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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46화 (46/221)

〈 46화 〉 45. 패배한 자들의 비명

* * *

내 앞에 무릎 꿇은 여섯 명의 플레이어들.

스킬로 손목을 다시 재생시킨 이한석과 대머리, 금발, 일반직 신도 세 명이다.

이중 이한석은 이미 노예로 만들었다. 이제 잘게 부숴서 인디크론에게 공양하기만 하면 된다.

일반직 신도 셋은 카쉬낙스에게 바치기로 마음먹었고. 강화영도 이놈들의 피는 먹기 싫다고 했으니 거리낄 것 없이 공양해도 되겠다.

문제는 대머리와 금발이다.

이 둘은 노예로 알뜰살뜰 써먹을 생각이다. 신들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뿐 더러 상당히 쓸모가 있어 보이니까.

“웁...! 우우!!!”

입마개 때문에 말을 못 하는 대머리. 놈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태였다.

얼마나 심하게 때렸는지 온몸이 멍으로 푸르게 변해 있었다.

이 정도면 대머리 스머프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

그에 반해 금발 머리 여자는 이제 말이 없어졌다.

아람이와 아름이의 구타에 의지가 꺾인 건지 아니면 모종의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야, 왜 죽을 상이냐?”

“없어... 신님의... 대답이... 없어...”

버림 받았군. 금발 머리는 공허한 눈으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자신을 돌바주던 신에게 버림받아서 큰 충격에 빠진 것 같다.

“하아. 야 임마 고개들어봐.”

금발 머리의 뺨을 툭툭 건들며 그녀의 턱을 붙잡고 초점을 잃은 눈을 들여다 봤다.

세상을 다 잃은 듯한 눈이다. 인디크론이 좋아라할 법한 절망으로 가득 찬 두 눈동자.

허나 인디크론의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이한석이 망가져 나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기만을 고대하고 있었으니까.

“우리 쉽게 가자. 괜히 살잡아 뜯기고 고문당하지 말고. 그냥 이제 포기해라. 네년의 신도 너를 포기하고 도망갔잖아. 여기서 네가 더 발버둥 쳐봐야 남는 게 없어. 그냥 아플뿐이야.”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순순히 나의 노예가 되어 내 하렘에 들어오라는 제안이었다.

“꺼져... 그분은 다시 나에게 빛을 주실 거야. 이건.. 시련이야. 나를 강하게 할 시련이야.”

완전히 맛이 갔다. 그야말로 맹신이었다.

나는 저 깊은 믿음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은지야. 이 새끼 허벅지 찔러.”

“네, 오빠.”

고통증가를 사용한 은지가 그림자에서 단검을 뽑아내 금발 머리 여자의 허벅지를 내려찍었다.

차오르는 살점이 있으니까 죽을 정도만 아니라면 상관없다.

콰직!

“끄아아아!!!!!!!”

비명이 터져 나오며 금발 머리 여자가 발버둥을 쳤다. 그런 그녀를 아람이와 하린이가 어깨를 지그시 눌러 딱 붙잡았다.

“자.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까?”

“끄으으... 죽여!! 그냥 죽이라고!!!!”

“누구 좋으라고 죽여. 은지야, 계속하고 있어.”

“네! 오빠! 맡겨두세요!”

은지의 활기찬 대답을 들으며 나는 벌벌 떨고 있는 세 명의 일반직 신도들에게 다가 갔다.

“히익...”

한 놈은 나를 보자마자 실금을 지렸다. 마치 악귀나찰을 마주한 인간처럼 몸을 덜덜덜 떨면서 말이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제발... 저를 구해주십...”

다른 한 놈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이미 떠나버린 신은 애타게 찾고 있었고.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제발... 뭐든 다 할 테니까.”

한 놈은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서 나에게 살려 달라고 빌고 있었다.

“뭐든 다 한다고?”

“예. 뭐든 다 할 테니..!”

촤학.!

순식간에 단검이 목을 가르고 지나가자 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허망하게 나를 올려다봤다.

“뭐든 다 한다는 건 나를 위해 죽어 줄 수도 있단 거 아니겠어?”

“꺽... 꺼억... 씨.. 씨발. 새...”

털썩.

의식용 단검에 목이 베인 녀석이 피가 터져 나오는 목을 붙잡고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칩니다.”

카쉬낙스에게 한 놈을 바쳤다.

쩝쩝거리는 듣기 거북한 파열음이 몇 번 들리더니 ‘물렁하다’라는 맛 평가를 받았다.

“신이시여... 제발.. 저를 보호해주세요...”

중간에 앉아 있던 놈은 양손을 그러쥐고서 눈까지 꼭 감고 계속해서 신을 찾았다. 물론 신이 그의 부름에 대답해 줄 리가 없다.

난 놈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마치 세례를 받는 청년에게 축복을 내려주듯이.

“주의 곁으로 가거라.”

물론 그 주님이 네가 원하는 주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정한 손길에 사내의 머리가 녹아내렸다.

치이이이익!!!

“바칩니다.”

“끄아아아!!!!!”

뒤편에서 들려오는 금발 여자의 비명과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한 놈이 또 공양 당했다.

이번 녀석은 너무 짜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대체 맛있는 제물은 언제 나올는지.

“마지막이네? 잘하는 거 있어?”

“히익.. 저, 저 자취. 자취 오래해서 요리도 잘하고..”

“밥 아줌마 있어. 그것도 두 명이나.”

“그, 그럼 그... 어.. 저 사, 사진 엄청 잘 찍..”

푹찍­!

놈의 눈을 단검으로 찌르며 공양했다. 세상이 망한 판국에 사진은 무슨 사진인지. 풍경을 찍어봐야 뒤진 시체만 가득 찍힐 텐데.

그래도 이번 녀석은 그럭저럭 먹을 만했단 평가를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카쉬낙스의 맛 평가에 신경 쓰고 있는 내가 있다. 뭔가 맛없다는 평가를 받으면 내가 요리한 것도 아닌데 좀 찜찜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묘한 기분이다.

“후우.”

약 3분. 3분 만에 셋을 공양하고 다시 금발 머리에게 돌아가자 꽤 많은 게 변해 있었다.

이 금발여자의 의지력은 컵라면이 익을 시간만에 박살이 났다. 결국 이 여자의 믿음도 그 정도에 불과했다는 의미겠지. 고통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끄아아아!!!!!”

허벅지에 도대체 몇 개나 되는 그림자 비도를 꼽아둔 건지 고통에 미쳐 이미 진즉에 오줌을 질질 싸버렸다. 실금한 것도 모르는지 울부짖던 금발녀는 나를 보더니 갈라진 목으로 피를 토하며 외쳤다.

“저, 할래요!!! 노예가 되고 싶습니다!!! 저 굴복했어요!! 제발 그만해!!!!”

[상대가 당신에게 굴복했습니다.]

푸욱!

“끄아아아!!!!!”

마지막 한 방까지 알뜰하게 허벅지에 쑤셔 박은 은지가 나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무리 은지가 나를 좋아한다해도 내 하렘이 자꾸 증가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웃으면서 이렇게 화를 삭히는 거겠지.

세상이 미쳐돌아가다 보니 그녀도 함께 미치는 중인건 아닐까 조금 걱정했지만... 그래도 은지는 은지다.

“잘했어.”

“뭘요. 쉽던데요?”

“그래?”

난 은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곤 제법 피를 많이 흘린 금발 머리에게 다가가 상처난 허벅지를 차오르는 살점으로 치유했다.

“끄흐으윽...!”

차오르는 살점이 충분히 아플 텐데도 이미 더한 고통을 느껴서 그런지 그녀는 그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자, 이마 올리고.”

“네에...”

그녀는 내 손길이 두려운지 부들부들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이 워낙 예뻐서 그런지 인상을 찡그려도 예쁘다.

솔직히 미모가 강화영 급이다. 은지보다 아주 조금 더 예쁜 여자. 이런 상등품을 공양할 순 없지.

“자. 다 됐다.”

[플레이어 ‘김예원’을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쿠헉...”

노예낙인이 찍히자마자 그녀는 내가 질서신을 마주하고 검은 피를 토해냈듯 선혈을 토해냈다.

마치 악인의 노예가 된 것에 거부 반응이라도 일으키듯.

선신의 하수인이라 이런 반응을 보이나보다. 딴놈들을 노예로 만들었을 때보다 더 격한 반응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헥... 헥...”

곧 숨을 헐떡이며 안정을 되찾은 그녀.

“흐흐. 예원아.”

“네에...”

동공이 살짝 풀린 그녀의 볼을 손등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이 녀석은 또 어떤 맛일지는 나중에 벗겨 먹어봐야겠다.

“자. 다음은 너다. 대머리.”

“읍! 우읍!!!”

난 놈의 눈앞에 주사기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이게 뭔 줄 아나?”

“우읍!!??”

놈은 이 푸른 액체가 가득 들어 있는 주사기가 뭔지 몰라 당황해했다.

“진성아. 입마개 풀어.”

“예, 형님.”

곧 입마개가 풀린 대머리는 나와 내 손에 들린 주사기를 번갈아 노려봤다.

“그, 그게 뭐냐... 독이냐? 하. 그따위 협박이 나한테 통할 것 같아? 내가 죽는 게 무서울 것 같냐고!”

당연히 고문당하는 것보단 죽는 게 낫겠지.

난 놈의 의미 없는 외침을 무시하며 내 할 말만 했다. 굳이 시끄러운 놈의 대화에 응해 줄 필요가 없으니까.

“이건 TS주사다.”

내 한마디 말에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대머리가 곧장 입을 닫았다.

“뭐라고... 요?”

“못 들었어? 다시 말해 줄게. 이건 ‘TS’주사라는 물건이다. 성별을 바꿔 주지. 참고로 이거 하나뿐이야. 한번 맞으면 넌 영원히 여자로 변하게 된다.”

“무, 무슨... 그런 물건이...”

“그런 물건이 놀랍게도 여기 있다. 야 생각해봐. 좀비랑 신도 있는데 뭔들 없겠냐? 안 그래?”

이미 좀비가 기어 나온 것부터 비현실적인데 여기에 신까지 버무려져 있으니 웬만한 소설 보다 더한 세계다. 그러니 이런 귀물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개연성이 차고 넘친단 말이지.

오히려 이런 세계에 TS주사쯤이야 평범한 아이템 아닐까?

“그, 그건.. 아. 안 돼... 그걸 맞히고 날 어쩔 샘이지?”

어쩌긴. 하진성이랑 노예들한테 던져 줘야지.

TS시킨 놈을 공용 육변기로 사용하는 건 야겜 세계에선 상식이다. 물론 여긴 아포칼립스 지만. 어쨌든 세계가 씹창나 있는 건 비슷하지.

그리고 다른 노예들도 성욕을 풀 구석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니까 노예들의 노리개로 던져줄 생각이다. 놈은 몽크라 그런지 몸도 과하게 튼튼하니까 TS돼서도 하진성과 나머지 남자 노예들의 시달림을 버틸 수 있겠지.

물론 나는 굳이 먹기 싫지만.

“자, 잠깐.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만둬! 제발!”

내 묘한 표정을 살핀 놈은 머릿속으로 어디까지 상상한 건지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나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기고만장하던 대머리 새끼의 눈에 공포가 서린다. 놈은 TS주사를 맞게 되면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가 결고 곱지 않을 거란 걸 눈치챈 거다.

“기다려. 순순히 굴복하면 안 맞힐 수도 있다. 사실 이거 이한석 맞힐까 고민 중이거든.”

자신을 여자로 만든다는 나의 말에도 이한석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놈은 그저 멍하니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강찬석은 내 말에 어깨를 덜덜 떨며 자기 뒤편에 서 있던 하진성과 하진우, 김일우, 김민준을 노려봤다.

“뭐, 뭘 바! 이 게이 새끼들아! 꺼져!”

“흐흐. 대머리 새끼가. 지랄은.”

대머리는 하진성을 발길질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난 쭈그려 앉아 엎어진 놈의 눈을 보며 말했다.

“노예가 되기 싫다면 TS주사를 맞힌 다음 저 입마개를 24시간 채워둔 상태로 골방에 넣어둘 거다. 그리고 저기 저 녀석들을 계속 들여보낼 거야. 그럼 넌 죽을 때까지 육 노예로 다뤄지다 뒤지겠지. 어때? 임신해 보고 싶나?”

“젠장... 구, 굴복하겠습니다...”

[상대가 당신에게 굴복했습니다.]

난 바로 놈의 이마에 노예 낙인을 찍었다.

그리고 의례 하는 명령들을 내렸다. 놈은 이제 TS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했다는 듯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그리고 난 방심한 놈의 어깨에 주사를 쑤셔 박고 푸른 약물을 끝까지 전부 다 주입했다.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서.

“어? 어? 어?”

놈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멍청하게 올려다 봤다.

난 놈을 향해 씨익 웃었다.

“그도 그럴게 여기에 너말곤 주사를 쓸 사람이 없잖아.”

그야 이한석은 곧 인디크론의 장난감이 될 테니 TS 주사를 사용하는 건 낭비에 가깝다.

그렇다고 저리 예쁜 미모를 가진 김예원한테 굳이 쓸 이유도 없고. 나아가 하씨 형제나 김일우 같은 노예들도 이미 꽤 친분이 생긴 상태라 저놈들 중 하나가 갑자기 여자가 되면 뭔가 역겨울 것 같다.

그러니 뉴 페이스인 대머리 놈밖에 쓸 사람이 없는 거다. 만약 양복쟁이 아재가 살아 있었다면 강찬석과 그 아재 사이에서 고민을 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질서신의 개수작질로 놈은 이미 죽어 버렸다.

어쩌면 놈은 지금 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나를 먼저 건든 이상 결코 좋은 미래 따윈 없었다. 선빵을 칠거라면 무조건 죽였어야지. 패배자에게 남은 것은 오직 굴욕뿐이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놈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에 퍼져 나간 TS약은 확실히 작용했다. 곧 놈의 육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근육으로 우락부락한 육체가 점차 축소되더니 곡선형의 보기 좋은 여체로 바뀌어 갔다.

커다란 덩치가 줄어듦에 따라 어깨도 좁아지고 근육도 상당 부분 빠져나갔다. 대신 그 자리가 말랑해진다.

또한 놈은 남성성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상의를 탈의 중이었는데 점점 더 젖가슴이 커지더니 곧 꽤 봐줄 만한 젖이 생겨났고 엉덩이도 점점 커지며 여성의 골반으로 바뀌어갔다.

또한 볼록 튀어나와 있던 음낭도 줄어들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무엇보다 거칠게 생긴 남성미 넘치던 놈의 드센 얼굴이 날 선 미모의 여인으로 바뀌었고 머리카락이라곤 한 올도 없던 머리에 하얀색 머리카락이 잔득 솟아나더니 곧 장발의 긴 생머리로 자라났다.

하얀 머리에 갈색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자.

대머리 근육남 몽크 강찬석은 그리 여자가 됐다.

“아아... 이게 대체..”

목소리도 바뀌었다.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 이럴 수가.. 이건.. 안 돼!!! 안 돼!!!”

놈은 발광하며 날뛰었다. 자라난 머리를 잡아 뜯고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쏟아 냈다.

놈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게 얼굴을 치료받은 하진우가 다가와 물었다.

그의 눈에는 당장 강찬석을 부숴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건 그와 싸웠던 네 명의 노예들 전부 마찬가지였다. 울분을 풀겠다는 표정들이다.

“형님. 저거 어쩔까요?”

“죽이지는 마.”

“예. 알겠습니다.”

그나마 놈의 생식능력은 꺼뒀다. 최소한의 자비다.

그리 이제는 여자가 되어 버린 강찬석이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 남자 화장실로 끌려 들어갔다.

명복을 빈다. 과연 강찬석이 암컷 타락을 할지 아니면 그대로 정신을 놔버릴지 궁금하다.

어찌 되었든 놈은 이제 끝났다. 완전히 끝장이다.

“자, 그럼.”

난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이 상황을 모두 부정하는 이한석 앞으로 다가 갔다.

“야. 고개 들어.”

놈은 고개를 들었다.

두 눈엔 짙은 증오와 분노가 담겨있었다. 놈은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

“너, 아까 분명 희선이가 어쩌고 그랬지?”

“...”

“그게 누구냐.”

놈의 소중한 사람. 살아 있을까? 살아 있다면 눈앞에서 죽이거나 범할 것이고.

만약 죽었다면 이놈의 정신을 완전히 붕괴시킬 다른 방도를 찾아야 했다.

“내... 내 와이프..”

“하. 살아 있냐?”

“아니. 이미 좀비로 변했다...”

아쉬운 일이다. 만약 살아있었다면 놈을 망가뜨리기 더 쉬웠을 텐데.

그때 놈은 조목조목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분명.. 너를 죽이면.. 되살려 주신다고 하셨어.. 그랬는데..”

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은 붉은색이었다.

“살려 준다고? 이미 죽은 사람인데?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죽은자의 소생이 가능한 일이라면... 이 빌어먹을 자식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물음에 가만히 보고 있던 인디크론이 알려 줬다.

[방법이야 여럿 있지. 허나 지금은 전부 불가능하다. 오직 신의 힘을 빌리는 것 말고는. 대신 막대한 인과율이 소모된다.]

가능은 하단 소리였다.

아마 선신 놈들은 나의 목을 따면 그 대가로 이 놈의 마누라를 살려줄 생각이었나보다.

“너만... 너만 죽었다면.!!!”

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넘쳤다.

증오스럽다는 듯. 놈은 나를 노려봤다.

조금 어이가 없군.

“그럼 시발아. 내가 네놈 마누라를 위해 죽어 주기라도 해야 해? 아, 됐어. 대답하지 마라. 듣기 역겨우니까. 빌어먹을 버러지가. 가만히 있는 사람 죽이려고 해 놓고. 뭐?”

웃기는 일이다. 이거 명백히 피해자는 나다.

난 아무 이유 없이 공격당했다. 죽을 뻔했다고.

이 새끼들은 단지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신들의 말에 따라 나를 죽이려 했다. 그런 놈이 지금 나에게 탓을 하는 건가?

지 마누라를 내가 죽였나?

“이봐. 이건 순전히 네놈의 욕망이 불러 온 참사야.”

“끄드득...”

놈의 일그러진 표정이 역겨워서 참아줄 수가 없다.

지옥을 맛보여주마 버러지 자식아.

“신님들.”

[말하라. 듣고 있다.]

인디크론은 대답했고 카쉬낙스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난 그녀들에게 물었다.

“이 새끼의 아내. 살려주실 수 있습니까?”

나를 죽였다면 아마 저놈은 아내를 되찾았으리라. 그러나 내가 이겼으니 저놈의 아내는 내 것이 된 게 아닌가?

훌륭하게 일을 마친 기념으로 나도 신님들의 보상이 받고 싶어졌다.

그런 나의 바람을 깨달았는지 인디크론이 드물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하하. 벌써 기대되는구나. 좋다. 이번의 승리로 많은 걸 얻었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대가가 더 필요하다.]

“그게 뭡니까.”

[저 머저리가 느끼게 될 맛있는 절망감. 난 그것을 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것이었기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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