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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4화 (14/221)

〈 14화 〉 13. 스킬 습득은 고통스럽다

* * *

좀비 기피제의 유효시간을 1분 정도 남겨두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파트 안엔 특수 좀비가 한 마리도 없었다. 죄다 일반좀비였지만 그래도 2시간이나 알차게 대가리를 깼으니 만족스럽다.

내 집쪽 입구로 들어왔다. 나는 윗집 아저씨를 죽인 덕분에 좀비의 피가 벽과 천장에 튀어 더러워졌지만 은지 집은 아직 깨끗하니 거기서 주로 생활하고 내 방을 창고 겸 출입구로 쓰기로 했다.

“후우... 다들 고생하셨어요...”

하린이가 기진맥진한목소리로 피가 잔뜩 묻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기특한 녀석.

“그래, 수고했어.”

“오빠도 고생하셨어요. 하린이도 고생했구.”

“헤헤... 그런데 저희 얼마나 죽인 건지 모르겠네요.”

진짜 보이는 족족 다 잡아 죽이다 보니 레벨도 제법 올랐다. 그건 은지와 하린이도 마찬가지.

일단 내가 3렙 올랐고 은지와 하린이가 각각 4렙씩 올랐다.

은지야 워낙 저돌적으로 좀비들을 패죽이다 보니 레벨이 쭉쭉 올라갔다. 그걸 본 하린이도 지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분발한 덕에 은지만큼이나 오를 수 있었지.

우리 전부 레벨이 상당히 올라 기분이 좋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는데 내 야구 배트가 슬슬 부러질 것 같단 거다.

하긴 그렇게 좀비들을 패죽였는데 멀쩡한 게 오히려 이상하지. 무쇠 방망이도 아니고 말이야.

부러지려는 건 내 야구 배트 뿐만이 아니다. 은지의 망치도 머리 부분이 덜렁거리고 하린이의 조잡한 창은 이미 진즉에 부러졌다.

역시 철물점 아재를 죽이고 공구 좀 털어야겠다.

내가 곱게 빠루하나 달라 했을 때 줬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 외출 때 무조건 조진다.

“오빠 온몸이 피예요. 하핫. 뭔가 연쇄살인마처럼 변했다.”

“열심히 움직인 흔적이지. 흐흐.”

이번 좀비 사냥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은지와 하린이 둘 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탯의 보정 덕분에 둘 다 여자라곤 믿기 힘든 근력과 체력을 지니게 됐다.

각성하고 플레이어가 되는 순간 무작위로 배정받는 스탯에 의해 여자도 남성과 동등한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여자라고 무조건 약하다 여겼다간 큰일 날 수도 있겠다. 상대가 만약 각성자일 경우 성인 남성 이상으로 강할 수 있으니까. 스탯에 스킬까지 가진 상대를 여자라고 깔봤다간 큰일 나겠지.

그건 그렇고 슬슬 근육통이 올라오는데.

“어으. 어깨 결린다.”

“저도요...”

아무리 스탯의 보정을 받았다곤 해도 2시간이나 쉬지 않고 좀비 뚝배기를 깼더니 어깨가 빠질 것 같다.

손도 굉장히 아프고... 아, 물집 잡혔네.

그건 은지랑 하린이도 마찬가진지 굉장히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샤워하고 파스 좀 붙여 줘야겠다. 어깨와 손목에 중점적으로 붙여주고 마사지도 해 줘야겠다. 물론 나도 받고.

“우리 어서 씻고 좀 쉬어요.”

“그래 빨리 씻고 좀 누워야겠다. 화장실 2개니까 오늘은 너희 둘이 같이 씻어. 나는 여기에서 씻고 그쪽으로 넘어갈 테니까.”

“그, 그래요...”

어제 나하고 화장실에서 떡쳤던 게 생각났는지 하린이는 괜히 얼굴을 붉혔다.

귀엽긴. 혹시 샤워하면서 박히는 걸 기대했나? 미안 하지만 지금은 개피곤해서 무리다.

“옷에 피 많이 묻었으니까 여기서 벗고 갈게요?”

“응. 그래그래.”

우리 집 쪽 세탁기에 피 묻은 외출복을 빨기로 이미 합의했다. 일상복은 은지 집 쪽에서 빨고.

이것도 아직 전기가되고 가스도 나오고 물을 쓸 수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럼 좀 있다 봐요, 오빠!”

“씻고 오세요, 주인님...”

이젠 뭐 부끄럽지도 않은지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옆집으로 건너간 은지와 하린이. 키나 덩치는 하린이가 더 큰데 당차긴 은지가 더 당차다. 역시 언니랄까.

저 둘은 일부러 같이 보냈다.

화장실이 좁아서 세 사람 다 같이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는데 여기서 내가 하린이나 은지 중 하나랑 같이 샤워하러 들어가면 남은 한 명이 서운해할 것 같아서.

그리고 여자들끼리 이야기할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았다.

이미 둘 다 나를 배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좋든 싫든 앞으로 함께 해야 하니까. 둘이서 깊이 대화할 시간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흐흐...”

그건 그렇고 아침에 이미 두 발이나 뽑았는데도 은지와 하린이의 나신을 보니 벌써 고간이 커지려고 한다. 큰일이군. 다음에 어디 부촌 주택이나 하나 털어야겠다. 부촌에 세워진 휘황찬란한 주택이라면 셋이서 목욕할 큰 샤워실도 있겠지.

그런 상상을 하며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후우...”

따뜻한 물을 맞고 있으니 근육의 피로가 조금 풀린다.

은지와 하린이의 스킬은 조금 있다가 씻고 나와서 같이 찍을 생각이다. 우선 내 스킬부터 찍을 생각이다. 그전에 상태창부터 확인해 봐야겠다.

‘어디 보자...’

[장조준]

[레벨: 5]

[클래스: 컬티스트]

[근력: 25] (17+8)

[민첩: 22] (15+7)

[체력: 22] (14+8)

[의지: 28] (20+8)

[마력: 30] (20+10)

[행운: 666]

[스킬: 촉수소환, 노예낙인]

무려 3렙이나 오른 덕분에 스탯이 전부 20대로 진입했다. 어쩐지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 타격감이 점점 좋아지더니. 이유가 있었군.

스탯은 1렙업당 1에서 5사이로 무작위하게 오른다고 인터넷에 쓰여 있었다.

그러니 근력 스탯을 예시로 살펴보자면 (17+8)이라고 된 부분에서 8은 3렙 올랐으니 2,3,3이런 씩으로 붙은 스탯인 거지.

그런데 나는 첫 레벨 업 때 마력만 10이나 올랐는데?

뭐, 내가 읽은 정보 글도 완벽한 건 아니었고 그냥 추측성 글이었으니까 확실하진 않겠지. 어쩌면 내 직업 특성으로 마력이 잘 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장 지금도 마력이 제일 높게 올랐으니까.

어찌 되었든 아주 만족스럽다. 한 번의 외출로 3렙이나 올랐고 스탯도 증가 했으니. 몸이 가벼워지는 감각이 꽤 중독된다. 더구나 스킬을 3개나 고를 수 있다. 촉수소환과 노예낙인만 해도 개 쩌는데 남은 스킬 3개를 더 찍으면 얼마나 강해질까.

거기다 은지와 하린이까지 있으니 모레쯤엔 마트공략도 가능할 것 같다.

그야 마트에 자리 잡은 놈들이 전부 각성자도 아닐 테고. 놈들이 가진 권총만 좀 조심한다면 우리 셋 다 히든 클래스 소유자인데 뭔들 못하랴. 특히 하린이의 심박추적 스킬이 있으면 놈들의 동태를 파악하기도 쉬울 거고.

아주 만족스럽다.

이제 스프레이의 효과는 나와 하린이가 1번, 은지가 2번 남았다. 다음 외출에 철물점 아재 조지고 공구 좀 턴 다음 좀비 기피제 없이도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레벨을 더 올리면 딱 이다.

‘무기 충당하고 마트를 내가 먹는다...’

마트에서 각성자도 좀 사로잡을 수 있으면 더 좋고.

그리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면서 몸에 비누칠했다. 그러다 보니 배에 근육이 만져지네?

‘어... 근육이 붙었잖아...’

배에 복근이 생기려하고 있다. 스탯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근육도 따라붙은 걸까.

나에게 복근이라니. 천하의 장조준이 복근이라니..!

자지는 원래부터 컸지만 몸에 막 근육이 엄청 붙고 그러진 않았는데. 복근생기면 은지랑 하린이도 좋아하겠지.

“흐흐흐...”

스탯이 증가함에 따라 몸도 따라서 좋아 진다니. 너무 편한 세상이다.

‘특히 마력수치가 30...’

하루에 노예를 3명이나 만들 수 있다. 연달아 촉수소환을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마나 량이다. 아예 양손으로 촉수를 뿜어낼 수도 있겠다.

‘이거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구나...’

이대로 계속 강해진다고 가정하면 좀비 따위는 그냥 개 좆밥이다.

‘중요한 건 나만 강해지는 게 아니란 거지...’

나와 같은 플레이어들. 일명 각성자들도 다들 이런 식으로 강해질 테니 앞으로의 싸움은 그런 놈들과의 전투가 중점이 되지 않을까.

‘아니야... 특수 좀비를 얕봐선 안 되지... 인간지네 같은 놈도 기어 다니는 판국에 어떤 특이한 놈들이 돌아다닐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엿 같은 세계관에선 방심하는 놈이 제일 먼저 죽는 법이다. 하마타면 증가한 스탯에 취해 방심할 뻔했다.

아직 은지랑 하린이를 두 번씩밖에 못 먹어 봤는데 벌써 뒤질 순 없지. 난 오래오래 살 거다. 노예들로 하렘을 차리고 천년만년 떡이나 치면서 살고 싶다.

“스킬을 선택한다.”

그런고로 이제 빨리 스킬을 찍자.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1. 인신 공양]

[2. 변형된 시야]

[3. 차오르는 살점]

[4. 부정한 손길]

인신 공양부터 차오르는 살점은 알고 있는 스킬이고 부정한 손길은 노예낙인을 얻은 자리에 새로 생겨난 스킬이다.

[부정한 손길: 맞닿은 대상을 부식시키고 부패시킵니다. 손에서 끈적한 점액질이 분비됩니다.]

‘호오...’

이거 상당히 유용해 보인다. 닿은 대상을 부식시킬 수 있다면 자물쇠를 녹이거나 문손잡이도 부식시키고 안으로 침입할 수도 있을 테니까.

“일단은...”

양손 엄지손가락의 상처가 너무 아파서 안 되겠다. 차오르는 살점부터 습득했다.

[스킬이 적용됩니다.]

찌릿!

이번에도 역시나 뇌가 찌르르 울리며 고통스러워졌다. 스푼으로 뇌를 한쪽 파낸 느낌에 다리에 힘이 풀린다. 세면대를 붙잡고 겨우 버텼다. 정말 스킬을 습득할 때마다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크읍... 후우...”

사용 방법이 머릿속에 억지로 스며들어온다. 동시에 스킬의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마나 소모가 5...’

차오르는 살점은 한번 사용할 때마다 마나가 5씩 소모되는 스킬이다. 그래도 외상은 대부분 치료할 수 있는 스킬이라 좋다.

“이것도 주문을 외워야하는구나...”

처음 하린이를 노예로 만들었을 때 이로 깨물어 찢었던 오른손부터 고치기로 했다. 이쪽은 칼로 낸 상처가 아니고 억지로 물어뜯어 찢어진 상처라 더 고름이 많이 나오고 아프다.

“슈드­세라­아캄.”

왼손바닥을 오른손 엄지에 가져다 대며 주문을 외우자 보랏빛이 번쩍이더니 곧 상처 부위에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끄으읍!!!”

살이 차오름과 동시에 고통이 밀려온다. 분명 스킬 설명에는 약간의 고통이라 했는데...!

“끄억어아!!!!”

엄지손가락이 통째로 불타는 기분에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처를 후벼 파는 느낌까지 든다.

“큭...”

다행히도 고통의 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살점이 전부 차오르자 아픔은 순식간에 사그라졌으니.

마치 상처가 낫는 동안 계속 아파야 할 고통을 단번에 느끼게 만들곤 치유시키는 스킬같다.

“후우... 슈드­세라­아캄”

왼손 엄지고 치유했다.

“크으...”

역시 상처가 클수록 고통이 증가하나보다. 칼로 낸 왼손 엄지손가락은 물어뜯어 상처가 벌어졌던 오른쪽 엄지손가락보다 덜 고통스럽게 치유됐다.

‘후우... 어찌 되었든 이제 외상은 치유가 가능해졌다... 나뿐만 아니라 은지나 하린이에게도 쓸 수 있고...’

병원이 없는 지금 같은 시기에 이런 치유스킬은 매우 유용하다. 비록 치유과정 중에 고통이 동반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견딜 수만 있다면 배가 찢어져도 치유시켜 살릴 수 있을 테니까.

“스킬 선택을 계속한다...”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1. 인신 공양]

[2. 변형된 시야]

[3.심연관측]

[4. 부정한 손길]

[심연관측: 업을 소모해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심연의 존재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묘하게 강조된 표시가 눈에 띈다.

심연 관측이라...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스킬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인신 공양이 선행스킬이다.

‘심연의 존재와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부터 위험한 냄새가 풀풀 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나를 들여다볼 거라고... 제기랄.

‘씹... 컬티스트 답게 위험 해 보이는 스킬들이 계속 나오네...’

인신 공양도 뭔지 모를 ‘신’이라는 존재와 가까워진다더니. 이건 한발 더 나아가서 얼마나 악랄하고 위험할지 상상할 수 없는 심연의 존재와 소통하란다.

“하아...”

도무지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까딱 잘못했다간 그대로 심연의 구렁텅이에 빠져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닌 무언가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아직 그렇게까지 인간성을 잃고 싶지 않아... 부정한 손길’

[스킬이 적용됩니다.]

“크아아!!!”

뇌에 주사바늘을 찔러 억지로 지식을 주입받는 고통을 느꼈다. 입에서 침이 두 방울 뚝뚝 떨어진다. 도무지 적응하기 힘든 고통 때문에 스킬 습득이 두려워질 지경이다.

“후우.. 후우... 후우...”

주문은 라스­자쿤. 마나 소모는 3. 쓸 만한 스킬이다. 손바닥에서 분비된 점액질에 닿은 대상은 죄다 녹슬거나 썩어 버린다.

“마지막...”

어찌 된게 스킬 습득이 좀비 사냥보다 더 힘들다. 은지와 하린이도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울까?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1. 인신 공양]

[2. 변형된 시야]

[3. 심연관측]

[4. 무아의 마안]

“무아의 마안...?”

이젠 하다 하다 마안이 다 튀어나오네. 점점 사람을 벗어난 존재가 되어나는 건가.

[무아의 마안: 눈이 마주친 대상의 의식을 빼앗아 멍하게 만듭니다. 변형된 시야가 필요합니다.]

이 스킬도 심연관측처럼 선행스킬이 필요했다.

‘눈이 마주친 대상을 멍하게 만든 다라... 전투 중에 사용하면 그냥 압승하겠는데...’

이건 어쩔 수 없다. 변형된 시야를 얻어야겠다. 이리 효과 좋은 마안을 놓칠 순 없지. 그리고 내 직감이 이야기하길 마안은 이것 말고도 더 나올 것 같다.

‘변형된 시야 선택.’

[스킬이 적용됩니다.]

과연 이번엔 얼마나 아플까.

“훕...!”

숨을 들이마시고 다가올 고통에 대비했다.

그런데 이번엔 스킬을 습득할 때마다 뇌에 가해지던 고통이 조금 덜했다.

“끄아아아아아아!!!!”

대신 끔찍한 아픔이 양쪽 눈에 가해진다.

눈알이 잡아 뽑히고 불타는 느낌에 화장실 바닥에 나뒹굴었다.

버틸 수 없는 통증에 드러누워 발버둥 쳤다.

양손으로 눈을 붙잡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인두로 눈을 짓이기고 후벼 파는 것 같아!!!!

“끼아!!! 크아아아!!!!”

“오, 오빠!!! 무슨 일이야..!!!”

“주인님!!!”

은지와 하린이가 달려온다.

곧 화장실 문이 덜컥 열리고 은지와 하린이 중 한 명이 나를 껴안았다.

“오, 오빠!!”

“주인님! 왜 그래요!”

대답할 여력이 없다. 여전히 고통스러워서 죽을 것 같다. 결국 하린이와 은지가 발버둥 치며 나뒹굴고 있던 나를 화장실 밖으로 끄집어냈다.

맨살이 비벼지는 느낌으로 보아 둘 다 샤워 중에 급하게 달려 나온 것 같은데...

“하아... 하아....”

눈이 찢겨나가던 고통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러다 곧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뭉클한 게 머리에 닿아 말랑하다. 느낌으로 보아 지금 하린이의 품에 안겨 있구나...

“끄윽...”

겨우 눈을 떴다.

“허... 오빠...”

“주인님... 눈이...”

밝다. 어두운 방 안이 유독 밝아 보인다. 또한 은지와 하린이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자세하게 보였다. 시력이 급상승했다.

양쪽 눈 다 겨우 1.0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3.0이 된 듯 모든 게 선명하고 흐릿함 없이 보인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은지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내 눈을 가리켰다.

“오빠, 눈. 눈 색이 변했어요...”

“어? 변했다고...?”

“네,주인님... 세상에...”

눈 색이 변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하린이의 포근한 품에서 벗어나 화장실의 거울을 들여다봤다.

“이런... 세상에...”

검은색 수정체가 보랏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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