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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41화 (41/221)

〈 41화 〉 40. 심연은 보물창고다

* * *

한태양을 제물로 바치고. 나는 밤하늘을 잠시 올려다 봤다.

사람이 으깨지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속이 좀 더부룩했기 때문이다.

“하아...”

담배라도 한대 태울까 싶었지만 안 핀지 며칠 돼서 그런지 품에 라이터는 고사하고 담배도 없었다.

애초에 담배를 그리 자주 피지도 않았고 그동안 생존하기 바빠서 담배 필 짬도 생기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기왕 이리된 거 금연이나 하자 싶어서 계속 안 피고 있었다. 담배가 생필품도 아니고. 계속 펴봤자 건강만 나빠지지.

담배를 끊은 대신 무료할 때마가 은지나 하린이의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안정을 취했다.

그런데 괜한 놈 하나 죽었다고 다시 피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하... 춥네.”

난 기왕 혼자 있을 시간이 생긴 참에 심연 관측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때까지 사람들을 제법 공양했다. 덕분에 업도 좀 쌓였고 방금 인디크론에게 한태양까지 바쳤으니 뭔가 좋은 녀석으로 추천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무엇보다 곧 큰 싸움이 있을 예정이니 전력을 미리미리 올려두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나는 곧장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고서 심연관측 주문을 외웠다.

“크롤­빈­어스머”

휘웅...!

손으로 만든 삼각형 사이로 바람이 몇 차례 빠져나가더니 곧 만연한 어둠이 틈새에 장막처럼 내려앉았다. 곧 어두운 밤하늘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더욱 어둡고 불길한 칠흑의 암흑이 내 앞에 펼쳐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어둡고 불길하다.

설마 스킬이 실패한 건 아닌가 싶어 불안해지던 찰나.

[아드득... 빠드드드득. 철퍽... 키에...]

틈새 너머에서 뭔가가 씹어 먹히는 소리가 들렸다. 질척질척한 소음과 더불어 기괴한 울음소리도 함께 딸려온다.

“저, 저기요...?”

설마 인디크론인가? 혹시 한태양을 씹어먹는 중일지도 모르니 나는 조금 조심스럽게 심연 속에 있는 존재를 불렀다.

그런데 저 존재는 신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압박감이나 영혼이 저당 잡힌 불쾌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야생 짐승을 눈앞에 둔 감각이다.

[키에... 키에에...]

계속해서 포식행위를 이어 나가던 존재가 내 부름에 점차 가까이 다가왔다.

깊은 어둠 속이라 도대체 뭐가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인기척은 느껴졌다.

아주 커다란 인기척이다.

쿵­ 쿵­

무게도 상당해보인다.

도대체 뭐지?

의문을 가진 순간.

[키에에.. 키에에에에!!!!]

고막을 때리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이런!”

만마의 총애로 이계의 존재들에게 관심과 호감을 얻는 거 아니었나?

난 순간 아까운 업 하나를 날리고 스킬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했다.

판단을 빨랐고 심연을 비추는 손가락을 풀려고 했다. 허나 스킬이 풀리지 않았다.

스킬 취소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쑤욱­!

무언가 나에게로 튀어나왔다.

“으악!!”

“혀, 형님!”

내 거친 비명 소리에 주변을 감시 중이던 하진우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 그건 대체...”

놈은 내 손안에서 튀어나온 ‘무언가’의 앞발을 보곤 화들짝 놀라며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뾰족한 가시 같은 앞발은 내 가슴을 툭툭 건들더니 다시 심연 속으로 들어갔다.

어둠 저편에서 마치 나에게 장난이라도 친 듯 키시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하아...”

[키시싯...]

뾰족하고 검은 다리.

그건 거미의 앞다리였다.

“거미...?”

역시 심연의 속엔 벌레가 가득할까? 인디크론도 항상 벌레 으깨지는 소릴 내더니.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존재, ‘심층지주’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계약조건: 레벨 50 이상일 것. 마력 스탯 1000 이상일 것. 인디크론의 종복일 것.]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수치잖아.”

뭐 하는 놈이기에 계약 조건이 레벨 50이상에 마력 스탯을 천이나 요구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수치에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지금 상태로는 이 녀석과 절대 계약할 수 없다.

아마 꽤 오랫동안 계약이 불가능한 상대로 보인다. 과연 얼마나 굉장한 녀석일지 군침이 싹 돌지만 훗날을 기약했다.

어차피 닿지 못할거 빠르게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그때 눈앞에 뜬 알림창이 깨지며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만마의 총애로 계약조건이 완화됩니다!]

[향후 반복적인 메시지를 줄이기 위해 계약조건이 완화된 상태가 표시됩니다.]

그러더니 새로워진 계약조건이 떠올랐다.

[계약조건: 레벨 10 이상일 것. 마력 스탯 500이상일 것. 인디크론의 종복일 것.]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입니다.]

[‘심층지주’와 영구계약하시겠습니까?]

영구계약은 총 3마리까지만 가능하다. 계약을 파기하려면 또 업이 소모된다.

그러니 어쭙잖은 놈이 기어 나왔다면 굳이 업을 하나 써가며 계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좀 했겠지만.. 이놈은 조건부터가 장난 아닌 괴물 같은 녀석이다. 딱봐도 엄청난 놈이 기어나오겠지.

재고 말고 할것도 없다. 그냥 나랑 한판 해준다고 할 때 무조건 지장부터 찍어야 해!

“바로 계약!”

'굴라­드­빌레'라는 영구계약 주문을 외우고 심층지주의 주인이 됐다.

순간 업이 하나 더 소모되며 내 오른팔 겨드랑이 쪽에 뭔가가 새겨졌다.

컬티스트가 늘 그렇듯 살이 찢기는 고통에 더럽게 아팠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계약한 대상은 무려 레벨 50에 마력수치가 1000이 넘어야 계약 가능했던 진짜배기 괴물이니까.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곧 그런 알림과 함께 내 안에 뭔가 자리 잡은 것이 느껴졌다.

뭐랄까 영혼과 영혼이 서로 이어진 감각이다.

마치 카쉬낙스와 인디크론의 종복이 되었을 때 느꼈었던 감각과 비슷한 느낌이다.

지금 나는 사역마가 된 심층지주와 이어졌다.

“소름 끼치네.”

사람 잡아먹는 거미와 영적으로 연결되다니.

'그래도. 개꿀이지.'

심연. 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곳인가.

허나 이젠 그냥 내 보물창고다. 심연은 나에게 너무 막 퍼주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내가 운이 좋아서 그런 거겠지.

‘심층지주 상세정보.’

[심층지주: 인디크론의 부산물에서 탄생한 초거대 거미입니다. 식욕이 왕성하며 적극적으로 사냥감을 붙잡아 씹어 삼킵니다. 갑각이 극도로 단단하며 실을 내뿜어 둥지를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마비 독침을 놔 죽지 못하게 만든 뒤 비상식량으로 삼습니다. 소환하는 동안 500의 마나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소환을 유지하는 동안엔 마력 스탯 500이 소환유지비용으로 계속 소모된다. 고로 이 녀석을 소환하는 중엔 745의 마력이 245이 된단 소리였다.

계약한 소환수를 다루는 대신 나의 직접적인 공격력이 떨어지겠다.

‘그만한 가치가 있겠지.’

마력이 아직 덜 회복됐기 때문에 당장은 불러낼 수 없다. 내일 아침은 되어야 한번 꺼내 볼 수 있을 거다.

“하아. 알차다.”

지금이면 한 놈 더 계약할 수 있으니 마저 계약하고 내려가자.

심연관측의 주문을 외우고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던 하진우를 다시 돌려보냈다.

그러곤 손안에 만들어진 구멍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이번에도 뭔가 듣기 역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스슥... 스스슥.]

이거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소린데...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치고 불쾌해졌다. 팔에 닭살이 절로 생겨났다.

“이봐...”

어찌됐든 뭐하는 놈인지는 알아봐야하니까 이번에도 그 존재의 주의를 끌기 위해 살짝 주의를 끌었다.

[사사삭­­!]

“윽...”

나에게 다가오는 소리만으로 소름 끼친다.

하지만 꾹 참았다. 역겹다고 스킬을 취소할 수가 없으니까.

[샤아... 샤아...]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나에게 다가온 무언가. 심연 속에서 더듬이 두개가 뻗어나왔다.

두개의 더듬이나 나를 파악한다.

[샤아...!]

그러더니 곧 환희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마치 자신을 여기서 꺼내달라는 듯 간절함이 담긴 울음소리였다.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존재, ‘칠흑바퀴’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완화된 계약조건: 레벨 2 이상. 마력 스탯 30이상. 인디크론의 종복일 것.]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입니다.]

[‘칠흑바퀴’와 영구계약하시겠습니까?]

완화된 조건이 저 정도인걸 보면 심층지주보다 훨씬 약한 놈이겠지.

[샤아...]

내가 실망한걸 알아차렸는지 기죽은 목소리로 우는 칠흑바퀴. 난 놈의 상세정보를 살펴봤다.

[칠흑바퀴: 심연에 굴러 떨어진 칠흑 같이 어두운색의 거대 바퀴입니다. 속주의 몸에 알을 낳는 것을 선호하며 부패액을 주둥이로 토해내 속주의 내부를 산 채로 녹여 알을 낳습니다. 속주의 속을 파먹고 나온 칠흑바퀴의 새끼는 손바닥 크기이며 약 3시간 정도 생존해 있을 수 있습니다. 새끼들은 적의 살점을 파먹습니다. 소환하는 동안 30의 마나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놈이 가진 특수능력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시각적인 효과가 엄청날 것 같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피해자의 배를 뚫고 사람 손바닥만 한 바퀴가 우수수 튀어나온다니.

이놈도 썩 나쁘지 않겠다 싶다. 써먹다가 필요 없어지면 그때가서 버리면 그만이고.

“계약한다.”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또 다시 겨드랑이 쪽에 의미 불명의 문자가 새겨지며 놈이 나의 사역마가 되었다.

칠흑바퀴를 불러낼 정도의 마력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불러냈다.

이유는 당연히 경계 및 순찰이다. 사역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세세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더라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뭔가 위험한 상태인지 아닌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 이놈을 밤새 보초로 세워두고, 마트주변을 돌아다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뭔가 이상한 놈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면 나에게 신호를 보내게 명령하면 된다.

“칠흑바퀴 소환.”

푸스스...

소환하자마자 내 앞에 검은 연기가 쫙 깔리더니 곧 바퀴벌레의 형상을 구축했다.

“으엑....”

그건 진짜 사람만 한 크기의 바퀴벌레였다. 사실 바퀴랑 완전히 똑같은 생김새는 아니었지만 일단 비슷하게 생겼다. 좀 더 흉측하고 흉악하다 해야 할까.

그리고 온몸이 기분 나쁠 정도로 검고 광택이 없는 갑각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더듬이도 굉장히 길어서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혐오스러움을 불러일으켰다.

“샤아아!!”

“윽. 저리 좀 가 봐.”

“샤샥.”

난 놈에게 이 주변을 돌아다니다 혹여나 인간과 마주치면 나에게 알리고 교전하라 명령했다.

인간은 잠도 자야하고 밥도 먹어야 하지만 이놈은 그냥 좀비나 뜯어먹으면 그만이고 종일 안자고도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종일 마트를 지키게 해야겠다.

정찰병으로서 진짜 최고의 조건이다. 어두운 곳에선 잘 보이지도 않고 보급도 자체해결에 원거리 통신도 미약하게나마 가능하니까.

“샤샥..!”

곧 칠흑바퀴는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갔다.

사람만 한 거대한 바퀴벌레가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굉장히 소름 끼쳤다. 본능적인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외모다.

“휴우.”

그래도 이걸로 오늘 밤을 좀 더 안심하고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음에 해야 할게...’

일단 레벨이 2개 올랐다.

업적보상도 하나 받아야 하고.

노예들도 따먹어야 한다.

“춥네.”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무려네 명의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

“으음...”

장조준과의 격한 섹스 후 질내 사정을 받으며 절정해 기절했던 한아름이 겨우 눈을 떴다.

“어... 여긴...?”

눈을 뜬 곳은 침구류가 놓여 있는 텐트 안이었다.

그녀의 오른쪽엔 얌전히 책을 읽는 이은지와 머리를 말리는 중인 성하린이 있었고 왼쪽엔 어딘가 망연자실해 보이는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한아람이 앉아 있었다.

물론 전원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어, 언니. 울어?”

“어? 아, 아니야. 일어났네.”

“으응... 아, 아파.”

처녀막이 찢겨서 그런지 아니면 첫 섹스의 후유증인지 아랫배 쪽에서 아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결국 누워 있던 아름이가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자 질 내에 남아 있던 정액이 흘러내렸다.

"윽... 임신하면 어떡하지..."

한아름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심정을 겨우 다잡았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피임약이라도 찾아 먹어야 했다.

“자, 여기 휴지.”

“아, 감사합니다.”

아름이는 은지에게 건네받은 화장지로 흘러넘치는 정액을 닦아냈다.

“읏...”

그러고 있으니 방금 전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처음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려고 아껴둔 건데. 허망하게 빼앗겨 버렸다.

“큭...”

한아름은 장조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분명 상당한 외모다. 물론 그게 높아진 스탯 빨이란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그 정도의 외모라면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언니. 그런데 오빠는?”

문득 바보 같은 오빠 한태양이 떠오른 한아름은 여전히 정신이 없는 한아람에게 물었다.

한태양은 한참 조준에게 강간당하던 순간 타이밍 나쁘게 찾아와 질내사정 당하는 걸 목격했다. 아마 큰 충격을 받았을 거다. 그런 그가 걱정됐다.

아름이가 한태양을 언급하는 순간 책을 보던 은지는 동공이 흔들리는 아람이에게 살벌한 눈빛을 슬쩍 보냈다.

입조심하라는 의미였다. 장조준은 아름이의 마음을 얻으려하고 있으니. 함부로 떠들어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 신호를 본 아람이는 몸을 흠칫 떨며 거짓말을 시작했다.

“그, 그게... 태양이는 자, 잠시 나갔어.”

“어? 뭐? 오빠가..? 왜? 어디 간 거야?”

“그게...”

아람이는 은지에게 시선을 보냈다.

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 장조준이 옥상으로 올라가며 언질해 둔 대로 준비된 대사를 내뱉었다.

“한태양은 순찰 나갔어. 곧 우릴 습격할 놈들이 찾아오니까 순찰을 돌아야 하거든.”

은지의 말에 한아름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누가 우릴 공격하나요?”

“응. 어느 신의 광신도들이라는데. 놈들이 우리를 죽이고 마트를 뺏으려해. 그러니까 항상 마트 주변을 순찰할 인원이 필요하지.”

“어... 그렇군요.”

“그래. 별일 없다면 아마 내일 아침에 돌아오겠지.”

조준은 자신이 한태양을 인신 공양한 게 아닌 순찰 중 사망으로 몰아가려했다.

순찰 중 사망은 뭐 어쩔 방법이 없는 사고니까. 더구나 적당히 선신 진영의 공격이 있었다고 나머지 노예들과 말을 맞춰 한아름을 속여 버리면 그만이라 여겼다.

그럼 한아름은 선신들에 대한 적대감은 물론이고 그들과 대적하는 자신에게 좀 더 의지할 거라는 게 장조준의 판단이다.

한아람이야 처녀를 바친 한아름만큼의 가치가 없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한태양처럼 ‘처리’ 당하기 싫다면.

그녀는 좋든 싫든 가만히 입을 닥치고서 장조준에게 가랑이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순찰 나갔구나..”

“으응. 곧, 고옫.. 돌아올.. 흐윽..”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한 한아람이 울기 시작했다.

“어, 언니 왜 그래? 오빠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으응. 응. 태양이가 걱정돼서 그래.”

두 자매는 서로를 껴안았다.

그러고 있으니 곧 장조준이 텐트를 입구를 걷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한아람 우냐?”

“아, 아니. 아니야.”

“흐흐. 그럼 아까 하던 거나 마저할까?”

“윽... 아, 알겠어.”

한아람은 묻고 싶었다.

한태양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그가 자신들에게 남긴 말은 없었는지.

허나 아름이가 옆에 있는 이상 물을 수도 없었고 다짜고짜 가랑이부터 잡아 벌린 장조준 때문에 따로 타이밍을 잡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무력하게 가랑이를 벌리고서.

쑤욱.

조준의 자지를 받아들였다. 저항하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그나마 그녀에게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었다면.

조준의 자지가 다른 복잡한 일들을 잊게 만들어줄 만큼 기분 좋고, 길었으며, 굵고, 단단한 자지였단 사실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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