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94. 다시 방문한 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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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의 목걸이와 피렌체의 혈석반지는 효과를 떠나서 외관 자체가 상당히 아름다웠다. 세계가 멸망하지만 않았다면 이거 2개 팔아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호사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구매하려 했을 것 같은 비쥬얼이니.
‘그런데 이걸 누구한테 끼워주지?’
창성의 목걸이는 근력, 민첩, 체력 스탯을 30이나 떨어뜨린다. 30이나 되는 스탯이 떨어지면 전투에 굉장한 지장이 생길 거다. 나와 메르야 깡스탯 자체가 90대로 높으니까 이걸 착용해도 상관이 없겠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30이나 되는 스탯이 떨어지면 문제가 많을 것 같았다.
‘육체 능력이 떨어지니까 근접전을 주로 하는 전사계열은 차라리 안 끼느니만 못해. 내가 착용하던지 드루이드인 희선 누나가 착용하는 편이 낫다... 아니면 네크로맨서인 손하은이나 메이지인 황수민이 끼고 있어도 괜찮겠네.’
여려 후보가 떠올랐지만 일단은 내가 착용하기로 했다. 마트엔 상주해 있을 인원이 많으니까 더 위험한 곳으로 갈 내가 이걸 착용해서 소환수를 불러내고 스킬을 난사하는 편이 더 낫겠지.
‘소환수도 늘어났고.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까. 다음으로 혈석 반지는...’
혈석반지를 착용하고 있으면 종족이 변화한다. 그럼 클래스도 따라서 바뀔 확률이 높았다. 불길한 초커를 끼고 있던 구교한이 듀라한으로 변했듯 이걸 끼고 있으면 아마 흡혈귀로 변화지 않을까 싶다. 피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으니 십중팔구 흡혈귀 전직 아이템이다.
‘착용한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설명에 오래 사용해야 종족이 변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이 혈석 반지를 끼고 있어야 하겠지.
‘그런데 일행들 중에 뱀파이어로 바꿀 만한 사람이 있나?’
지금와서 클래스를 변경하기엔 이미 다들 각자의 전투 스타일을 구축한 상태다. 갑자기 클래스가 변경되면 이전까지의 레벨은 초기화되고 처음부터 다시 전투 스타일을 맞춰야 하니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가령 예원이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녀는 나를 공격하러 왔을 때는 근접전투를 몸에 익힌 상태였었지만 나에 의해 처녀막을 잃고 타락하며 클래스가 법사계열로 바뀌었다. 그덕에 새로운 전투 방식을 몸에 익히느라 초반에 조금 힘들어했었다.
그리고 하린이나 희선 누나, 메르, 아람이 같은 경우는 이미 본 클래스가 너무 좋아서 다른 클래스로 바꾸기 아쉽고 예원이나 은지도 꼭 필요한 클래스다. 남은 사람은 소드댄서인 아름이인데...
‘그냥 화영이한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아니, 화영이 한테 주는게 맞는 선택이야.’
어차피 화영이는 지금도 흡혈귀니까 혈석 반지를 착용하고 있어도 별 문제없겠지. 갈증이야 내 피 한 방울이면 해결되고. 여기서 더욱 큰 갈증을 느낀다고 해도 별문제 없을 거 같다.
무엇보다 지금도 초고속 재생 스킬을 익히고 있어서 자체 치유가 가능한 화영이가 혈석 반지까지 끼고 싸우면 과연 죽일 수나 있을까 싶다. 전투 중엔 실시간으로 적에게 출혈을 일으킬 테니 상처 입는 것보다 치유되는 속도가 더 빠르겠지.
'정말 뒤 없이 날뛸 수 있을거야..'
더욱이 이미 흡혈귀인 화영이가 끼고 있어야 혈석반지가 파괴되는 걸 막고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구교한이 차고 있었던 초커는 구교한을 듀라한으로 전직시킴과 동시에 파괴됐었다. 내 생각엔 이 혈석반지도 착용자를 흡혈귀로 바꾸는 순간 파괴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미 흡혈귀인 화영이가 끼고 있으면 반지가 파괴될 걱정 없이 영구히 쓸 수 있으리라. 아무리 생각해도 화영이 말고는 쓸 사람이 없다. 결국, 나는 혈석반지를 화영이에게 주기로 했다.
“오..! 엄청 예뻐! 고마워요, 오빠! 이거 은지 언니한테...”
“어허. 너만 몰래 주는 거니까 자랑하지 마.”
“헤헤.. 네~!”
화영이는 반지를 받자마자 왼손약지에 착용했다. 그러곤 신나서 빙그르르 돌며 반지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갑자기 은지에게 자랑한다고 말하려 해서 얼른 말렸다.
안 그래도 둘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라이벌 관계인데 내가 반지를 화영이에게 선뜻 줬다고 하면 은지가 분명 삐질 거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었다.
“그런데 화영아. 뭔가 막 갈증이나 그런게 느껴져? 이상한 느낌이라거나.”
“흐음.. 별로 잘 모르겠어요. 변화라면 오빠가 좀 더 맛있게 보인다는 것 정도?”
“허...”
화영이는 그리 말하며 실없이 웃었다.
나는 기왕 화영이에게 혈석반지를 주는 김에 자리를 깔고 앉아 그녀에게 목덜미를 내줬다. 슬슬 피를 먹일 때가 됐기 때문이다.
“쭈룹... 하아.. 역시 오빠 피가 최고야..”
그녀에게 피를 먹이다 보니 내가 없을 일주일 동안 화영이가 먹을 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영이는 내 피로 마력을 회복하니까 내가 없는 동안 그녀가 먹을 수 있게끔 피를 미리 뽑아 둬야겠지.
“그런데 피 뽑아 둬도 보관할 냉장고가 없는데..”
“어... 아직 날이 추우니까. 밖에 보관하면...”
그런데 막상 피를 뽑으면 이걸 어찌 일주일이나 보관할지 막막해졌다. 냉장고라도 있었으면 넣어 두면 될 테지만 전기가 끊겼으니 답이 없다. 상온에 피를 그냥 내버려 두면 안될텐데. 더구나 점점 날이 풀리고 있어서 더 위험하다.
물론 내 피를 먹을 수 없다면 노예 중에 아무나 한 명 붙잡아서 피를 빨면 된다. 하지만 화영이가 말하길 음문이 새겨진 이후로 다른 인간의 피에선 묘한 누린내가 나서 먹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방법이 없나...?'
그리 1층에서 화영이화 함께 피를 신선하게 보관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주변을 약탈하러 나갔던 하진성과 듀라한을 포함한 각성자 다섯이 마트로 돌아왔다. 그들은 마트 카트에 물건을 가득 실고 왔다. 뭔지 모를 기계도 실려있었다.
요즘 하진성과 그의 부하들은 무슨 약탈자 마냥 인근에 집이며 상가며 온갖 곳을 털고 다니니 쓸 만한 물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형님!”
“어. 왔냐.”
“예! 형님. 이것 좀 보시죠!”
“그게 뭔데?”
“발전기 입니다! 휴대용 발전기요! 근처 창고에서 몇 개 주워 왔습니다.”
"뭐? 와.. 진성아. 네가 한 건했다."
냉장고가 없어서 피가 상하면 어쩌지 고민 중일 때 때마침 하진성과 노예들이 소형 자가 발전기를 찾아왔다.
'이제 이걸로 냉장고를 가동할 수 있겠다. '
이후 근처 주유소에서 가져온 기름을 휴대용 발전기에 넣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발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트전체에 전력을 보충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냉장고 몇 개는 충분히 돌아가고도 남을 정도라고 하니 당장 상할 것 같던 음식들과 내 피가 든 유리병을 냉장고에 넣어 뒀다.
“이걸로 이제 당분간 뭐 상할 걱정은 없겠네.”
“그러게요. 그래도 신선한 오빠 피가 최고니까. 빨리 돌아와요.”
“알겠어. 아주 내 피밖에 몰라.”
"그, 그런게 아니라!"
난 안겨드는 화영이를 마주 껴안고 그녀와 입을 맞췄다. 그녀는 나를 따라 실종자들의 숲으로 가지 못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하린이와 희선 누나는 숲을 돌아다닐 때 꼭 필요하고 은지는 가위바위보를 이겼으니.
그리 시간이 더 지나고 드디어 금요일 저녁 9시 55분이 됐다.
나는 마트 2층에 있던 직원 휴게실의 문 앞에 섰다. 지난날 구울들과 레버넌트들의 습격으로 옥상 출입문이 박살 났기 때문이다. 잔해는 치웠지만 문이 없으니 다른 문을 이용해야 했다.
“이번에도 혼자 가게?”
“어. 금방 다녀올게. 이번엔 이상한 일 안 일어날 거야.”
아람이가 걱정스럽게 물어봤다.
지난번엔 진짜 암시장에서 못 돌아올 뻔 했으니.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거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가이드를 불러 할일만 빠르게 해결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다녀와요!”
“주인, 거긴 위험한 장소니까 항상 조심해라.”
“걱정 마. 가이드도 있잖아.”
“그 체셔라는 자말인가?”
“응. 메르도 알지?”
“그래. 알다마다. 체셔라면 믿을만 하지..”
“오빠 잘 다녀와!”
"그래! 다들 기다리고 있어!"
난 그녀들의 배웅을 받으며 암시장으로 넘어갔다.
*****
끼이이익.. 푸쉭. 두쿵!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뭔지 모를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나를 반겨 준다. 나는 꼬인 골목의 어딘가로 나왔다.
바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암시장에서 시간을 확인하는 건 목숨 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 것과 같다. 4시간 안에 탈출 못하면 끝장이니까. 고로 시간 확인은 습관화 되어야 한다.
“어디 보자...”
나는 이번에 암시장에 오며 대용량 마법 가방을 메고 은지의 그림자 가면을 빌려 썼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 체셔가 되도록 얼굴을 들어내고 다니지 말라고 조언해줬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림자 가면은 방독면보다 훨씬 더 편했다. 얼굴도 완전히 가려주고 기척도 어느 정도 줄여주니 존재를 감추기엔 최고의 아이템이다. 더욱이 은은하게 은지의 샴푸 냄새가 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되도록 감춰라 했었지. 그밖에 이용수칙들도...’
체셔가 알려 준 조언과는 별개로 보부상이 나에게 따로 챙겨 준 경고문도 있었다. 무려 11개나 되는 암시장 이용규칙들.
‘빛나는 물건은 소지해선 안 되고, 4시간 안에 빠져나가야 하며, 지상층이나 지하층으로 가서도 안 되고, 암시장엔 보부상이 없으니 마주쳐도 아는 척하지 말 것. 그밖에 사육장에 가까이 가지 말라거나 노예상을 조심하라는 여러 경고가 있었지.’
마약상이 주는 음식은 일절 손대지 말고 고리 대금 업자를 경계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뭐, 체셔가 옆에 있다면 웬만한 사건사고는 알아서 다 해결 해주니 굳이 열심히 암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시간에 5천 코인. 4시간에 1만 코인.’
이 정도 가격이면 이 위험한 장소를 안내 받는 것치곤 엄청 싼 편이다. 거의 무료봉사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하자 있는 귀금속도 몇만 코인을 받는데 1만 코인이면 엄청 싼 편이지.’
나는 바로 품속에 있던 단말기 꺼내 체셔를 호출했다. 그녀가 오기까지 대략 5분 정도 걸렸다.
“이야! 오랜만! 살아 있었네!”
“아, 체셔!”
골목길 어귀에서 나타난 체셔는 나를 보더니 굉장히 반가워하며 곧장 나에게 달려와 껴안았다.
체셔가 끼고 있는 네온 마스크 때문에 목소리가 변조되어 들려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지만 껴안기고 보니 체셔는 확실히 여자였다.
말랑한 가슴 감촉을 느끼니 알 수 있었다.
“헤헤! 일주일이나 소식이 없어서 죽은 줄 알았다고!”
체셔는 얼마나 반가운 건지 나를 껴안고는 마구잡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체, 체셔. 숨 막혀 죽겠습니다!”
“아! 미안!”
체셔는 상상 이상의 근력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강하게 안았다면 허리가 꺾이거나 척추가 파괴되지 않았을까.
‘메르보다 근력이 높은 것 같은데...’
어쩐지 지난번에 지하경비대 놈들을 상대로 레이저 건을 솔 때 반동 제어가 장난이 아니던데, 전부 이유가 있었구나. 장비 빨이 아니라 그냥 그녀의 근력이 말도 안 되게 높은 게 아니었을까.
“킁킁.. 그보다 몸에서 나던 향이 바뀌었네?”
“예?”
“뱀.. 흠. 이제 인간이 아니구나.”
“아, 그게..”
나는 용잡이에게 나가라자의 즙을 선물 받아서 전부 먹었더니 반인반사로 변하게 됐다는 이야기해줬다.
“그래? 뭐, 그래도 반은 인간이니까. 상관없나?”
그리 말하며 체셔는 자연스럽게 나와 팔짱을 꼈다. 인간이 아니면 친절하지 않을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지며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손목을 내밀어 코인을 넘겨 줬다.
넉넉히 2만 코인 정도 넣어 뒀다. 지난번 감사 인사 겸.
“뭐야? 더 넣었네?”
“아, 그냥. 지난번에 도와줘서 감사한 마음에 좀 더 넣었습니다.”
“헤... 센스 좋아! 그래, 오늘은 잔뜩 서비스댜!”
그녀는 고작 1만 코인 더 받은 걸로 굉장히 기뻐했다. 그런데 뭘 서비스 해준다는 거지?
“자, 그럼 고객님. 어디로 모실까요?”
“일단 마약상이 있는 곳부터 가고 싶습니다.”
“좋아, 좋아! 빠르게 둘러보자고! 바쁘다! 바뻐!”
나는 체셔와 손을 잡은 채로 골목길을 달렸다.
그녀와 손을 잡고 함께 달리다 보니 어느샌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졌고 눈을 떠보니 마약상의 가게가 있는 약쟁이들의 소굴로 들어와 있었다.
“으아아... 아파..”
“흐에엑... 약... 약이 모자라..”
“콜록! 콜록! 으으으.. 이봐!! 거기! 코인 좀 줘!!”
약쟁이들의 소굴은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온갖 쓰레기 같은 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죽어있는 시체와 약에 중독되어 나락에 떨어진 놈들이 가득하다. 특유의 썩은 내와 기분 나쁜 우울함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우린 그들을 대충 무시하며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마약상의 상점 드러그 앤 러쉬로 들어갔다.
“어머. 또 왔구나. 반가워.”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머리 둘 달린 여장남자 마약상이 우리를 반겨 줬다. 여전히 한쪽 머리는 중얼중얼 이상한 소리를 씨불이고 있었다.
체셔와 나는 가게 안에 있는 접객용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런데 둘이 뭐야? 팔짱까지 끼고?”
“뭐, 그렇게 됐어. 잠깐, 자연스럽게 음료수 건네지먀!!”
“후후후..”
체셔는 마약상이 건네는 칵테일을 테이블 끝으로 치웠다. 매번 실패하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걸 보면 방심한 틈에 먹길 은근히 기대하는 모양이다. 먹었다간 방금 지나온 약쟁이 소굴에 있던 놈들 처럼 인생이 끝나 버리겠지.
“그보다. 지난번에 사 갔던 외면하는 파란 약은 먹어 봤어?”
“예. 그거 먹고.. 뭔가 엄청난 꿈을 꿨죠.”
“흐음. 약효가 좋았나 보네?”
"예.. 너무 좋아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굳이 세세하게 설명하진 않았다. 애당초 그다지 기억나지도 않았고 설명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럼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오늘의 추천 상품을...”
내가 시계를 확인하자 눈치빠른 마약상은 이리저리 약을 챙겨 오기 시작했다. 난 약을 고르고 있던 마약상에게 물었다.
“저기, 잠시만요.”
“응?”
“혹시... 피임약도 있습니까? 아니면 피임과 관련된 도구라든지..”
이 위험천만한 암시장에 들어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하린이의 피임 도구를 얻기 위해서다. 보부상이 말하길 마약상에게 찾아가보라고 했으니까.
“흐음... 피임약이라. 있지. 아주 성능 좋은 녀석으로.”
“오..!”
“그럼 특별히 오늘의 추천 상품에 끼워서 팔아줄게. 서비스.”
“감사합니다!”
마약상은 오늘의 추천 상품으로 피임약을 끼워줬다. 원래는 랜덤으로 손에 잡히는 약을 파는 거지만 어느 정도 친분이 있으니 도움을 주기로 한 모양이다.
그때 내 옆에 달라붙어 있던 체셔가 물었다.
“피임약은 왜?”
“아.. 혹여나 임신할까 봐...”
“호오.. 그러고 보니 고객님 몸에서 여자냄새도 나네. 그것도 여러 명이나.”
“어.. 한 여덟쯤 있습니다.”
“그래? 후후.. 그렇구나. 여덟 명이나..”
체셔는 나에게 여자가 여덟 명이나 있다는 말을 듣더니 음흉하게 웃었다.
'이 음흉한 미소는 대체...'
그때 타이밍 좋게 약을 가져온 마약상이 테이블 위에 약병을 4개 올려 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