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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86화 (86/221)

〈 86화 〉 85. 몰아쳐라, 짓이기고, 망가뜨려라 (3)

* * *

“자, 어디부터 시작해볼까?”

난 메스를 놈의 눈앞에서 잡아 흔들었다.

“자, 잠깐.. 하, 항복했잖아.”

“네가 항복을 하든 말든 상관없어.”

"으윽..."

난 여전히 내 뒤에서 낑낑거리고 있던 손하은을 쳐다봤다.

“야. 많이 다쳤냐?”

“큭.. 아, 아니요..”

손하은은 눈먼 총알에 오른쪽 다리가 박살 나 있었다.

살가죽이 뜯겨나가고 부러진 뼈가 그대로 들어나 있는 몰골이었다.

“너 아까 보니까 자가 회복 스킬 있었잖아. 그거 써.”

“아, 맞다.”

손하은은 부러진 다리에 주문을 걸더니 다시 뼈를 이어 붙였다. 허나 뜯겨나간 살가죽까지는 회복이 안 되는 모양인지 오른쪽 다리만 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차오르는 살점으로 손하은의 뜯겨나간 살가죽을 회복시켜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고개를 저었다. 만약 손하은에게 달라붙어 있는 살가죽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해도 썩은 내만 날뿐이다.

“스킬사용에 익숙해져야 해. 안 그럼 죽어.”

“네..”

난 괜히 손하은에게 잔소리를 했다. 스킬은 계속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위기의 순간에 사용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도 스킬을 자주자주 사용해서 몸에 익혀두는 편이 좋다.

가령 내가 아무리 당황해도 습관처럼 촉수를 내뿜거나 심연아귀를 사용할 수 있듯이 말이다. 정작 써야 할 타이밍에 방금 손하은처럼 스킬의 존재를 까먹고 있거나 사용 못 하면 적에게 죽기 십상이다.

스킬 사용을 생활화 해 두는 편이 여러모로 생존에 유리하다.

“다리 고쳤으면 빨리 나가서 애들보고 다들 1층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전해. 괜히 여기로 올라오지 말고. 아, 그리고 시간 좀 걸릴 것 같다고도 말해 두고. 혹시나 해질 것 같으면 먼저들 들어가.”

“네!”

손하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 방해꾼도 치웠으니 이찬성과 본격적으로 놀아볼 때다.

‘보자...’

인디크론이 무언가를 달라고 요구할 때는 상대를 철저히 망가뜨린 상태로 달라는 뜻이다.

지난번 한태양 같은 경우는 눈앞에서 누이들을 따먹으며 모든 걸 놈의 탓으로 만들어 절망하게 했다. 이한석 같은 경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내인 강희선을 내가 빼앗으며 결국 마누라의 손에 죽게 만들었고.

둘 다 사랑하는 이들을 빼앗음으로서 절망감을 선사했다. 그렇게 살아갈 희망이나 의욕을 빼앗아 인디크론에게 공양하곤 만족스럽다는 대답을 얻었었지.

그런데 이번 상대는 사이코패스 엽기 살인마다. 이놈에게선 빼앗을 만한 여자도 없고 마땅히 절망시킬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가장 간단하며 상투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육체에 한계 이상의 고통을 줘 놈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거다. 더 이상 살기 싫다고 소리 칠 때쯤 되면 인디크론도 만족하며 받아먹지 않을까?

“그런고로.”

난 이찬성의 상처 부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팠다. 놈이 과연 고통을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가끔 영화나 미디어 매체에서 보다보면 미친놈들은 고통도 잘 안 느끼지 않던가. 만약 이놈이 고통을 잘 못 느끼는 놈이라면 죽지 않게 끔만 아프게 고문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고통을 느끼는 기준점이 남들보다 높다면 그만큼 더욱 심하게 상처를 입혀야할 텐데 그러다 죽어버리면 안되니까.

그래서 난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이 미친놈이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녀석이길 바랐다.

“으아아아!!!!!”

“아파?”

“아아아아아파아아아”

“겨우 이걸로 벌써 그렇게 소리치면 좀 섭섭한데.”

다행히 이찬성은 고통을 아주 잘 느끼는 친구였다. 심지어 손가락으로 상처를 후벼 판 정도로 놈은 아파서 죽으려고 했다. 이거 비명 소리를 뽑아내기 쉬울 것 같다. 다행이다. 난 혹여나 이 미친놈이 고통을 무디게 느끼면 어쩌나 싶었다.

“흐흐흐흐.”

난 놈의 상처를 헤집던 손가락을 뽑아내 손에 묻은 피를 놈의 옷에 닦아냈다. 그러곤 방안에 굴러다니던 멀쩡한 의자를 하나 가져와 거기에 놈을 앉혔다. 그다음 이방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옷을 대충 잡아 뜯어 천 조각을 만들고 놈의 팔과 다리를 의자에 묶었다.

그리 이찬성을 조리하기 쉽게 세팅한 다음, 차오르는 살점으로 놈을 말끔하게 치유시켰다. 뭐든 고친 다음에 다시 망가뜨려야 충격이 더 큰 법이니까. 이미 아픈데 더 아프게 하는 것보다 안아프게 만들어 준 다음에 존나 아프게 때려야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물론 나는 고문에 별다른 지식이나 전문성이 없으므로 그저 전부 나의 뇌피셜에 불과하지만 그냥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놈을 치유했다.

“야이 개새끼야아아이이아!!!”

차오르는 살점을 사용하자 놈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차오르는 살점은 낫는 동안 느끼게 될 아픔을 단박에 다 느끼게 만든 다음 상처를 치유하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칼에 찔리고 총에 뚫린 상처가 낫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놈은 지금 몇주간 서서히 느낄 고통을 한번에 다 느끼는 중이었다.

곧 차오르는 살점에 의해 내가 검으로 쑤셔 박았던 상처가 나았다. 또한 연달아 스킬을 사용하자 반사된 탄환에 의해 꿰뚫린 어깨의 상처도 치료됐다. 그밖에 자잘한 상처들을 모두 낫게 만들었다.

이제 다시 부술 때다. 아주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때려 부술 생각이다. 살아 있기를 더 지옥 같이 만들어 주마.

“아아아!! 그만!! 제발!! 뭐든지 할 테니까!!”

그런데 놈은 벌써 죽겠는지 그만해 달라며 비명을 꽥 내질렀다. 하긴, 차오르는 살점은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스킬이니까. 이걸로 치유 받는 것만으로도 이찬성은 정신력이 대거 깎여나간 것 같았다.

웃기는 일이다. 이찬성 본인은 이 방안에서 비명 지르는 무수한 사람들을 재미삼아 죽여 놓고 자기는 조금만 아파도 이렇게 지랄발광이라니.

난 고함치는 이찬성의 발등을 지르밟으며 물었다.

“너도 비명 지르는 사람들 살려 줬어? 아니잖아. 죄다 죽여서 무슨 작품인 것처럼 전시해 뒀네. 그런데 나보고 지금 봐달라고? 네가 한 짓을 생각해야지, 찬성아. 응? 안 그래?”

“으아아!! 죽어!! 이 개새끼야!!”

“아직 소리 지를 힘이 있나 보네.”

“이 빌어먹을 새끼야!! 네가 뭔데 나를 심판해!! 네가 뭔데!!”

“심판..?”

이놈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

난 이놈의 죄를 심판하기 위해서 고문하려는 게 아닌데.

“야. 이건 심판이 아니야. 그냥. 나도 어쩔 수 없으니까 하는 거지.”

“그, 그게 무슨 개소리...”

“나도 그냥 깔끔하게 처리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거든. 그런데 그게 안 돼. 네가 부서지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존재가 있어.”

“미, 미친 새끼..”

“그냥 잘못 걸렸다고 생각해. 꼬우면 이겼어야지. 아마 너한테 죽은 사람들도 다들 그리 생각할걸?”

솔직히 그냥 깔끔하게 죽이는 게 내 취향이라 당장 목을 베고 싶지만 그랬다간 인디크론이 화를 내겠지.

아무리 나에게 잘해준다고 해도 결국은 악신이니까. 난 을의 처지에서 그녀들을 만족하게 해야 한다. 이한석을 절망에 빠뜨리기 위해 그놈 앞에서 희선 누나를 데리고 쇼를 했듯이. 이번에는 사이코패스의 정신을 부수기 위해 내가 사이코패스 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일종의 고문 쇼다.

심지어 사람을 본격적으로 고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꽤 긴장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읏챠!!”

콰직!!

“으아아아!!!!”

일단 가볍게 이찬성의 손바닥에 메스를 박아 넣었다. 그러곤 비명 지르는 놈의 입을 더 크게 벌려 천 조각을 물고 있게끔 만들었다.

자해를 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린 상태지만 죽기보다 더한 고통 앞에선 명령을 어기고 자해를 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죽인 게 아니면 공양이 안 되기 때문에 놈이 혹시라도 혀를 깨물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찬성아. 그동안 마음대로 사람들 죽이면서 재미 좀 봤지? 이젠 네 차례가 된 거야. 약해서 나한테 진 네 잘못이야.”

“읍.. 우우...!!”

“뭐라는 거야. 알아듣게 말해야지!!!”

“우으... 흐으윽...!!!”

전기충격이라도 온종일 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장비가 없다. 전기도 없고. 잘못했다간 급사해 버릴 수도 있으니 아쉽지만 날붙이로 최대한 고통을 뽑아낼 수밖에.

“어디 보자.”

고문에 능숙하지 못한 나의 상상력엔 한계가 명확하므로 이찬성이 만들어둔 조형물들에게서 단서를 좀 얻기로 했다.

“허어... 피부를 죄다 벗겨났네. 미친새끼... 기술도 좋다.”

놈은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는 취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방안에 널려 있는 놈의 뒤틀린 작품 중 상당수가 피부가 박피되어 있었다.

“자, 찬성아. 이번엔 네가 재료고 내가 예술가야. 넌 이제 내 작품이 되는 거야. 즐겁다. 그치?”

“우우우우...!!”

“어허. 즐겁다 해야지!!! 왜 도리질해!!!”

난 놈의 오른손목에 칼을 박아 넣어 그대로 피부를 벗겼다.

'우욱... 시발... 개역겹네...'

마치 사과 껍질을 벗기듯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구토감을 억지로 참아냈다. 사람의 피부를 벗길 때의 손맛은 굉장히 역겹고 혐오스러웠다. 뭔가 쩌저적 하면서 뜯겨 나가는 감촉에 어질어질했다.

나만 이런 역겨움을 느끼기 싫어 이찬성에게 명령을 내려 자기 피부가 실시간으로 벗겨지는 장면을 보게 만들었다. 상상 이상으로 피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비릿한 피 냄새는 언제 맡아도 불쾌하다.

결국 중간중간 상처 부위를 차오르는 살점으로 치유해줬다. 나야 쉽게 죽여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아릿한 피비린내에 인상을 찌푸리며 놈이 볼 수 있게끔 팔을 들어 올려 상처 부위를 눈앞에 가져다 대고서 바닥에 널려 있던 사포를 하나 집어 들곤 피부가 벗겨진 상처를 문질렀다.

“우우우우!!!!!!!!!!”

­덜컹! 덜컹!!

의자에 앉은 이찬성이 자지러지며 앞뒤로 몸을 흔들었다. 지린내가 확 풍겨 와 확인해보니 놈은 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닦아 줄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그냥 그대로 내버려뒀다. 밖에서 내 여자들이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빨리 끝내고 나가야지.

“자, 오른팔 다 벗겼다.”

“으으윽.. 으으으으으으으!!!!”

재갈물린 입으로 무언가 증오 어린 말을 토해내려던 이찬성.

역시 15레벨의 각성자는 쉽게 굴복하지 않는 단 걸까. 아직도 힘이 넘친다. 아쉬울 따름이다. 빨리 삶을 포기하는 편이 나도 좋고 너도 좋을 텐데...

난 망치와 못을 가져와 놈의 손가락 끝에 하나씩 박아 넣었다.

“으어!! 그마!! 그마아아!!!”

그만이라고 외치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발음이 죄다 새고 있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웠다.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돈가스용 망치를 집어 들어 놈의 뼈를 쪼갰다. 이번엔 손끝이 아닌 발부터 시작했다.

신발을 벗기고 놈의 엄지발가락을 내려찍자 놈은 거칠게 도리질 하며 눈물을 쏟아 냈다. 물론 그런 거로 동정심을 느끼지도 않을뿐더러 멈출 생각도 없었다.

식당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물건이 여기에 굴러다닌단 말은 이놈도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의 뼈를 으깨놓고 즐겼단 소리니까.

그리 종아리를 터트리고 무릎까지 부수자 놈은 똥오줌을 지리며 제발 그만해 달라고 빌어댔다. 재갈물린 입 너머로까지 놈이 비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난 놈의 다리를 치유했다. 대충 되는 대로 스킬을 때려 박자 상처 부위가 깔끔하게 나았다.

낫지 못해야 정상인 상처가 억지로 다 나아서 그런지 놈은 더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듯했다. 그리 상처를 치유하곤 다시 처음부터 엄지발가락을 망치로 내려쳐 부쉈다.

그 짓을 몇 번 반복하자 놈은 움찔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뭔가 생각이 많아진 표정이다. 그러면 안 되지. 어디서 감히 고문당하는 주제에 생각을 많이 한단 말인가.

난 참을 수가 없어 놈의 눈꺼풀과 입술, 코를 칼로 뜯어냈다. 살아 있는 인간의 살점을 뜯어내다 보니 헛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참아야 했다. 나는 지금 미친놈을 연기 중이니까.

‘인디크론이 아직 오케이 싸인을 내리지 않았어.. 좀 더 원하는 거겠지. 젠장.’

아직 인디크론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인디크론은 만족스러울 때면 박장대소를 하며 만족스럽다고, 이제 그만 죽이라고 싸인을 보내니까.

“하아.. 이것도 꽤 힘들구나. 사람이 할 짓이 아니네. 너는 도대체 이 짓을 무슨 재미로 한 거냐? 존나 역겹고 토악질 밖에 안 나오는구만.”

사람 하나를 죽지 않게끔 조절하며 부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일이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고통을 줘야 한다는 부분이 특히나 어려웠다.

조금만 삐끗해도 바로 죽어버릴 테니까. 나는 놈이 죽지 않게 온 신경을 다 써야했다. 그런데 이놈은 이런 신경 날카로워지는 짓을 그저 재미로 했다니.

나는 도저히 재미로는 못하겠다. 그래서 재미추구가 아니라 지식추구로서 이찬성을 망가뜨리기로 했다. 차오르는 살점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이 녀석으로 실험해볼 생각이다.

그리 톱과 망치, 나이프로 이리저리 자르고 부수자 놈은 침을 질질 흘리며 자꾸만 기절하려고 했다.

고통에 발버둥 치다가도 문득문득 의식이 끊기는지 고개를 푹 숙이는 이찬성. 나는 놈이 순간순간 정신을 놓으려 할 때마다 몇 번이나 뺨을 때려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나중엔 그마저도 통하지 않아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물론 이젠 허벅지를 쑤셔도 반응이 별로 없어졌다.

“야, 야. 찬성아.”

“으어...”

“그래. 아직 죽으면 안 된다?”

“으으. 그으으 마아아.”

“아직 안 돼. 조금만 더 참아.”

“으아으앙아앙아!!!!!”

난 놈에게 절망을 주기 위해 즐거운 듯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이고서 넋이 나가 버린 이찬성은 언어로 형성되지 못한 날것 그대로의 비명을 내질렀다.

놈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었다. 곳곳에 못이 박혀 있었고 으깨지고 달라붙고 다시 으깨지기를 반복한 양다리는 이제 치유가 되지 않았다. 완전히 망가져 버린 거다.

이번 참에 나는 차오르는 살점 스킬에 대한 많은 실험을 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재미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일단 차오르는 살점은 동일한 부위를 회복시키는데 있어 횟수에 한계가 있었다.

가령 이찬성의 오른쪽 다리를 대략 어림짐작으로 열두 번쯤 아작 내자 더는 치유시키지 못했다. 완전히 망가졌다는 의미였다.

그리하여 정확히 몇 번 만에 완전히 박살 난 걸로 취급하는지 궁금해서 이번엔 놈의 왼쪽 다리를 깨부수고 치유하길 다시 열한 번쯤 반복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더 이상 치유가 안 됐다.

‘대략 열두 번에서 열한 번 사이.’

같은 부위의 상처는 그 이상으로 치유시키지 못했다. 또한 결손 된 부위는 잘려 나간 부위를 가져다 대고 있으면 다시 붙는단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찬성의 손가락을 땠다 붙였다 반복하다 보니 알게 된 건데 붙일 손가락을 아예 소실시키면 재생성 되지는 않았다. 상처 부위기 아물 뿐이지 손가락이 자라나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니 팔이 잘리거나 손이 썰리면 잘려 나간 신체 부위가 있어야지만 다시 붙일 수 있단 소리다.

여기서 나는 재미난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됐는데, 꼭 손가락의 위치에 손가락만 붙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놈의 엄지발가락을 잘라 내서 엄지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붙이자 비교적 잘 움직였다. 그래서 이번엔 놈의 양 손목을 잘라 왼손과 오른손을 바꿔 끼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금 삐걱 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신경이 이어 붙은 건지 움직이긴 움직였다.

다음으로 자신의 신체 부위가 아닌 것은 어떨까 싶어 복도에 죽어 있는 비교적 멀쩡한 무법자의 시체를 하나 끌고 와서 실험해 봤다.

실험 결과 이것도 대성공이다. 놀랍게도 지금, 이찬성에게 붙어 있는 손가락은 전부 이놈의 손가락이 아니다. 끌고 온 무법자의 손가락이었다. 이게 가능하단 소리는 신체 부위를 바꿔 끼울 수 있단 의미였다.

가령 암시장에서 육체 능력이 압도적인 노예를 구입한 다음 놈의 신체 부위와 내 신체 부위를 바꿔 끼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고통만 참을 수 있다면.

그럼 눈동자는 또 어떨까. 이번엔 놈의 눈알로 실험해 보기로 했다.

“자, 찬성아. 눈 떠야지.”

“주겨져.. 주겨져여..”

“아. 진짜. 안 된다니까!!”

난 놈의 왼쪽 눈을 송곳으로 찔러 수정체를 휘휘 저었다. 너무 깊숙이 찌르면 뇌에까지 송곳이 닿아 죽어버릴까 봐 상당히 힘을 조절한 상태였다.

“끄아아아!!!!”

곧 왼쪽 눈이 박살 난 이찬성. 스킬을 사용하자 눈이 느리지만 치유가 된다. 눈동자마저 고쳐내는 스킬이다.

이 다음으로는 샐러맨더를 불러내 신체 부위를 불로 태우기도 했다. 어디까지 치유가 가능한지 보기 위해. 불을 붙이자 놈은 죽여달라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타는 고통이 가장 아프다더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럼 이번엔 뽑아보자..”

그리 나는 좀 더 이찬성을 통해 스킬의 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나는 차오르는 살점이 상상 이상의 가능성을 가진 스킬임을 깨달았다. 이걸로 어쩌면 키메라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하하! 피비린내와 놈의 오줌 지린내가 여기까지 풍기는 듯 하구나. 이제 됐다. 그만하면 충분해. 반응도 별로 없어 보이고.]

“아, 넵.”

이찬성은 이제 내가 건들여도 별로 반응이 없었다. 고통의 한계를 넘어서자 뇌가 자동으로 꺼져 버린 듯했다. 놈은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들 마냥 망가져 버렸다.

“바칩니다.”

난 아무 반응 없는 놈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선 녹여 버렸다. 곧 부르르 떨던 이찬성이 죽고 인디크론의 만족스러운 웃음이 들려왔다. 또한 뭔가 아드득 빠드득 씹어 먹히는 소리도 들렸다. 악신의 인신공양 ASMR은 들을 때마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아...”

온몸이 피범벅이다. 중간부턴 스킬을 실험한다는 명목하에 놈의 몸으로 너무 다양한 짓을 저질러 버렸다.

“어질어질하네.”

고어한걸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하다 보니 어찌 잘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쯤 지났나...’

밖에서 내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실험을 해야만 했다.

‘우욱.. 다 끝나고 나니 뭔가 역겹네...’

놈을 부수던 중에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사이코패스 고문관을 연기했지만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오고 나니 상당히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감각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난 얼른 놈을 방안에 버려둔 다음 나왔다.

이제 이찬성은 자신이 만든 작품들 속에 본인 스스로도 하나의 작품이 되어 언제든 썩어가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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