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361화 (361/395)

-콰앙!

“황금 노을 상단의 상선이야!”

“허어, 용케도 저 꼴로 항구까지 왔군, 살아남은 사람은 있나?”

“저기 상단주가 있군. 경비대를 불러와!”

레지나의 처녀를 따고 즐거운 밤을 보낸지 벌써 3일, 조용히 사라진 그녀의 흔적을 쫓으려 했지만 레지나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쐐기이빨 항구에 나타난적이 없었고 공교롭게도 일까지 없었기에 나는 항구에서 아르실과 소소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많이 소란스럽습니다, 황금노을 상단이면 제법 큰 규모일 텐데 난파된 배 한 척만 돌아오다니 희한한 일입니다.”

“자, 이것도 먹어봐요.”

“우븝, 하움, 쭈웁…”

쿠욱, 앙증맞은 아르실의 입술을 찌르는 탱글한 게살. 게다리를 쪼개 찐 게살을 물려주자 흘겨본 아르실은 얌전히 받아먹고 종국엔 쪼로록, 한입에 남은 살을 빨아먹고 오물오물 씹어댔다.

“움, 맛이 좋습니다, 헤룹…”

귀엽게 입술을 핥고 내 눈치를 살피며 볼을 붉히는 아르실, 이 귀여운 아가씨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던 그때 난파된 배에서 쿠웅!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구경꾼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씨이바아아알…! 누가, 누가 제발 복수해 줘, 씨발년, 개 같은, 쿨럭, 쿨럭!”

촤아악, 바닥에 쏟아지는 새빨간 토사물, 피토하며 철퍽, 그위로 넘어진 상단주는 새빨개진 눈으로 바닥을 긁으며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레지나, 그 망할 년을 제발 누가 죽여 줘어…! 내 가족, 내 부하들이 전부 그년에게 죽었어, 제발, 제발 누가…!”

풀썩, 듣는 사람 처지에서 정말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로 레지나의 이름을 부르짖던 상단주가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졌다. 미동도 않는 그의 모습에 앞렬에 있던 구경꾼이 다가가 맥을 짚었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뛰어오는 경비대에게 소리쳤다.

“이미 죽었소. 지금 보니 상처가 어마어마하군.”

“그런가, 알겠소. 자, 자!!! 다 구경들 그만하고 돌아가시오! 경비대의 일을 방해할시 불시검문과 최악의 경우 체포까지 행사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게 좋을 거요!”

텄다 텄어, 즐길만한 구경거리가 사라졌단 사실에 구경꾼들이 흩어지고 금세 한산해졌지만 나와 아르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배를 관찰했다, 레지나의 소행이라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저건…”

“왜요?”

투욱, 살짝 놀란 눈치의 아르실의 어깨에 장난스레 머리를 기대며 묻자 아르실은 미동도 않고 툭, 내 머리에 자기 머리를 얹으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해줬다.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소문이 사실일 것 같은 예감입니다.”

“레지나가 소드 마스터라는 그 소문?”

쐐기이빨 항구에 3일이나 돌아오지 않은 레지나, 하지만 사라진 그녀는 여태껏 떨친 위명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항로에 겹치는 배라면 모조리 약탈하고 침몰시켜 단숨에 위세를 떨었다.

그 덕에 제국이나 왕국 소속의 함선이 침몰한 건 부지기수에 휘말린 상선들까지 모조리 털렸고 약탈당한 물건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채 레지나를 피해야 한다는 소문까지 돌아 사람들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야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레지나 그년이 바다를 가르고 배 두척을 검격 한 번으로 갈랐다는구만.’

‘그건 소드 마스터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그래도 만약 그게 진실이라면… 좆됐구만, 카사노, 필리아- 항구에서 가장 이름있는 자들도 아직 그경지가 아닌데 막말로 레지나가 앙숙인 둘에게 덤벼들면 둘 다 목이 나란히 떨어지겠군.’

레지나가 사라진 둘째 날 우연히 들었던 대화, 당시엔 코웃음 치며 흘려들은 대화였지만 갑작스럽게 떠오른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아르실을 바라봤다.

“그럼 다른 소문도 진실일 확률이 높겠네요.”

“근거지를 해적섬으로 옮겨 거길 먹으려고 하고 있다는 소문 말입니까?”

“그냥 소문이겠지?”

풀썩, 상점가 주변을 맴돌며 대화를 나누다 이야기가 길어질 듯한 낌새에 놓인 벤치에 앉자 아르실 또한 나를 따라 앉았다.

말캉한 엉덩이가 살짝 닿이고 커다란 젖가슴탓에 살짝 튀어나온 가슴 옆이 꾸욱, 눌리는데도 그녀는 피하지 않고 도리어 내게 기대왔다.

그러던 그때 타다닥, 벙거지모자를 쓴 행색이 초라한 콧수염 남자가 상점가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어마어마한 소식이야!!! 레지나가 론드 왕국의 페리함대를 완전히 부쉈다고 온 대륙에 소문이 쫙 퍼졌어!!!”

“페리 함대…?!”

“뭐, 대단한 함대예요?”

왕국도 함대도 전부 처음듣기에 대충 귀나 파며 뛰어다니는 아저씨를 흘겨보던 그때 툭, 다먹은 게껍질을 바닥에 떨어트린 아르실은 작게 진동하는 두 눈동자로 나를 멍하니 응시해 왔다.

시발, 심상치 않은데?

난생처음보는 아르실의 리액션에 꿀꺽 침을 삼키고 경청할 준비하자 아르실은 곧바로 내게 설명해주었다.

“백병전과 쾌속 운항만큼은 대륙에서 따라잡을 함대가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대단한 함대입니다. 거기다 함대를 이끄는 제독은 론드왕국 최강의 검사로 평민 출신임에도 훈장을 미친 듯이 따내 작위까지 받은 엄청난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레지나한테 졌다고?”

쑤셔주면 좋다고 울어대는 허접보지년이?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내뱉었다간 아르실이 어떤 눈초리를 보낼지 몰랐기에 겨우 삼킨 나는 순화된 질문으로 바꿨고 아르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내 손등에 손을 얹어왔다.

“푸른파도 해적단의 규모론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날고 기는 해적들을 쓸어모으고 밑에 규합시켰다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렇다는 건 앞서 나왔던 소문들이 전부 사실이라 입증하는 꼴입니다.”

어떻게 가능하겠냐는 걱정어린 질문이 함축된 아르실의 손.

작고 고운 따뜻한 손이 내 손등을 쓰다듬을수록 나는 레지나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좆된 건가? 소드 마스터면 릴리아 그 여자랑 동급이란 거잖아, 시발 그 정도는 못 이기는데?’

벽을 부수고 잠깐 내보인 기세만으로 아, 못이기겠다는 견적이 보였던 그녀. 잠깐 주제에 벗어나자면 겨우 이겼던 하루나 또한 단련을 거듭한 후 한합을 나눠보니 그녀 또한 이길 수 없겠다는 게 느껴졌었다. 수컷에게 발정나 그 정도로 약해질 수 있다니, 수인족은 참 피곤하단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흐으음…”

“지금이라도 지원을 추가로…”

“이미 시간도 많이끌었고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건 염치가 없죠, 제가 끝맺어야 할 일이니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그렇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몇 번이나 잡아냈잖아요? 쥐 새끼처럼 빠져나갔을 뿐이지-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정말끝을 내야죠.”

“…정말 빠져나간게 맞습니까?”

여자의 촉이란.

-쪽

“아…”

“귀여워.”

이마에 닿은 입술이 떨어지자 빨갛게 물드는 아르실의 얼굴, 흐물흐물 녹은 입술을 달싹인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내게 쫑알 거렸다.

“능청스럽게 빠져나가지 마십시오, 레지나가 아무리 술수에 능하다해도 구속구에 포박된, 히양!”

말캉, 손바닥이 빨려 들어가다 못해 녹아내려가슴과 하나가 된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부드러운 가슴.

제대로 만진적이 이번이 처음인가? 기억나지 않기에 지금을 만끽하기로한 나는 아르실의 커다란 젖통을 만지작거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오늘은 후드를 안입겠다고 해서 물어보지 않긴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좀 궁금하네요.”

“말, 돌리지잇, 마흥…”

“네? 진짜 궁금해서 그래요. 제국 사람들 앞에서도 맨날 후드쓰고 있었잖아요. 저한텐 보여 주면서.”

“…라고 했으니까…”

“뭐요?”

토옥, 아르실의 오뚝한 코끝에 코를 얹고 주황빛 눈동자를 들여다보자 바르르, 기다란 속눈썹을 떨어댄 아르실이 수줍게 대답했다.

“오늘은 데이트라고, 했으니까…”

“아.”

귀엽네, 귀여워.

-쪼옥

“흐이… 하움, 쪼옥…”

지나가던 행인의 발걸음도 멈추게 하는 진득한 키스. 작은 아르실의 입술을 덮고 반질반질한 앞니를 혀로 핥으며 쭈웁, 작은 혀를 물고 가볍게 빨았다.

꾸욱, 아르실의 작은 손이 내 옷을 움켜쥐고 후욱, 후우, 그녀는 뜨거운 콧김을 인중에 쏟아 내며 입술을 발발 떨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걱정이 심했었는지 어디 떠나지도 못하게 꽉 끌어안으며 내게 엉겨 붙는 아르실. 그런 아르실을 앞에 두고 딴여자, 즉 레지나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간 나는 대충 해결하기로 하고 눈앞의 아르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밝히는 년이니 섹스 몇 번이나 남창짓으로 유혹하고 뒤통수나 치면 이길 수 있겠지.

여유롭다 못해 오만하기까지한 전술이지만 실제로 통했고 여태 그런 방식으로 다섯 번이나 레지나를 잡아냈기에 나는 완벽한결론을 내리고 쭈웁, 달라붙는 아르실의 입술을 가볍게 빨며 사랑스러운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데이트는 이제 시작이었으니까-

***

쿠웅! 쿠웅! 쿠웅!

몇 번이고 바위에 주먹을 찧은 레지나는 피로 물든 바위를 바라보며 터억, 바위에 얹어둔 피레아를 치켜들었다.

후두둑, 돌부스러기가 흘러내리는 커다란 바위, 레지나의 키 세배나 되는 큼직한 바위는 그림자로 그녀를 뒤덮었지만 파인 주먹을 바라보며 능글맞은 낯짝을 떠올린 레지나는 피레아를 쥔 오른손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우우웅…!

몸을 타고 흐른 마나는 피레아를 일깨우고 곧바로 해변을 등진 레지나의 손길에 따라 일렁이는 파도가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철썩, 철썩-

바위보다 높아진 푸른 파도, 높이에서 뿜어지는 위압감에도 불구하고 파도를 등진 레지나는 마나를 왼손에 휘감고 파도를 잡아당겼고 커다란 파도는 점점 응축되어 하나의 얇은 물줄기까지 억눌러졌고 레지나는 그대로 응축된 파도를 바위에 쏘아냈다.

-퍼억!

압도적인 수압과 응축된 파도가 꿰뚫은 깔끔한 흔적, 팔 하나는 쉽게 들어갈 말끔한 구멍을 바라본 레지나는 피레아를 놓고 남은 마나를 살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나는 바다의 왕이 돼야해, 필리아를 꺾고 그 자식을 죽여서 온대륙에 새로운 왕이 태어났다는 걸 널리 알릴 거라고.”

그것은 하나의 다짐이자 약속,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왕이 되겠다는 소망을 되새긴 레지나는 심장이 꿰뚫린 카사노, 아니- 바위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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