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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57화 (57/221)

〈 57화 〉 56. 잊혀진 것들의 총체

* * *

추락과 동시에 빛이 우리를 감쌌다.

그건 너무나 그립고. 또한 알 수 없는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곧 오감이 옅어지고 나는 메르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메르! 어디 있어!”

“여, 여기! 여기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얼른 몸을 날렸다. 이대로 놓치면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잡았어!”

“응! 나도.. 나도 꽉 잡았다!!!”

곧 그녀의 손을 붙잡을 수 있었다. 서로를 발견하자 마자 나와 메르헤레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껴안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빛 속으로 떨어져 내렸고. 곧 우린 정신을 잃었다.

*****

“으윽...”

사방이 하얗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그곳에 나는 쓰러져 있었다.

“메르.. 메르! 어디있어!!”

분명 정신을 잃기 전에는 그녀와 껴안고 있었을 텐데.

어째선지 지금 나는 이곳에 혼자 남겨져 있다.

“메르!!!”

난 그녀를 찾기 위해 소리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단지 그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구슬픈 울음소리만이 미약하게 들릴뿐이었다.

“거기냐! 메르! 대답 좀 해 봐!!”

메르의 울음소리를 쫓아 나아갔다. 사방이 온통 새하얗기에 내가 나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찾았다..!”

그리 한참을 달린 끝에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메르헤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메르. 야! 헥.. 헥.. 메르!”

“흐윽.. 어...? 주, 주인...?”

“뭐야. 아오.. 숨차 죽겠네. 너 왜 여기 혼자 있어? 왜 또 울고 있는데..”

“흐읍...”

난 홀로 울고 있던 메르를 잠시 내려다보다 뒤에서 껴안았다.

원래 이런 위로 같은 거 잘 안 하는 성격인데 덩치도 큰 그녀가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처량하고 불쌍해 보였다.

“괜찮아. 메르. 이야기해봐. 왜. 뭐 무서운 거라도 본 거야?”

“그, 그게. 알고 말았다. 알고 싶지 않았는데.. 보고 싶지 않았는데.. 보고 말았어..”

“뭘? 뭘 본 건데..?”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이리 서글피 울고 있는 걸까.

난 메르를 품에 안고서 그녀의 팔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러자 곧 울음을 겨우 참은 메르가 나에게 말했다.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게 뭔지 나도. 전혀 모르겠어. 그건.. 그래. 거대한 눈동자. 나를 보고 있는. 아니. 이 세계를 읽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였다.”

“눈동자..?”

“그래.. 이 세계는.. 누군가의 꿈이야. 아니.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그저 내가 읽히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어. 그 수많은 눈동자들.. 나는, 어쩌면 우리는 만들어진 존재.. 그저 어떤 서사의 등장인물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감각... 두렵다.. 주인.. 나는 그게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메르헤레는 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내 삶은.. 내 선택과 사유는 전부 무용했나..? 주인... 아니 조준.. 알려 줘. 나는. 그저 만들어진 존재인가? 내 인생은 어떤 가치가 있지? 우리는, 이 우주는 그저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이어지고 있을 뿐인 거야...? 여긴 닫힌 세계다.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어.. 주인. 나는 이제 어쩌면 좋지...? 나는.. 나는.. 비밀을 알아 버린 나는..”

“메르헤레...”

그녀는 오래된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이 세계가 그저 유희를 위해 만들어진 어느 신적 존재의 농간이라며 조소했고.

나아가 자기 존재와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했다며 오열했다.

도대체 그녀가 본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신의 시선을 느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는 좀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접했다.

“메르. 일단 이거 한 알 먹자.”

“이, 이게 뭔가..?”

“이건 약이야. 아주 좋은 항정신성 의약품. 자, 어서 한 알만 먹자.”

난 가방에서 크란의 신경 안정제를 꺼내 내 입에 넣었다.

그러곤 울고있는 메르와 입을 맞췄다.

혀를 이용해 그녀의 입 안으로 약을 집어넣었다. 나의 타액과 함께.

곧 그녀는 마치 아기 새처럼 신경 안정제와 나의 타액을 받아 삼켰다.

곧 숨소리가 편안 해지며 메르는 경직된 몸을 풀고 내 품에 완전히 안겨들었다.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도 멈췄다.

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메르. 잘 들어.”

“응.. 듣고 있다..”

“너의 말대로.. 이 세계는 누군가의 꿈일지도 몰라. 어쩌면 단순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중요해?”

메르는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 봤다.

난 그녀의 티 없이 맑은 눈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누군가 정해 둔 이야기라면.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다면. 그래서 뭐. 우린, 그저 우리의 행복을 찾으면 되는 거야.”

“행복.. 우리의 행복?”

“응. 그러니까 휘둘리지 마. 누군가 마치 소설을 읽듯 우리를 읽고 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데. 만약 나에게, 우리에게 정해진 결말이 베드 엔딩이라면. 최대한 살기 위해 발악해 봐야지. 안 그래?”

“최대한.. 발악한다...”

“그래. 우리 함께 발악해 보자. 내가 좀 악랄한 짓을 많이 하긴 했지만.. 어쩌면 네가 본 그 수많은 눈동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 줄지도 모르잖아.”

메르는 눈을 꼭 감았다.

“그런가.. 그래.. 주인. 너의 말이 맞다. 어차피 정해진 결말이라면. 나에게 일어난 모든 불행이. 그저 누군가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거라면. 나는 당당히 엿을 먹이고 싶다. 다시 하늘을 날고 싶다. 그리고.. 내 멋대로 살고 싶어..!”

다시 눈을 뜬 그녀는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아주 아름다운 미소였다. 감히 더럽힐 엄두도 나지 않는 깨끗한 미소.

반해 버릴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녀는 더욱 깊이 나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고맙다, 주인. 조금, 진정됐다. 덕분이야.”

“응..”

그리 진정된 메르를 마주 껴안은 순간.

파핫..

그녀는 하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어..? 이게 무슨..”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메르는 사라져 버렸다.

“이게.. 대체..”

당황해하는 나의 앞에 흐릿한 형체가 하나 나타났다.

그 형체를 보는 순간 어쩌면 이게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쉬낙스와 인디크론에게서 느낌 존재감. 이건 신의 허상이다.

신의 허상은 어린아이 같아 보이는 모습에서 곧 남자의 모습으로, 묘령의 여인으로 나아가 늙은이의 모습으로 그리고 다시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형체가 휙휙 바뀌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일어서.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처음 들어 보는.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

그는 엄중히 나에게 경고했다.

[뛰어라. 그리고 나에게 닿아.]

그리운, 너무나 그립지만 누군지 모를 목소리.

그녀는 나에게 목표를 제시했다.

[정해진 결말을 뒤틀 힘.]

엄격하지만 또한 따스한 노인의 목소리.

그 노인은 잃어 버린 것을 한탄했고.

[가져가라. 컬티스트.]

경박하지만 귀여운 아이의 목소리.

소녀는 나에게 미래를 보여줬다.

곧 연기로 이루어진 형체가 일렁이며 사라진다.

하얀 공간에 충격이 가해지며 쩌적 금이 갔다.

거대한 손들이 공간을 깨부수며 튀어나와 나를 붙잡으려 했다.

허나 그들의 손은 보이지 않는 막에 가로막혀 나에게 닿지 못했다.

“이런..!”

일어섰다. 그리고 달렸다.

순식간에 주위 모든 것들이 깨져나가며 나를 덮쳐왔다.

하지만 내가 달리고 있는 이 단 하나의 길 만은 멀쩡히 충격을 견뎌 내고 있었다.

신이 나를 부른다.

아직 마주하지 못한 악신이 나를 위해 길을 깔아줬다.

하얗던 천장이 부서지며 우주가 비춰진다.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존재들.

그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었다.

[그만둬!! 제발 멈춰다오!!]

[이미 게임 판에서 추방당한 잡것이!!!]

[잊혀 졌으면!! 그대로 사라지란 말이다!!!]

그들은 나와 내가 아닌 무언가에게 소리쳤다.

또한 각각 천칭과 정의봉, 등불 등을 들고 있었다.

상징물로 알 수 있었다.

저것들은 선신들이다. 그들이 노하고 있다.

내가 저 끝에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고 있었다.

“으아아!!!!”

그들의 손길을 피해 미친 듯 달렸다.

그리하여 길의 끝. 어둡고 침침한 구멍 속으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방금 전까지 내가 달리고 있던 하얀색 은하수 길이 박살 나며 선신들의 손이 덮쳐졌다.

“하악.. 하악...”

한참을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그러다 겨우 멈춰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저건. 뭐야.. 씹..”

거대한, 아주 광활한 공간.

아래에선 태양을 닮은 항성이 타오르고 있고 천장은 성스러운 빛으로 물든, 뭐라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아스트랄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의 중심부엔 쇠사슬이 묶인 아주 커다란 뱀이 있었다.

허공에 떠올라 혼천의가 돌아가듯 둥글게 몸을 꼬아 돌고 있는 하얀색 뱀.

곧 빙글빙글 돌아가던 뱀의 몸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왔구나.]

[드디어 왔어.]

[나의 업을 이어 받을 존재.]

[이 안은 너무 갑갑해.]

[혼자는 너무 지겹구나.]

[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

[제발. 나를 기억해 줘요.]

“크아!!!!!”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변한다.

지금 나는 ‘알아선 안 되는 것'을 알아버렸다. 아련하게 느껴지던 그리움이란 감정이 더 이상 그리움이 아닌 아픔이 된다.

“너, 너는!! 뭐야!!!”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서 뱀을 향해 물었다.

저 존재를 인지하고 인식해 버린 순간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곧 빙글빙글 돌아가던 백사는 혀를 날름거리며 답했다.

[나는 잊혀 사라진 자.]

[또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

[모든 걸 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공멸의 시작이자.]

[만물의 끝.]

[나는 분해자이자 소거자.]

나의 이름은 보타밀리.

공허의 주인이자,

망각의 신이다.

[악* ‘보타밀리’와 조**습니다!]

[축하*니다? 당신은 *** **의 종복이 되**니다!]

[*신과 한 ** 가까*졌습니다!]

[공허의 비밀이 들춰집*다.]

[모든 선신 진영의 플레이어가 최우선적으로 당신을 노리게 됩니다.]

[업적달성! ‘보아선 안 되는 것’]

[업적달성! ‘보타밀리의 종복’]

[업적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업적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손에 무언가 새겨진다. 그건 세모난 모양이었다.

“끄흡...!”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참고 있자 곧 뱀이 나에게 손을 뻗는 것을 보았다.

저게 어째서 손인지, 뱀한테 왜 손이 달린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나의 눈이 그렇게 인식했을 뿐이다.

검열이라도 된 듯 모자이크 처리된 팔. 아니, 뱀의 형상이 사라지고 거기엔 전신이 일그러지고 모자이크된 존재가 서있었다.

[이곳을 벗어나면.]

[넌 나를 잊을 거야.]

[그러니 나를 새겨야겠어.]

[너의 영혼에 나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

[부탁한다. 자리를 빌려다오.]

보타밀리는 나의 영혼에 자기 자리를 하나 만들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끄흡..! 알겠어요!!

여기서 싫다고 했다간 어떤 대참사가 벌어날지 몰라 허용했다.

더구나 이미 내 영육은 카시낙스와 인디크론의 것이기도 하니까 소유권을 두고 자기들 끼리 싸우라지.

[고마워.]

곧 손가락이 나의 이마에 닿았다.

무언가 박혀든다.

[스킬 ‘뒤틀린 갑각’이 ‘일그러진 비늘’로 변경됩니다!]

[일그러진 비늘: 모든 종류의 스킬을 3회 반사하는 결계가 생성됩니다.]

“끄흡...”

스킬이 바뀌었다. 동시에 보타밀리의 존재가 내 안에 들어찬 감각을 느꼈다.

보타밀리는 이제 나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카쉬낙스와 인디크론이 그렇듯.

[좋아. 드디어 다시 판에 발을 들이게 됐구나.]

그럼 이때까지는 쫓겨난 상태였나? 무슨 짓을 했으면 이런 공간에 갇혀 있을 수가 있지?

[작은 반칙을 저질렀거든. 그 결과 이런 곳에 갇히게 됐지.]

작은 반칙? 일반적인 형태의 개입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이런 곳에 가두다니.]

[오류나 삼키게 하고. 너무 고통스러워.]

보타밀리는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이 녀석은 말이 많은 신이다.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끝날 줄을 모르고 이어졌다.

“그보다 결말을 바꿀 힘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런. 까먹었군.]

[이해하게. 공허의 신인지라.]

[망각이 일상이지.]

뱀은 나에게 무언가를 뱉어줬다.

그건 붉은빛이 감도는 구슬이었다.

“이건...”

[그걸 집어삼켜.]

[그럼 이미 정해진 운명을 크게 비틀 수 있을거야.]

[또한 마지막 순간 그대의 선택이 결말을 바꿀 수 있을 거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해!]

[모든 재앙을 이겨 내고.]

[선택의 방에 도달할 수 있기를.]

난 붉은 구슬을 주워들었다.

구슬에는 아무 설명도 뜨지 않았다. 이건 시스템에 속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정말 먹어도 되나?’

순간 엄청난 고민을 한끝에 나는 붉은 구슬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카쉬낙스와 인디크론에게도 물어본 다음에 먹든지 해야겠다. 괜히 잘못 먹었다가 큰일 날 수도 있으니까.

곧 내 앞에 빛이 모여 들며 문이 생겼다.

[찾아와 줘서 고마워, 컬티스트.]

[그리고 억지로 끌고 와서 미안 해.]

역시나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게 보타밀리였다.

갑자기 지하경비대가 지랄난 것도, 때마침 지상층으로 통하는 문이 생겨난 것도.

그리하여 나를 이끈 목소리까지 전부 그녀가 저지른 일이었다.

그인지 그녀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녀라고 해야겠다.

그보다 메르는 어디로 간거지? 설마... 소멸해버린 건 아니겠지..

“메르는.. 메르헤레는 어디 있습니까?”

[그녀라면 무사해.]

[네가 여길 나가는 순간 다시 곁에 생겨날 거야.]

보타밀리는 몸을 한번 뒤틀었다.

그녀를 휘감고 있는 쇠사슬이 비늘을 으깨며 피부로 파고들었다.

꽤 고통스러워한다. 이제시간이 다 되었다는 의미였다.

[만나서 반가웠어. 그런데 밖의 시간이 좀 흘렀을 거야.]

“예?”

시간이 흘렀다니.

막 몇 년씩 지나 있는 건가... 이런 미친.. 만약 그렇다면.. 난 아마 이 뱀 새끼를 결코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까진 아니란다. 단지 4일. 4일이 지났어.]

“4일...”

다행히 연단위로 시간이 흐리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4일이면.. 이미 새로운 재앙이 업데이트됐을 거다.’

부디 은지와 애들이 무사히 있기를.

[자, 이제 내보내 주마. 문을 열고 나가면 된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난 공허의 주인을 남겨둔 채 서둘러 문을 열었다.

덜컥.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암시장 풀코스를 끝낼 수 있었다.

*****

“이런...”

"어, 언니.."

성하린의 한탄을 들으며 이은지는 밀려 들어오는 좀비들을 보며 침을 삼켰다.

“왜 하필.. 지금.. 오빠가 없을 때...”

그녀는 저 멀리 좀비들을 통솔하는 괴물들을 보았다.

“키에에에에!!!!”

드라우그.

업데이트 이후 새롭게 생겨난 진화한 엘리트 좀비이자. 지성을 가진 무투가 형 좀비. 신체 재생과 압도적인 근력을 비롯한 피지컬로 각성자를 때려잡는 언데드.

“쿠아아!!!!”

레버넌트.

마찬가지로 업데이트 이후 새롭게 생겨난 엘리트 진화 종이자 지성을 가진 전사 형 좀비. 갑옷과 무기를 들고 있으며 숙련된 무기 술로 각성자를 썰어 버리는 언데드.

“레­ 비아.. 그란시오..”

와이트.

역시나 진화종. 마찬가지로 지성을 가졌으며 지팡이를 휘둘러 흑마법을 사용하는 언데드.

하나도 상대하기 힘든 괴물들이 마트를 습격했다. 그것도 특수 좀비 워 보이와 좀비지네를 비롯해 온갖 좀비들과 떼를 지어서.

“오빠... 언제 와...”

은지는 울상을 지으며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그림자 비도를 날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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