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아...!
푸른 물결과 하얀 거품이 부딪히며 자아내는 자연의 선물. 멍하니 그걸 지켜보는 레지나의 머릿속엔 저주처럼 어떤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소중하게 지켜낸 처녀막도 따이고 바다의 왕이니 뭐니, 그딴 걸로 다신 망상도 못 하게.’
“선장님?”
‘내가 주는 밥을 받아먹으며 내 좆이랑 손가락에 보지 쑤셔지고 평생을 음탕한 몸으로 창녀처럼 춤추면서-’
감히 자신에게 그딴 망발을 내뱉다니, 분명 분한 마음에 계속 떠오르는 거겠지.
“선장님.”
‘나한테 아양 떨며 살게 해줄 거라고. 알아들었어?’
만약, 그놈이 말하던 대로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화를 낼까, 욕을 할까 아니면...
그놈 손길에 기뻐하며 스스로 몸을 어루만지며 탕녀처럼 기뻐하던...
-짜악!
“언니!”
“우왁!!!”
따끔한 고통과 함께 귓가를 징징 울리는 앙칼진 목소리. 그제야 연신 자신을 부르던 메파를 알아챈 레지나는 큼큼, 헛기침과 함께 도끼눈을 뜨고 말꼬리를 잡았다.
“이게 선장한테... 아주 만만하지? 응?”
“몇 번을 불러도 안 들으니까 그러죠. 암시장에 다녀온 뒤로 상태가 더 이상해졌어요. 신관이라도 수소문해볼까요?”
“그런 거 아니야.”
신관은 무슨, 신관이 민감해진 몸을 치료해줄 수 있었다면 수천 번이고 불렀을 텐데.
“그런게 아니긴요. 맨날 얼굴 붉히고 중얼중얼, 딴 데 마음 가 있는 사람처럼 항해에 집중도 못 하고 오늘은 심지어 다치기까지 했잖아요.”
짜악!
“아! 아프다고!”
누굴 닮아서 손이 저리 얼얼한지, 레지나는 따가운 등짝을 긁으며 베인 팔뚝을 살짝 쓰다듬었다가 알싸한 고통에 침음을 삼키며 변명했다.
“방심했어, 딱 봐도 개좆밥같아서 설렁설렁하는데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더라고.”
사실 방심한 것도 아니다. 잘 상대하다가 도우러 온 복면 쓴 해적 놈이 그놈과 닮은 검은 머리를 하고 있어 쿠웅, 배가 울리고 몸이 뜨거워져 순간 칼을 내려놓았다가 베였다.
뭐, 바람에 복면이 젖혀지는 순간 못생긴 낯짝을 보고 바로 두 놈 다 베어버렸지만, 확실히 레지나 또한 자기가 이상하단 걸 인지는 하고 있었다.
저주처럼 맴도는 카사노의 경고.
바다의 왕이자 온 해역을 누빌 자신을 한낱 여자로 사용하고 평생을 감금하겠다는 오만하고 천박한 경고.
얼뜨기 해적이나 평소 적대하던 머저리들이 그런 말을 했다면 세로로 몸을 가르거나 목을 쳐 목 없는 시체를 그놈들의 배에 걸고 보냈을 테지만 유독 카사노가 했던 말만큼은 각인처럼 지워지지 않고 레지나의 정신을 마구 어지럽혔다.
“하아아...”
“또 한숨.”
“얘가 참, 일없어? 심심해? 일거리 만들어줘?”
“진짜 선장 요즘 이상해서 그래요. 카사노 그 새끼 때문에 그래요?”
“...뭐.”
“이젠 진짜 겹칠 일 절대 없는 항로로 다니고 있다니까요? 만약에 만나면 우리 배에 배신자가 있는 게 분명해요. 근데 그럴 일은 없잖아요.”
“그렇지.”
“우리가 다니는 항로는 산호섬을 중간 지점으로 하고 로위 왕국 해역을 경유해서 제국 해역 인근에 들어가는데 그렇게 몇 번이나 들려서 접근할 놈들도 없고 들은 게 없는데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쉽게 말하면 몇 번이나 정기 마차를 갈아타는 것과 같은 번거로움. 물론 귀찮긴 했다만 그놈과 만나기 싫어 자신이 요청했기에 레지나는 군말 없이 메파의 의견을 따랐고 들끓는 부하들의 성원을 돈으로 잠재웠었다.
“알았어, 알았어! 누가 그 새끼한테 말해주지 않는 이상 절~대 겹칠 일 없다는 거잖아. 배신자는 우리 배에 없어. 알어!”
“그럼 됐어요. 오늘 더 건수도 없고 항해도 끝났겠다, 항구로 돌아갈 거죠?”
“가야지.”
카사노 그 자식과 만날 위험이 있긴 하지만 항구에서 출항할 때 들은 소식만으로도 그 새끼가 무지하게 바쁘다는 건 온 항구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지금같이 이른 시간에 느긋이 항구를 돌아다닐 리도 없으니 레지나는 긴장을 풀고 부하들을 둘러봤다.
“얘들아, 오늘 한잔 걸치자!”
“““네!!!”””
우렁찬 대답과 함께 히죽 웃으며 돛대에 기댄 레지나는 뜨거운 배에 양손을 덮고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몇 번이나 자신의 성기를 쑤시고 휘젓고 빨아먹으며 희롱했던 카사노. 그는 낮이 되자 사슬을 풀고 유유히 사라졌고 자신은 그놈의 경고를 잊지 못해 항구도 조심스레 복귀해 지금까지 잘 피해 다녔었다.
하지만 자꾸만 생각났다. 그놈이 경고한 대로, 오늘 만나게 된다면...
“으응...”
주륵, 뜨거운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바지를 적신다. 상상만으로 젖은 자신의 음탕함에 입술을 깨문 레지나는 거친 손길과 잔뜩 부푼 바지춤, 그리고 이전에 봤었던 쇠막대 같은 성기를 상상하며 하아아, 끈적한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내 안에...”
처억, 손가락으로 길이를 재보자 명치 부근까지 닿이는 길이의 성기. 망상 속 보정인지 자신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카사노의 성기가 그만했다고 레지나는 기억했기에 어느새 조용해진 갑판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천천히 검지 끝으로 쯔윽, 젖은 비부를 아주 살짝 어루만졌다.
찌릿!
“응흐으읏...!”
찌르르, 짜릿한 전류가 음부를 시작으로 등골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내렸다. 안 그래도 민감한 몸인데 그놈에게 붙잡혀 빨리고 쑤셔지고 어루만져진 뒤로 이젠 전기라도 통하는 것처럼 욱신거리기까지했다.
“그게 내 안에 들어온다면...”
스스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인 데다가 카사노가 만져주면 그 쾌락은 수십 배에 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데도 손가락으로 모자란 점이 있었는데 만약 그 기다란 성기가 푸욱 들어온다면...
“뭐라는거야...!”
-짜아악!
정신 차리기 위해 양 볼이 얼얼할 정도로 후려친 레지나는 빨개진 볼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이를 갈았다. 원래 기분 좋은 거라면 사족을 못 쓰긴 했지만, 망상까지 하게 되다니!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했다.
“다음에 만나면 뭐, 따먹어? 지랄하네, 개소리하는 주둥이를 뜯어버리고 말지...!”
쿵! 기대고 있던 돛대를 후려치고 바다를 바라보는 레지나.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혼란할 때 드넓은 바다를 보면 혼란스러운 머리는 차분히 가라앉고 들끓는 짜증은 자연스레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다.
지금 느끼는 성욕도 단순한 번뇌일 뿐,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파도를 바라보며 진정시킨 레지나는 다음에 카사노를 만나게 된다면 번민을 느끼기도 전에 꼭 처리하겠다 다짐하며 조용히 바다를 들여다봤다.
...
“거품이 좀...”
쏴아아, 물결치는 바다가 들썩일 때마다 일어나는 새하얀 거품, 줄줄 흘린 애액에 덮인 음부를 마구 치대고 지분거릴수록 하얗게 물들었던 걸 떠올린 레지나는 짜악, 짜악, 부어오른 뺨을 후려치며 음란한 자신을 벌주었다.
***
-채앵! 채앵! 채앵!
“크흐흐으으!”
“술끼얏호우~”
“마셔, 마시라고!”
“씨발, 오늘 정도만 매일 하면 우린 부자라고!”
“...”
“선장님! 안주 더 시켜도 돼요?”
“넌 뭘 그런 걸 묻냐, 선장님이 네년처럼 쩨쩨한 줄 알아?”
왁자지껄하다 못해 가만히 있어도 귀가 징징 울릴 정도로 시끌벅적한 주점. 카사노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항구 중앙시장이 아닌 외곽 부두 근처,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소라게 모양 건물을 지나 주변에 있는 주점 중 가장 외진 곳을 골랐는데 오히려 사람이 미어터지기 일보 직전인 곳이었다.
“선장님, 아직도 아파요?”
“메파, 괜찮으니까 술이나 마셔.”
“마시고 있거든?”
꿀꺽꿀꺽꿀꺽, 푸하!
인중에 하얀 거품을 묻히고 살짝 풀린 눈으로 노려보는 메파, 주점에 들어온 지 2시간도 안 됐는데 이미 불콰하게 취한 부하들을 보며 히죽 웃은 레지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쥐고 있던 맥주잔만 계속 조물거리며 딴생각에 빠졌지만 그걸 가만히 지켜볼 부하들이 아니었다.
-벌컥!
“으웁!”
맥주잔을 들고 한 모금 적시려는 순간 맥주잔 밑을 밀어버리는 메파, 그 덕에 맥주가 그대로 엎어져 모조리 덮어쓴 레지나는 짜증 어린 미소를 지으며 코옹, 메파에게 꿀밤을 먹이고 쿠웅! 맥주잔을 내려놨다.
그래, 기껏 즐기러 왔는데 그 새끼가 뭐라고!
“야! 통 가져와 통!”
“통 아줌마다!”
“씨발년이?”
-빠악!
“좆같은 농담을 하고 있어.”
커다란 혹을 단 부하에게 시선을 거두고 쿠웅, 테이블 위에 커다란 오크통을 얹은 레지나는 꾸득, 수도꼭지를 쥐어뜯고 양팔로 오크통을 껴안은 뒤 그대로 허리를 뒤로 꺾었다.
-콸콸콸콸!
“와아아아아!!!”
“역시 선장! 맥주맘마통!”
“뭐라는 거야 씨발.”
시답잖은 부하들의 농담을 흘려들으며 팔을 높이 뻗고 상체를 뒤로 꺾는다. 짜릿한 탄산이 목구멍을 두들기고 아찔한 냉기가 화악, 골을 두들겼지만 폭포 같은 황금빛 맥주를 들이켤수록 레지나는 온갖 걱정이 사라지는 걸 느끼고 웃으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입안에 털어 넣었다.
-투웅!
“히야아아아...!”
혀 전체를 휘감는 씁쓸한 끝맛. 맛 좋은 맥주였기에 입맛을 다신 레지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듯 뜨거워지는 몸을 느끼며 쿠웅, 테이블을 내려치고 온 주점이 떠나가라 크게 소리쳤다.
“하나 더!”
“와아아아아아!!!”
“선장님! 건배합시다. 건배!”
“맞아요! 건배사도 안 하면 어떡해요?!”
“건배, 그윽, 좋지...”
휘청, 한 통을 단숨에 들이켜서 그런지 순식간에 취기가 돌았지만 기분 좋은 이 순간을 놓치기 싫었던 레지나는 살짝 풀린 다리를 움직여 테이블에 오르고 발치에 놓인 잔 하나를 들어 크게 소리쳤다.
“자아! 잔들어!!!”
-챙, 챙그랑, 채앵!
잔소리와 함께 울리는 여러 유리 소리. 주점 구석 수십 명의 부하가 잔을 높이 치켜든 걸 확인한 레지나는 히끅, 딸국질과 함께 풀린 눈으로 부하들을 흘겨보다가 문득 떠오른 한 얼굴을 곱씹으며 까득- 이를 갈고 팔을 뻗었다.
“부디이이이...! 이 개좆같은 하루를 오늘도 무사히 넘기길 바라며, 내가 푸른 파도! 하면 너희는?”
“해적단!”
해적단을 결성하고 몇 번이나 주고받았던 건배사, 얼콰하게 취한 채 부하들의 미소를 안주 삼는 지금이 무척이나 행복하단 걸 다시금 피부로 느낀 레지나는 속으로 기도를 하며 잔을 치켜들었다.
“푸른 파도!!!”
““““해적단!!!””””
-채애애애애앵!!!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그렇게 푸른 파도 해적단의 염원을 담은 맥주잔이 부딪히고 촤악, 황금빛 물방울이 사방에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