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35. 항상 운이 좋을 순 없지
* * *
“흐어... 어...”
눈앞에서 사람의 목이 썩어 들어가 뜯겨나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본 영감은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뒷걸음질 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꼴을 보아하니 오줌까지 지렸나 본데.
“야. 뭐 해. 잡아.”
“예.”
내 명령에 잠시 앉아 쉬고 있던 한태양이 얼른 일어나 영감에게로 다가 갔다.
“흐억! 저리 꺼져! 이 몹쓸 놈들! 네놈들은 전부 지옥에 떨어질 거야! 이 호랑말코같은 새끼들아!”
곧 죽을 노인이 뭐저리 힘이 좋은지. 한태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호통치는 솜씨가 가희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영감이었다.
“퉷. 시발. 내가 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 가만히 잡히쇼, 영감.”
한태양은 침을 탁 뱉으며 역겨운 눈초리로 공양당한 남장여자의 시체를 흘겨봤다.
그러더니 소름 끼친 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고는 도망가려는 영감의 뒷목을 잡아 올렸다.
“제, 제발.! 내가 잘못했네! 한 번만 봐주게!”
영감의 처절한 울음소리만이 다이소에 가득 울려 퍼졌다.
바로 앞에서 사람 하나가 처절하게 비명 지르며 죽어 나가는 꼴을 봐서 그런지 아까의 호기로움은 다 사라진 모습이다.
내가 이 빌어먹을 영감에게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어찌 죽을지 선택권을 주는 것뿐이다.
배고픈 악신님들에게 공양을 해야 해서 결코 절대 봐줄 수가 없다.
“이봐 영감. 조용히 해 봐. 선택권을 줄 테니까.”
“히끅, 흡.”
얼른 양손으로 입을 막은 영감이 두려움에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 봤다.
선택지를 준다는 말에 노인의 얼굴에 작은 희망이 피어오른다.
자기가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착각이라도 한 걸까.
아니면 내가 인도적으로 자비롭게 죽여줄 거라 믿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존자도 귀한 세상에 기껏 잡은 공양물을 아무런 비명 소리 없이 죽이긴 너무 아깝잖아. 좀 더 괴롭히고 싶다.
순간 머릿속에서 끔찍한 목소리가 울려퍼진건 그런 가학적인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흐흐. 재밌구나.]
간만에 들은 인디크론의 목소리. 벌레가 으깨지는 듯한 그 특유의 거북한 소리 때문에 속이 조금 울렁거렸다.
‘윽... 갑자기 말을 걸고 난리야.’
노인을 한참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있으니 인디크론이 한껏 기뻐한다.
무슨 인터넷 방송이라도 보듯 내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카쉬낙스는 보고 있는게 티라도 나지. 인디크론은 보고 있는 줄도 몰랐네.'
특히나 상대를 정신적으로 몰아 붙여 절망감을 조성하니 굉장히 만족스러운 듯한 반응이다.
역시 심연의 주인다운 반응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게 인디크론의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 같다.
호감도가 좀 더 높아지면 카쉬낙스가 촉수소환을 촉수발출로 강화시켜 줬듯 구강소환을 좀 더 좋은 스킬로 바꿔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신이 원하시는 데로 놀아나볼까.
“하아... 영감. 선택해. 찔려죽을래. 아니면 방금 저 돼지 새끼처럼 녹아서 죽을래. 둘 다 싫으면 터져죽는 것도 있고. 씹혀죽을 수도 있어. 선택해.”
“어... 아... 나... 나는...”
영감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다.
[하하하하!!]
한 인간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인디크론은 기뻐 죽겠다는 듯 한껏 비웃었다.
이쯤 하면 됐겠지.
“그래, 고르기 어려울 거야. 내가 대신 선택해 줄게.”
세상 그 누가 자기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더 살고 싶은 게 인간인데.
“한태양. 그 검 좀 줘 봐.”
“예.”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이거 뭐 마법 검 그런 거 아니지?”
맞으면 뺏어야지.
“아닙니다. 커다란 좀비를 잡으니까 생겨났습니다.”
아직 이 새끼 스탯을 확인 안 해 봐서 물어본 건데 푸른 불꽃은 역시 스킬이었구나.
그럼 이건 그냥 일반적인 무기란 소리군.
“영감.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깔끔하게 보내줄게. 모가지 쭉 빼고 엎드려.”
“흐윽...”
다 늙은 노인이라 해도 죽음은 두려운 법이다.
초개처럼 자기 목숨을 내 던질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생각은 이쯤이면 됐다.
난 거리낌 없이 영감의 목을 내려쳤다.
“바칩니다.”
인디크론에게로 영감의 영혼이 인양된다.
이제 이곳에는 썩기 시작한 늙은이의 나약한 육체만이 남았다.
노인의 영혼은 끝없는 심연 속으로 굴러떨어졌겠지.
나를 지켜보고 있던 인디크론이 계속 노인의 영혼을 갖고 싶다는 반응을 보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넘겨 줬다.
[선물. 고맙다. 잘 가지고 놀지.]
이놈은 영혼을 안 먹는 구나.
카쉬낙스는 주자마자 게걸스럽게 처먹고는 맛 평가까지 하던데.
‘젠장.’
짧은 대화였지만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잠시 눈을 감고 조금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는 데 이번엔 머리를 징징 울리며 카쉬낙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쳇... 이번만 봐준다.]
인디크론에게 영혼이 공양되자마자 바로들어온 카쉬낙스의 날선 반응.
격한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에선 깊은 배신감도 함께 담겨 있었다.
마치 자기 밥그릇을 빼앗긴 개처럼 사납게 으르릉거리는 카쉬낙스의 목소리는 뇌가 떨릴 만큼 두려웠다.
‘큭... 설마 좆된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이번은 봐준다니까...’
머리가 지끈거리고 몇대 얻어 맞는 것 처럼 울린다.
빌어먹을 악신. 공양 한번 안 했다고 이런 두통을 선사하다니.
더구나 이번만 봐준다는 말이 영 마음에 걸렸다.
다음번에도 다른 신에게 영혼을 바친다면 결코 용서치 않겠다는 의미였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집착이 느껴졌다.
‘제발 이 정신 나간 신이 나에게 관심을 좀 덜 줬으면 좋겠다..’
나 말고 다른 신도는 없나?
하루 온종일 밀착 취재하듯 나만 보고 있는데 기가 질린다.
스토커가 대놓고 나를 핥으며 스토킹 중인데 결코 경찰을 부를 수 없는 미소녀의 기분을 왜 내가 느껴야 하냐고.
강화영도 그렇고 카쉬낙스도 그렇고. 하나같이 만족하는 법이 없어.
끝도 없이 처먹으려 하니 중간에서 나만 죽어 나간다.
‘침착하자. 나를 사랑하는 거유 음침녀가 잠시 질투 했다고 상상하는 거야...’
카쉬낙스의 모습을 멋대로 거유 음침녀라 상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나아가 사랑받고 있는 거라는 자기암시를 계속 걸었다. 이래야 음침한 악신의 무거운 관심을 겨우 버틸 수 있으니까.
“휴우.”
마른세수한번하고 정신을 다잡았다. 악신이 둘이나 나를 감시중이지만 굴하지 말자.
마트에 돌아가서 아름이 처녀도 따야하고. 여러모로 행복한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제 가자. 거기 아줌씨들. 가방에 챙길 만한 거 다 담아. 쓸 만한 거 다 쓸어 갈 거니까.
마트에도 물건이 차고 넘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가져갈 수 있는 만큼은 다 가져가고 싶다.
그래야 인근의 생존자들이 털어갈게 없어서 마트로 찾아오겠지.
‘마트에서 카트 좀 가져올걸...’
카트까지 끌고 왔으면 더 많이 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
“다 챙겼습니다.”
십 분 정도 기다리자 물건을 한가득 챙긴 노예들이 내 앞에 모였다.
“자, 그럼 마트로 출발.”
혹여나 남아 있는 좀비가 없는지 경계하며 다이소 입구로 갔다.
그때.
퓌융!
다이소 입구 쪽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누군가 빛 속에서 걸어 나왔다.
“어? 뭐야.”
커다란 가방을 짊어진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온다.
등산모를 깊게 눌러쓴 나이를 파악할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의 남성.
“보부상이잖아...!”
빛 속에서 걸어 나온 남자는 번뜩이는 눈으로 우리를 쓱 둘러보더니 다이소 입구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허어. 난장판이로군.”
그는 자연스럽게 좌판을 깔고는 5개의 물건을 올려 뒀다.
“와. 오빠. 대박이다.”
“그러게. 대박이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거지.
이쯤 되면 진짜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 게 아닐까?
“오빠, 보부상 출현 조건이 10인 이상부터였잖아요. 우리 지금 11명이라서 떴나보다.”
“와. 이게 되네.”
“보부상 본지 얼마나 됐다고 또 보니까 신기하다.”
한 번의 외출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걸 얻었다.
노예도 이리 잔뜩 얻고 네임드도 두 마리나 잡아 레벨도 올랐고 이제는 보부상까지 뜨다니.
“얼른 블랙 칩을 암시장 영구출입증으로 바꿔야겠다.”
“좋아여!”
안쪽 주머니에서 블랙 칩을 꺼내 보부상에게 다가가려 했다.
“잠깐. 킁킁.”
그때 강화영이 내 옷깃을 강하게 붙잡았다.
“야, 왜 그래?”
“킁킁. 흐음...”
“아, 또 왜 지랄인데. 배고프냐?”
“아니. 저 새끼 한테서 피 냄새. 피 냄새 나잖아요.”
“뭐? 피 냄새? 무슨 피 냄새가 난다는 거야.”
”킁킁 맞는데. 아닌가? 맞는데.”
또 배고파서 지랄하는 건가.
강화영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라 그런지 그녀의 말은 도통 신뢰가 안 간다.
“피 냄새가 갑자기 왜 나는데. 좀비들 피 비린내 아니고?”
“그거랑 달라요. 그냥 갑자기 냄새가 났어요. 피 냄새 맡으니까 또 배고프네. 분명히 신선한 냄새였는데. 아. 배고프다.”
강화영은 그리 말하며 묵직한 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 있던 애새끼에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피를 빨아먹겠다고 예고라도 하는 눈빛이라 애새끼는 몸을 부르르 떨며 아재의 등 뒤로 숨었다.
‘그런데 갑자기 보부상한테서 왜 피 냄새가 난단 건지 영문을 모르겠네. 이 미친년 말은 가끔 영문을 모르겠단 말이지.’
별거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보부상과 마주하려던 순간.
이번엔 하린이가 험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보부상 노려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주인님.”
“응? 하린이는 또 표정이 왜 그래?”
하린이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긴장한 기색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보부상을 노려봤다.
뭔가 느낀게 분명하다. 하린이의 감은 이때까지 적중률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들어 볼 만 했다.
“그냥.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고 문득 떠오른 건데요..”
“어. 말해 봐.”
“지난 주 업데이트 목록에... 간혹, 보부상으로 위장한 ‘살인강도’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구 기억나요?”
“어?”
그러고 보니 왜 좌판에 물건이 다섯 개 뿐이지?
그런 의문이든 순간이었다.
“히히힉.”
보부상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살인강도’ 출현! 전투에 대비하십시오!!!]
[레벨 스케일링이 적용되는 NPC입니다!]
즉각 촉수를 내뿜기 위해 팔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살인강도는 좌판에 놓인 물건 중 하나를 우릴 향해 집어던졌고.
“이런!”
푸확!!!
놈이 던진 유리병이 우리 쪽으로 완전히 날아들기 전에 촉수에 부딪혀 깨졌다.
깨진 유리병에서 퍼져나간 노란 가루가 흩날리며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딱 봐도 들이 마셨다간 맛이 갈 것 같아 보이는 위험한 가루다. 스멀스멀 퍼져 나가는 노란 가루는 마치 죽음의 저주와 같았다.
한태양이 검을 휘둘러 발생한 검풍으로 날아드는 노란 가루를 날려 버리려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저 노란 가루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이마셨을 때 결코 좋은 결과는 안 나오겠지.
덕분에 노란 가루를 들이마시지 않으려고 하니 호흡이 자꾸 흐트려진다.
“흡...!”
독이 더 퍼지기 전에 개방된 장소로 피해야 한다. 하지만 하필이면 저놈이 등장한 곳이 다이소 입구라 빠져나가기가 애매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1층 벽면이 통 유리로 되어 있단 점이지.
“야! 한아람! 유리 부숴! 밖으로 나가야 해!”
내 외침에 정신을 차린 일행들이 급히 전투 태세를 갖추며 움직였다.
은지는 적을 기습하기 위해 얼른 몸을 숨겼고 하린이는 남은 마나를 긁어모아 근력을 높였다.
그사이 살인강도는 멍청해 보이는 등산모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크기만 커다란 가방을 전부 벗어 던졌다.
그러더니 좌판에 놓여 있던 회색 스카프를 집어 코와 입을 가렸고 품에서 단검과 핸드캐논을 꺼내 들었다.
스카프에 방독면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듯 살인강도는 노란 안개 속에서 멀쩡히 잘만 움직였다.
그런데 문제는 스카프 따위가 아니다.
‘핸드캐논..?!’
달칵.
찰나의 순간.
생각할 틈도 없이 살인강도는 핸드캐논을 나에게 조준하고 발포했다.
투쾅!!!!
핸드캐논의 입구가 번쩍이며 불꽃을 내뿜는다.
“르뤼에!”
푸촤학!!!
양손으로 촉수를 내뿜어 날아드는 탄환을 막긴 막았으나 10가닥을 촉수가 거의 다 찢겨나갔고, 동시에 충격파가 내 몸에 전달되며 나는 보기 좋게 뒤로 날려졌다.
‘막았는데도 이 정도의 충격파가...!’
뒤로 날려져 가판대에 처박히려는 나를 하린이가 겨우 받아 냈고 자세를 바로잡았을 때는 살인강도가 재장전을 끝내둔 상태였다.
“쯧. 그걸 막아?”
혀를 차며 여유롭게 다가오는 살인강도. 놈의 기분 나쁜 미소가 사라질 생각을 안 한다.
웃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는 거겠지.
“다 보인다.”
살인강도는 돌아보지도 않고서 은지의 기습을 뒷발 차기로 막아 내며 은지가 던진 그림자 비도를 전부 처냈다.
비도를 쳐내는 동안 빈틈이 생기자 얼른 달려드는 한태양과 한아름. 허나 둘 다 살인강도에게 유효타를 먹이진 못했다.
강도는 둘의 공격도 단검을 휘둘러 모조리 튕겨 냈으며 나아가 한태양의 어깨에 검을 내찔러 깊은 상처를 냈다.
“끄아악!! 뭐, 이런!! 새끼가!”
“오빠 총 피해! 못 이겨!”
근력이 얼마나 높은지 사람을 손쉽게 밀어서 날려 버린다.
공격 속도고 말도 안 되게 빠르고 반사 신경은 흡사 야생짐승과 같다.
“젠장!!! 하린이 은지야! 나머지도 가까이 가지 마! 저새끼 총 쏘니까 피해야해!”
이거 잘못 다가 갔다간 놈의 정신 나간 단검에 목이 베인다. 문제는 너무 멀어지면 총을 쏜단 거다.
달칵.
내가 촉수로 막아 낼 수 있음을 인지한 살인강도는 이번엔 유리창을 깨부수고 있는 한아람에게 총구를 겨눴다.
“야! 한태양! 막아!”
한태양은 마나를 모조리 끌어낸 듯 푸른 화염을 두른 검을 세워 날아드는 탄환을 막으려 했고.
콰장창!
“끄아아아!!!”
한태양의 플랑베르주가 산산이 조각났다.
핸드캐논의 산탄과 깨진 검의 파편이 몸에 처박힌 한태양이 뒤로 나가떨어졌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오빠!!!!”
“태양아!”
나라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계속해서 촉수를 내뿜어 놈을 공격하고 있지만 놈의 단검에 가로막혀 하나도 닿지 않고 있다.
‘무슨 이런 새끼가...!’
위험하다. 네임드를 상대할 때조차 느끼지 못했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구강 소환은 2번 남았는데 저놈의 움직임으로 봐선 완벽한 기습이 아니고서야 전부 피할 것 같다.
뭔가 다른 수가 필요하다.
'놈에게 확실한 빈틈을 만들어 구강소환으로 팔다리 중 하나를 뜯어낼 기회가 필요해.'
그때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던 카쉬낙스가 작게 속삭였다.
[촉수.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예?”
[꼬아. 낱개로 쓰지 말고. 뭉쳐.]
꼬아서 뭉치라고?
다시 핸드캐논을 재장전 하려는 놈을 보니 깊게 생각할 시간 따윈 없었다.
나는 곧바로 카쉬낙스의 가르침에 따라 손을 휘두르며 소환된 촉수 다섯 가닥을 새끼줄 엮듯이 꼬았다.
그러자 다섯 가닥의 촉수가 하나의 커다란 촉수로 뭉쳐지며 살인강도에게로 날아들었고.
쾅!
“크헉..!”
이제야 제대로 된 타격을 먹일 수 있었다.
놈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