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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61화 (61/221)

〈 61화 〉 60. 야간 경계는 노예와 함께

* * *

붉은 구슬은 입안에 넣자 순식간에 녹아내려 사라졌다.

“으음...”

뭔가 이렇다 할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단지 속이 조금 따뜻해진 기분이다. 뭐랄까 작은 손난로가 배 안에 생겨난 기분?

'설마.. 이거 무슨 알 같은건 아니겠지. 배안에서 부화한다거나.'

평소에 칠흑바퀴의 산란 같은 거나 보다보니 절로 징그러운 상상이 떠올랐다.

가령 방금 삼킨 붉은 구슬이 사실은 보타밀리의 알 같은 거고 나중에 배를 뚫고 하얀 뱀들이 우수수 기어나오는 그런... 엿 같은 상상말이다.

'우욱. 젠장. 이래서 사람이 좋은 것만 보고 살아야하는데..'

거리엔 온통 썩은 좀비나 죽은 시체들 뿐이다. 보기 좋은거라곤 내 여자들 밖에 없는 세상이 됐으니 정신이 점차 마모되어 가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몸에 아무 변화도 없나?]

그리 내 정신 상태에 대해 생각 하고 있으니 인디크론이 어떠냐고 물었다.

“예. 속이 좀 따뜻한 것 말고는 별로..”

[그래..?]

인디크론의 질문에 나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내단을 집어삼켰을 때처럼의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때는 마력이 급증해서 그런지 몸에 힘이 샘솟는 걸 느꼈던 것 같은데.

이건 뭐 스탯이 증가하지도 않았고 뭔가 안내문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내 안에 따스한 기운이 자리 잡은 미묘한 감각뿐이다.

[흐음.. 뭔가.. 뭔가 늘어났는데. 뭐지? 킁킁. 흐음.]

“으아!”

순간 카쉬낙스의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리듯 가깝게 들려서 흠칫 놀랐다.

그녀는 마치 나의 냄새를 맡듯 킁킁거리더니 한마디 툭 내뱉었다.

[뭔지 모르겠네. 그냥 고소한 향기. 맛있겠다... 츄릅.]

촉수가 내 뺨을 핥는 감각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 미친 악신. 지금 대놓고 나를 맛봤어...!’

팔에 닭살이 돋고 털이 곤두섰다.

악신이 입맛을 다시다니. 그것도 나를 핥으며.

이게 잡아먹힌다는 공포인가?

솔직히 말해서 카쉬낙스의 촉수더미에 파뭍혀 그녀와 놀아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따먹히는게 아니라 씹어먹힌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오금이 저리다.

[이봐! 떨어져라! '내 아이'가 두려워하지 않나. 아니, 그보다 너는 왜 항상 그런 식이지? 뭐든 입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나?]

[쳇. 안 잡아먹으니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라. 그리고 왜 자꾸 나와 '내 반려'를 갈라 놓으려 하지? 슬슬 그 참견 질에 짜증이 나는군.]

[뭐라? 이 빌어먹을 음침한 돼지 년이! 꼴에 혼돈의 직계라고 눈에 뵈는 게 없구나.]

[하.. 어둠 속에 처박혀 기어 나오지도 못 하는 늙은 벌레 주제에... 진정 나와 겨뤄볼 생각인가? 배고픈데 잘됐군..]

[뭐라고!? 이 잡것이...!]

둘이 본격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도대체 왜 저리 사이가 안 좋은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남의 머릿속에서 지랄들인지 모르겠다.

“큭... 씨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끔찍한 두통에 나는 침을 흘리며 바닥에 얼굴부터 처박혔다.

제발 부탁이니 내가 모르는 곳에서 싸워줬으면 좋겠다.

나를 중간에 두고 싸워대니 머리가 웅웅 울려서 미칠 것 같아.

진짜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저기! 끄아아!! 머리 너무 아프니까!! 제발 좀 그만!!!”

[이런. 미안하군.]

대충 알겠다는 뉘앙스로 콧소리를 낸 인디크론이 다시 뒤로 물러섰다. 두통이 조금 가셨다.

[그보다.. 슬슬 정말 배고프다. 제대로 된 제물을 준비해줬으면 좋겠군.]

카쉬낙스는 빠른 시일 내에 인신 공양 할 것을 종용하며 떠나갔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녀들과 대화할 때면 살얼음판을 건너는 느낌이다.

분명 나를 챙겨 주긴 하지만.. 어느새부터 카쉬낙스는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게 됐고 인디크론은 마치 나에게 집착이라도 하듯 에워싸려고 한다.

신경써줘서 참 고맙고 좋긴 좋은데...

그녀들의 관심과 애정인지 뭔지 모를 감정들이 가끔씩은 너무 무겁다.

언젠가 내 모든 걸 빼앗기고 영혼채로 찢겨나갈 것 같아서 두렵기도하고.

“하아아아... 보상선택..”

한숨을 쉬며 보타밀리와 마주하고 얻은 업적보상을 받았다.

'보타밀리의 종복' 보상은 다른 악신들의 보상처럼 보타밀리의 표식이었다.

역시나 ‘이거하나로는 아무의미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다른 신들의 표식처럼 아직 아무런 효과도 없는 보상이었다.

다른 악신들의 표식도 그렇고 뭔가 작동하는 트리거가 있나 본데 그게 뭔지 발견을 못 했다. 일단은 가지고 있다보면 언젠가 쓸 일이 생기겠지.

그다음은 ‘보아선 안 되는 것’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보상이다.

[보상을 선택하십시오.]

[1. 정신보호 반지]

[2. 기억변환 반지]

[3. 인식왜곡 반지]

[정신보호 반지: 정신 공격을 일부 방어합니다. 보아선 안 되는 것들을 마주하고도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억변환 반지: 착용자의 얼굴이나 형체를 타인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적들은 당신을 그저 두려운 존재로 기억하게 됩니다.]

[인식왜곡 반지: 세상이 좀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미성숙한 정신을 보호합니다. 꿈과 희망이 넘쳐나게 됩니다.]

“이게 뭐야..”

일단 정신보호의 반지가 제일 무난하다.

와이트인지 뭔지 마법 쓰는 좀비들이 정신 공격을 감행하는 모양인지라 내가 아니더라도 근접 전투를 주로 할 하린이나 아람이 혹은 아름이에게 주면 되니까. 메르는.. 정신공격에 당하는 않는 모양이었고 은지는 은신 전문이라 당할 틈도 없이 적을 죽일 수 있으니 예외다.

그런데 기억변환 반지와 인식 왜곡 반지도 어떤 성능일지 상당히 궁금하다.

‘기억변환은.. 이건 완전히 공포 그자체인데..’

적들은 나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저 공포와 두려움만을 느끼게 된다.

얼마나 두려울까. 제대로 기억도 못 하는 존재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을 가지된다니.

물론 나와 척을 지는 놈들은 대부분 죽거나 노예가 되어 살아갈 테니 나를 제대로 두려워할 새도 없겠지만.. 그래도 가지고 싶다.

그다음 인식 왜곡 반지는...

‘19금 게임의 잔인한 그래픽을 어린이 버전으로 바꿔줄 것 같은 설명이네.’

꿈과 희망이 넘쳐난다니. 절망과 비명뿐인 이 세상에 이건 모든 좌절한 이들의 정신안정제 같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억변환 반지.”

그래도 역시 참을 수 없지.

앞으로 어떤 놈들과 싸우게 될지 모르는데 한 방에 죽이지 못한다면 나를 두려워하게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목격될 상황에서 나라는 존재를 특정할 수 없게 감추기에 최적화된 물건이다.

그리고 내심 은지에게 넘겨 준 그림자 가면을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오..”

기억변환 반지는 새하얀 색이었다.

뭔가 둥글게 말려 있는 모양이 마치 보타밀리를 닮아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생김새였다.

[그래. 그렇게.]

[나를 계속 기억해 줘.]

[잊으면 안 돼.]

순간 보타밀리가 미약한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기억해주고 계속 상기해주면 좋아하는구나..’

보타밀리는 카쉬낙스와 인디크론처럼 인신 공양을 받을 수 없었다.

내 덕에 부분적으로 세상을 관찰 할 수는 있게 됐지만 아직 다른 악신들처럼 대놓고 참견하거나 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아직 그 형벌인지 뭔지가 끝나지 않았다는데. 자세히는 말해주지 않아서 모른다.

아무튼 인신 공양이 안 되니까 마땅히 호감도를 올릴 방법이 없었는데 잘됐다.

‘항상 누군가의 절망을 원하는 인디크론이 사실상 난이도가 제일 높고.. 많은 공양물을 바라는 카쉬낙스가 그다음이지. 그런데 보타밀리는 단지 기억하고 떠올려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다니... 악신 맞나?’

만나긴 어렵지만 난이도 자체는 제일 낮은 신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나에 대한 반감이나 무시도 없었고.

그에 반해 카쉬낙스는 스티븐의 기둥을 주기 전까지는 은근히 츤데레마냥 무시하고 있었고. 인디크론도 절망한 한태양을 바치기 전까진 그저 지배자의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 봤었다.

그런데 보타밀리는 단지 자신을 만나러 와 준 것만으로 기뻐하는 소녀 같은 모습이랄까..

“하아.. 젠장.”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 거대한 뱀괴물을 상대로 여성스러움을 느끼며 두근거리다니. 악신들의 종복이 되며 인식에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난 한숨 쉬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안 그래도 중앙회인지 뭔지 이상한 놈들 때문에 심란한데.

악신들마저 나를 심란하게 만드니 죽을 맛이다.

이건 조금 힐링이 필요하다. 나도 좀 쉬고 싶다.

무슨 놈의 재앙은 자꾸 업데이트 되고, 하필 악신 진영이라 여기저기서 나를 노리고 있으며, 악신들마저 언제 나를 잡아먹을지 모르니까.. 다분히 악의적이고 피학적인 세계다.

“오. 아름아.”

“아, 오셨네요.”

옥상에는 텐트가 몇개 쳐져 있고 아름이가 주변을 기웃거리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응. 그런데 조용하네.”

“그러게요. 당장 뭐 습격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네요.. 하아.. 추워.”

악마빙의자인지 하수인인지 뭔지 모를 양복쟁이놈을 죽인지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음에도 놈의 동료나 부하로 여겨지는 녀석들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칠흑바퀴도 열심히 인근을 돌아다니며 수색 중인 모양이지만 아직 별다른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애들은?”

“다들 텐트에서 쉬고 있어요. 같이 보초 서던 하진성씨는 잠시 화장실 갔고요.”

마트에 있던 사람이 팍 줄어들어 이제 전원이 보초를 서야 한다. 거기다 다들 밤을 새서 그런지 피곤한 모양이었다.

하렘을 제외하곤 남은 인원이 하씨 듀오와 황수민, 강은정뿐이라 이제 우리도 다 같이 돌아가며 야간경계를 서야하니 쉴 수 있을 때 쉬어 두는 거겠지. 중앙회인지 뭔지랑도 언제 싸울지 알 수 없고.

“우리 아름이가 고생이 많네. 춥지?”

“아, 자, 잠깐. 너무 달라 붙지마요!”

손이 시린 지 입김을 불며 비비고 있던 아름이를 뒤에서 꺼안았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나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저기, 무거우니까 어깨에 너무 기대지는 말죠?”

“응. 알았어.”

괜히 틱틱 거리는 아름이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고 비볐다.

상쾌한 샴푸 향이 나서 좋다.

화장실엔 이제 물이 완전히 끊겼지만 때마침 희선 누나가 운디네와 계약을 성공해서 물을 쓸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

거기에 나의 샐러맨더까지 있어 여전히 따뜻한 물로 샤워가 가능했다.

마트라서 샴푸와 린스 같은 물건은 아직 넘칠 정도로 많고.

“아름아. 킁킁.. 너 냄새 엄청 좋다.”

“씻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그보다 정수리 냄새 너무 맡지 마세요! 부끄럽게!”

“응. 미안. 그래도 좀만 더 이렇게 있을게.”

“휴우, 뭐.. 마음대로 해요. 그런데 은지 언니 우리 보면 엄청 질투할걸요? 그 언니 아닌 척하면서 질투심 장난 아니던데.”

“흐흐. 은지는 질투하면 좀 더 달라붙어서 오히려 좋아.”

“완전 변태..”

아름이를 뒤에서 껴안은 채로 그녀의 옷에 손을 집어넣고 배와 가슴을 쓰다듬었다.

아름이는 괜히 내 손등을 꼬집으면서도 막상 손을 빼내려고 하면 살짝 붙잡아 다시 가슴을 쓰다듬게 만들었다.

싫지만 좋은 미묘한 감정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안한지 꽤 됐네..’

당장 암시장에서는 메르를 따먹을 생각뿐이었는데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다 보니 아직 못했다.

더구나 좀비들은 지성이 생겨 있었고 중앙회라는 놈들도 거슬리고.

규모도 전력도 파악되지 않은 상대가 있다는 사실이 좀 불안하다.

위험 요소는 확실히 배제해야 한다.

타인은 죄다 죽이던지 붙잡아 노예 삼지 않으면 불안 하다.

이런 강박적인 증상은 선신의 개종자들이 마트를 습격한 이후 더욱 심해졌다.

그나마 내 여자들이 옆에서 보듬어 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신경증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그녀들의 살 내음을 맡아야지만 잠들 수 있다. 혼자서는 잘 수도 없는 몸이다.

“하아.. 그런데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요?”

“응? 왜 갑자기?”

“아니.. 그렇잖아요. 세상은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좀비는 계속 강해지고. 믿고 의지할 사람은 당신뿐인데. 당신도 가끔 상태가 이상하고... 그냥 좀 불안 해서요. 뭔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달까. 무슨 말인지 알죠?”

“흐음. 알지..”

아름이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장 마트만 해도 몇 번이나 습격당했고 재앙이 나날이 업데이트 되며 어젯밤엔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다 죽었을 테니까.

그녀의 불안감이 이해된다. 나도 불안한걸. 언제 갑자기 죽을지 알 수 없다는 건 버티기 어려운 일이지.

“그래도 괜찮아. 괜찮을 거야.”

“뭐가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고. 재앙은 계속 업데이트 될 거고. 우리를 노리는 놈들은 계속 늘어날 테고. 좀비도 계속 강해지겠지만.”

“아니, 존나 암울한데요..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예요? 재앙은 끝이 없고. 생존은 더 각박해지고. 좀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지고 있는데.”

“뭐. 그렇긴 하지. 그렇다고 죽을 순 없으니까. 걱정한다고 달라지지도 않고. 계속 우울해 하다 보면.. 진짜 죽고 싶어지잖아.”

“하아.. 그건 맞죠..”

난 아름이를 살짝 돌려서 나를 마주 보게 한 다음 품에 껴안았다.

“앗.. 자, 잠깐만요. 이러면 제가 주변을 못 보잖아요.. 지금 적들 올까봐 경계 중인 거 잊었어요?”

“됐어. 내가 대신 볼게. 내가 살피면 되잖아. 너는 그냥 이대로 조금만 나한테 안겨 있어. 오빠품 따뜻하지?”

“... 뭐, 따뜻하긴 하네요..”

“그치?”

붉은 구슬을 먹고 나서 몸이 좀 따뜻해진 상태다. 그래서 그런지 추워하던 아름이는 점차 내 품에 더 깊게 파고들었다.

난 그런 아름이를 더욱 꽉 껴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어색하게 내 등에 팔을 둘러 마주 안았다.

서로의 온기가 전해지며 조금씩 더 따스해진다.

“아름아. 고개들어봐.”

“응? 왜요. 아...”

츄릅.

난 아름이의 입술을 핥으며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넣었다.

“우, 자, 잠깐.. 쭈릅. 쪼옥..”

혀를 들이밀자 본능적으로 나를 밀어 내려던 그녀.

쭈릅. 쪼옥. 쭈웁..

허나 키스를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름이는 나를 밀어 내려하면서 동시에 떠나가지 않길 바라는 부끄럼쟁이니까.

완전 츤데레 같은 녀석이다. 괜히 자존심인지 뭔지 나를 거부하지만 정말 밀려 나가기는 바라지 않는 그런 녀석이다.

“푸하.. 조, 좀 더해도 되는데..”

“그럴까?”

“...네.”

아름이가 입고 있던 바지에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음부를 살살 매만졌다.

만지면 만질 수록 점점 젖어 들었다. 누나인 아람이는 조금만 건들어도 애액이 줄줄 흐르던데 아름이는 그 정도로 물이 많지는 않았다.

“하읏...♡”

“너도. 만져 줘.”

“네에..”

아름이의 차가운 손이 바지 안으로 쑤욱 들어오며 한껏 부풀어 오른 내 자지를 쓰다듬었다.

"이거.. 엄청 따뜻하네요.."

"거의 손난로지. 담에 추우면 말해. 만지게 해줄게."

"풉. 그게 뭐예요. 됐거든요."

곧 자지를 만지작 거리던 아름이는 본격적으로 대딸을 시작했다.

요도 입구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흘러나오는 쿠퍼 액을 비비더니 귀두를 중점적으로 쓰다듬었다.

“너.. 갑자기 손기술이 능숙해졌네?”

“그게... 하읏..♡ 당신.. 그러니까 오빠 없을 때.. 하아♡ 언니가 알려 줬어요. 이렇게 만지면 기분 좋아한다고.”

“하. 한아람. 그 핑챙이.. 기술만 좋아서는. 뭐, 나쁘지 않네.”

“아, 아람 언니 말고.. 은지 언니가.. 하읏..♡”

“은지가?”

“네헤..♡ 오빠가 기분 좋았으면.. 좋겠대요.”

“하하.. 녀석.. 기특하네.”

그대로 아름이의 바지를 살짝 벗겨 부풀어 오른 자지를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고 비볐다.

“쭈릅.. 쭈웁. 쪼오옥.. 하아앙..♡ 오빠. 이제.. 슬슬 넣죠..?”

“응.. 다리 살짝만 벌려 봐.”

“네에..♡”

쑤욱.

“하읏..!♡ 읍..”

자지가 박혀들자 아름이는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왜?”

“드, 들키면 흣..♡ 아, 안 되니까..”

“그러니까 왜?”

“지, 지금은..♡ 나만.. 나만 독점하고 싶어서요..♡ 저기 부끄러우니까.. 자꾸 묻지 말고. 빨리.. 그냥 박아 주면 안 돼요?”

“알겠어.”

그리 마주 안은 채로 자지를 계속해서 밀어 넣었다. 마치 불륜을 즐기듯 다른 여자들에게 들키지 않게 소리 죽여서.

"읏차."

"하읏..♡ 커어..♡따뜻해..♡"

그녀의 한쪽 다리를 잡아들어 좀 더 가랑이를 벌린 다음.

그대로 아름이를 반쯤 잡아들어서 그녀의 엉덩이를 딱 붙잡고 마치 오나홀을 쓰듯 붙잡아 박아 넣었다.

퍽퍽퍽 퍽퍽 퍽.

그리 조용한 옥상에 떡 치는 소리만 고요히 울려 퍼졌다.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마 화장실 갔던 하진성이 돌아온 모양인데. 녀석은 눈치껏 빠졌다.

다시 방해꾼 없이 우린 서로를 탐했다. 섹스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아름이는 이젠 제대로 잘 조일 줄 아는 여자가 됐다.

더구나 내 자지 모양이 각인이라도 된 듯 아주 부드럽게 조여 온다.

“흐읏...”

아름이는 애써 신음을 참으며 내 목덜미를 깨물듯 빨았다.

그 고통이 포인트가 되어 사정감이 몰려 올라왔다.

“슬슬.. 싼다.”

“네헤.. 나도. 가.. 가앗.. 흐으긋..!♡”

뷰룻.. 뷰루룻...

긴 사정이 끝나고 그녀를 살며시 바닥에 내려 뒀다.

“하악... 하악...”

혀를 내놓고 다리를 후들거리는 아름이의 얼굴을 붙잡고서 한참이나 키스했다.

쭈룹. 쭈릅. 쭈웁...

“푸하..”

그리 한참을 키스하고 나자 등 뒤로 다가온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허어... 한아름 양. 이제 교대할 시간인데... 저기.. 뭐하고 있나?”

그건 볼이 조금 붉어진 메르였다.

그녀는 정액이 뚝뚝 떨어지는 아름이의 보지와 마찬가지로 체액이 가득 묻은 나의 자지를 번갈아 보며 더욱 얼굴을 붉혔다.

전직 천사에겐 조금 낯뜨거운 광경이었나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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