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89. 평화로운 첫날 밤
* * *
월요일이 된 순간 진화좀비 몇마리가 마트로 뛰어들었다.
쾅!! 쾅!! 쾅!!
레버넌트의 대검이 1층 입구에 세워져 있던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있다.
밀어닥치는 레버넌트의 거센 공격에 곧 입구가 뚫릴 것만 같았다.
“시발...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시발!!”
하진성은 1층 입구를 부수고 있는 레버넌트를 보는 순간 몸이 덜덜 떨렸다. 지난주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김일우와 김민준을 비롯한 마트의 초기 멤버들이 대거 죽어 나갔던 그날이 떠오르자 하진성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장 날짜로 치자면 일주일도 안 된 일이니까. 애써 잊으려 노력 해 봐도 아직은 완전히 잊기가 어려웠다. 너무 최근의 일이라서. 또한 그들과 워낙 친하게 지냈던 탓에 더욱더 힘들었다.
“시발.. 시발! 우린.. 우린 다 죽을 거야!”
결국 하진성은 PTSD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드라우그의 손에 뜯겨 나가고 웃고 있는 레베넌트가 생존자의 머리통을 씹어 삼키는 장면들이 재생된다. 김일우가 터져나가고 김민준이 으깨지며 이은혜가 찢기는 장면들이 플레시 백했다.
그렇게 하진성은 헛것을 보며 전의를 상실했다. 순식간에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져 횡설수설하며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본 하진우가 형에게 달려왔다.
“형! 형!! 야 이 시발아!! 정신 차려!!! 갑자기 왜 이래!!”
하진우의 고함 소리에 겨우 고개를 든 하진성. 그는 멍청한 표정으로 동생을 올려다 봤다.
“지, 진우야..”
“형! 정신 차려! 미쳤어?! 갑자기 왜 지랄인데!! 빨리 일어나라니까! 이번엔 사람들도 더 많아. 지난번처럼 허망하게 안 당한 다고!”
하진우는 여전히 멍청하게 자기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던 형의 뺨을 연달아 몇번이나 때렸다. 어찌나 강하게 때렸던지 하진성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진성은 아찔한 충격에 눈물이 핑 돌며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래.. 맞아.. 내가 잠시 미쳤나보다. 미안하다, 동생아.”
하진성은 얼른 주위를 둘러봤다.
조준이 바삐 돌아다니며 각성자들을 대거 노예로 사로잡은 덕에 지난주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히든 클래스인 포제션 워리어와 무지막지하게 강한 듀라한도 1층에 있고 메이지 클래스도 셋이나 대기 중이다. 질 수가 없는 인원들에 하진성은 조금 용기가 솟아올랐다.
'무엇보다 칠흑바퀴가 여길 지키고 있다.'
겨우 드라우그와 레버넌트 따위에게 질만한 전력이 아니다.
“그리고 형. 저놈들 지난주보다 수가 적어. 각 잡고 우리 죽이려고 몰려온 게 아니라 그냥 주위에 있던 좀비가 진화해서 여기로 다짜고짜 온 거 같다고. 체계고 뭐고 없는 놈들이야. 우리들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그제야 하진성은 제대로 앞을 볼 수 있었다.
1층 입구를 부수고 있는 건 드라우그 두 마리와 레버넌트 한 마리가 전부였다. 지난주처럼 무자비하게 몰려와 다 때려 부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저들은 소수고 우리는 다수다. 저것들은 여길 침범할 수 없다.’
하진성은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다. 흔들리던 정신이 이제야 좀 안정적으로 변했다. 물론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진짜 저것들이 다야?”
“일단은 저놈들이 다야. 저것들만 조지면 돼. 인근에 좀비 자체가 줄어 있던 상태라 그런지 몇 놈 없었어.”
그동안 칠흑바퀴가 돌아다니며 좀비들의 몸에 죽어라 알을 깐 덕에 마트인근엔 좀비들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스포츠 센터를 습격한다고 하수도에 숨어 있던 좀비들까지 깡그리 박멸한 덕에 조준이 자리 잡은 우리마트 인근은 좀비 청정지역이나 다름없었다.
그 덕에 마트로 다가오는 진화 좀비는 십여 마리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옥상에 있던 이들의 스킬에 다 죽어나가고 있는 중이고.
물론 반대급부로 죽은 시체들의 살점이 녹아내리며 스켈레톤들이 끝도 없이 불어나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아무도 거기까진 파악하지 못했다.
“야! 하진성 언제까지 거기서 질질 짜고 있을 거야! 빨리 일어나서 밥값해!!”
드라우그의 정강이를 차며 강은정이 툴툴거렸다. 워낙 자주 몸을 섞다 보니 묘하게 강은정에게 연심을 품고 있던 하진성은 흘러내리던 코피를 슥 문질러 닦곤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어! 일어난다고!”
곧 다시 싸울 각오를 다진 하진성이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 동생도 강은정도 다들 자신을 응원해주는데 일어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발!! 싸우면 될 거 아냐!”
그는 다시 용기를 가지고 마트로 들어오려는 드라우그와 싸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하나뿐이던 레버넌트는 듀라한 구교한이 홀로 잡아 죽이는 중이고 남은 드라우그 한 마리도 포제션 워리어 이훈과 다른 각성자들이 역할을 분담해서 패 죽이고 있었다.
곧 하진성도 동생과 강은정을 도와 드라우그를 죽일 수 있었다. 확실히 각성자들의 인원수가 늘어나니 훨씬 상대하기 쉬워졌다.
특히나 시기적절하게 드라우그의 머리통에 틀어박힌 황수민과 두 메이지들의 마법 덕에 상처 하나 없이 이길 수 있었다.
“하아. 하하하. 별거 아니네!”
드라우그의 시체를 밝고 선 하진성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공포의 대상이던 녀석들을 자기 손으로 잡아 죽였다고 생각하니 절로 자신감이 샘솟았다. 그리 그는 지난주의 참사를 잊으려 노력했다.
하진성이 기운을 되찾자 1층에 모여 있던 다른 각성자들 전부 환희에 차서 서로를 칭찬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저기 이것들.. 제가 가져도 되죠?”
그때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손하은이 물었다. 딱히 좀비의 시체 따위 쓸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하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손하은은 듀라한에게 부탁해 드라우그와 레버넌트의 시체를 끌고 구석으로 갔다. 그러더니 뭔가 주문을 중얼중얼 외며 좀비들을 되살려 내려고 했다.
“아... 아직 안 되는 구나..”
허나 실패한 듯 손하은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일어서려던 좀비들이 철퍼덕 넘어지는 모습이 뭔가 웃겼다. 마치 애가 혼자 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하진성은 문득 오늘 밤이 굉장히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는 지난번처럼 몰려오지 않아서 좋다.. 앞으로도 이렇게 좀 평화롭기를..’
하진성은 어쩌면 오늘 밤은 이대로 지나갈 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을 했다. 이대로 그냥 이 밤이 끝나길 바랐다.
그렇게 그는 애써 낙관적인 생각을 이어 나가려 했다. 그런데 억지로 밝은 미래를 꿈꾸려는 그의 귓가에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키히히히.
그건 웃음소리였다.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에 하진성은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어딘가 신경이 거슬리고 불쾌한 소리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 들었던 여자 귀신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 같았다.
“자, 잠깐! 다들 조용히 해 봐!”
“형 또 갑자기 왜 그래?”
“쉿.. 뭔가, 뭔가 안 들려? 이거.. 들어봐. 무슨 여자인지 애새낀지 뭔가 웃고 있는 소리 말이야.”
“뭐..? 어...? 어. 이게 뭐여..”
하진우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무언가 웃고 있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키히히히히.”
곧 1층에 있던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무언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전원 자기 등 뒤에 무언가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 뭐야!!”
하진성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숨통을 조이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괜히 더 크게 소리 지르며 뒤를 돌아봤다.
“...”
아무것도 없다.
분명 무언가 뒷목을 쓰다듬으며 볼을 만진 것 같았는데.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시.. 시발...”
곧 하진성은 욕을 내뱉으며 다시 뒤돌아섰다.
“어?”
이번엔 1층에 모여 있던 모두가 사라졌다. 하진성 혼자 마트에 서 있었다.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마트에 있던 사람들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았다.
“지, 진우야!! 은정아..! 조준 형님!”
하진성은 겁에 질려 동료들을 불렀다.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키히히히..
찾던 동료들은 오지 않고 대신 뭔가 와선 안 되는 것이 마트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두려움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 뭐냐고..."
거무죽죽한 외관에 머리카락을 축 늘어뜨린 여자가 어느 새 자신과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거기 서 있었다는 듯이.
뚝.. 뚝...
여자의 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여자는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또한 손끝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피부는 이상하리만치 창백했고 눈동자는 초점 없이 활짝 뜨여 있었다.
후웅..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1층 곳곳에서 피어오르던 횃불을 꺼버렸다.
곧 순식간에 어둠이 몰려왔다.
“시.. 시발..”
하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인을 쳐다 봤다.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한 눈 팔았다간 갑자기 자기 앞에 서있을 것 같아서.
철퍽.. 철퍽..
이상하게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렸다.
불쾌한 침묵이 감돈다. 홀로 남았다는 두려움에 하진성은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았다.
곧 그에게 한걸음 두 걸음 천천히 다가가던 여자는 늘어뜨린 머리카락의 갈라진 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하진성을 노려봤다.
크게 떠진 불그스름한 눈동자. 핏줄이 가득 선 그 꺼림칙한 눈으로 여자는 하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활짝 미소지었다.
일본산 공포 영화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기괴한 모습에 하진성은 패닉에 빠졌다.
마트로 침입한 귀신이 내뿜는 음울한 파장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또한 왠지 1층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는 기분이 들며 불쾌한 냄새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곧 여인이 다시 걸음을 옮겨 하진성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어째선지 그는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선 채로 가위에 눌린 듯. 도망치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왜... 왜 나한테... 왜...”
하진성은 자신을 향해 검은 흙탕물을 뚝뚝 흘리며 다가온 귀신 때문에 몸이 덜덜 떨렸다.
결국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잡았다.”
그때였다.
하진성의 바로 뒤까지 다가온 이훈이 확 여인의 목을 낚아챈 건.
“어..?”
순간 눈을 질끈 감고 있던 하진성은 얼빠진 얼굴로 다시 눈을 떴다.
당장 죽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눈앞에 있던 귀신은 사라져 있고 꺼졌던 불도 다시 켜져 있었다. 사라졌던 사람들도 다들 돌아와 있었고.
“하아... 사, 살았다...”
곧 하진성은 주저앉았다.
방금 보았던 것들이 전부 꿈만 같았다.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으니 하진우가 다가와 물었다.
“형. 혼자서 뭐 해?”
“어? 뭐 하냐니? 방금 우리 다 같이 귀신 봤잖아?”
“형. 진짜 오늘 왜 이래. 형 혼자 계속 멍하니 서 있었잖아. 이훈씨가 형 어깨 건드니까 갑자기 쓰러지던데?”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형 그냥 오늘은 올라가서 자라. 피곤한가 본데 괜히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하진성은 당황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다들 아무 것도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단 사실에 그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다 같이 귀신의 웃음소리를 듣고 함께 두려움에 떨고... 어.. 아닌가? 뭐지..’
이미 귀신의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하진성은 혼자 홀려 있던 상태였다. PTSD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순간부터 하진성은 귀신들의 표적이 되어 있던 상태였다.
만약 이훈이 발 빠르게 하진성의 몸에 들러붙은 귀신을 때어내지 않았다면 그는 내일 아침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구나. 위험한 놈들일세..’
포제션 워리어 이훈은 이 일련의 사건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트에 침입한 진화좀비들을 죽이고 호기롭게 소리치던 하진성은 갑작스럽게 허공을 응시하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훈은 뭔가가 하진성을 속박 중임을 깨달았다.
‘이게 홀리는 거군.’
이후 그는 좀 더 하진성을 관찰하다 그에게 들러붙은 귀신을 때내기로 했다.
이훈은 멍하니 서 있던 하진성의 어깨에 들러붙어 하진성의 목을 긁어대던 귀신을 낚아챘다. 귀신 또한 영혼. 포제션 워리어인 이훈의 도핑 재료다.
“잘 먹겠습니다.”
이훈은 남들이 보지 않을 때 꽉 붙잡고 있던 악귀를 집어삼켰다. 쫙 벌어진 그의 입으로 거무죽죽한 영혼이 하나 빨려 들어갔다.
*****
“플루토.”
조준은 옥상에서 스킬을 사용해 마트로 날아들던 귀신들을 잡아 죽이고 있었다.
악신의 사도인 조준은 귀신 따위에게 홀리지 않았다. 허나 옥상에 있던 몇몇 각성자들은 귀신에게 홀려 난간 너머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그 결과 조준은 자신의 여자들만 남겨두곤 나머지 각성자들을 전부 아래로 내려 보냈다.
‘그런데 이것들은 공양이 되나?’
그는 곧장 귀신 하나를 심연아귀로 물어뜯으며 인디크론에게 공양해봤다.
“바칩니다.”
[흐음.. 싱겁구나. 그다지 질 좋은 공양물은 아니다. 내키지 않아..]
“아하... 주의하겠습니다..”
놀랍게도 영체는 인신 공양이 가능은 했다. 허나 별로 기뻐하지도 않고 오히려 껄끄러워한다.
마치 고양이가 길거리에서 잡아다 준 선물을 받은 집사 같은 반응이다.
‘어..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다. 악마에게 오염된 영혼을 바치려고 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아예 먹기 싫다고 거부하더니 이번엔 받기는 받는데 즐겁진 않아 보였다.
이런건 공양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은지야.”
“응? 오빠 왜?”
“1층에 포제션 워리어 좀 데려와 줘. 누군지 알지?”
“응. 이훈?”
“어. 그놈 좀 데리고 와봐.”
“알겠어!”
곧 이훈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부르셨습니까?”
“어. 야. 너 이거 귀신..”
“흡수 됩니다. 벌써 몇 마리 먹었습니다.”
“오.. 빠른데. 그럼 혹시 귀신이 감지도 돼?”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허... 네가 오늘 마트 지켜라. 그냥 이참에 낮밤 바꿔.”
“예. 알겠습니다.”
포제션 워리어인 이훈은 귀신까지 잡아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영체들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도 있다고 하니 조용히 숨어들어내부에서부터 터트리려는 귀신들을 쉽게 잡아 죽일 수 있겠다. 물론 혼자서 마트 전체를 커버하기는 힘들 테니 실종자들의 숲에 들어가야 함은 변함이 없다.
‘그나저나 귀신들 천적이 우리 쪽에 있었군...’
이훈을 사로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훈 본인도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잃었던 만큼 충당할 수 있겠다면서 허공을 날아다니며 귀곡성을 내지르는 귀신들을 향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해외직구 고급 프로틴을 선물 받은 헬창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훈 덕에 당장 귀신들의 공격을 막아 냈고... 뜻밖에 좀비들은 잠잠하다... 문제는 미처 처리하지 못한 시체들.’
업데이트 내역에선 분명 훼손되지 않은 비교적 멀쩡한 시체들이 다시 스켈레톤으로 되살아난다고 했다.
‘하수구에 있는 시체들이 죄다 스켈레톤으로 변하겠군...’
좀비는 워낙 많이 죽여서 개체 수가 줄어 있는 상태였지만 시체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기에 곧 마트 주변은 뼈다귀들로 가득해질 터였다.
‘스켈레톤에겐 알을 깔 수도 없고... 칠흑바퀴가 무용해진다.’
칠흑바퀴의 강점은 무지막지한 수의 새끼들에 있다. 그리고 새끼를 낳으려면 좀비나 사람의 몸에 알을 까야 하는데 이제 거리엔 좀비보다 해골들이 더 많이 돌아다닐 테니 칠흑바퀴의 효용성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하아.. 역시 영원한 건 없는 법이지.”
새로운 소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나는 16레벨이 되면서 새로운 스킬을 하나 얻었다.
‘혼돈관측.’
[혼돈관측: 업을 소모해 혼돈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혼돈의 존재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심연관측이 심연의 존재들과 계약할 수 있게 해준다면 혼돈관측은 카쉬낙스의 수하들과 계약이 가능해진다.
‘더욱이 영구계약 스킬이 업그레이드 됐다...’
[영구계약(2): 이계의 존재와 영구적인 계약을 맺어 그들을 소환수로 삼을 수 있습니다. 관측 스킬의 증가로 슬롯이 늘어납니다.]
혼돈관측을 습득하는 순간 영구계약 스킬이 업그레이드 됐다. 이제 영구계약이 가능한 소환수는 총 여섯 마리. 중요한 건 심연과 혼돈의 슬롯이 따로 구분되어 있단 점이다.
심연의 존재 세 마리, 혼돈의 존재 세 마리. 이렇게 계약이 가능하다.
지금 내가 계약중인 존재는 키시리아와 칠흑바퀴 둘뿐이다. 나는 오늘 밤 그동안 모아온 업을 전부 소모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슬롯을 전부 채우고 싶다.
‘물론 이것도 운빨이지만..’
이때까지 내가 키시리아와 칠흑바퀴 말고 다른 소환수를 얻지 못했던 이유는 심연관측을 사용해도 나에게 반응하는 존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반응하는 놈들이 있더라도 굳이 아깝게 슬롯을 낭비할 가치가 없는 조무래기들인 경우도 몇 번 있었고.
내 행운이 666인데 쓸모 있는 놈이 이 정도로 안뜰 수 있단게 놀라울 빠름이다.
'오늘 밤은 제발..!'
가챠운이 있기를 기도하며 심연관측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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