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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75화 (75/221)

〈 75화 〉 74.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 * *

“일단 나랑 한 명 더 해서 둘이서 돌아다니는 식으로 하는 게 어떨까? 남은 사람은 마트 지키고 있고.”

현재는 내가 제일 강하니 내가 돌아다니며 순찰을 도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강한 메르는 상시 마트에 남아서 집을 지키고 있고.

“준아, 둘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맞아 오빠. 적어도 셋은 같이 다녀야지.”

“그래, 천사들도 기본이 삼인일조다.”

그렇다고 하니 셋이서 돌아다녀야겠다.

뭔가 여자들의 눈빛에서 자신이 아니라면 그 누구라도 나와 단둘이 있도록 만들지 않겠다는 비장함이 감돌았지만 아마 내 착각이겠지.

“그럼 누구부터 같이...”

정찰을 나갈 순서를 정하려고 할 때였다.

­끼에에에!!!

“으윽..!”

방금... 칠흑바퀴가 죽었다.

동시에 ‘다섯 남자, 매우 강함’ 이라는 간략화 된 의지가 전달됐다.

“또 왜?! 무슨 일인데?”

“방금 칠흑바퀴가 죽었어.”

“뭐요? 그 미친 벌레가 죽었다고요..? 세상에.”

“흐음, 그 끔찍한 벌레를 잡아 죽일 정도라면... 저 너머에 상당히 강한 뭔가가 있단 소리로군.”

매우강한 다섯 명.

다섯..?

‘진성 공략팀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분명 다섯이라고 했었지...’

이게 과연 우연일까? 왠지 칠흑바퀴를 사냥한 놈들은 문근오에게 들었던 그놈들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일단 정찰 겸 칠흑바퀴가 죽은 곳으로 찾아가 봐야겠어. 나와 메르가 동시에 마트를 떠나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니까...”

그리 의견을 내자 은지가 곧장 소리쳤다.

“공평하게 가위바위보!”

“윽..”

메르의 표정이 좋지 않다. 가위바위보에 뭔가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나 보다. 아니면 나랑 못가게 되서 슬픈 걸지도.

“우와.. 이겼다..! 드디어!”

“으음. 예원 언니랑 저네요.”

가위바위보 결과 예원이랑 아름이가 나와 함께 순찰을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 셋은 무기를 챙겨 들고 칠흑바퀴가 죽은 곳으로 향했다.

칠흑바퀴는 그 짧은 시간사이 제법 먼 거리를 나아간 상태였다.

“우어어어!!!”

“키아아!!!”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좀비들이 득실거렸다. 네임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일반좀비는 굉장히 많았다.

“으아!!!”

촤학!!!

아름이가 쌍검을 쉴 새 없이 휘두르며 다가오는 좀비들의 머리와 몸을 분리시켰다.

“나와줘...”

예원이는 허공에서 무언가를 불러냈다.

이때까지 그녀의 전투를 집중해서 자세히 볼일이 없어기 때문에 항상 그냥 무언가를 불러내서 싸운다고 여겼지만, 지금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꽤 그로테스크한 놈을 불러내고 있었다.

“예원아.. 그건 뭐야?”

“예..? 아, 이거 인면조요..”

“이, 인면조?”

“네.. 헤헤.. 귀엽죠..?”

귀엽다기보단 살짝 기괴하다.

중성적인 사람의 얼굴을 가진 하얀 새라니.. 심지어 좀비들의 살점을 물어뜯어 삼키며 웃는 모습은 소름 끼치기까지 했다.

그런 인면조와 예원이는 서로의 얼굴을 비비며 친근함을 표하고 있다.

“사이가 꽤 좋아 보이네?”

“네.. 이 아이들은.. 저를 배신하지 않아요. 결코..”

예원이와 처음 육체 관계를 맺었을 때부터 느낀 건데, 그녀는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살짝 우울증 증상도 있고.

가정사가 상당히 불우한 것 같은데... 소환수들은 키시리아 같은 영역 밖의 괴물이 아닌 이상 무조건 적으로 주인을 따르게 되니까 그녀는 자기 소환수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연 상태 같다.

나만큼이나 자기 소환수들을 아끼는게, 마치 자식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 할까.

‘하긴 스킬 중에 [어미 된 자의 부정]인가 뭐 그런 스킬도 있었으니까..’

소환수를 광폭화 시키는 종류의 스킬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언홀리 퀸... 마수 소환이 주특기에 이상한 저주를 내리는 클래스...’

이런 녀석을 만약 적으로 만나면 골치 아플 것 같다.

어딘가에 숨어 깔짝깔짝 소환수를 보내며 소모전을 펼치면 솔직히 상당히 두렵다.

“자, 너희도 나오렴...”

그런데 예원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소환수를 더 꺼냈다.

마수삼창이라는 스킬을 사용해서.

이 스킬은 별다른 마력소모 없이 동시에 세 마리까지의 소환수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다.

내가 칠흑바퀴나 키시리아를 불러낼 때마다 마력을 소도하며 소환 중에는 그만큼의 마력이 회복되지 않는 것과 달리 그녀는 아무런 페널티 없이 마수를 불러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소환사 전용 스킬이었다.

“우아...”

그녀가 새로이 불러낸 소환 수 중 하나는 털이라곤 하나도 없고 주둥이가 네 갈레로 벌어지는 까만 개 같은 무언가였고 다른 하나는 꼬리에 날카로운 독침을 달고 있는 나비인지 나방인지 모를 벌레였다.

하나같이 지구의 생물하곤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형이다.

“오빠.. 얘들도 귀엽죠?”

“어... 귀엽네.. 거의 칠흑바퀴 급이다.”

“네?”

“아, 아냐.”

개인적인 견해로 칠흑바퀴가 생김새로만 따지자면 혐오도 1순위다. 부동의 1위라고 할 수 있다.

밤중에 가끔 마주치면 내가 불러냈음에도 깜짝깜짝 놀란단 말이지. 그건 다른 일행들도 전부 마찬가지고.

유용하긴 굉장히 유용하고 말도 잘 알아듣는 똑똑한 녀석이지만 적응이 안 되는 얼굴이라.

그렇게 생각하니 예원이의 소환수들이 조금 귀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아닌가?

요즘 계속 엿 같은 것들만 보다 보니 내 심미안에 점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 얼른 예원이의 양 볼을 붙잡고 얼굴을 들여다 봤다.

“왜.. 왜 그러세요.. 무서워요..”

“아니, 예원이가 참 예뻐서.”

“아.. 헤으... 저기, 이 검은 아이는 흑아랑이고.. 여기 나비가 사령충이에요. 인면조도 그렇고 셋 다 이름은 아직 안 지어줬어요. 나중에 주인님이랑... 오빠랑 같이 짓고 싶어서.”

“그래, 우리 같이 고민해 보자.”

“네에.. 헤헤..”

그리 예원이를 껴안고서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아름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우리에게 소리쳤다.

“으아아!!!! 거기!! 지랄 좀 그만 떨고 이제 나 좀 도와줘요!!! 아까부터 나 혼자서 계속 싸우고 있잖아!!! 으아!! 시발!! 저리 꺼져 좀비 새끼야!! 썩은 내 난다고!!!”

그녀는 그 짧은 사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인 건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많은 좀비를 도륙 내고 있었다. 온몸에 좀비의 썩은 피가 묻어 있는게, 마치 수라와 같은 형상이다.

경쾌하게 휘둘러지는 아름이의 검무에 일반좀비는 그냥 두부마냥 썰리고 특수 좀비도 세 번 정도 난도질당하면 오체분시 되며 썩은 살점이 되어 무너져 내린다.

일당백이다. 혼자서 좀비들을 상대로 아주 무쌍을 찍고 있다.

“아름아! 소리치면 좀비들이 더 꼬이잖아! 쉿.”

“아으!! 저 미친 인간!”

난 가까이 다가오는 좀비를 적당히 잡아 죽이며 소리쳤다. 그러자 아름이는 나를 흘겨보며 화풀이라도 하듯 좀비들을 찢어 발겼다.

그런데 저녀석 주인님에게 미친 인간이란다.

아름이는 도저히 버릇이 안 고쳐진다. 물론 그런 반항적인 부분이 좋은거지만..

낮에는 저리 나에게 반항하는 주제에 밤만 되면 괜히 부끄러워하다가 자지에 박혀 꼼짝도 못 하고 앙앙거리는 여자다.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아무튼 그리 30분쯤 더 좀비들을 죽이며 앞으로 나아가니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던 좀비들이 싹 사라졌다.

인위적인 고요함. 이건 분명 칠흑바퀴가 이 인근의 좀비들을 떼 몰살 시켰다는 의미가 분명하다.

“이 근처인데.. 지금부터 다들 긴장해. 뭐가 나올지 모른다.”

“네.”

“후우.. 알겠어요.”

곧 우린 좀 더 걸어간 끝에 검게 물든 아스팔트를 발견했다.

칠흑바퀴가 죽은 흔적이었다.

“아무도 없네요..?”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여기서 칠흑바퀴가 죽었다면... 초커는 어디로 간 거지?

설마 칠흑바퀴를 죽인 놈들이 가지고간 건가?

“허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재앙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일단 다시 돌아가자.”

“더 안 둘러봐도 돼요?”

“응, 충분히 봤어.”

다음엔 화영이를 데리고 와야겠다.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 일행 중 사람의 존재유무를 제대로 파악가능한 건 하린이와 화영이 뿐인데 하린이는 지금 부재중이니 다음엔 무조건 화영이를 동참시켜야겠다.

‘불길해.. 뭔가 굉장히 불길하다..’

우린 혹시 따라붙은 놈들이 없나 주변을 확인하며 다시 마트로 돌아갔다.

*****

“어..? 야 이 미친 새끼야!!! 으아!! 시발!!!”

콰앙!!!

백발적안 혈전사 김기성이 검은 형체의 주먹질에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뱀파이어답게 종족 특성으로 팀 내에서 가장 근력이 높았던 그였으나 손쓸 도리가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얻어맞는 것 말곤.

“이런 젠장!!!!”

“전투 준비!!”

김기성이 나가떨어짐과 동시에 이변을 알아차린 기록관 윤지호와 리더 이선재가 고함을 지르며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곧 윤지호가 들고 있던 마도서가 허공에 떠오르며 그가 소환한 쇠사슬이 책에서 튀어나와 검은 형체를 둘러쌌다.

파­킨!!!

허나 단 3초도 버티지 못하고 쇠사슬이 깨져나갔다.

그 3초의 시간 동안 이선재는 마검을 휘둘렀지만 어느샌가 놈이 소환한 대검에 모조리 가로막혔다.

“혀, 혀엉!”

일체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치유사 차지태는 몸을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그들의 눈앞에선 거대한 괴물.

사건은 짐꾼인 구교한이 초커를 목에 찬지 약 40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아... 간지러..”

긁적긁적...

구교한은 초커를 낀 순간부터 목 근처가 가렵다고 하더니 결국 피가 날 정도로 긁기 시작했다.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목이 가렵다면서 계속 긁자 보다 못한 윤지호가 나서서 자기가 대신 착용할 테니 그만 초커를 벗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놔!!! 다 꺼져!!! 이건 내꺼야!!!”

급발진하며 소리친 구교한.

그는 자신에게서 초커를 빼앗으려는 일체의 모든 행동을 거부했다.

또한 더욱더 심하게 목을 긁어댔다.

“가, 가려워. 가려워가려워가려워!!!”

곧 손톱에 살점이 뜯겨 피가 흘러넘칠 때쯤이 되어서야 뒤에서 기습한 이선재의 공격에 구교한은 긁적임을 멈추고 기절했다.

“하아.. 하아.. 징그러워 죽겠네..."

"이 시발새끼 갑자기 왜 이래?”

“아마.. 이 초커 때문 같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물건이었어. 당장 벗겨야 해.”

“이, 일단 치유부터 할게요. 피가 너무 흘러서.”

곧 차지태의 지팡이에서 녹색 빛이 흘러나오고 구교한의 목에 난 자잘한 상처들이 말끔하게 지워졌다.

그다음 초커를 벗기기 위해 김기성이 구교한의 목에 손을 뻗었다.

덥석!

“이, 이 새끼 뭐야... 기절한 거 아니었어?”

“초커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무의식이 반응했다..? 이거 큰일이야. 마력의 흐름이 뒤틀렸어.. 잘못 벗겼다간... 죽을지도 몰라.”

윤지호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말 그대로다. 쉽게 말해서 초커와 몸이 융합한 상태야. 초커를 빼면 죽을지도 몰라.”

“하아... 시발..”

결국 그들은 구교한이 깨어날 때까지 잠시 대기하기로 했다.

그리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으. 으으윽. 머, 머리가.. 머리가 불쾌해.. 때야해.. 목이 가려워.. 머리가 너무 불쾌해.. 빼야 해.. 머리를 빼야 해.. 머리가 너무 불쾌해... 아아...”

홀로 깨어난 구교한이 중얼거렸다.

흡혈귀라 청력이 좋았던 김기성이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이때 이선재와 윤지호, 차지태는 근처에 있던 편의점을 털러간 사이였다.

“야, 일어났냐. 좀 괜찮냐.... 어...?”

순간, 김기성은 보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구교한의 몸에서 살점이, 피가, 내장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구교한은 녹아내렸다.

검게 물든 뼈만 남고서.

“어... 어어. 어!! 야!!! 시발!!! 다들 빨리 와봐!! 나 존나 무서워!!!”

김기성은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광경에 거칠게 소리쳤다.

이에 편의점을 털고 있던 일행들이 비명소리를 듣고 급히 구교한과 김기성이 있던 건물로 달려왔다.

“이, 이 시발.. 시발!!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그사이 김기성은 겁에 질려 눈물 콧물을 다 쏟아 냈다.

아무리 그가 구교한과 사이가 안 좋았다 하더라도 서로를 동료라곤 생각하던 사이다.

등의 맡겨도 될 만한 그런 동료.

그런 동료가 뼈만 남고 모든 게 녹아내렸다.

­딱딱딱

이가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구교한은, 이젠 뼈밖에 남지 않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흐아... 흐아... 흐아.. 흐아. 흐아흐아흐아.”

빈통에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검은 해골이 걸어온다.

“저, 저리 가!!!”

김기성의 거센 저항에도 해골은 손을 뻗었다.

손 안에 물든 검게 일렁이는 기운엔 죽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 야 이 미친 새끼야!!! 으아!! 시발!!!”

콰앙!!!!

해골이 된 구교한의 주먹질에 김기성이 방 밖의 복도로 나가떨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그때 막 계단을 뛰어 올라오던 이선재와 윤지호가 이변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또한 그들을 뒤 따라 달리던 차지태도 방안으로 들어갔다.

“혀..혀엉...”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이선재와 윤지호.

차지태는 저 검은 해골이 구교한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이, 이런.. 내 마법이 하나도 안 통한다.”

“저거.. 대체 뭐야...”

스킬을 맞으면서 실시간으로 마력을 흡수하며 대검을 생성하고 갑옷을 갖춰 입은 괴물.

그들의 눈앞에 듀라한이 나타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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