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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66화 (66/221)

〈 66화 〉 65. 터트리고, 부수고, 빼앗아라 (3)

* * *

난 강당으로 가는 길에 아람이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빠른 판단을 내려 줘서 다행이다.

만약 낌새가 이상했다면, 그리하여 대치 상황이 조금만 더 길어졌다면 많이 어색해질 뻔했는데 그녀는 빠르게 망치부터 버리며 나와 척을 지거나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혀왔다.

그게 너무 기특해서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 화장실이라도 끌고 들어가 칭찬을 잔뜩 해주며 한판 하고 싶지만 아직은 안 될 일이다.

사로잡은 인간들을 일단 굴복시킨 다음 노예로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노예로 만들어 둬야 마음이 놓이니까.

‘그나저나 노예낙인이 풀릴 수도 있다니..’

강당으로 올라가며 나는 몇 가지 생각에 휩싸였다.

노예낙인이 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당연히 들법한 고민들이었다.

만약 낙인이 풀린 게 나만큼이나 강한 노예였다면? 그래서 뒤를 잡힐 뻔했다면?

나는 꼼짝 없이 죽었다고 봐야 한다.

당장 TS된 강은정만 해도 그렇다. 그놈의 노예낙인이 풀린다면 어찌될지 불 보듯 뻔하다. 15레벨 짜리 몽크가 미쳐날 뛴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노예낙인이 풀리는 순간 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거나 자신을 강간한 하씨 형제들을 죽이겠지.'

어떤 깽판을 칠지 모른다. 더욱이 나아가 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쓰거나 다시 선신들의 비호를 받아 더 강해져서 돌아올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혹여나 노예낙인을 해제하는 스킬이 나온다면... 젠장.’

상상만으로 골치가 아프다.

기껏 인간들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들어 뒀는데 어딘가에서 기어 나온 영웅이나 구세주쯤 되는 새끼가 내 노예들을 다 풀어 버리면... 그리하여 대규모 반란이라도 일어난다면..

‘선신 놈들은 내가 노예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걸 뻔히 알 텐데.. 그에 대한 대응책을 가지고 나올게 뻔해.’

나를 잡기 위한 클래스가 존재한다면... 그리하여 노예들이 다 풀려나버린다면..

‘상상하기조차 싫다.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야.’’

그리고 현재 내 노예 하렘들.. 분명 나를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그게 노예낙인이 풀려 버리고 나서까지 계속 유지될까?

지금 그녀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나다. 내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봐야 된다.

그런데 만약 나와 거리가 제법 떨어진 상태에서, 그러니까 내가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거리에서 노예낙인이 해제된다면 그녀들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 줄까?

'그냥 그대로 도망쳐 버릴지도 모르지.'

난 진정한 사랑이나 진실 된 유대관계를 잘 믿지 못한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타인을 배신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게 기본적인 나의 가치관이라서 그런지 생각이 길어질 수록 점차 노예낙인이 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굉장한 위협이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화영이나 은지, 메르는 노예낙인을 떠나서 그냥 나를 좋아한다는 게 느껴지지만.’

하린이 같은 경우는 어떨까. 분명 처음엔 나를 되게 경멸했지만 같이 다니다 보니 이제는 그냥 은지 따라 묻혀가는 느낌이다.

아름이는 나에 대한 적대심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만약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갈 확률이 꽤 높지 않을까... 굳이 내가 곁에 없어도 충분히 살아남을 만큼 강하니까.

그건 아람이도 마찬가지다. 아람이가 아무리 나의 자지를 좋아 한다지만 결국은 도망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아름이가 도주를 택한다면.. 자기 동생을 따라가겠지.

김예원 같은 경우는 의존증이 있어 나에게 반쯤 매달리듯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지만 이건 나라서 매달린 다기보단 당장 매달릴 사람이 나뿐이라 매달리는 느낌이 강하다.

끝으로 희선 누나는 약간 평화주의자 적인 면모가 있는데 내가 너무 잔학무도하고 패도적인 길을 걸으면 속으로 적대감이 형성될지도 모른다.

애초에 남편을 버리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내가 이한석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차별 학살했다고 거짓말 한 것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니까.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내 여자들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좀 나눠봐야겠다.’

다른 노예들은 다 잃어도 그녀들을 잃을 수는 없다.

‘휴우...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더 이상 정신력을 소모하지 말자.’

비록 언젠가 노예 낙인을 지울 수 있는 놈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놈이 찾아와도 죽여 버릴 수 있을 만큼 더 강해지면 된다.

그리고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니까 내 선에서 진압 가능할 정도의 집단만 운용해야겠다.

너무 비대해지면 표적이 되기도 쉽고.

그런 생각을 하며 강당에 도착하자 아름이와 은지, 하린이가 대기 중이었다.

“아, 오빠! 다 잡아 뒀어요.”

“오, 수고했어. 그런데 저놈들이 다야?”

“네, 몇 번이나 심박추적으로 확인했어요. 살아 있는 사람은 전부 잡아 왔습니다.”

“그래. 하린이도 고생했다. 아름이도.”

나는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당 안을 둘러봤다.

강당 내부는 난장판이었다.

“끄으윽...”

“사, 살려주세요.”

“아, 아니! 문교주님.!!! 당신이 왜 여기에 계십니까!!”

“구원은!!! 없단 말인가!!”

강당에 끌려온 이들은 자신들을 비껴 가는 새끼바퀴 떼의 옆에 서서 우리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끌려 들어오고 있는 악마 빙의자들의 시체와 그걸 뜯어먹고 있는 거대한 바퀴벌레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엔 충분한 모습이었으니까. 저들도 지금 패닉에 빠진 거겠지.

“거기!! 다들 손 머리 뒤로!”

생존자들을 무장 해제 시킨 다음 혐오감과 역겨움을 자아내는 칠흑바퀴를 소환 해제했다. 그러자 바퀴의 새끼들이 버둥거리다 죽어 버렸다.

이제 강당에 살아 숨 쉬는 건 나와 일행들 그리고 마흔 명가량의 생존자들뿐이다.

“자, 각성자는 오른쪽. 비 각성자는 왼쪽으로 이동.”

그런데 이 인간들 좋게 말하니 말을 안 듣는다.

“빨리빨리 안 움직여?!”

결국 하린이가 도끼를 꺼내 들고 윽박지르자 그제야 사람들이 움직였다.

“비 각성자가 스물 둘이고.. 각성자가 스물하나예요.”

각성자들부터 노예로 만들어야겠다.

비 각성자들이야 제압하기 쉽지만 각성자들은 방심해선 안 되니까.

“데마고그인지 뭔지 그 새끼랑. 위습 워록 있으면 바로 튀어나와.”

“크읍.. 읍..! 으읍!!!”

손과 입이 묶인 놈이 하나 뒤뚱거리며 걸어 나왔다.

“입으로 개수작 부리려고 해서 입부터 묶어 뒀어요.”

“잘했어, 은지야.”

내 앞에 다가와 무릎 꿇은 덩치 큰 남자.

난 놈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며 입에 물린 재갈을 살짝 풀어줬다.

“야, 이름.”

“무, 문근오요..”

“네가 데마고그냐?”

“예! 마, 맞습니다!”

“그래. 순순히 굴복할래. 아니면..”

“항복! 항복! 무조건 항복!!!”

이미 바퀴 떼에게 꽤 시달린 건지 온몸이 자잘한 상처투성이인 문근오는 바로 항복했다.

난 어렵지 않게 놈의 이마에 지장을 찍었다.

“야. 양지상은? 저기 없어?”

“예, 예! 저 틈에는 없습니다. 죽은게 아닐지...”

안기어 나온 것도 아니고 아예 저 무리에 없다는 말은 이미 양지상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소리다.

하린이의 심박추적이 살아 있는 인간을 놓쳤을 리 없으니까.

‘양지상은 폭발에 휘말려 죽었나보군..’

아쉽다. 악귀술사인지 뭔지 그놈을 노예로 잡을 수 있었다면 좀비들을 마트 주변에 보초처럼 세워둘 수 있었을 텐데.

‘뭐, 어쩔 수 없지.’

괜히 어쭙잖게 잡으려다가 봉변당하면 안 되니까. 혹여나 도주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자, 남은 각성자들 한 명씩 나에게 와라. 손 머리 뒤로하고. 다친 놈들은 일단 옆으로 빠져!”

이후 비교적 멀쩡한 상태의 각성자들을 윽박지르거나 후려 패며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고 노예 낙인을 이마에 찍었다.

그런데 스물한 명 중에 열두 명가량이 죽기 일보 직전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에 절로 한탄이 흘러나왔다.

내가 악마 빙의자 같고 의심스러운 놈들이나 반항을 심하게 하는 놈들은 봐주지 말라고 했더니 이리된 거겠지.

그래도 은지와 애들이 무사하니 다행이다. 괜히 전부 사로잡으려 했다가 내 여자들이 다치는 것보다는 그냥 노예 좀 덜 만드는 편이 나으니까. 그리고 기왕 부상자가 나온 김에 전부 공양하면 되니까...

“그게.. 제대로 많이 못 잡아서 미안해요, 오빠..”

“아냐. 괜찮아.”

내가 실망한걸 알아챘는지 은지가 기죽은 목소리로 사과하기에 얼른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난 부상당한 각성자 놈들을 우선 옆으로 치워두고 멀쩡한 놈들을 모두 노예로 만든 다음 강당 밖으로 내보냈다.

문근오를 제외하면 전부 일반직 각성자들이라 굳이 이름까진 외울 필요가 없어 보여서 하진성에게 대충 맡기기로 했다. 대장 짓 하는 거 좋아하는 놈이니까 잘 관리하겠지.

그리고 어차피 또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놈들인데 하나하나 이름 들어봐야 귀만 아프다.

“다음은 당신들인데...”

비 각성자들. 청소부터 빨래를 비롯한 각종 잡일을 해 줄 인력이자 보부상 출현조건을 위해 자리를 채워줄 인원들이다.

차오르는 살점으로도 살리기 어려워 보이는 다섯 명가량은 제하고 전원 노예로 만든 다음 역시나 강당 밖으로 내보냈다.

“자, 그럼 어디 보자..”

이제 강당에 남은 건 나와 공양될 인간들뿐이다.

카쉬낙스는 젊고 팔팔한 인간의 영혼이 맛있다는 모양이지만... 뭐, 질보다는 양을 선호하는 신이니까 그냥 많이 바치면 좋아한다.

“자, 잠깐!!! 무슨 짓이야!!!”

“끄아아아!!!!”

“아, 안 돼요!! 커어억!”

“살려 줘!! 제발!!!”

강당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모두를 데리고 갈 만큼 여유롭지도 않을 뿐더러 다치고 병든 이들을 모실 생각도 없다.

더구나 이만큼이나 다쳤다는 말은 고분고분하게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소리고.

의심스럽거나 너무 심하게 반항하면 일단 죽이거나 공격하라고 했으니까. 이렇게나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다쳤다는 말은 그만큼 반항을 심하게 했다는 소리겠지.

“후우.. 시바..”

마력이 슬슬 딸려서 단검으로 죽였더니 온몸이 피로 물들었다. 굉장히 찝찝하다.

“이제 마트로 다시 돌아갈 거야?”

“그래야겠지?”

아람이의 질문에 고갤 끄덕였다.

본관과 별관 건물에 폭죽이 터지며 붙은 불이 꺼지지 않아 건물들이 죄다 불타고 있다.

담벼락이 보기엔 좋아보이지만 진화개체까진 못막아줄 거고. 그냥 마트가 낫다.

“야, 문근오. 식량은 어떻게 해결했지?”

“저, 식량 저장고가 따로 하나 있어서요..”

“싹 다 가져간다.”

대충 여기서의 일도 일단락 됐다.

이제 슬슬 여기서 가져갈 것들을 챙겨 마트로 돌아가기 위해 강당을 빠져나왔다.

그때 누군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

불타는 본관 4층.

악귀술사 양지상이 있던 곳.

‘....’

폭발에 휘말려 상반신이 날아가 버린 양지상의 시체만이 불길 속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방안.

덜컹. 덜커덩..

죽은 시체가 몸을 덜덜 떨며 움직였다.

그러다...

푸슈슛...!

양지상의 시신에서 푸르스름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그건 마치 90년대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모습의 유령이었다.

정확히는 위습 워록의 스킬 ‘불완전 연소’가 작동한 것으로 그건 영체화 된 양지상의 영혼이었다.

이 스킬은 육체가 박살 나더라도 영체 상태로 한 번 더 되살아 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아.. 아. 이이러어언.. 시이이가아안이이이..”

문제는 이대로라면 얼마 못 가 소멸한 다는 것.

[5:00]

[4:59]

벌써 5분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양지상은 타인의 몸에 빙의하거나, 물건에 빙의되거나, 좀비의 몸을 빌려야 한다.

타인의 몸에 빙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한번 빙의하기만 하면 그 사람 대신 살아갈 수 있다. 가장 베스트다.

물건에 빙의하는 건 언제든지 영체화 해서 빙의한 물건 주변을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현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누군가가 주워 줘야 한다.

까딱 잘못했다간 수년간 방치되어 정신이 망가질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마지막은 좀비에 빙의되어 훗날을 도모하는 방법인데.

좀비 자체가 내구성이 끔찍하게 낮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고 빙의하더라도 방심했다간 자아가 사라지고 소멸할지도 모르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었다.

“제에엔자아앙...”

양지상은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빙의할 만한 나약한 정신력의 인간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벽을 통과했다.

곧 허공을 가르며 점차 지상으로 추락해가던 양지상은 문득 불길한 기운에 고개를 돌렸고, 후문 쪽에 서 있는 네 명의 인간들을 발견했다.

전원 여자였다. 특히 목에 초커를 매단 여자에게서 뭔가 꺼림칙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강한 음기로다. 저건 위험해 보여...’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내뿜는 초커가 위험하다 느낀 양지상. 나머지 세명을 살펴봤다.

꺼림칙함에 이끌렸으나 자신보다 급이 높다고 여긴 양지상은 좀 더 들어가기 쉬어보이는 정신력이 약한 여자의 몸에 들어가기로 했다.여기엔 양기가 높은 남성의 몸엔 빙의가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벌써 2분이나 지났잖아..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저 중에서 가장 정신력이 낮은 상대...’

곧 양지상은 김예원의 정신력이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간파해냈다.

‘기필코 나를 죽은 네놈들에게 복수하리라...!!!’

교회를 습격해 자신을 한번 죽인 놈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양지상을 속력을 높였다.

물론 그는 노예낙인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 하는 상태였다.

“가아아안다아아아!!!”

귀곡성을 내지르며 양지상은 네 명의 여성, 그러니까 강희선, 김예원, 황수민, 강은정 중 가장 정신력이 낮고 의지가 약해 보이는 김예원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날아들려고 했다.

“읏샤.”

콰콰쾅!!!!

김예원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던 그를 공중에서 누군가 낚아채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끼에에에에에!!!!!”

양지상은 영체가 찢겨져 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단말마를 내질렀다.

곧 양지상을 낚아챈 남자가 고개를 꺄우뚱하며 영체를 바라봤다.

“자의식이 강한 악귀로군. 좋아. 여기로 들어가라.”

사내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6개의 검 중 하나에 양지상의 영혼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아아안 돼에에에!!! 구게게게겍!!!”

양지상은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검에 집어넣어져 빙의해 버렸다. 의지의 대부분이 꺾이며..

“후후. 선물로 주면 딱이로군.”

사내는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들에게 다가 갔다.

“반갑소. 내 이름은 지크프리트. 귀인을 쫓아왔네만. 혹시 장조준이란 사내에 대해 아는가?”

“어.. 저.. 어.. 저쪽에..”

“그래? 고맙군.”

사내와 마주선 강은정은 깨달았다.

이놈은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는 걸.

눈앞의 괴물은 결코, 결단코 이길 수 없다.

설령 장조준이 만반의 준비하고 온다고 해도... 못 이긴다.

피부로 느껴버렸다. 저건 인외의 존재. 이미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벗어난 괴물이란 사실을.

“암시장까지 샅샅이 뒤졌네만. 갑자기 기운이 끊겨서 말이야. 도무지 찾을 수가 있어야지.”

지크프리트는 원래 지난주에 아버지의 원수를 잡아 준 장조준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할 생각이었다.

그리 조준을 찾아 마트 근처까지 왔건만 하필이면 그가 암시장에 들어가던 순간이었다.

결국 지크는 다시 조준을 추적해 따라갔고 암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 오랜 지인인 밀렵꾼의 움막의 주인과 담소를 나누다 다시 조준의 흔적을 쫓았지만...

지크를 죽이기 위해 지하경비대가 기어올라왔다.

조준을 찾아 다니던 지크프리트는 앞길을 가로막는 지하경비대를 뚫고 계속해서 흔적을 뒤쫓아 중앙광장에까지 도착했으니.

거기엔 체셔가 홀로 싸우고 있었다. 그는 체셔와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체셔를 도와 지하경비대를 전부 쓸어 버렸다.

그 후 쉬고 있는 체셔에게 귀인의 행방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자신이 안내하던 남자가 노예 하나와 함께 꼬인 골목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기어코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당장 꼬인 골목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흔적이 끊긴 후였다.

지크 앞엔 지상층의 문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거기서 지크는 다시 암시장 밖으로 나갔다.

이후 몇 날며칠 조준을 찾아 돌아다닌 끝에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내가 가고 있으니. 딱 기다리시오. 귀인!”

그는 얼른 강당을 향해 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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