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121.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제파악)
* * *
“욱... 우욱..!”
자지를 입안 깊숙이 찔러 넣어 목구멍까지 쑤셔 넣자 이주하는 나를 아주 죽을 듯이 노려봤다.
사시나무 떨듯 부들거리는 이주하의 연약한 몸을 보고 있으니 사냥꾼의 올가미에 걸려 아파하는 한 마리의 여우같았다.
그 위태롭고 연약해 보이는 약한 모습에 한창 은지를 따먹으며 물올랐던 가학적인 욕구가 살짝 내려갔다.
안 그래도 나에 대한 호감도가 아직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인데 너무 함부로 굴리면 스트레스 엄청 받을 거다. 그녀는 내가 가진 힘과 먹거리 그리고 보금자리에 끌리는 거지 아직 나라는 인간 그 자체에 빠져든 상태가 아니니까.
‘처음인데.. 너무 거칠게 하면 안 좋은 기억이 되겠지...’
무자비하게 유린하기만 해선 노예를 유지할 수 없다. 앞으로 이주하를 데리고 살려면 어느 정도의 유대감은 필수적이다. 가령 노예낙인의 효과가 풀리더라도 아람이나 하린이, 은지처럼 나에게 계속 종속될 수 있게끔 말이다.
‘더구나 명령을 어기고 싶을 정도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살할지도 몰라.’
이미 수차례 노예낙인 스킬을 사용하며 스킬의 상세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였고 스킬의 한계에 대한 여러 가지 검증이 끝난 상태다.
나는 노예낙인의 한계를 파악하며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그건 바로 노예는 본인이 노예이고 싶다는 마인드가 잡혀 있어야 최상의 상태란 사실이다. 노예낙인은 본인 자신을 노예로 인정한 이들에게 가장 효율이 좋다. 주제 파악이 확실하게 된 인간들이 가장 스킬의 효과를 잘 받는단 거다.
가령 자발적으로 나의 노예를 자처하며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대장 노예로서 다른 노예를 관리하고 싶어 하는 진성 일꾼 하진성이나, 더러운 꼴 보고 죽기보단 그냥 나의 노예로 열심히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문근오나, 질내사정을 받고 싶어 노예이길 포기 못 하는 나의 여자들이 그렇다.
본인의 주제를 파악하고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에 만족할 수 있을 때,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길 거부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 운명에 대항하기 보단 그저 흘러가는 흐름에 몸을 맡긴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노예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이들에게 노예낙인의 효과가 더 잘 먹힌다.
허나 현 상황에 만족할 줄을 몰라 나에게 반항하거나, 대항하거나, 노예상태를 벗어나려고 하는 이들도 있는 법이다. 가령 실종자들의 숲에 들어오기 전에 알시드 유충을 감염시켰던 윤하준 같은 놈들 말이다. 이런 놈들은 스리슬쩍 본인의 일을 유기하거나 교묘하게 명령을 위반하려고 한다. 노예주제에 주인을 기만하려고 하는 거지.
이런 놈들은 간혹 대단한 의지력으로 내 명령을 거스르기도 한다. 주제 파악이 덜 된 놈들은 항상 만족하는 법 없이 더욱더 위로 올라가길 원하게 되는 법이니까. 향상심을 품은 노예야말로 위험하다. 주제 파악이 안 된 놈들은 뭔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법이니까.
‘명령을 어기면 끔찍한 고통이 따르지. 하지만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의지가 높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 명령을 거부하거나 버틸 수 있다.’
직접적인 명령 불복종의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면 과거 화영이가 아직 음문이 새겨지지 않아 좀 많이 멍청했을 때, 그때 그녀는 다이소에서 잡았던 피 주머니 노예들을 지키기 위해 내 명령을 몇십초 간 억지로 어겼던 적이 있다.
그래, 보부상으로 위장한 살인강도와 마주쳤었던 그때 말이다.
물론 명령을 어긴 대가로 그녀는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을 느꼈고, 결국, 내 명령을 완전히 어길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때의 화영이는 피를 먹고자 하는 욕망하나로 내 명령을 1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거부했다.
피의 갈증으로 발생한 굶주림이 명령 불복종이 선사하는 아픔보다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주제파악 못 하고 본인이 나를 이겨 먹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녀는 명령을 어기길 선택했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만약 명령 불복종이 선사하는 고통을 감내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명령을 억지로 어기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십여 초 사이에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목을 긋거나 해서 자살해 버릴 지도 몰라. 일반인이 아닌 스탯이 높은 각성자라면 십여초 안에 테러를 저지르고 자살할 능력이 될 테니까.’
만약 본인의 현재 상황이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면 내가 노예들에게 최우선 적으로 내리는 명령 중 하나인 ‘자해금지’를 어기고 이승에서 탈출할지도 모른단 이야기다. 그래서 내가 노예들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관리하려고 하는 거고.
어느 정도의 방임과 더불어 살만한 생활한경을 구축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안 그래도 재앙이 가속화 되며 살아남은 인간이 몇 없는데 붙잡은 놈들마저 픽픽 죽어 버리면 너무 아까우니까.
‘내 직업 특성상.. 인간은 귀중한 자원이야. 죽여도 내 손으로 죽여서 공양해야지, 자살하면 너무 아깝다.’
문근오를 통해 주말마다 종교집회를 열거나 섹스 데이를 만들어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행위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노예들이 병들거나 목숨을 버리지 않게 하려는 내 나름의 배려였다.
‘인격을 배설 시킨 다음 완전한 인형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너무 괴롭히면 망가져서 못써. 의지력이 높은 인간일 경우 고통스럽게 생존할 바에야 죽음을 택할 거야. 그리고 내가 본 이주하라는 인간은 의지력이 상당히 높은 여자다. 본인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계속 스트레스받겠지.’
스킬은 전지전능한 신의 권능이 아니기에 나름의 제약과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노예낙인은 말 그대로 노예를 만드는 스킬이지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자아 없는 인형을 만드는 스킬이 아니니까. 역시 뭐든 만능은 없는 법이다.
‘그러니 주하의 멘탈이 완전히 터지게 둬선 안 된다. 그녀가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게 하려면... 우선 당장은 대화를 통해 본인의 처지와 지금의 상황을 확실히 인식시켜줘야겠어. 동생도 인질로 삼고 협박도 좀 해주고..’
난 억지로 내 자지를 입에 물고 있던 주하의 매서운 눈길을 받으며 그녀의 입에서 자지를 뽑아냈다.
“커억.. 우욱..”
헛구역질을 하며 침이 묻은 입가를 닦는 주하. 숨이 막혔는지 눈물이 글썽하다.
난 쭈그려 앉아 나를 노려보는 주하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이주하는 마치 배신당한 사람처럼 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러곤 나를 살짝 밀어냈다. 물론 그녀가 민다고 해서 쉽사리 밀리는 내가 아니지만. 어쨌든 그녀는 나를 밀어내고 거부했다. 난 그럴수록 더욱 주하에게 다가 갔다.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리는 이주하의 눈가를 손가락으로 닦아줬다. 그러곤 손가락에 묻은 그녀의 짭조름한 눈물을 혀로 핥았다. 그다음 그녀를 향해 물었다.
“왜.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데. 갑자기 입에 물게 해서 그래?”
“이... 이 경우 없는 인간.. 강간하듯 이리 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입네까? 내 요며칠 동무의 모습을 보고 믿음을 주었지만.. 이리 천박하고 거칠게 여자를 다루는 난봉꾼일 줄은... 몰랐습네다... 실망입네다.”
나에게 실망이라며 말하는 그녀. 난 그녀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실망? 야, 주하야. 내가 분명히 너한테 말했지. 넌 내거라고. 내가 너 따먹을 거라고. 너도 받아들였잖아. 근데 왜 지금 와서 실망했다는 소리나 하면서 발뺌 하냐? 장난쳐? 혹시 나랑 하기 싫어서 그래? 아니면 동생이 보고 있어서 그래?”
“이, 이런 거친 방식은 싫습네다! 나도 한 명의 사람이고, 여자란 말임다!”
나에게 반항하는 이주하. 평소에도 드센 성격답게 자주 내 의견에 반대하거나 나에게 기어오르려고 했지만... 그냥 봐줬다. 귀여운 애교로 넘어가 줬다고. 그런데 지금,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아직 이주하는 먹기 좋을 만큼 숙성되진 않았다.
그녀와 함께한 며칠간, 나는 내 밥까지 반쯤 굶어가며 그녀를 좀 더 먹이고 간식도 잔뜩 챙겨 줬다.
물론 고작 일주일 챙겨 줬다고 평생을 반쯤 기아에 허덕였을 이주하가 단 일주일만의 하린이나 희선 누나만큼 발육이 좋아지거나 은지처럼 생기발랄하게 활력이 넘쳐흐르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겠지만, 어쨌든 나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대우를 해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처음 봤을 때처럼 피골이 상접하고 피죽 한 그릇 못 얻어먹은 사람 같지는 않아.’
뭐라도 좀 먹이니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그리고 혈색이 살살 돌기 시작한 구미호는 슬슬 맛을 봐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해줬고.
그래서 오늘 기회가 생긴 김에 그녀를 건들기로 한 거다. 맛이 어떤가 한번 먹어보려고. 또한 처녀막을 찢고 질 내에 가득 싸질러 내거라고 확실히 표시를 남기고 싶어서. 왜냐면 의지력 강한 그녀가 좋았으니까. 내걸로 만들고 싶으니까.
‘물론 다짜고짜 방금 잠에서 깬 숫처녀에게 목 끝까지 자지부터 박아 넣은 건.. 내가 좀 너무하긴 했지..’
내가 생각해도 처음인 여자를 너무 거칠게 대하긴 했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한다. 숫처녀의 입을 오나홀 다루듯 사용하려 했으니 충분히 당황 할 만도 하다. 거부 반응이 들고 충분히 나를 밀어내고 싶어질 만해.
하지만 여기서 내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고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간 향후 그녀와 나의 관계는 조금 삐걱 거릴지도 모른다. 가령 사사건건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내 의견을 거부하거나 나와의 잠자리를 피하려하면...
생각만으로 머리에 열이 뻗친다.
평소야 까불어도 그냥 넘어가 줬지만 나와의 잠자리를 거부해선 안 된다. 그녀의 존재이유나 가치는 실상 나를 품어 줄 수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되니까.
‘그리고 아직 우리 사이가 그 정도로 깊지는 않잖아...’
재앙초기부터 나와 동고동락하며 난관을 헤쳐오고, 나와 마주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직 나만 바라봐주며 교태를 부려온 진짜배기 원년멤버인 은지급은 돼야 내가 한 번쯤 부탁도 들어 주고 역 강간도 당해주는 거다.
그 급도 아닌 녀석이 나를 쥐락펴락하려고 하면... 그건 명백한 하극상이다. 주제넘은 발언을 한 벌을 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
‘요 며칠간 너무 오냐오냐 잘해줬더니 주제파악 못 하고 살살 기어오르는군. 섹스를 거부하면 굳이 너에게 하렘멤버 급으로 잘해 줄 필요가 없거늘. 감히 나에게 실망했다는 말을 지껄인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내가 없으면 어찌될지 현실인식 좀 시켜준 다음에 당근으로 살살 유혹해서 나를 벗어날 수도 없고, 나에게 복종하는 편이 훨씬 이롭다는 사실을 그녀의 뇌에 각인시켜줘야겠다. 본인의 처지를 인지하면 나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받을 틈도 없을 거다. 오히려 지금 매달려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녀는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야, 주하야. 내가 밥도 먹여주고, 텐트에서 잠도 재워주고, 나쁜 것들로부터 지켜 주고, 벌레 물리지 말라고 약도 뿌려주고, 딴 연놈들 보다 훨씬 잘해주는데 나를 그런 식으로 거부하면 곤란하지. 내가 무상으로 베풀어 주는 호구 새끼로 보여? 내가 네 부모야?"
"그, 그건.. 아닙네다.."
"그래. 아니잖아. 네 부모도 너를 막대했는데. 나는 잘해주잖아. 그리고 그냥 너 한번 따먹겠다고 동생까지 구해 준 은인이 한 번만 좀 대달라는데 이래도 돼? 내가 너보고 죽어달라고 했어. 뭘했어. 그냥 가랑이 한번 벌려주기가 그렇게 어려워? 네가 그렇게 비싸냐고."
"...."
살짝 분노를 드러내자 이주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도, 동무.. 이, 일단은.. 저기 진정하시고..”
“아니, 진정이고 자시고. 내가 다짜고짜 니 가랑이 벌리고선 쑤셔 박았어?사실 그냥 너 무자비하게 강간하면 그만이야.사실 그렇게 했어도 너는 나한테 뭐라 할 말이 없어.그런데 내가 내가 지금 예의 차려주잖아.그냥. 그냥 좀 빨아달란 게.. 그렇게 납득이 안 돼? 나를 밀어내고 실망했다고 말할 정도의 일이냐고. 만약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면... 나랑은 오래 못 가겠다. 그리고 내가 너 남한으로 끌고 가서 따먹고 버리면. 너 혼자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세게 말했다. 충격을 주기 위해서. 덕분에 대화의 주도권은 완전히 나에게로 넘어왔다. 처음 나를 독사같이 노려보던 이주하는 이제 혼나는 강아지 마냥 기가 죽어 있었다.
‘먹고 버린다고 말하니 주하 녀석 완전히 멘탈이 흔들린 모양이네...’
내가 본인들을 남한으로 끌고 가서 버린다고 했으니 얼마나 무서울까. 연고 없는 곳에 납치해 갔다가 버린다는 소린데 무섭지 않을 리가 없지.
‘물론 당연히 그럴 생각은 없지만... 이건 단순히 겁주기니까.’
먹고 버릴 것 같으면 차라리 손을 안대는 편이다. 난 한번 먹은 건 끝까지 먹는 성격이니까. 잔반 없는 남자란 말이다. 그래도 그녀를 흔들어 놓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릴 했다. 위태롭게 눈동자가 흔들리는 주하가 조금 불쌍하고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 나를 거부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머리에 박아 줘야 하니까.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지금은 아포칼립스라고 아포칼립스. 재앙의 시대란 말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몰라. 그런데 적어도 내 밑에 있으면 쉽게는 안 죽어. 내 여자들은 내가 결코 쉽게 죽도록 안 내버려둔다고. 너 은하랑 같이 악착 같이 살아남아서 미래를 꿈꿔 보고 싶다면서. 너희 고향 땅에는 미래고 뭐고 아무것도 없잖냐. 내가 너 구해주고 도와주고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지원도 해주는데... 그런데 내가 따먹게 해 달라고 너한테 매달려야 해? 내가 갑이고 네가 을인 거 몰라? 솔직히 너 내가 뭐라도 하나 더 챙겨 주고, 내 밥 덜어서 너랑 네 동생 먹이는 거 똑똑히 봤을 거 아냐. 그게 그냥 당연하게 느껴지던?"
"아, 아입네다.. 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습네다..."
"후우... 그래도 고맙게 여겼다니 다행이다. 난 염치 없는 것들은 질색이거든. 그리고 나 따먹을 여자 많아. 지금도 텐트 밖에서 하린이랑 희선 누나가 누가 먼저 따먹힐지 싸우고 있다고. 한번 하게 해 달라고 매달려야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알아들어? 여기서 진짜 비싼 몸은 나라고. 내가 너한테 시간 내주고 있는 거야."
"예.. 화, 확실히..알겠습네다.."
지금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단순히 아랫도리에 자지가 달리지 않았단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남정네들에게 끌려가 둘러싸여 무자비하게 윤간당하는 노리개의 삶을 살 수도 있는 시대다.
실제로 이찬성이 점거했었던 스포츠 센터에서 버젓이 일어났었던 일이니까. 지금은 그런 미친놈들에게 붙잡혀 말로 표현하기도 끔찍한 짓을 안 당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시대란 말이다.
라면 하나를 먹기 위해 가랑이를 벌리고. 강한 각성자의 비호를 받고자 옷을 벗는 여인들도 수두룩할 거다. 그런데 감히 나처럼 이렇게 훌륭한 주인님을 거부하면 그건 제정신이 아닌 거지. 장난스러운 반항은 애교로 봐주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반항하면 알짤 없다.
“난 말이야.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어. 그냥 네가 예쁘고 좀 꼴려서 따먹으려고 내 옆에 두는 거야. 내 여자 만들려고. 너랑 섹스하려고. 그래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네 동생도 부양하기로 한 거라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장난질 치면 곤란해. 알겠지? 너도 버림 받기 싫지?”
“조준 동지.. 제,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시라요.. 은하랑.. 내는.. 이제 갈 곳이 없으야... 제발..”
이주하가 울먹이며 용서를 구하자 옆에서 고개 숙이고 있던 이은하가 눈치도 없이 이주하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어, 언니.. 집에.. 집에 가면 되잖아..”
이은하는 아직 본인들의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본인이 내 노예라는 자각이 많이 부족한 거다.
그야 그녀들 앞에서 쓸모없어진 노예를 공양하거나 자살돌격을 시킨 적이 아직 없었으니. 본인들의 생살여탈권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야, 이은하. 너도 분명히 이 숲을 우리와 함께 다니면서 느낀바가 있을 텐데. 나 없었으면 너 진즉에 죽었어. 알아? 너랑 네 언니... 이미 진즉에 죽었을걸라고. 그런 상황이 이 숲을 벗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아?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너희들 그런 수준으로 북으로 가 봐야 얼마 못 버티고 곧 죽어.생존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데.”
그녀들이 이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지 결코 그녀들의 생존 능력이 높아서가 아니다.
아마 그녀들은 북으로 돌아가면 그날 당일 귀문이 열려 죽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북한인들에게 배신당해 죽을지도 모르고. 급사당할 만한 경우의 수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진짜로 순순히 둘 다 보내줄 거로 생각하는 게 웃기다. 이은하 한 명만 돌아가길 버리는 거라면 몇 가지 제약을 걸어 꺼지라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둘 다 나를 떠난다고 말하면 나는 결코 쉽사리 놓아줄 생각이 없다. 구미호인 이주하는 내 거다. 아무도 주지 않을 거란 말이다.
“이주하한테 들어 보니 너희 동네는 너 같은 각성자를 사탄마귀라 비하하고 막 대한다며. 거기다 이은하. 너는 심지어 귀신도 처먹잖아. 과연 그들이 너를 어떤 눈으로 볼까? 네가 귀신을 먹어서 처리해 준다고 그들이 너에게 고마워할까? 너희 언니가 당하는 꼴을 보고도 상황 파악이 안 되지? 북엔 아무런 희망이 없어. 너의 고향은 답이 없다고. 너희 언니가 왜 저렇게 나에게 봐달라며 고개 숙이는지 정말 모르겠어?”
“자, 잠깐.. 기다려 보시라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집으로 가자고 방금 네가 너희 언니한테 그랬잖아. 그리고 웃긴 게 왜 내가 너희 둘 다 그냥 보내줄거로 생각하지? 너는 북으로 가든 말든 상관없지만. 너희 언니는 내가 이미 침발라 뒀어. 쉽게 보내줄 것 같지? 말해 봐라 은하야.”
둘 다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마치 혼나는 아이 마냥.
내가 정색하며 쏘아붙이자 이주하와 이은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항상 웃어 주다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은은한 노기를 내비치니 제대로 겁먹은 표정들이었다. 더구나 내 말이 그다지 틀리지도 않았고. 내 호의를 배신으로 갚아주려는 행위를 내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가 없지.
‘이제야 두 사람 다 본인들의 처지를 확실히 인지한 모습이군. 이제야 노예답네.’
원래 인간이란 존재는 무상의 친절이나 호의를 받다 보면 그게 당연한 권리인 줄 안다. 본인이 정말 잘나서 그런 호의나 친절을 받는 줄 안다고. 그러니 이렇게 주제 파악 못 하고 기어오르면 현실직시를 한 번씩 시켜 줘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딴생각 안품고 만족하는 법을 알게 되니까.
내 말에 이주하는 본인의 처지를 확실히 받아들인 모습이었다. 내가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마냥 기고만장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겠지. 내가 잘해주는 이유는 오직 본인을 따먹고 싶기 때문임을 받아들인걸다. 내 호의에 흑심이 가득 담겨 있었으며 이미 노예낙인이 찍혀 버린 이상 쉽사리 나에게서 벗어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원래 주제 파악 안 되는 멍청한 인간들이 더 위를 노리다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법이다. 이렇게 주제 파악이 확실하게 된 인간은 이제 현 상황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하진성이나 문근오, 나의 다른 하렘멤버들 처럼 반항하길 멈추고 나를 받아들이는 삶을 살게 되는 거다.
'여기서 더 몰아붙이면 스트레스만 잔뜩 받을 테니까 이제 슬슬 분위기를 반전시켜야겠어.'
나는 잔소리를 멈추고 다시 그녀들을 향해 살짝 미소 지어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