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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03화 (103/221)

〈 103화 〉 102. 어딜가나 문제 덩어리

* * *

손목시계를 확인해보니 나와 누나는 벌써 1시간이 넘도록 부부동침의 목걸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뭐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목걸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연신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를 보나 녹색과 갈색 그리고 검은색뿐이다.

똑같은 풍경이 어디까지나 이어져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가는 방향이 직선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중간중간 이 숲에 들어왔다가 길은 잃은 사람이 흘린 듯한 물건들이 보였으나 쓸만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죄다 썩은 물이 들어있는 패트병이거나 깨진 술병과 부식되지 않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류의 쓰레기들이었다.

"준아. 저기.."

"어... 자살했나본데..."

땅에 떨어진 쓰레기들 너머, 저 멀리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있는 죽은 사람이 있었다.

등산복을 입고 있는 걸로 보아 현대인 같은데. 어쩌다 이런 곳까지 들어오게 된걸까.

설마... 어쩌면 이 숲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장소는 아닐까? 가령 주카이 숲에서 길을 잃고 돌아다니다 보면 이곳으로 도달하게 된다던지.

"꺼림칙 하니까 그만 가자."

"응. 잠시만.. 준아. 이 사람 가방에 이런게 들어있었어.."

"카세트 테이프..?"

"응. 준아. 여기에 뭔가 녹음 된것 같은데. 틀어볼까?"

"내가 틀어볼게."

버튼을 누르자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자살한 사람이 녹음한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허나 일본어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알아 들었다. 와타시 같은 말만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희선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뭔 말인지 전혀 모르겠네."

"응.. 은지는 일본에 공부한적 있으니까 알아 들을지도 몰라.. 챙겨가보자. 아, 여기 수첩도."

난 희선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살자가 남긴 카세트와 수첩을 챙겨 군용가방에 넣었다.

그리 우린 다시 1시간 쯤 더 걸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라 그런지 빽빽하게 자라난 나무들 때문에 시야확보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이곳에 전이 되는 순간 칠흑바퀴를 불러내주변의 특이한 건물이 있는지 알아보는 한편, 혹여나 인근에서 사람을 발견하면 나에게 보고하도록 시켰다.

이 숲에는 어떤 놈들이 들어와 있을지 모르니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이유로 칠흑바퀴는 아까부터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그저 자살한 시체를 몇개 더 찾은게 전부다. 그마저도 단서나 특이한 물건은 없었고. 그저 완전히 썩지 않은 시체들에 불과했다.

참고로 칠흑바퀴를 불러낸 김에 음지나방도 불러내려 했으나. 아직 낮이라 불러내봐야 비늘가루만 뿜뿜 하고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그냥 소환하지 않았다. 밤이 되면 음지나방을 불러내 신사와 탈출구를 찾게 시킬 생각이다.

물론 칠흑바퀴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음지나방이 잘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능력은 있으니까...’

작게나마 희망을 걸어 봤다. 숲이 워낙 넓어서 공중에서 정찰할 존재가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그보다... 자꾸 몸이 쳐지네...’

계속해서 같은 풍경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어쩌면 이 숲이 내뿜는 불길하고 불쾌한 기운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퇴적된 나뭇잎들이 쌓이고 쌓여 푹푹 꺼지는 땅과 햇빛이 들지 않아 이끼로 뒤덮인 눅눅한 바닥 때문일 지도 모르고.

그냥 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적대적이며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느낌이다. 악령술사인 양지상은 곳곳에 혼령이 있다며 기쁜 모습이지만 나는 영 기분이 우울했다. 실종자들의 숲은 나와 상성이 별로 안좋았다. 차라리 암시장이 낫겠다.

“누나는 괜찮아? 힘들진 않아?”

“응..? 완전 멀쩡해. 준이는 힘들어?”

“어... 좀 어지럽네.”

드루이드라서 그런 걸까. 희선 누나는 별로 아무런 이상을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숲에 들어오니 활력이 샘솟는단다. 정령들도 신났는지 평소와는 달리 자기들이 알아서 희선 누나의 옆에 현현하더니 아이들처럼 꺄르르 웃으며 우리 주위를 맴돌다 들어갔고.

역시 누나는 숲지기 답게 실종자들의 숲이 내뿜는 악의적인 기운이 전부 상쇄되는 모양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실시간으로 탈진하는 중이다.

반인반사는 특수 효과 같은 거 없나?

‘죽을 맛이군...’

나는 숲에서 활력을 얻고 있는 희선 누나와는 반대로 나의 기운을, 마력을, 의지를 이 정신 나간 숲에 빼앗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나라는 인간의 단물을 쪽쪽 빨아먹듯이. 내 발을 옭아매는 나무의 뿌리와 돌에 자라난 이끼와 아무렇게나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까지 전부 나를 에너지 드레인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 같다. 내 발길이 닿는 곳에 자라나고 피어나 있는 모든 식물들이 나를 양분으로 삼고 있었다.

이쯤 되니 나는 확실히 눈치챘다. 난 지금, 이 썩을 숲에게 미움받고 있다. 실종자들의 숲이 나를 적대하고 있는거지. 이쯤 되면 세상이 나서서 나를 억까 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내가 짐 덩이가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이상한 현상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걸까? 희선 누나야 드루이드니까 특별히 더 상태가 좋다고 치고. 은지나 하린이도 이렇게 힘겨울까?

어쩌면 태워죽일 세계수가 나에게만 개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컬티스트라는 내 직업 특성상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힘드네. 저기, 누나...”

“응? 아~ 우리 준이 또 누나 냄새 맡고 싶어졌어?”

“미안. 조금만.”

“후후.. 준이 숲에 들어오더니. 완전 어리광쟁이 다됐네. 어서 이리 와.”

두 팔 벌려 나를 안아주는 희선 누나.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나는 결국 걷던 도중 잠시 멈춰 서서 희선 누나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의 가슴골에 모여든 농후한 냄새를 맡고 있으니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스으읍...!

그녀의 무한한 포옹력이 나를 약하게 만든다. 어째선지 희선 누나에게는 막 어리광 부리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사이 희선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누나의 냄새를 맡으니 조금 진정된다.나는 얼른 다시 기운을 차리고 그녀의 품에서 벗어났다.나 때문에 일행들과의 합류가 늦어져서는 안 되니까.

“누나, 잠시 주변 좀 둘러보고 올게.”

“응.. 기다리고 있을게.”

집중력이 돌아온 나는 부유석 목걸이를 이용해 하늘로 떠올랐다.

칠흑바퀴가 지상을 훑으며 위험한 놈들을 찾아주고 있으니 나는 하늘로 떠올라 특이한 건물이나 지형이 없나 틈틈이 확인중이다. 허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럴듯한 지표가 되어 줄만 한 사물은 보이지 않았다.

지평선 너머까지. 어디까지나 숲으로 뒤덮여 있다.

그래서 그냥 부부동침의 목걸이가 이끄는 방향대로 날아가 보려 했지만 비행은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불완전한 피막과 부유석 목걸이를 이용한 비행은 균형 잡기가 더럽게 어려웠다. 겨우 균형을 잡았다 하더라도 희선 누나까지 안아 들고 날아가려니 답이 없었다.

극심한 마력소모에 더불어 위태로워진 균형까지. 바람이 몰아치는 하늘에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누군가를 안고서 날아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누나 혼자 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냥 날아가길 포기했다.

“뭐 찾은 거 있어?”

“아니. 아무것도 없네.”

“흐응.. 나도 방금 혹시 건물 같은 거 본적 없냐고 물었는데.. 아무것도 못 봤데. 아니, 다들 건물이 뭐냐고 물어봐...”

“허어..”

누나는 내가 부유석 목걸이로 날아오를 때마다 틈틈이 숲에 있는 작은 짐승들에게 말을 걸었다. 숲이 워낙 방대하고 넓다 보니 나무를 기어 다니는 도마뱀이나 다람쥐 같은 것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들에게 뭔 갈 보았는지 물어도 죄다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뇌가 작아서 그런지 지능들이 영... 하아.. 이 더럽게 넓은 숲에서 신사를 언제 찾지..?’

실종자들의 숲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장소다. 지평선 너머까지 숲으로 이뤄져 있으니 이 근처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짐승들은 이 근처만 알고 있을 뿐 숲에 뭐가 있는지는 잘 몰랐다. 동물의 도움을 받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벌레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온갖 종류의 날벌레들과 거머리 같은 놈들이 잠시 한눈 팔면 어느샌가 옷에 달라붙어 살을 물어뜯으려하고 있다. 벌레 기피제는 하린이와 은지 쪽에 있으니. 최대한 빨리 그녀들과 합류해야한다.

“그런데 누나는 아직 벌레한테 한 번도 안 물렸지?”

“응. 나한테는 안 오네..? 이상하다?”

이게 숲지기의 위엄이다.

누나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벌레들을 쫓아내주고 있다. 살아 있는 해충기피제가 된 거다. 그래서 나는 누나에게 딱 달라 붙어서 이동 중이다.

누나에게서 조금이라도 거리가 멀어지면 그 즉시 벌레들이 나를 물어뜯어 죽이려 해서 미칠 지경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거 세계수가 나를 죽이려고 수작을 치는 것 같다. 나만 이렇게까지 난이도가 높을 이유가 없으니까.

‘차라리 암시장이 낫겠군...’

체셔에게 안내라도 받을 수 있는 암시장이 이 정신 나간 숲보단 나을 지경이다. 더구나 거기는 보타밀리와 가까워 그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빨리 일끝내고 나가고 싶다...’

그리 속으로 계속 불평불만을 되뇌고 있을 때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플레이어 입장 2시간 경과.]

[초심자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가 해제됩니다.]

[실종자들의 숲 이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동시에 숲 전체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위이잉!! 위이잉!! 경고!! 경고!! 봉인되어 있던 모든 괴이들이 풀려납니다!!

­위이잉!! 위이잉!! 경고!! 경고!! 굶주려 있던 모든 숲짐승들이 풀려납니다!!

­위이잉!! 위이잉!! 경고!! 경고!! 잠들어 있던 실종자들이 숲을 배회합니다!!

“이런 젠장..!”

어쩐지 2시간 동안 잠잠하더라니.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구나. 괴이에 야생짐승에.. 실종자?

­우어어!!

의문을 가지는 순간 저편에 모가지가 대롱대롱 걸려있던 자살한 시체가 발작을 떨며 버둥거렸다.

“준아.. 빨리 은지랑 하린이 찾아야겠어.”

“어.. 빨리 움직이자.”

희선 누나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그때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

[환영 인사]

실종자들의 숲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숲으로 들어온 팀은 총 4108팀이며, 그중 중국인이 가장 많습니다.

같은 문화권끼리 잘 단합하시길 바랍니다.

[안내문]

지금부터 약 3시간 뒤, ‘산제물의 밤’이 시작됩니다.

산제물의 밤이 시작되는 순간 약 일주일간 해가 뜨지 않습니다.

해가 뜨지 않는 동안 숲의 방문객들은 ‘산 제물’로 취급됩니다.

풀려난 괴물들은 밤이 됐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산 채로 붙잡힐 것 같다면 차라리 자살하시길 바랍니다.

[탈출방법]

1. 7일 안에 숲의 중심으로 향하십시오. 숲의 중심엔 실종자들이 찾는 신사가 있습니다.

2. 신사로 들어가 ‘신의 우상’을 가져나올 경우 숲의 변두리에 총 8개의 터널이 생성됩니다.

3. 신의 우상이 신사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숲 곳곳의 괴물들이 우상을 뒤쫓기 시작합니다.

4. 그들을 피해 터널까지 도달해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숲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5. 끝으로 함께 빠져나갈 이들과 신체가 접촉한 상태여야 합니다.

*신체가 접촉한 상태로 가장 먼저 터널 밖으로 나간 사람이 원하는 곳으로 일행들이 전이 됩니다.

[경고문]

이벤트 무대인 실종자들의 숲은 둥글게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으며 철조망이 쳐진 곳이 숲의 끝입니다. 만약 철조망을 넘어 밖으로 나갈 경우 자동탈락 처리됩니다. 철조망 밖으로 나가 자동탈락 처리된 플레이어는 영원히 숲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

다행히 괴물들이 몰려오는 건 아니었다. 되살아난 시체도 버둥거리기만 할뿐 아직 뭔가 다른 행동을 취하진 않고 있고.

‘문젠 3시간 남았다는 사실과... 말 안 통하는 중국인들이 숲에 가득하단 거지.’

시스템은 같은 문화권끼리 잘 단합하라고 말했다. 또한 함께 빠져나갈 이들이 신체를 접촉하고 있을 경우 다 같은 장소로 전이 할 수 있다고도 말했고.

그 말은 대화가 통하는 놈들끼리 편을 먹고 신의 우상을 탈취한 다음 다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숲엔 빌어먹을 중국인들로 가득하다.

‘중국인들끼리도 소수민족이 너무 많아서 대화가 잘 안 통한다지만.. 그놈들도 표준어는 있으니까... 만약 놈들이 다 같이 탈출해서 신의 우상이 주는 힘을 공유한다는 조건으로 힘을 합친다면... 제기랄...’

놈들이 자기들 끼리 편먹고 다른 나라 사람을 전부 쳐죽이려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이건 대놓고 중국인들 보고 힘을 합쳐 딴 나라 놈들을 죽이라고 말한 것과 다름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숲엔 연합이 생길 거야. 대화가 통하는 놈들끼리 모여서 더 큰 팀을 만들고 경쟁자들을 줄이려하겠지.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숲의 괴물들도 문제지만 미쳐 날뛸 중국인들은 더 큰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해가 떠 있기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3시간. 그 안에 우린 은지와 하린이를 찾아야 했다.

나와 희선 누나는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체력 안배를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한시가 급했다.

그리 달리는 와중 나는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컨디션 때문에 몇 번이나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에 반해 희선 누나는 마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져 나가듯 숲을 주파했다. 만약 그녀가 내 옆에서 넘어지려는 나를 붙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힘들었을 거다.

“목걸이가 덜덜 떨려.. 이 근처에 있을 거야.”

1시간 쯤 더 달렸을 때 부부동침의 목걸이가 내 목에서 떨어져 나가려 했다. 이 주변에 은지와 하린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다행히 심각하게 먼 장소로 흩어진 건 아니었다.

“준아, 은지 한번 불러볼까?”

“아냐, 누나. 괜히 이상한 놈 주의를 끌 수도 있으니까 그냥 조용히...”

­크아아아!!!!

­푸드드득!

내가 조용히 찾자고 말하려던 순간 하린이의 포효가 울려 퍼지며 숲의 새들이 하늘로 날아가는 소음이 뒤따라 들렸다.

­우드득..!! 쾅!!!

연이여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냉병기가 부딪치는 전투의 소음이 들렸다.

신중하게 우리를 찾고 있었을 하린이가 야수의 포효를 내질렀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상태라는 뜻이다. 서둘러야 한다.

“워챠오!!!”

“챠이주어 니시에!!”

쓰러진 나무들 사이로 인간의 피 냄새가 확 풍겨 온다.

무슨 소린 지 전혀 못 알아듣겠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하린이에게 달려드는 중국인들과 피로 물든 하린이가 막칼을 휘두르는 중국인의 목을 푸른 클로로 찢어발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짱깨새끼들이!!!”

양손으로 촉수를 소환함과 동시에 피막 날개를 펄럭이며 중국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하린이에게 날아들었다. 하린이를 노리던 중국인들이 단체로 내 공격에 터져나가며 피 안개가 몰아쳤다.

곧 우리를 뒤따라오던 칠흑바퀴가 중국인 하나를 붙잡고 알을 낳기 시작했다. 칠흑바퀴 때가 바퀴벌레를 죽인다.

“하린아 괜찮아!!?”

“응!! 이거 저 새끼들 피야!! 문제 없어! 목걸이가 반응해서 그냥 오빠 들으라고 소리쳤어.”

“잘했어.. 은지는?”

"여기요!"

나무사이에 숨어들어 중국인 각성자들의 이마에 그림자 비도를 던지고 있던 은지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곤 곧바로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다행이다. 다들 무사하다. 죽은 건 말 안통하는 중국인들뿐이었다.

‘대략 스물. 오늘은 카쉬낙스가 포식하는 날이겠군.’

뒤따라온 희선 누나를 내 뒤에 감추고서 우릴 노려보는 중국인들과 대치 상태가 됐다.

내가 등장과 동시에 날개를 펄럭이며 촉수를 내뿜어 자기 동료들을 터트리자 하린이와 은지를 습격한 중국인 놈들은 급격히 당황해하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여자 둘은 어찌 이길 수 있다고 여긴 모양이지만 나와 희선 누나까지 합류하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단 걸 느꼈겠지.

“타우쭈어!!”

결국 눈치를 살피전 놈둘 중 하나가 소리치자 중국인들이 도망치려 했다.

절대 놓칠 수 없다. 마주친 이상 죽이거나 노예로 삼아야 한다.

더욱이 숲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외국인들을 이대로 살려서 보낼 순 없지.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공양해 주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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