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주 오랜만의 연락인데 무슨 볼일이지? 뭐, 항상 그대는 내게 부탁만 하니까…]
삐죽, 키스를 받았음에도 불퉁한 라우라. 하지만 미약한 미소를 머금은 입꼬리 덕에 그녀가 내게 장난치고 있다는 걸 확신한 나는 쪽쪽쪽, 과장된 키스 소리를 내며 그녀를 골렸고 피식 웃은 라우라는 책상에 턱을 괴고 평화로운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봤다.
“다름이 아니라 마녀분들한테 받은 주문서가 너무 많아서요. 몇 개 사용하긴 했는데 도저히 분류할 수가 없어서 어떤 마법인지 분류하는 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요.”
[음, 그러고 보니 그대에게 안긴 아이들 전부가 빠짐없이 건넨 선물이니 확인하기 힘들만 하군]
“네, 그래서 아무거나 사용하려고 해도 얼마 전에 하나 사용한 게 하늘이 바뀔 정도로 무식한 불덩이가 나와서… 식겁했다니까요?”
[그 정도 범위와 하늘이 바뀌었다는 표현을 보니 불의 마녀 아그니겠군, 그런데 그 아이도 그대에게 안겼나?]
“솔직히 기억 안 나요.”
그때 안은 마녀 중 아주 일부만이 내게 마녀명과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었다. 그런 마녀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테이블에 엎드려 엉덩이를 내밀고 길가에서 마주치면 보지를 벌려 내 씨앗을 강탈해가기 바빴으니 모를 만도 했다.
[무식하게도 안아댔으니 그렇겠지, 주문서에 관해선 내가 라엘라를 시켜 마을의 아이들에게 주문서의 외형과 효과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하겠다. 그런데 그것뿐인가?]
싱긋, 야릇한 입술을 혀로 핥으며 다른 대화로 넘어가자는 라우라의 신호에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에 나왔다는 이야기, 보고 싶다는 이야기, 라우라 또한 처리할 일이 많아 힘든데 간만에 나를 보니 행복하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 질문할 게 있는데요.”
[응?]
항구에서 들었던 바다 마녀 이야기, 그리고 레지나와 인어들이 나눈 어머니라는 명칭. 그것을 조합한 나는 하나 건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라우라에게 질문했다.
“바다의 마녀도 있어요?”
[바다의 마녀? 음, 아우리아를 이야기하는건가?]
“제가 실제로 뵌 적은 없어서요. 여기가 제국 수도 기준으로 남서쪽에 있는 해역인데, 바다 마녀 이야기가 들려와서요.”
[그 근방이면 아우리아가 맞겠군, 매우 드물게 마을에 방문하는 마녀야. 무척이나 강하고 친절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숙원이 너무 원대해 다른 마녀들은 좀 꺼리고 있어]
“숙원이 원대해요?”
마녀에겐 숙원이란 운명, 죽기 직전까지 이루고 싶은 소망이었기에 알면 도움이 될 게 뻔했다.
[아우리아의 숙원은 온 바다를 지배할 왕을 찾는 것, 자신이 만들든 찾아내든 아우리아는 오래전부터 모든 시간을 할애해 바다에서 보내고 있지. 우리로선 같은 마녀끼리 챙겨주고 싶지만…]
“친절하신 분이라면서요?”
[아우리아의 스승이 마녀들의 희망을 위해 바다의 왕을 찾아내야 한다고 그녀에게 예언했었지. 거기다 아우리아는 자신과 적대하는 모든 것에 까탈스럽거든, 뭐 마녀가 다 그렇다만…]
까탈스럽더라, 라우라에겐 솔직하게 이야기할만하다고 생각한 나는 머리를 긁으며 바다에서 있었던 일과 레지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했다.
“…그렇게 돼서요, 그리고 제가 모시기로 한 분이 레지나를 원하는데 그 아우리아란 분이 저를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흐음, 카사노, 그대는 그대의 신분을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는군]
텅, 책상을 강하게 두들기는 주먹과 함께 라우라는 싸늘한 미소로 나를 응시하며 입술을 달싹이었다.
[우리의 은인이자 마을, 아니 온 대륙에 머무는 수많은 마녀를 임신시킬 수 있는, 마녀에게 축복을 내릴 수 있는 건 오로지 그대뿐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도록]
“다른 인간들의 씨도 받아들일 수 있게 미네르바가 개발하고 있잖아요? 실제로 성공한 몇몇도 있고.”
[그들을 제외하면 사례가 전무해, 그리고 무사히 출산을 마친 한 마녀는 아무리 다시 관계를 나눠도 임신이 불가능하더군, 물론 카사노 그대도 출산한 여자를 재임신시킨 사례가 없으니 모른다만, 현재로선 우리의 희망은 그대뿐이야]
“더 기분 좋게 말해주세요.”
[후훗, 기분좋게라…]
할짝, 입술을 핥은 라우라가 끈적한 한숨을 하아 내쉬곤 달콤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마녀들을 임신 시킬 수 있는 인간은 오로지 그대, 카사노뿐이다… 그리고 나도, 그대를 원하니 언제라도 방문해다오.]
짜악, 가벼운 박수 소리와 함께 환기되는 공기. 거기다 조금 들뜬 미소를 지은 라우라가 마침 생각났다며 내게 알려줬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아우리아도 자식을 무척이나 갖고 싶어 했지.]
[시기상으로도 조만간 아우리아가 위치 크래프트에 찾아올듯한데… 그대가 부탁한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다만]
히죽,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흥정하는 라우라, 라우라와 헤어지고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아 몰랐지만 이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라우라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도 다양한 그녀를 볼 수 있어 들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바라는 대답을 건네줬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뭐든 해드려야죠.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다음에 시간날 때 한번 찾아오도록, 그대를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아.]“라우라님은요?”
움찔, 내 짓궂은 질문에 어깨를 떤 그녀는 토옥, 촉촉한 입술에 검지를 얹고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굳이 말해야할까…?]
쪼옵, 도톰한 입술에 자취를 감추는 가느다란 검지, 이후 침에 축축하게 젖은 검지를 입술에 얹고 유혹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한가지 요구했다.
“가슴 보여줘요.”
[그런, 카사노…♥]
“빨리.”
[…]
단호한 재촉에 푸릉, 새하얀 정장에 갇혀 있던 셔츠가 모습을 드러내고 톡톡, 단추를 열자 눈처럼 새하얀 살결이 셔츠 밖으로 새침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아…♥]
중앙 단추만 열어 풍만한 가슴골을 보인 라우라는 셔츠 자락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곤 출렁, 한쪽 가슴만 덜렁 책상 위에 얹고는 투둑, 단추를 뜯어 편하게 숨을 돌리며 가슴 끝을 톡톡, 검지로 두들겼다.
[하아, 하아, 더, 더 봐다오…]
검지 손톱이 쓰다듬자 서서히 부푸는 분홍빛 유두. 힘없이 축 늘어진 유두가 빵빵하게 부풀자 깨끗한 유륜을 쓰다듬으며 음탕한 미소를 지은 라우라가 헤에, 벌어진 입안의 혀를 할짝대며 나를 유혹했다.
“하아, 씨발 존나 꼴리네.”
[하우웃, 카사노오…♥]
톡, 톡, 톡, 검지 끝을 튕기며 유두를 자극한 라우라는 내 저열한 욕설에 부르르, 어깨를 떨며 기뻐하고 결국 양쪽 젖가슴을 내밀어 유두만으로 절정하고 나서야 새빨개진 얼굴로 내게 작별을 고했다.
[다음에 꼭 오도록…]
우웅, 안부를 끝으로 꺼지는 수정구.
오랜만에 꼴리는 딸감을 머릿속에 저장한 나는 수정구를 가방에 집어넣고 라우라에게 들었던 아우리아의 정보와 레지나의 정보를 조합해 여러 계획을 정리했다.
일단 남은 조교 계획은 4가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계획을 잘 정리하고 쌓아둔 주문서를 전부 가방에 집어넣는 그때 똑똑똑, 노크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무슨 일입니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필리아 영애께서 카사노님을 뵙고 싶다고…]
필리아? 반가운 이름에 풀썩, 가방을 벽에 세우고 검을 허리에 찬 나는 내려가기 전 단정하게 꾸미기로 하고 선원에게 잠시 아가씨께 기다려달라 말하라 부탁했다.
[네, 알겠습니다]
터벅터벅, 복도를 걸어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거울을 봤다.
부스스한 머리칼을 넘겨 정리하고 거뭇하게 올라온 수염을 재빨리 정리하자 제법 볼만했다.
아직 정오도 안됐는데 벌써 찾아오다니, 아가씨치고 할 일이 없나- 무례한 생각을 떠올린 나는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갔고 명목상 주점의 홀이 눈에 들어온 순간 화악,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
윤기 나는 분홍빛 머리칼을 엉덩이까지 늘어놓은 여성, 익숙지 않은 드레스 차림이 불편한지 아름다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린 그녀는 이를 갈며 분통을 터뜨리다 나를 발견하고 벌떡, 의자에서 일어났다.
잘 정돈된 치렁치렁한 프릴 가득한 드레스, 발목까지 덮는 화려한 흰색 드레스를 걸친 그녀는 발이 불편한지 구두에 덮인 발을 이리저리 틀며 불편한 티를 냈고 드레스를 꽉 움켜쥔 채 입술을 달싹였다.
“카, 카, 카, 카, 카사노!”
“아가씨, 계속 그리 무식하게 움켜쥐면 드레스가 구겨집니다.”
“씨발, 아저씨! 이미 프릴이라 주름졌는데 구겨지는 게 무슨 대수야…! 지금 인사 중이잖아!”
“미친년…”
주륵, 눈물을 흘리는 중년 기사의 조언을 흘려들은 필리아는 또각, 또각, 힘겨운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고 그 모습에 안쓰러워진 나는 재빨리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텁, 그녀의 손을 움켜쥐어 얌전히 그녀를 원래 자리에 앉혔다.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그그, 그그그그래!”
덜덜덜, 찌그러진 입술을 어색하게 피고 새빨개진 볼을 씰룩이면서 인사를 건네는 필리아, 숙맥 같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진 나는 쪽, 손에 쥐고 있던 그녀의 손등에 입 맞추고 지긋이 필리아를 바라봤다.
-퍼엉!
“흐앗…”
수줍은 아가씨의 두 볼이 빨갛게 물든 상황, 홀 근처에 있던 선원들과 필리아가 데려온 기사의 웃음소리가 하하하, 단숨에 주점 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