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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53화 (53/221)

〈 53화 〉 52. 기분 나쁜 어둠 속으로

* * *

끼이이익.. 푸쉭. 두쿵!

끼이이익.. 푸쉭. 두쿵!

끼이이익.. 푸쉭. 두쿵!

어디선가 뭔지 모를 기계가 열심히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펌프가 돌아가고 순간순간 피스톤질이 일어나며 발생한 굉음에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 졌다.

'도대체 뭔 소리야..'

그리고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건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벽과 천장, 바닥을 비롯한 곳곳에 파이프 관이 뻗어 나와 있었고 길목엔 쓰레기와 벌레로 가득했다.

오래 있기 버거운 장소다.

특히 제멋대로 뻗어나간 파이프가 덜덜덜 떨리다 오염수를 흘릴 때면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냄새가 풍겨 코가 아려왔다.

“더럽게 어둡네...”

달이 없는 밤보다 더 어둡다.

그나마 나는 변형된 시야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일반인이라면 똑바로 걷기도 어려울 정도의 밝기였다.

더욱이 손전등을 비롯한 일체의 광원도 용납하지 않으니 만약 야간시야 계열의 스킬이 없다면 꼼짝없이 미아가 될 것 같다.

걷다가 파이프 관에 발이라도 걸리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아니면 저 뭔지 모를 오염수에 빠지거나.

‘그리고 이런 장소에서 미아가 되면...’

높은 확률로 집에 돌아갈 수 없겠지.

“어디 보자..”

벽과 바닥, 천장 곳곳에서 마치 식물처럼 자라난 파이프들을 피해 비좁은 골목을 걸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어서 최대한 파이프가 줄어드는 길을 따라 걸으니곧 좁은 골목길 밖으로 나갈 수 있었고 다양한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선 큰길이 나왔다.

그곳은 뭐랄까 대형 지하상가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린 가게에서 보랏빛의 은은한 조명도 있어 그나마 방금 전의 그 골목길 보단...

“어..?”

골목길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던 것처럼.

문도 사라졌고 골목도 사라졌다. 이걸로 나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씹...’

암시장은 내 상상보다 훨씬 위험한 장소란 걸.

최대한 빨리 둘러보고 돌아가야겠다.

까딱 잘못했다간 열쇠구멍이 있는 문을 찾다가 4시간이 지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리 다시 뒤돌려던 찰나.

툭.

“키라라.”

“아. 죄, 죄송...?”

돌고래?

꼭 머리가 돌고래 같이 생겼다. 이런 장소에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귀여운 얼굴이다.

“키레레. 키레에.”

나와 부딪힌 놈은 그런 요상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허... 저 새끼 뭐야..”

근데 그 언어가 묘하게 이해된다.

분명 ‘앞을 보고 다녀라, 머저리.’라는 의미였다. 어째선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 생각엔 카쉬낙스와 조우하며 얻었던 ‘만마의 낙인’ 효과가 아닌가 싶다. 만마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요상한 장소에서 저런 기괴한 존재와 마주쳤는데 의사소통까지 잘 안 됐다면 진짜 소름 끼쳤을 거다.

그나마 말이라도 통하니 정말 진심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돌아다니는 인원이 많네.’

하나같이 다들 검은 옷을 입은 괴인들이었다.

심지어 인간은 하나도 없었고 돌아다니는 놈들 대부분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두족류에.. 충인에.. 저건 뭐지? 이놈들 설마 전부 외계인들인가?’

또한 다들 다크 SF적인 차림새였는데, 가령 얼굴에 가스마스크를 착용하고서 퓨퓨 거리며 거친 숨을 내뿜는 다거나 메트릭스에 나올 법한 검은 코트를 목깃까지 잔뜩 세워서 입고 있는 광인도 있었다.

거기에 검은색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선 삼삼오오 뭉쳐 다니는 광신도 같은 놈들이나 점액질을 뚝뚝 흘리며 반쯤 기어 다니는 이족들까지.

길가다 마주치면 농담 안 하고 비명을 지르며 스킬부터 쐈을 법한 생김새의 고위이족들이 버젓이 돌아다닌다.

‘여기가.. 암시장..’

역겨운 생김새의 다양한 종족들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입하거나 자기들끼리 이상한 언어로 떠들고 있는 곳...

이 장소에 나 같은 인간은 한 명도 없고 전부 어쩌면 적대적인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살짝 무서워졌다.

저들은 어째선지 결코 굴복시켜 노예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게 너무 무섭다.

그리고 곳곳에 서서 그런 이족들을 감시하는 놈들도 보였다. 저놈들이 암시장의 경비인 용역이겠지.

놈들은 해저 2만리에서나 나올 법한 황동색의 잠수부 헬멧 같은걸 쓰고 있는 덩치 커다란 괴인들이었는데. 보고 있는 내가 다 불편해 보일 정도로 꽉 끼는 검은 가죽옷이 굉장히 신경 쓰였다.

또한 놈들의 헬멧 내부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묘한 위압감을 조성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문이 있을 만한 곳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놈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허리춤에 손을 뻗어 뭔지 모를 무기를 살며시 잡았다.

‘그냥 알아서 찾아야겠네..’

그리 주변을 다시 두리번거리며 어느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다.

“암시장. 처음?”

그건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상자가 처박혀 있는 존재였다.

“나. 안내인. 가이드. 도움 필요?”

아니다. 이 새끼 절대 가이드라거나 안내인 같은 그런 평화로운 놈이 아니다.

난 놈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소름이 끼쳤다.

특히나 놈의 대가리에 달린 상자가 살짝 열려 있었는데 거기엔 뭔지 파악하기도 싫은 생물들의 눈알이 가득 차 있었다.

[위험한 녀석이다. 물러서.]

인디크론의 조언까지 들으니 더욱 반감이 커진다.

그런데 인디크론의 목소리가 묘하게 작게 들리는 게 조금 꺼림칙하다.

연결이 잘 안되는 느낌?

그래도 일단 그녀들이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됐다.

“도움. 원하면. 코인. 조금만. 주렴. 아가야. 그럼. 내가. 너를. 안내해 준다. 좋은 곳으로.”

놈은 내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자 두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며 어색한 말투로 인간의 언어를 흉내 냈다.

“아, 아뇨.”

“사양. 하지 마.”

곧 놈은 내 어깨로 손을 뻗었다.

난 급히 놈의 손을 쳐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서 더 건들면 바로 촉수소환이나 심연아귀로 죽여 버리겠다는 듯 마력을 일깨우자 놈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도. 도움..”

“됐습니다..”

“그런가. 아쉽다.”

상자 대가리는 내 날 선 대답에 혀를 차며 다시 갈 길을 갔다.

떠나가는 놈을 잠시 노려보고 있으니 놈의 등에서 눈알이 빠진 인간 여자의 얼굴 같은 게 살짝 튀어나와 나에게 뭔가 말을 걸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입 모양이 너무나 소름 끼쳤다.

나를 향해 ‘살려 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하아.. 시벌..”

난 얼른 그 장소에서 벗어났다.

계속 멍청하게 서 있었다간 저런 이상한 놈이 또 꼬일 것 같았다.

이거 상점이용이고 나발이고 빠져나갈 입구부터 찾아야 한다.

진짜 상상 이상으로 정신 나간 장소였다.

그때 무언가 들끓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음식점이 하나 보였다.

보글보글

“...”

난 홀리듯 묘한 향기에 이끌려 다가 갔다.

괜히 이상한 거에 다가가면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분명히 인지했지만 내 몸이 나를 자연스럽게 향기가 풍기는 장소로 이끌었다.

너무나 달콤한 냄새에... 머리가..

“우욱...”

허나 향기의 근원지인 어느 낡은 식당 앞까지 도착한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곳엔 벌레 같이 생긴 이족이 자기 배를 짜내며 구더기 같은 새끼들을 솥 안으로 던져 넣고 팔팔 끓이고 있었다.

“개 역겹네..”

퍼뜩 정신을 차린 난 향기를 맡지 않기 위해 코를 움켜쥐고서 서둘러 다른 곳으로 달렸다.

엄마라며 비명 지르는 애벌레를 솥으로 집어넣는 광경을 더는 보고 있기 힘들어서.

그러자 누군가 내 어깨를 꽉 움켜쥐며 나를 멈춰 세웠다.

“거기.”

“예?”

“안에서 뛰지 마.”

“어.. 예.”

달리자마자 용역들에게 경고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녀야 했다.

‘진짜 미친 곳이야.’

길목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었으나 정상적인 곳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곳의 주 이용객인 이족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라 그런지 인간이 맨정신으로 먹을 만한 게 하나도 없다.

하나같이 묘사하기도 어려운 기행들을 벌이며 말도 안 되는 음식.. 음식이라 하기도 역한 것들을 제조하고 있다.

그걸 또 좋다고 처먹는 이족들까지 겹쳐지니 쳐다보는 것만으로 토가 쏠린다.

여기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정상이 아니야.

‘이용 수칙에 적혀 있던 건 밀렵꾼, 노예상 그리고 마약상이었지..’

굳이 이용수칙에 그놈들만 기입되어 있던 건 그 세 놈이 확실히 인간을 대상으로도 장사하는 놈들이란 의미가 아닐까.

나머지는 대충 걸러야하는 존재들이란 의미겠지.

그리 나는 한쪽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길도 모른다. 심지어 문이 사라지고 골목이 사라졌듯 언제든지 위치나 장소가 바뀔 수 있는 공간이니까.

멈춰서서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그냥 빨리 열쇠구멍이 있는 문을 찾는 편이 좋다.

‘문이 없어. 하나도.’

미칠 것 같다. 여기에 들어온 지 벌써 1시간이 다되어 간다.

그런데도 의도적으로 나를 이곳에 가두기 위함인지 문이 단 하나도 없었다.

죄다 문 대신 천막을 쳐뒀거나 그냥 훤히 열려 있었다.

아니면 문이 있더라도 열쇠를 꽂을 구멍이 없거나.

목을 조여 오는 듯한 답답한 느낌에 점점 불안 해지던 찰나.

의미 불명의 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을 지나쳐 계속해서 나아간 끝에 나는 한쪽 길의 종착지에 도착했다.

“하...”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밀렵꾼의 움막’이라는 가계를 발견했다.

찾으려는 문은 못 찾고 이용수칙에 적혀 있던 상점 중 하나를 찾아버렸다.

‘몇 시간 남았지..’

본능적으로 시계부터 확인했다.

암시장에 들어오고 나서 거의 5분 간격으로 습관처럼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있다.

2시간 50분 남았다.

‘들어가 볼까.’

기왕 찾아낸 김에 들어가 보는 게 좋겠지.

어쩌면 가게 안에 열쇠구멍이 있는 문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가망이 없어 보이면 빠르게 빠져 나와서 왔던 길을 돌아가면 된다.

펄럭.

가게 입구를 가려 둔 천막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간만에 인간이로군.”

가게에 앉아 있던 남자가 그리 혼잣말을 했다.

그는 까만 가면을 쓴 괴인이었다.

그리고 뭔지 모를 생물의 알을 노란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철창이 가득하다.. 문은 없나?’

난 빠르게 가게를 둘러봤다.

곳곳에 매달린 철창과 유리병엔 뭔지 모를 기괴한 생명체부터 살아 움직이는 각종 벌레나 동물들의 신체 부위가 가득 담겨 있었다.

또한 가판대엔 특이 생물의 씨앗이나 알들이 빽빽하게 놓여 있었는데 뭐랄까 가게 전체가 정돈되지 않아 어수선했고 뭔지 모를 온갖 종류의 생물체와 의미 불명의 문자가 적인 물건들이 미어터질 듯이 박혀 있었다.

정신 사납다는 말로 이 가게의 분위기를 함축할 수 있겠다.

‘문..!’

그리고 밀렵꾼의 등 뒤에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문을 발견했다.

‘아..’

아쉽게도 열쇠를 꽂을 구멍이 없었다.

무엇보다 미닫이 문이었다.

“둘러봐도 여기서 뭔가를 고를 순 없어. 자네 같은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오직 ‘오늘의 추천 상품’뿐이야. 그거라도 한번 둘러보겠나?”

“어, 저 그게...”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가게에 들어 온 지 아직 2분도 안 지났다.

솔직히 말해서 뭐가 있을지 엄청 호기심이 생긴다.

분명 빠르게 여길 벗어나는 게 맞겠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둘러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래 기왕 찾은 김에 조금만 둘러보자. 딱 5분만.’

딱 5분 안에 오늘의 추천 상품을 빠르게 보고 나가자.

난 가게 주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뭔가 급해 보이니 빨리 보여 주지.”

그는 닦고 있던 알을 그대로 상품으로 제시하곤 카운터 위에 나머지 상품들을 하나둘 올려 뒀다.

놓인 건 총 4개의 상품들이었다.

“오늘은 추천해 줄게 이것들 4개뿐이야. 좀 더 귀한걸 보고 싶다면. 자네들 말로 나와 '호감도'라는 걸 쌓아야 하지. 내 뒤에 있는 문 속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어.. 예..”

이용수칙에 사육장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던데. 아마 저 문 뒤에 사육장이 있나 보다.

일단은 시간을 더 지체하기 싫어 그의 말에 대충 웃으며 답해준 뒤 나는 카운터에 올려진 물건들부터 확인했다.

[뭔지 모를 알: 뭐가 태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가격: 10000C]

애지중지 키운 알에서 답도 없는 절망이 기어 나오면 끝장이다.

[코랄버그 성체: 산체로 씹어 먹을 경우 마력이 70 상승합니다. 70퍼센트의 확률로 코랄회충에 감염됩니다.]

[가격: 25000C]

조금 끌리긴 하지만 코랄회충이 뭔지도 모르는데 마력 70올리자고 30퍼센트의 성공 확률에 도전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스티븐의 촉수: 혼돈의 입구에서 발견한 잘린 촉수입니다. 결손 된 신체 부위에 붙여 자기 몸처럼 다룰 수 있습니다.]

[가격: 50000C]

이 스티븐이라는 작자.. 설마 스티븐의 기둥 아이템의 주인인가? 카쉬낙스에게 바쳤던 그 육봉..

[소인 돌보미 세트: 집에서도 소인을 기를 수 있습니다.]

[가격: 45000C]

이건 무슨 햄스터만한 인간을 사육하게 해주는 세트였다. 궁금하지만 구입할 정도는 아니다.

전부 정신 나간 물건들인데 가격마저 하나같이 너무 비싸다.

스티브의 촉수가 조금 끌리지만 지금 벌써 5만이나 되는 코인을 쓸 수는 없다.

“허. 너무 비싸네요.. 다음에 오겠습니다.”

“뭐. 그렇지.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니까. 살펴가게.”

밀렵꾼의 움막에서 나왔다.

다행히 빠르게 물건을 확인하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여긴 또 어디야..”

장소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

방금까지 있던 밀렵꾼의 움막은 사라지고 이번엔 하수도 같은 장소에 나 혼자 서 있었다.

이거 설마 어딘가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장소가 바뀌나?

“진짜 좆됐네.”

긴장감에 목이 바짝 마른다.

차라리 끔찍하게 생긴 고위이족들이 돌아다니던 상가 쪽이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장소에 혼자 남겨지니 미칠 것 같다.

“시발.. 시발.”

어쩔 수 없다.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걸어갈 수밖에.

퀴퀴한 냄새와 기분나쁜 축축함. 발치에 걸리는 뭔지 모를 것들의 뼈와 끈적끈적한 진창을 지나 걸었다.

그리 30분 정도를 더 나아가자 곧 판자촌이 나왔다.

“으어어... 코인 좀 주세요.. 제발..”

“약.. 약 좀 줘.. 이봐!! 그냥 가지 마!!!”

“흐레레레. 헤에.. 헤헤헤.. 시이이바아아아.”

여긴 정신나간 약쟁이 소굴이다.

완전히 정신줄을 놔버린 충인들부터 뭔지 모를 덩어리 같은 존재들까지.

심지어 곳곳에 죽은 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걸 개만한 쥐가 좋다고 파먹고 있었고.

뒤를 돌아봤으나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왔다. 이리 된거 저기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는 편이 낫겠다.

난 나를 붙잡으려는 약쟁이 새끼들을 걷어차며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어머. 귀여운 인간친구네?”

가게 안에서 나를 반겨 준 것은 머리가 둘 달린 여장남자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머리 하나는 약에 취한듯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다.

이새끼 자기 몸으로 마약을 실험하나 본데..

“어서 와요. 우리 드러그 엔 러쉬에.”

여긴 마약상의 가게였다.

그리고 여장남자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음료가 담긴 컵을 건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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