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84. 몰아쳐라, 짓이기고, 망가뜨려라 (2)
* * *
건물 안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칠흑바퀴를 이용한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칠흑바퀴의 존재조차 모르던 무법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벌레 떼의 기습에 파묻혀 죽어 나갔다.
심지어 칠흑바퀴가 건물로 기어들어가 신선한 인간들을 잡아 죽이며 배에 알을 까기 시작하니 벌레가 줄어들 틈이 없었다.
역시 초반 물량 러쉬는 무조건 유효하다. 적들이 우리에 대해 파악하거나 눈치채기 전에 먼저 치고 들어가 본진에 벌레들을 투입시키니 질 수가 없단 생각 마저 들었다.
‘칠흑바퀴를 뽑은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어.’
특히나 생긴 것만 빼면 현재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칠흑바퀴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더 높아졌다.
처음 뽑았을 때는 이런 바퀴벌레 어디다 써먹을까 싶었지만 이때까지 칠흑바퀴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심지어 벌레 주제에 똑똑해...’
키시리아는 강하긴 더럽게 강하지만 불러내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칠흑바퀴는 굉장히 충성스럽고 내 명령에 절대복종한다. 심지어 죽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니 최고의 소환수라고 할 수 있다.
"슬슬 올라가 볼까."
칠흑바퀴의 공격은 성공적이었으니 이젠 우리가 남은 놈들을 쓸어버릴 차례다.
우린 비스트 테이머의 소환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바퀴벌레들과 함께 지하수로를 따라 여기까지 온 상태였다.
잠시 들어온 지하수로는 찝찝하고 굉장히 불쾌했으며 더러운 냄새 때문에 코가 마비될지경이었다. 그래도 기습을 들키는 것보단 나았기 때문에 다들 애써 참고 있는 중이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지...’
난 여기로 오기전에 그녀들에게 대략적인 작전을 설명했다.
사실 작전이랄 것도 없다. 칠흑바퀴가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을 때 우리가 얼른 들어가 특징적인 녀석들, 그러니까 히든 클래스로 추정되는 놈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거다.
이때 무조건 붙잡으려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뒀다. 이번엔 뭉쳐 다니지 않고 개인별로 돌아다닐 생각이기 때문이다. 붙잡으려다 위험에 처하기 보단 그냥 죽이거나 도주하는 편이 낫다고 말해뒀다.
“그럼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 할게. 일단 아람이는 무기가 크니까 입구에 있다가 도망가는 놈들 잡아 죽이거나 굴복시키고. 희선 누나는 아람이 옆에서 마기 때문에 폭주할지도 모르니까 보조해 줘요.”
아람이의 대형 망치를 스포츠 센터 내부에서 잘못 휘둘렀다간 건물이 폭삭 내려앉을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그녀에게 입구를 지키라고 명령했다. 혹여나 도망가는 놈들이 나중에 우릴 다시 노릴지도 모르니까 남김없이 붙잡거나 도망갈 수 없게 만들라고 말했다.
“응! 준아 믿고 맡겨줘.”
“나 이제 폭주 잘 안 하는데...”
난 귀엽게 파이팅을 외치는 희선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희선 누나도 아람이와 같이 건물 내부로 데리고 들어가기 보단 밖에 남겨 두는 편이 더 낫다.
그녀의 주된 공격 스킬인 나무뿌리 소환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싸우기 불리해진다. 또한 건물 내부에서 나무뿌리를 잘못 소환했다간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르고.
“그다음에 화영이랑 예원이는 소환사를 찾아서 붙잡고.”
스포츠 센터에 가까이 온 뒤 예원이가 비스트 테이머의 소환수 2마리를 순식간에 사냥해 준 덕에 일이 더 쉬워졌다.
심지어 예원이는 소환수에게 묻은 마력을 역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흑아랑이 냄새를 맡고 추적한다는데 코가 없는 녀석이 냄새를 어떻게 맡을 수 있는 건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일단 알아서 해라고 했다.
그리고 예원이만 보내면 조금 불안해서 화영이도 같이 보냈다.
“메르는 2층에 있을 포제션 워리어를 담당해 주고. 은지는 두건 쓴 녀석인 로버를 잡고 아름이는 블레이드 마스터를 죽이자. 회칼 들고 있는 놈이야. 알겠지?”
"알겠다."
"네! 오빠!"
"알겠어요. 벌써 3번째 말하는 거 알아요?"
2층엔 헬스장이 있는데 거기에 포제션 워리어가 상주해 있단다. 어제 붙잡은 무법자가 알려 준 정보였다. 이놈은 특히나 스탯이 뻥튀기 된 상태라고 하니 메르가 담당하기로 했다.
그리고 로버라는 놈은 두건을 쓰고 다니고 블레이드 마스터라는 자식은 허리 춤에 사시미를 차고 다닌다고 하니 이 둘도 특정하기 좋은 놈들이었다.
각각 은지와 아름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혹여나 위험하면 도망가라는 말과 함께.
“마지막으로 듀라한 너는 옥상으로 무작정 뛰어올라가 그다음 샤프슈터를 처리해라. 못 잡겠으면 그냥 죽여.”
옥상에 있을 샤프슈터는 듀라한이 대충 몸으로 공격을 맞아가며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듀라한의 갑옷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니까.
“저, 저는요?”
“너는 나랑 같이 이찬성을 죽이러 간다.”
“네.. 네!”
손하은은 사령술을 쓸 수 있으니 나와 함께 이찬성을 찾기로 했다.
그리 우리는 비명 지르는 무법자들을 하나둘씩 죽이며 스포츠 센터로 들어갔다.
그러곤 곧장 흩어졌다. 이미 무법자들과 벌레들이 한데 뒤섞여 난장판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뭉쳐 있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했다.
‘방심하지 말자..’
제발 다들 무사히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사실 칠흑바퀴 덕에 이미 반쯤은 이긴 것과 다름없는 상태지만 그런데도 방심해선 안 된다. 내가 누누이 생각하는 거지만 방심하는 놈이 제일 먼저 죽는 법이니까.
이찬성을 찾아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마주친 무법자들은 노예로 만들 시간조차 없어 모두 공양했다.
심연아귀를 난사해 복도를 돌아다니던 무법자들의 씹어 삼키고 14레벨을 달성하며 얻은 스킬인 오염된 숨결로 놈들을 쓰러뜨렸다.
오염된 숨결의 스킬 효과는 입으로 녹색 포자를내뿜어 내가 아닌 모든 타인을 중독시키는 스킬이다.
오염된 숨결은 이때까지 잘 사용하지 않았다.이 스킬은 아쉽게도 뱉어내기만 할뿐 녹색포자를 통제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옆에 있는 내 여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지금은 이미 죽은 상태라 숨을 쉬지 않는 손하은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으므로 바로 사용했다. 여기에 내 스킬로 피해 입을 사람은 무법자들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한 오염된 숨결은 상당히 효과 적이었다. 벌레 떼에 당황해 우왕좌왕 하던 놈들이 녹색 포자를 흡입하더니 미친 듯이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쓰러졌다.
“우와...”
손하은은 내가 순식간에 무법자들을 죽이자 입을 쩍 벌리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 오는 길 내내 나를 대단한 사람 보듯 올려다 본다. 물론 눈동자가 없어서 정확히 어딜 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손하은... 어제보다 더 썩어 들어간 것 같은데..’
손하은은 몸에 들러붙어 있던 살가죽이 떨어져 나가고 완전히 해골로 변하는 중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레벨도 더 올린 상태로 이제 더욱더 많은 시체를 다룰 수 있기도하고. 완연한 리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일어서라...”
지금도 죽어 버린 무법자들을 다섯 명이라 일으켜 세웠다. 비록 그녀가 조종할 수 있는 건 아직 일반 좀비에 불과하지만 몸빵을 할 수 있는 인원이 늘었음은 분명 좋은 일이지. 나중에는 특수좀비나 네임드 개체까지 다룰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진화좀비를 조종할 때쯤 되면 사실상 마트의 수호는 손하은이 담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들보고 이찬성을 찾으라고 명령해.”
“어.. 잠시만요..”
내가 명령하자 손하은은 다섯 마리의 좀비들을 조종하기 위해 눈을 감고 뭐라 중얼거리더니 이찬성인 것 같은 놈을 찾아냈다며 소리쳤다.
탕!!
그녀가 이찬성 같은 놈을 찾아냈다는 말과 동시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곧 손하은이 조종하던 좀비 하나가 머리가 터진 채로 비틀거리며 5층 제일 끝에 있던 방에서 걸어나와 복도에 쓰러졌다.
“저기 숨어 있었구만.. 라시에리아”
난 곧바로 일그러진 비늘을 전개하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걸로 3발의 탄환은 방어함과 동시에 놈에게 다시 반사시킬 거다.
“탄환 낭비시키게 좀비들부터 들여 보네.”
“네. 잠시만요.”
손하은이 조종하는 좀비들이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이찬성이 있을 방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탕! 탕! 탕! 타당!!
좀비들이 들어가는 순간 귀를 때리는 총성이 울려 퍼지며 좀비들이 총에 맞아 터져 나갔다.
“씨발..”
곧 방안에서 남성의 욕설과 함께 총을 재장전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우린 곧장 반쯤 열린 문을 발로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굉장히 어두웠다. 이찬성의 형체만이 겨우 보일 정도. 나는 곧방 변형된 시야를 사용해 어둠 속에 서있던 놈을 확인했다.
놈은 숨을 헐떡이며 들고 있던 권총에 탄환을 채워 넣었다. 그러다가 몸에 달라붙어오는 벌레들을 털어내곤 밟아 죽였다. 이미 벌레들에게 물려 상당히 상태가 안좋아 보였다.
“하아...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총에 탄환을 채워 넣던 놈은 우리를 발견하곤 굉장히 짜증스러운 어투로 중얼거렸다.
난 놈과 길게 대화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곧장 입으론 오염된 숨결을 내뱉으며 내 눈을 똑바로 응시중인 이찬성에게 13 레벨을 달성하고 얻은 스킬인 무아의 마안을 사용했다.
무아의 마안은 눈이 마주친 인간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스킬이다. 멸망 초반에 얻을까 말까 고민했던 그때 그 스킬이다. 이미 스킬의 존재는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습득은 13레벨이 되고 나서야 했다.
습득한 이후에도 사용할 틈이 별로 없어서 안 쓰던 스킬이다. 몽롱하게 만들 틈도 없이 죄다 죽이거나 사로잡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놈은 총을 다루는 적. 최대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 사용했다.
“어... 어..”
이찬성은 금세 보라색으로 반짝이는 내 눈동자에 시선을 뺏겨 자아를 잃었다. 그러곤 입을 벌리고선 침을 뚝뚝 흘린다.
그걸로 끝이었다. 놈은 방 안에 가득 퍼진 녹색 포자를 들이마시곤 콜록콜록 기침하며 쓰러져 버렸다.
“하... 쉽네.”
“아니, 무슨 스킬이 하나같이 사기 적이네요.”
손하은은 내가 손쉽게 놈을 쓰러뜨리자 당황해했다.
사실 엄청 힘겨운 싸움을 예상했지만, 다행히 상대가 그냥 총 든 바보라서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의지 스탯이 높다면 저항했겠지만놈은 내 무아의 마안에 저항할 힘도 없었다.
“뭐, 별거 아니...”
그렇게 우쭐거리며 손하은에게 답하려던 순간.
난 문득 내가 지금 상당히 방심해 버렸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깨닫자마자 내 오감에 감지된 기척을 느끼고선 허리를 숙이고 앞으로 굴렀다.
타다다다당!!!
콰장창!!!
내가 피함과 동시에 방의 창문 너머에서 총알이 빗발쳐 들어왔다.
“하하하! 그걸 피하네!?”
곧 옥상과 연결된 줄을 붙잡고서 유리창을 깨뜨리며 들어온 방독면을 쓴 남자.
그는 탄환이 다 떨어진 총을 대충 버리더니 허리춤에 있던 리볼버를 꺼냈다.
“너희들이 침입자구나? 하하하.. 꽤 화려하게 저질러줬어."
저놈이 진짜 이찬성이었다. 놈은 나에게 권총을 겨누고선 물었다.
“움직이지 마라, 침입자. 움직이면 바로 미간에 쏴줄 테니까."
놈의 위협에 나는 일단 움직임을 멈췄다. 섣불리 스킬을 쓰려다가 저 미친놈이 총을 난사하면 일그러진 비늘이 깨지며 나도 죽고 반사된 총알에 저 놈도 죽을테니까.
더구나 손하은이 방금 저 놈의 총에 맞았는지 내 뒤에서 덜그럭 거리며 고통 스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내가 피하면 손하은이 죽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마트를 지킬 녀석인데 여기서 죽게 만들 순 없지.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내가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서있자 놈이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아 참, 그리고 이름 좀 알려 줄래? 너를 내 콜렉션에 넣고 싶거든.”
물론 저딴 새끼에게 이름을 알려줄 생각 따윈 전혀 없었기 때문에 질문을 씹었다.
그러자 웃고 있던 이찬성이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무표정해졌다. 그러곤 들고 있던 리볼버의 방아쇠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방독면을 쓴 걸로 보아 녹색포자에 대항할 방법은 강구한 모양이지만 지금 내가 일그러진 비늘을 사용했다는 사실까진 모를 거다. 무안의 마안을 쓰면 간단하지만 쿨 타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방금 난사된 탄환에 일그러진 비늘이 깨져나갔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졌겠지만... 제대로 전부 피해냈다. 아직 일그러진 비늘로 막아 낼 수 있는 기회가 3번이나 있으니... 놈이 무지성으로 난사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보다 리볼버를 난사할 수 있긴 한가?’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느 늙은 영감이 리볼버를 미친듯이 난사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저놈은 심지어 각성자니 모종의 스킬을 사용할지도 모르지. 난 저런 놈과 동귀어진할 생각이 없다. 제발 저 미친놈이 한발만 딱 쏴서 반사당해 줬으면 좋겠다.
“이봐.. 내가 이름을 물었잖아.”
그런 와중 놈은 나에게 다시 한번 이름을 물었다. 이름을 묻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을 알아서 뭐 어쩌려는 거지? 저 새끼 스킬과 관련이 있는 건가.. 상대의 이름을 알아야 하는 스킬일지도 모르니 절대 알려주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하며 내가 또다시 질문을 무시하자 놈은 인상을 찌푸리며 내 발 근처로 총을 쐈다. 이놈 미친놈이라 그런지 상대를 바로 죽일 생각을 안 한다.
총을 들고 있어서 자신이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지금, 이 상황 자체를 놈은 즐기고 있었다. 자신이 우위에 서 있고 남을 압박하는 상황을.
허나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놈은 내가 질문에 대답하지 않자 이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건지 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나에게 날아든 탄환이 보호막에 가로막혀 다시 놈에게로 반사됐다.
푸확!!!
“끄아아아아!!!”
되돌아간 탄환에 놈의 어깨에 구멍이 뚫렸고 이찬성은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비틀거렸다. 지금이 기회다.
“플루토.”
놈에게 빈틈이 생긴 순간 심연아귀를 사용해 총을 들고 있던 놈의 오른팔을 앗아가려 했다.
지난번 다이소에서 살인강도와 만났을 때도 총부터 치웠었지. 일단 가장 위험한 무기부터 없애야 한다.
콰직!
“끄아아!!!”
놈은 가까스로 심연아귀를 피해 팔이 전부 씹어 먹히는 건 피했으나 총을 들고 있던 손이 반쯤 으깨졌다. 놈이 들고 있던 권총도 박살 났고.
이걸로 이제 저 빌어먹을 살인마는 반쯤 무력화 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어, 어째서!!! 끄아아아!!!”
난 양지상이 깃든 검을 뽑아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버둥거리는 놈의 반대쪽 팔에 찔렀다.
“끄아아아!! 이 개자식!! 죽여 버릴 거야!! 죽일 거라고!!!”
애새끼가 따로 없다. 이런 놈들에게 내가 겁을 먹었다니.
스포츠 센터를 지배하고 사람들을 납치 고문하며 식인 행위를 일삼던 놈들도 결국엔 그저 똑같은 인간이었다.
하나같이 예상 밖의 사태에 대처하지 못하곤 어버버 거리다 죽기 일쑤였고 자기들이 가장 강하다 믿으며 태평하게 살던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하아..”
난 울부짖는 놈의 이마에 지장을 찍었다.
‘그런데 피비린내에 코가 아플 지경이네. 뭔 놈에 사람을 이리 잡아 죽인 거야.’
놈을 무력화 시킨 다음에야 방안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다.
방엔 망가진 인간의 시체가 가득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배가 갈라져 내장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 꼴을 보아하니 저놈의 취미가 대충 짐작이 간다.
‘쇠사슬에 걸려 있는 것부터 콘크리트 기둥에 사지가 결박당해 죽어 있는 시신까지. 마치 예술품처럼 사람을 전시 해 뒀네. 미친 새끼.’
그밖에 방안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온갖 고문 도구들과 피 묻은 날붙이들을 보아하니 저놈은 여기서 인간을 가지고 논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면서 그걸 예술이랍시고 포장한 모습이었다.
내가 방안의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자 인디크론이 나에게 말해왔다.
[놈을 나에게 바쳐라.]
난 곧바로 방바닥에 떨어져 있던 메스를 주워들었다.
이찬성을 망가뜨려야 했기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