도 되겠다며 내게 마차에 타라 했다.
“그럼 잘부탁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아가씨를 잘부탁하겠습니다.”
고개 숙이는 내게 같이 숙이는 걸로 맞받아친 마부는 웃음과 함께 채찍을 들고 마차 위에 올라탔다. 나도 마차 안에 앉아 양팔을 벌리고 있는 페리샤의 품 안에 그대로 들어갔다.
끼익- 쿵-
“출발하겠습니다! 이랴-!”
찰싹-! 히히이잉-! 찰싹-!
마부의 쾌활한 채찍소리와 함께 마차가 덜컹이더니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잘포장된 도로를 매끄럽게 달리는 마차 안, 품속의 페리샤를 강하게 끌어안은 나는 두근두근- 고동치는 심장 소리를 즐기며 물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어차피 호르미아로 가는 거 시에라랑 같이 갔으면 됐겠네요.”
말캉- 가슴을 내 가슴에 문지른 페리샤가 입꼬리를 씰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어차피 저와 카사노님만 내려 줬으면 되니까요.”
꾸욱- 검지와 중지 중간마디로 페리샤의 코를 꼬집었다. 으윽- 귀여운 비명과 함께 손을 뗀 나는 짓궂은 미소로 그녀에게 말했다.
“잠꾸러기 공주님이 계셔서 결국 못갔지만요.”
“후후, 피곤해서 그랬을까요?”
앙- 내 목덜미를 가볍게 깨문 페리샤가 소곤소곤 귀를 간지럽히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니면 오붓이 마차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그런 걸까요?”
콱- 솟아난 송곳니가 목덜미에 박혔다. 가지런한 이와 함께 쿠욱- 송곳니가 목덜미를 누르고 할짝- 축축한 혀가 깨문곳을 핥는 순간 야릇한 쾌감이 등골을 스쳤다.
“하하- 영악한 아가씨네요.”
뭉클- 꽈아악-
“후읏- 하아, 칭찬 감사해요오- 흐으응-“
연하늘빛 드레스 안에 거침없이 손을 밀어 넣은 나는 거추장스러운 속옷 사이를 파고들어 새하얀 살결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잡아당기기도하고 주무르기도 하며 페리샤의 젖가슴을 맛보자 흐응- 안타까운 한숨 소리와 함께 페리샤가 이빨에 힘을 빼고 할짝- 목덜미를 핥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호르미아까진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그동안 많이 이뻐해주세요?”
꾸욱- 자기 무릎으로 내 다리를 벌리게 한 페리샤는 꾸욱- 무릎 위에 내 고간을 살짝 얹은후 쪽- 쪽- 내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덜컹- 덜컹-
흔들리는 마차 속 좁은 좌석에 누운 우리는 뱀이 교미하듯 서로의 몸을 뒤섞으며 불편함도 잊고 마차가 멈출때까지 열락의 시간을 보냈다.
**
덜컹- 덜컹- 덜컹-
꽤 거칠게 흔들리는 마차 안, 좌석을 짚고 흐트러진 드레스를 고치던 페리샤가 달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곧 있으면 호르미아에 도착하겠네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벌써 호르미아라니, 사실 페리샤와 저택에서 떠난 후 한 거라곤 섹스뿐이었다. 마차에서 눈만 맞으면 드러누워 하얀 살결을 마음대로 맛보고 밤이 되어 마을에 머물게 되면 마부는 홀로 작은 방 하나를 마련해준 후 둘이서 입맞춰 방하나에 들어가 아침이 되기 전까지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눴다.
그런 내 질문에 쿡쿡-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은 페리샤가 파악- 가방에서 꺼낸 부채를 펴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희가 도착할 때쯤이면 백작 부인의 시종들이 마중올 테니 미리 준비해야 한답니다.”
“그러면 제가 아가씨 옷을 입혀드려야겠네요.
일부러 잘됐다는 듯,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캉- 드레스 너머 페리샤의 가슴을 주무르자 톡- 부채가 손등을 두드렸다.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민 페리샤는 안타깝다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어차피 백작 부인께서 준비하신 옷이나 식사 자리가 있으니 백작 부인의 시종이 전부 도와줄거랍니다? 꿈 깨시죠.”
단호한 페리샤의 대답에 어깨를 으쓱인 난 말캉- 말캉- 손바닥에 감기는 가슴을 가지고 놀며 페리샤에게 내 몸을 얹었다. 체중에 눌려 으윽- 앓는 소리를 내는 페리샤를 귀여워하는 찰나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즐긴다고 생각을 안 했는데, 마차에서 내는 소리가 밖에선 안 들리나? 꽤 시끄러웠을거 같은데.”
“…시끄러웠을거 같다는 말은 빼주세요.”
시끄러웠을 원인 1호인 페리샤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더니 촤악- 부채를 펼쳐 자기 얼굴에 부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만의 걱정이었는지 페리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마차에 기본으로 달린 게 방음 마법이랍니다. 애초에 제가 그런 생각도 안 하고 카사노님과 몸을 섞었겠어요?”
“똑똑한 노예네요-“
스윽- 스윽- 검지 끝으로 페리샤의 턱을 긁으며 칭찬해주자 헤실헤실- 미소 지은 페리샤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툭- 떨어졌다. 점점 느려지는 마차 속도에 간단한 대화를 나눈 우리 둘은 히히힝- 말들의 투레질과 울음소리에 슬슬 호르미아 백작령에 도착했다는 체감을 하며 슬쩍 몸을 떼고 마주 보는 형태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