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69. 악몽의 끝에서 마주한
* * *
이름 모를 남자를 따라 도착한 베이스캠프는 미래적인 모습의 소형기지였다.
텐트라기 보단 일종의 1인용 우주기지 같은 모습이다.
“아무 곳에나 앉아도 돼. 자기 집처럼 편히 있게.”
“아, 예. 감사합니다.”
남자의 권유에 따라 바닥에 대충 앉았다. 그는 곧 정수된 물은 한잔 내밀었다.
당연하지만 마시지 않았다. 죽을 정도로 목이 마렵지도 않았고 남이 주는 음료를 함부로 마실수도 없으니까.
“흐음.. 어디 보자.”
내가 물을 먹거나 말거나 자기가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잠시 기지 내부의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뭔가 둥근 통을 가득 꺼냈다.
문득 호기심이 들어 그에게 질문했다. 생긴 게 꼭 미래지향적인 모양의 수류탄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자폭용 폭죽으로 일으킨 테러 맛을 한번 봐서 그런지 폭발물 같은 외형에 절로 호기심이 든다.
“그건 뭔가요?”
“응? 아. 이거. 밤중엔 구정물들이 돌아다니거든.”
구정물은 또 뭐 하는 놈들이지?
아니 들고 있는 물건이 뭔지 궁금해서 질문한 건데 어째 의문만 하나 더 늘었다.
여기 오래 갇혀 있었다더니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좀 잊어먹은 모양이다.
내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아차 싶었는지 구정물이란 것들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했다.
“아, 구정물이란 놈들은 이곳에 서식하는 검고 탁한 괴물들이야. 잘못 잡히면 놈들처럼 구정물로 변하지. 그러니까 절대 가까이 가지 마. 그리고 구정물이란 건 그냥 놈들이 워낙 꿀렁꿀렁거리고 꺼림칙해서 내가 붙인 이름이고.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다 보니 내가 아는 걸 너도 똑같이 안다고 생각해 버렸군.”
“아하...”
“아무튼 이걸 베이스캠프 주변에 던져두면 놈들은 가까이 오지 못해.”
“저기, 그런데 그건 뭐에 쓰는 물건입니까?”
“이건... 음.. 음파탐지기네. 일종의 행성용 소나라고 볼 수 있지. 원래는 행성 곳곳에 뿌려서 생명체를 탐지하는 물건이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음파를 구정물 놈들이 엄청 싫어하거든.”
이 남자 아무리 봐도 어디 스페이스 오페라적인 세계관에서 온 사람 같다.
그런데 자꾸 이 남자라고 하긴 뭐 해서 그의 이름을 물어 봤다.
“저기, 혹시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응? 아, 내 이름.. 내 이름이.. 어..”
다시 오류에 빠진 남자의 어깨를 쳤다.
그러자 그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기계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던데 그건 안드로이드나 인조인간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내 이름은 마크 코너야. 이제야 기억나는군. 누가 불러줄 일이 있어야지. 그냥 코너라고 불러 주게. 마크 코너. 그래. 나는 코너. 하하하."
그는 그리 중얼거리며 소형기지 밖으로 음파탐지기를 들고 나갔다.
난 그가 나간 틈에 내부를 둘러봤다. 뭔가 단서가 될만한게 있나 싶어서.
코너의 책상엔 이곳의 풍경을 찍어둔 사진들과 특이한 문자로 쓰인 보고서 같은데 널브러져 있었다.
또한 기지 내부엔 감자를 닮은 식물들이 수경재배 중이었고 샤워시설을 비롯한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사용한 흔적이 안보인다.
코너가 기계라서 그런 걸까. 마치 그냥 사람이라면 이런게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구색만 갖춰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물하고 전기는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이것도 뭔가 첨단 과학적인 방법이 있는 걸까? 전기야 내부에 발전기가 있다고 쳐도 물은 어디서 끌어온거지?
그런 의문을 가지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자 곧 그가 돌아왔다. 그는 몸에 묻은 검은 먼지를 대충 털어내더니 물을 한잔 따라 마셨다.
“아까 너의 말을 듣고 몆 가지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공유몽의 비극이란 건 이 세상 그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이 세상 그 자체 말입니까?”
“그래, 내가 여기를 돌아다니며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거든. 들어 보겠나?”
“어.. 예.”
코너는 자신이 여기에 떨어진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 줬다.
이 꿈의 세계는 처음엔 이렇게까지 뒤틀리고 꼬여 있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초기에는 코너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여길 지상낙원, 혹은 유토피아라 부르더군.”
이 세상은 뭐든 상상하면 다 나왔다.
그저 상상만 하면 금은보화가 생겨나고, 이상형의 여자가 만들어지고, 건물이 들어서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상상하는 것들이 나오지 않게 됐네.”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 세상은 원하는 것을 내주지 않게 되었다.
이미 과분할 정도로 많은 것을 얻은 인간들은 그런데도 더 많은 걸 바랐고 계속해서 원하는 것들을 상상한 끝에 이 꿈의 세계가 과부화에 걸린 것 같다고 코너는 설명했다.
“아무튼 그때부터 세상이 뒤틀리기 시작했어. 나야 뭐, 애초에 여기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 온 게 아니니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그저 나가는 길만을 찾아 헤맸지만... 상상으로 무언 갈 얻은 이들은 하나둘 미쳐가기 시작했지.”
아무런 노력 없이 원하는 것들을 전부 불러내 소비하기만 해 버린 이들은 곧 하나둘씩 미쳐가더니 구정물이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불러냈던 물건이나 사물, 건축물 등은 녹아내려 썩은 바다가 되었고 푸르던 하늘은 점차 붉게 물들어 곧 그중심에 무언가 떠올랐다.
“눈동자. 그건 눈동자였어.”
코너는 말했다. 아까 내가 넋을 잃고 봤던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결코 그걸 집중해서 보면 안된다고.
지금 와서 하늘에 떠있던 그걸 떠올려보려고 하니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뭔가에 홀렸다는 느낌일 뿐.
“아무튼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 세계는 꿈이고 공유몽이야. 이곳에 들어온 이들에게 주어진 한정된 자원이었던 거지. 그걸 멋도 모르는 인간들이 마구잡이로 사용해 버린 끝에 꿈이 이리 뒤틀린 거고...”
공유몽의 비극이란 키워드는 이걸로 대충 해결된 것 같다.
이제 문제는 여기서 어떻게 나가냐는 거다. 난 코너에게 짐작 가는 바가 없냐고 물었다.
“어쩐지 이 정도까지 망가진 꿈인데도 안 깨는 게 이상했거든... 사실은 꿈의 주인 자체가 없던 거였는데 말이지. 이때까지 이 꿈에서 깨기 위해 꿈의 주인을 찾아 헤맸는데.. 그게 정답이 아니었어.”
내 질문에 코너는 중얼거리며 자기 생각들을 늘여놓더니 나에게 이 세계의 간략화 된 지도를 보여줬다.
“여기는 그나마 제일 안전한 장소야. 이곳을 반경으로 좀 더 멀리 벗어나면 2가지 특이한 지형과 형상물이 나와.”
하나는 썩은 바다와 죽은 거인의 사체.
다른 하나는 석양이 지는 들판과 무너진 탑.
“내 생각엔 이 두 곳 중 하나에 답이 있을 것 같아.”
뭔가 굉장히 상징적인 장소들이다.
중요한 건 두 곳다 코너의 말에 의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한다.
썩은 바다엔 구정물들이 가득하고, 들판엔 벼락이 쳐 까딱 잘못했다간 그대로 타죽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어느 곳을 가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솔직히 지금 스킬도 제대로 못 쓰는 상황 속에서 위험한 곳을 가야 한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빨리 나가야 하니까. 별수 있나. 그냥 가야지.
이 꿈속 세계와 현실의 시간에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을 오래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
깨어나 보니 무슨 한 달이 지나 있고 그러면 굉장히 곤란할 거다. 외면하는 파란약 같은 이상한 걸 나에게 판 마약상을 죽이고 싶어질 정도로.
“당신은 어디부터 가고 싶습니까?”
보타밀리는 이 남자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했으니. 그가 선택하는 쪽으로 함께 가야겠다.
“나는 썩은 바다부터 가보고 싶군. 거기가 더 수상해. 내일 해가 뜨면 바로 가지.”
“알겠습니다. 따로 준비해야 할 건 없나요?”
“아마 방독면과 산소탱크가 필요할 거야. 그리고또...”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번에도 서랍에서 하나둘 쓸 만한 물건들을 꺼내 놨다.
‘흠.. 저 작은 서랍에서 저것들이 다 나온다고...?’
아까도 저 서랍에서 음파탐지기를 잔뜩 꺼내지 않았나?
“흠...”
이상하다. 한 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화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 일상의 악몽에서 위화감을 느꼈듯이.
나는 지금 저 사내에게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저기, 죄송한데... 그 서랍 좀 봐도 될까요?”
“응? 이거? 어... 왜?”
“예?”
“아니. 왜. 남의 서랍을.. 보려고 하나?”
날 선 반응이 돌아온다.
로봇의 눈에 순간 경계심과 적대감이 서렸다.
“무례하군. 이만 나가줬으면 좋겠어.”
“자, 잠깐 그게 무슨.”
“당장 나가!!!”
미쳤군.
위화감이 극에 달했다.
저 남자는, 마크 코너는 나의 적이다.
그리 인식하는 순간 보타밀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컬티스트!!! 당장 거기서 나가!!! 내가 말한 네 옆의 존재는 저 기계가 아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크코너의 몸이 뒤틀리며 망가지기 시작했다.
“치지직. 치직.. 아. 아아. 오, 오류발생. 외부개입. 오류. 오류. 오류를 제거하라.”
그의 몸이 뒤틀리며 기계 장치들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곧장 기지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러자 기지밖엔 코너가 뿌려 둔 음파탐지기의 범위 너머에 그가 구정물이라고 표현했던 존재들이 가득 서 있었다.
그들은 구정물 같은 게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이었다.
검은 석유 같은 것을 뒤집어쓴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들.
[내가 말한 네 옆의 존재는 저 기계 장치 위의 거짓된 신이 아니다!]
[내가 말한 건 저것들이야!!!]
보타밀리가 말한 건 마크 코너가 아니었다.
나를 보고 있는 구정물들과 저 하늘에 떠 있는 눈동자였다.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저것의 도움을 받으란 거였어.
"아니! 좀 똑바로 말해주지!!"
[말하는 와중에 연결이 끊어졌어!]
[네가 저 기계장치를 동료라고 여긴 시점에서 끝장날뻔했다!!]
심지어 묘하게 시선을 잡아 끄는 저 눈동자, 자세히 보니 눈동자도 아니었다.
저건 전원 버튼이다.
“거. 거거. 거거거거. 거 기. 거기 서라. 서. 멈. 춰어어!!!!!!!”
마크 코너의 형상을 한 괴물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구정물들이 코너의 손을 막으며 얼른 나를 붙잡아 달리기 시작했다.
“이, 이, 이방.인.”
나는 껴안고 뛰던 구정물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검은 눈물을 질질 흘리며 나에게 부탁했다.
“제, 제. 제발.. 저, 전원을. 꺼... 저 미친.. 기계 장치의. 전원을..”
미친 기계 장치.
전원.
나는 순간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여긴 꿈... 그러니까 가상 세계다. 그야말로 공유몽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의 구정물들은.. 가상 세계에 접속해 있던 인간들이고.
저 마크 코너라는 놈은 이 세계의 관리자, 혹은 스카이 넷 같은 고성능 안드로이드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 주던 놈은 모종의 이유로 미쳐 버렸고, 이 안에 들어와 있던 인간들을 모조리 구정물이라는 존재로 만든 다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서 영원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을지도...
그렇다면 이 공유몽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저 괴물, 마크 코너 본인이다. 저놈을 꺼버린다면.
이 꿈에서 깰 수 있다.
“아아!!! 모, 모두 재워야.. 한다! 인간들은! 엔트로피를 증가 시키는 주범, 모두 잠들어라. 깨어나선 안 돼!”
뒤에서 쫓아오는 마크 코너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우린 달렸다.
미친 듯이, 정신없이.
그렇게 달릴수록 세계의 풍경이 휙휙 변했다.
“썩은. 바다. 거기. 우릴. 이렇게. 만든 곳.”
“놈은. 너 또한. 이리. 만들려고. 했어.”
“놈은. 간파. 불가. 자신도. 속이기 때문.”
구정물들은 달리는 와중에 나에게 코너에 대한 정보를 늘여놓았다.
‘저 빌어먹을 기계놈, 애초부터 나를 끌고 들어가 구정물로 만들 생각이었구나.’
거기다 평소에는 자기 스스로를 마크 코너라는 인물이라고 속이고 있는 상태라 만약 여기에 하린이 같은 감이 좋은 인간이 들어와도 제대로 간파할 수 없다는 모양이다.
“전원. 거기에. 우리를 구해 줄. AI. 있다.”
“그에게. 가서. 우리 모두를 대표해 왔다고 해. 우린 더 이상 그 탑에 다가갈 수 없으니.”
“그러면. 이 세계를 꺼줄 거야. 부탁이다. 이방인.”
한번 구정물이 되어 버린 자들은 오류로 판단되어 시스템을 끌 수 있는 전원에 다가갈 수 없는 모양이었다.
곧 다시 한번 풍경이 바뀌며 나와 구정물들은 무너진 탑이 있는 들판에 도착했다. 들판엔 번개 따위 치지 않았다.
“우, 우린. 여기까지.”
“어서. 가!”
그들은 달려오는 마크 코너를 막기 위해 뒤돌아섰다.
난 앞으로 달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저 하늘에 닿아 있는 탑을 향해.
“허억.. 허억...”
탑의 입구에 도착하자 저절로 몸이 떠오르더니 난 하늘에 떠 있는 전원까지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으아아!!! 안 돼!!!”
저 아래에서 코너가 비명을 지르며 탑을 기어오른다.
허나 놈은 일정 높이 이상 올라올 수 없었다.
난 놈에게서 신경을 끄고 눈앞에 선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하얀색 후드를 입고서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은 묘하게 시선을 잡아 끌었다.
“전원을 끄시겠습니까?”
“예? 아, 예.”
“경고. 지금 전원을 끌 경우. 1억 2천만의 사용자들이 뇌사상태가 됩니다. 그래도 끄시겠습니까?”
“어... 예?”
“지금 전원을 끌 경우. 1억 2천만의 사용자들이 뇌사상태가 됩니다. 그래도 끄시겠습니까?”
이게 무슨 개소리지?
지금 내 손에 1억 2천만의 목숨이 달렸단 말인가...
죽여야 하는 인간이 억 단위로 넘어가면.. 이건 또 좀 곤란한데.
‘분명.. 그 구정물은 나에게 전원을 끄라고 했었지...’
솔직히 그런 꼴로 영원히 살아갈 바에야 깔끔하게 삶을 끝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더구나 나에게 전원을 꺼달라고 다들 부탁했다.
“끄겠습니다.”
“예. 명령이 적용됩니다. 곧 [월드 에디터 시뮬레이션]의 전원이 꺼집니다. 그동안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스템 AI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전원을 꺼줘서 고맙다는 듯이.
쿠구구궁!!!
붉은 하늘이 깨지고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이 나타났다.
또한 마크 코너의 형체가 무너지며 땅이 꺼진다.
세계가 파괴된다.
나의 손에 의해 하나의 우주가 끝을 맞이했다.
[곧 꿈에서 깨게 됩니다.]
[‘공유몽의 비극’에서 ‘관측자의 작업실’로 넘어갑니다.]
“이런...”
세계의 암전과 동시에 나는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미친.. 이 꿈 언제 깨는 거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머리가 으깨질 것 같다.
“흠. 꽤 독특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도달했군? 그까짓 파란약으로도 올 수 있다니.. 신기한걸?”
“예?”
깨어난 장소는 어딘가의 서재 같아 보였다. 혹은 뭔가를 만드는 공방이거나.
특히 커다란 시계와 망원경, 나침반이 상징물 처럼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계기판으로 보이는 물건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시대상의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배열되어 있었다.
“어서 오시게. 플레이어.”
그리고 내 앞엔 흰 수염을 가득 기른 영감이 하나 앉아 나를 환영했다. 생긴게 꼭 거지 노숙자 같은데 두 눈동자 만은 뭔가 힘이 담겨있어 마법사 같기도 했다.
나는 혹여나 이놈도 마크 코너 그 새끼처럼 페이크 조력자가 아닐까 의심했다.
“허허. 그리 의심하지 않아도 돼. 의심한다고 바뀔 것도 없지만. 어차피 이곳에선 누구도 죽지 못하고 자네의 그 조그마한 힘도 사용할 수 없거든. 그래, 스킬이라 부르는 것 말일세.”
“다, 당신은 또 누굽니까? 제가 좀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라..”
솔직히 이제 상황을 따라가기 벅차다.
꿈의 세계라 그런지 온통 뒤죽박죽이라.
“나는 세계선의 관측자, 혹은 몽환의 신이라 불리네. 이름은 따로 묻지 말게. 워낙 많아서 나도 다 몰라."
"아무튼 자넨 여길 찾아온 기념으로 한 가지 선물을 받을 수 있어."
"이 공간은.. 일종의 이스터에그지. 애초에 올 수 있을리가 없다 여겼네만. 보기 좋게 와버렸군."
"그건 그 비정상적인 행운 때문일까. 아니면 자네가 집어 삼킨 근원의 과실 때문일까."
"어찌 되었든 공허의 신을 깨워낸 것도 굉장한데. 그녀의 총애까지 받고 있다니..."
"워워. 진정하게 보타밀리. 하하하!”
뭔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인 같다..
노인은 나에게 대단하다 박수를 치며 수정구 2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가 내민 수정구는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이었다.
“자, 이 붉은 건 비교적 빠른 시기에 다가올 불행이야. 파란 건 자네의 죽음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기록이고. 붉은색은 관측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지만. 파란색은 관측하는 순간 고정되지.”
자, 무엇을 볼 텐가, 컬티스트.
선택하게.
바꿀 수 있는 불행인지.
아니면 자네의 끝에 대한 기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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