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8. 잡아라, 죽여라, 노예로 만들어라 (3)
* * *
마트로 가는 길은 굉장히 어두컴컴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거리는 너무나도 어두웠고 가로등도 불이 켜지지 않아 하늘에 떠 있는 달만이 우리를 비추었다.
그런 와중 박성오는 다가오는 좀비를 죽이며 선두에서 걷고 있다.
“저기 오빠. 우리 잠시 이야기 좀 해요...”
“응. 왜?”
“저기... 그게...”
은지와 그녀의 소매를 꽉 쥐고 있는 하린이.
둘 다 두려움에 질린 표정이다.
아마 내가 박성오라는 인간은 저리 함부로 대하는 것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 내 가학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불안 해진 거 같다.
은지와 하린이도 결국엔 나의 ‘노예’니까.
아마 내가 언제 저렇게 돌변해서 막대할지 알 수 없으니 두렵겠지. 충분히 이해한다. 이건 내가 실수했다. 차라리 둘이 보지 않았을 때 박성오를 괴롭혔어야 하는 건데.
“너희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어.”
“오, 오빠. 그게... 우리가 오빠를 안 믿는 다는 게 아니라... 흐윽...”
“괜찮아 은지야 이리 와. 하린이도.”
눈물이 글썽글썽한 두 여자를 꽉 끌어안았다.
막 대한 적도 없는데 내가 박성오 한테 행한 무자비한 말과 행동을 보곤 지례겁먹고 두려워진 것 같다.
박성오가 주제 파악을 하길 바라고 했던 말들인데 그걸 보고 있던 둘이 과하게 주제 파악을 하곤 나를 두려워하게 됐으니... 이거 미칠 노릇이군.
쌓아둔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
상냥하던 주인님의 흉포한 면모를 봤으니 이리 두려워진 것도 이해된다.
“괜찮아. 울지 말고. 뚝해.”
너무 소란을 피우면 박성오가 끌고 있는 어그로가 우리 쪽으로 쏠릴 수도 있으니까. 일단둘을 진정시켰다.
“흐윽... 네...”
“후우... 은지야, 하린아.”
이 둘은 저 평범한 각성자 놈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히든직업을 가진 미인들을 내가 미쳤다고 막대하고 그릴까.
애초에 그녀들을 가학적으로 괴롭히거나 무자비하게 대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일종의 그런 ‘플레이’로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이라면 조금 거칠게 다룰지 몰라도. 일상 중에는 평화를 원한다.
‘내가 너무 서툴렀나...’
신뢰라는 건 정말 자그마한 실수나 오해하나로도 무너질 수 있다. 믿음을 준다는 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일.
저 둘은 나에게 믿음을 줬다. 왜냐, 믿음을 줄 수밖에 없는 노예니까. 그러니 나도 두 사람에게 믿음을 주고 싶다. 그래야 서로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노예지만 노예로 대하지 않을 테니 은지와 하린이가 그저 멍청하게 내 명령에만 따르는 인형이 아닌 나의 능동적인 섹스파트너이자 대화가 잘 통하는 동료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이 둘에게 진정한 애정의 교류를 원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방금 박성오에게 말한 것처럼 대놓고 총알받이가 되라거나 달려가서 자살 테러를 하라는 식의 정신 나간 명령은 절대 안 한다.
“저놈에게 내가 너무 잔인하게 대해서 그런 거지?”
“...네..”
“조금, 무서웠어요... 그렇지만... 저희도 주인님의 노예인걸요... 저렇게 버림받으면...”
“괜찮아. 하린아. 은지도.”
그저 나를 배신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노예로 만들었을 뿐. 나는 오늘 아침도 그렇고 어제 저녁도 그렇고. 은지와 하린이가 나에게 준 애정을 확실히 받았다. 둘 다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 좋다.
그래, 이번 참에 확실히 말하고 가야겠다.
“이때까지 내가 은지나 하린이에게 나쁘게 대하지 않았지? 나름 호감을 표시 했다고 생각하는데...”
“네, 오빠...”
“맞아요, 주인님.”
“그래. 나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너희는 소중하니까. 계속 아낄 거야.”
나와 몸을 섞은 두 사람을 쉽게 포기하거나 버릴 리가 없지. 둘의 속마음이 어떨지는 몰라도 나는 이미 이 둘을 상당히 좋아하고 있으니까. 사랑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애당초 나는 너희가 이렇게까지 겁먹을 줄도 몰랐어. 믿음을 많이 못준 것 같아서 미안 하네.”
“아, 아니예요. 오빠. 그냥 오빠의 새로운 모습이... 좀 갑작스러워서...”
“저, 저도... 그냥... 조금 무서웠어요. 안 믿는 게 아니예요... 주인님.”
“그래. 이해해. 저 녀석보다 너희가 훨씬 소중하나까. 내가 아끼고 있으니까. 저 녀석을 총알받이로 내세운 거야. 난 너희가 총에 맞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거든.”
더욱 깊이 안겨 오는 두 사람. 그녀들을 꽉 끌어안았다.
그래, 난 이게 좋다. 두 여자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가신다. 삶의 보람이 생기고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이미 은지와 하린이는 내가 살아야만 하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이틀밖에 안 되는 짧디짧은 만남이었지만 나는 이 둘에게 그 정도의 애정을 품게 됐으니까.
모쏠로 살아오다 여자에게 고백받은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풋풋하게 여자들과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누워 웃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우리는 '우리'만 생각하자. 솔직히 저 녀석. 우리 죽이려고 했잖아. 우리가 이런 힘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그 자리에게 죽었을걸고. 너희 둘은 끌려가서 어떤 일을 당했을지 몰라. 그치?”
“맞아요. 확실히 그래요.”
“그래, 우린 딱 이렇게 우리 셋만 생각하는 거야. 물론 내가 또 다른 여자 각성자를 끼워 넣을 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우린 나, 은지, 하린이 이렇게 딱 세 명이 공동체인 거야. 알겠지?”
“응, 오빠. 이제 우리만 생각할게요.”
“저도... 우리 셋만.. 생각할게요.”
둘 다 납득했다. 사실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내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때 선두에서 걷고 있던 박성오가 자리에서 멈췄다.
“여기서부턴 이쪽 골목으로 돌아서 후문 쪽으로 가세요. 저기 옥상에 김민준이라고 궁수새끼가 항상 감시하고 있습니다.”
“알겠다. 좀 있다 보자.”
“예”
박성오는 헐레벌떡 마트 정문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린 골목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가 보자.”
"네!"
"파이팅...!"
우린 어둠 속에 조용히 숨어들었다.
*****
정문에서 늘 주위를 살피는 미치광이 아처클래스 김민준.
그는 스킬 천리안과 기척 감지를 사용해 거의 온종일 마트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다 의심스러운 침입자가 있으면 비명 지르는 걸 즐기는 변태였다.
뭔가 하나 잡아내면 간첩을 잡았다며 신이나 고함지르는 자명종 같은 사내라고 할까.
아무튼 오늘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침입자를 살피던 그의 눈에 피투성이로 돌아온 박성오가 포착됐다.
“야! 성오! 뭐냐! 오토바이는? 다른 애들은 어디 가고 혼자기어와!”
그는 빈손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박성오를 향해 고함질렀다.
“시발! 다 죽었어!”
“뭐?! 야 잠깐만. 다 죽었다니. 다이소 놈들 짓이냐?”
“아냐! 커다란 특수 좀비였다고!”
“뭐라고..?”
김민준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히어로 랜딩 자세를 취하며 박성오 앞에 착지했다.
일반인이 대형 마트 옥상에서 이딴 식으로 뛰어내리면 그대로 다리가 부러지거나 죽겠지만 그는 멀쩡했다.
아처의 직업스킬로 인해 고지대나 저지대로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아니 시발 다 죽었다니. 특수 좀비는 또 무슨 소린데.”
“철물점 터는데 무지막지한 놈이 나타났어. 한 놈인데 나만 겨우 도망쳐 나왔다. 데리고 갔던 애들은... 하.. 시바... 아주 박살이 나버렸다고.”
박성오는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을 본 것처럼 한숨 쉬며 마른세수했다.
이에 김민준은 뭔가 엄청난 일을 겪었음이 분명하다고 지례짐작하며 박성오를 안쓰럽게 처다 봤다.
“이게 무슨 일인지... 설마 여기까지 그 괴물을 달고 온 건 아니겠지?”
“아니야. 골목길로 존나 도망쳐왔으니까. 그보다 나 대장한테 보고하러 가야 해.”
기가 죽은 박성오를 보며 김민준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 시바.. 일단 알겠다.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 임마.”
“어. 너도 수고해라.”
김민준이 다시 옥상으로 벽을 타고 오르는 걸 보며 박성오는 서둘러 뒷문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동안 마주치는 이들의 인사를 대충 받아 넘기며 평소 그대로 행동하니 의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휴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동료들이 넷이나 죽었지만 딱히 추궁하는 인간도 없고. 동네 양아치들이 모인 집단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규율도 없다. 그냥 각성자는 형님이고 아니면 부하인 간단한 위계서열이다.
심지어 침입하려는 놈들을 상대로 연전연승하다 보니 이들은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입구에서 김민준이 미친놈마냥 온종일 지키고 있으니까 이렇게 군기가 빠질 만도 했고.
거기다 마트의 보스인 하진성은 가히 최강이라 해도 될 정도로 강했다.
혼자서 각성자 셋 이상을 상대하는 대장 하진성의 위용을 두 눈으로 봤으니 자신들을 위협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다.
넘쳐나는 먹거리와 마트의 다양한 물건들을 독식하며 간간이 납치 감금한 여인들을 희롱하는 삶.
등 따시고 배부르니 군기가 빠져 이렇게 느슨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마트에 자리 잡은 놈들은 우물 안에 개구리가 됐다.
멸망한지 일주일도 안 지났음에도 그들의 정신은 해이해지다 못해 나태해졌으니.
죽어 마땅하다.
뒷문 출입구는 죄다 가구들로 막아 놨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는 우두머리 하진성의 말에 매일 돌아가면서 한 명씩 보초를 선다. 물론 진지하게 서는 놈들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하나 같이 시간 때우는 느낌으로 앉아 있다 갈 뿐이다.
“어, 성오 행님.”
뒷문엔 젊은 양아치 하나가 담배를 피며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박성오와 꽤 친한 고등학교 후배였다. 박성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자기 손으로 후배를 죽여야하기 때문에.
“혀, 형님? 쇠 파이프는 왜...?”
“미안하다.”
깡!
박성오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양아치의 머리로 쇠 파이프를 내려찍었다.
“악! 혀, 형님...”
힘이 부족했는지 단박에 죽지 않았다. 그럼 죽을 때까지 때릴 뿐이다.
깡! 깡! 까드득!
쇠 파이프가 휘어지도록 내려친 박성오는 거센 숨을 내쉬었다.
“후우... 후우... 개 시발...”
한때나마 동료이자 친한 후배였던 녀석을 때려죽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허나 그 이상의 감정은 들지 않는다. 명령 받은 대로 가구들로 막혀 있는 문을열었다.
“오케이. 간단하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장조준과 이은지, 성하린이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나 쉽게.
****
“일단 가방은 여기 두고. 챙길 거만 챙겨서 바로 2층으로 가자.”
“네, 오빠.”
“넵.”
은지는 송곳 5개와 망치 하나를 챙겼고 하린이는 몽키 스패너를 들고 망치 3개를 벨트에 찼다.
“야, 박성오. 각성자 놈들 어디 있는지 파악했어?”
“예. 아처는 여전히 옥상에 있고 나머지 놈들은 저녁이니까 2층에서 포커 치고 있을 겁니다.”
“결국 2층에 다 모여 있단 소리네. 네가 목숨 바쳐서 하진성 그 새끼 전담 마크 해야 하는 거 알지?”
“예...”
“좋아 나는 빠루 하나면 되고... 박성오 너는 그 쇠 파이프면 되겠네?”
“예. 이거면... 충분하죠.”
“그럼 올라가자.”
에스컬레이터까지 가는 동안 우리 일행들을 보며 의문을 표하는 놈들에게 박성오는 그냥 하진성이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는 말로 모든 의심을 일축했다.
다행히 그걸로 충분했고 더 이상 딴지를 거는 놈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위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도달했다.
“어, 형님. 뒤에 그것들은 뭡니까?”
“큰형님이 데리고 오라더라.”
“예? 저희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야, 내가 시바 니한테 하나하나 다 설명해야 해? 그냥 까라면 까.”
“아, 알겠습니다.”
박성오는 태연하게 표정 변화도 거의 없이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가로막는 놈들을 전부 뚫고서 대장이 있는 2층까지 우리를 인도했다.
생각 이상으로 너무 간단하게 도달했다.
서른 명이 조금 넘는 집단에서 단 일곱 명뿐인 각성자 중 한 명이라 그런지 그냥 프리패스다. 사실상 마트 안에 들어온 순간 공략 난이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간단한데? 저놈들 어떻게 의심한번 안 하지?”
“동네 양아치들끼리 모인 거라 그리 철두철미하진 않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죠. 그리고 대부분이 입구에서 아처에게 컷 당하니까요. 김민준을 돌파한 순간 사실상 다 끝난겁니다.”
대충 그렇게 우린 전자제품 코너 언저리까지 다가 갔다. 그러곤 구석에 숨어 놈들을 살폈다.
거기엔 의자와 탁자를 가져다 두고 카드 게임을 하는 네 명의 남자가 있었다.
다른 놈들은 전부 1층에 있고 각성자들 뿐이라. 이거 너무 간단한데. 어떻게 이런 조무레기 새끼들이 아직 여길 차지하고 있을 수 있었던 걸까.
“하린아. 주위에 기척은.”
“어.. 저기 네 명하고 자동차 용품 코너 쪽에 두 명이요. 그밖에 2층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야, 박성오. 저기에 하진성있어?”
“하진성은 없네요... 아마 자동차 용품 쪽에 있다는 놈이 하진성일 겁니다. 붙잡은 여자 하나랑 뒹굴고 있겠죠.”
“그럼 저 새끼들은 뭐야. 그 우두머리 동생은 누구고?”
“야구모자를 쓴 놈과 담배를 물고 있는 녀석, 콧수염 잔뜩 기른 놈이 워리어고. 그 옆에 앉아서 나시만 입고서 껌을 씹는 놈이 하진우입니다.”
“이거 운이 좋군.”
때마침 우두머리 놈은 떡친다고 따로 떨어져 나왔을 때 우리가 습격 온 거다. 타이밍이 너무 좋다. 이것마저 행운수치 666의 힘인 걸까.
애초에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아처를 피해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승리는 떼놓은 당상인 게 아닐까 싶다.
“은지야 은신해서 하진성부터 잡자. 마비 독니로 뒤에서 찔러. 상처는 내가 치료하면 되니까. 레벨 9짜리야. 인정사정 봐주지 마. 그 새끼 죽여도 화 안낼 테니까.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죽이고.”
내 말에 은지는 흠칫 떨었다. 하긴 총을 가진 놈을 잡아 오라는 거니까 쫄릴 만도 하지. 물론 그녀혼자 보낼 생각 따위 없다.
“그리고 박성오. 네가 하진성 주의를 끌어라. 은지가 뒤를 칠 수 있게. 붙잡고 늘어지라고. 총 꺼내면 알지? 몸빵 잘해아. 은지 다치면 너 죽일거야.”
“윽... 네.”
박성오가 탱킹을 해준다니 은지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은지도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요, 오빠.”
“좋아. 착해. 우리 은지.”
“그럼 다녀올게요.”
은지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더니 그대로 기척을 감추었다. 안 그래도 아담해서 숨으면 잘 안 보이는데 저리 스킬까지 써버리니 어딨는지 찾기 어렵다.
박성오는 자동차 용품 쪽으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고.
“자, 하린아. 그럼 우린 저놈들을 상대해야겠네.”
“주, 주인님. 할 수 있을까요?”
“해야지. 어쩌겠어. 총소리 들리거나 은지가 신호 보내면 바로 튀어 나가자.”
원래 촉수소환을 하씨 듀오한테 쓸 생각이었지만 한 놈은 은지가 잡을 테니. 저놈들한테 오롯이 사용할 수 있다.
박성오 급의 워리어 셋과 태권도 유단자인 파이터 하나. 충분히 해치울 수 있다.
“너가 전사 세 놈 맡고 내가 저놈 맡으면 되겠다.”
“네...”
“괜찮아 할 수 있어. 전투 시작되면 바로 스킬 써.”
“네, 주인님.”
잠시 대기했다. 부디 은지가 무사히 놈을 조질 수 있기를... 그때였다.
탕! 탕!
“끄아!!!”
박성오의 비명이 들렸다.
총성은 두 번 울렸다.
설마 은지가 총에 맞았나?
“은지야!!!”
“오빠! 잡았어요!”
다행이다. 박성오가 제 역할을 다 했나보다. 훌륭하군.
그때 마침 우리를 발견한 각성자 놈들 중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아 씨발!!! 총소리!!! 어. 야, 너희들 뭐야!”
뭐긴 뭐야 깜짝 선물이지.
“알라쿰르뤼에!”
손에서 촉수가 뻗어 나갔다. 순식간에 껌을 씹던 놈의 몸을 옭아맸다. 저놈이 하진성 다음으로 위험한 하진우다. 이걸로 사실상 다 끝났다.
“으악 시발!!”
야구 모자를 눌러쓴 워리어 한 놈이 하진우를 묶고 있는 촉수를 때내려고 쇠 파이프를 움켜쥐는 순간.
빡!!!
놈의 얼굴에 망치가 명중했다.
하린이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집어던진 망치가 돌팔매질 스킬에 의해 정확하게 놈의 얼굴을 으깨버렸다.
“제기랄!!!”
“침입자다!!!”
남은 각성자는 두 놈.
콰직!
방금 하린이가 또 한 놈을 맞췄다. 속수무책이다. 스킬 성능에서부터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데 레벨까지 그다지 차이가 안나는 놈들이니 우리의 압승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