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124. 환영받지 못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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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가자 몇몇 괴이들이 우리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으나, 괴이가 다가올 때마다 은하가 죄다 호로록 빨아 마시자 금세 주변이 조용해졌다.
덕분에 우린 별다른 위험 없이 터널의 끝에 다다랐다.
터널의 끝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같았다. 악신들도 별다른 반응이 없고 함정일리는 없겠다는 생각에나는 우리마트의 옥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밝은 빛과 함께 우린 다시 현실로 전이 했다.
“읏차.. 드디어... 나왔다...!”
“우와!! 탁하고 더러운 서울의 공기!! 오랜만!”
내가 소리치자 덩달아 하린이도 방방 뛰며 기뻐했다. 나만큼이나 그 답답한 숲에서 빠져나온 게 기쁜 모양이었다. 야수의 피가 흐르게 된 뒤로 한층 더 텐션이 높아진 하린이가 방방 뛰며 꼬리를 헬리콥터 날개마냥 돌려대니 굉장히 귀여웠다. 분명 늑대의 피가 흐른다고 했는데 하는 짓만 보면 그냥 강아지나 다름 없었다.
‘손톱 꺼내서 싸울 때는 진짜 짐승 같지만...’
그보다 확실히 하린이의 말대로 서울의 공기는 좀 텁텁하고 더러운 느낌이었다. 실종자들의 숲은 뭔가 확실히 자연의 냄새가 가득했는데 말이지.
‘사람들이 죄다 죽어 차 소리가 안들린 지가 벌써 거의 한달째인데 아직도 공기가 안 좋다니.’
도대체 얼마나 대기오염이 심각했으면 계속 공기가 안 좋은 걸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그때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아름이가 우릴 발견하더니 빽 소리쳤다.
“왔다!! 다들 왔어요!! 준이 오빠랑 숲에 갔던 사람들 다 왔어요!!”
아름이가 소리치자 여기저기에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던 내 하렘 멤버들과 마트 간부진들이 모여 들었다.
“우와.. 들어갔을 때보다.. 거의 세 배가 돼서 나왔네...”
“오빠!!”
화영이와 아람이도 우리에게 다가왔다. 메르와 예원이는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중이고.
다행히 간만에 본 그녀들은 별 이상 없어 보였다. 혹여나 우리가 숲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 마트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오빠아아. 보고 싶었어어어!!!”
“아이고. 누가 보면 거의 몇 년은 못 본줄 알겠다.”
“그렇지만.. 외로웠는걸요...”
난 품에 안겨든 화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은지가 씨익 웃으며 화영이 옆에 섰다.
“어? 은지 언니... 뭔가 좀 바뀌었네. 머리에 그거.. 뿔?”
“후후후...”
화영이의 아는 척에 은지가 씨익 웃으며 바지를 살짝 내리고 상의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아랫배, 즉 자궁부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음문이 드러났다. 심지어 어떤 스킬이라도 쓴 건지 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 그게 무슨...!?”
내 품에 안겨서 한껏 교태를 부리던 화영이는 은지의 아랫배에 새겨진 음문을 보더니 마치 눈부시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은지가 얼른 내 팔에 팔짱을 끼며 화영이를 향해 말했다.
“후후후.. 화영아. 이제 언니도.. 음문있다?”
“크으윽...!! 도, 도대체 숲에서.. 얼마나 떡친 거야.. 어떻게.. 어떻게 언니가 음문이 생겨?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야... 음문은.. 내 전유물이었는데...”
“후후후후...”
은지와 화영이는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 허나 이전에는 거의 은지가 일방적으로 화영이의 음문을 부러워하며 시기 질투하던 관계라면 이제는 음문을 새긴 은지를 향해 화영이가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빼앗긴 것 마냥 분해한다.
'만약 여기서 은하에게 음문이 생기면.. 과연 어떤 반응일까..'
매일매일 음문을 자랑하고 다니던 화영이의 표정이 궁금하다.
그 사이 아람이와 아름이가 주하와 은하에게 다가 갔다.
“오빠. 얘들은 뭐야? 흐음.. 둘 다 생긴 게 비슷하네..? 자매인가..?”
자매 포지션의 위협이라도 느낀 건지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며 주하와 은하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아름이. 참고로 아람이는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품이나 하고 있는 모습이 아람이 다웠다. 매사 무관심하니까. 섹스 할 때 아니면 거의 무감무욕한 상태다.
“흐음.. 오빠. 자꾸 어디서 아무거나 막 주워 오는 거 아냐?”
그때 기어코 아름이가 선을 살짝 넘는 말을 하자 잠자코 듣고 있던 주하가 인상을 팍 쓰더니 한마디 하려고 한 발 짝 앞으로 나섰다.
아름이가 원래 좀 싸가지가 없는데.. 하필이면 성격 드센 주하랑 맞붙게 생겼다. 북한 아녀자의 깡을 보여줄 심산인거 같은데...
나는 일단 잠자코 지켜봤다.
나는 웬만하면 여자들끼리의 일은 그녀들이 알아서 해결하게끔 내버려 두는 편이다. 내가 중간에서 너무 개입해 버리면 그녀들끼리 대화하고 서로를 알아갈 기회를 빼앗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는 법이다.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면 말다툼 하다가도 결국은 얼굴 보고 지낼 사이라는 생각에 서로 잘 화해한다. 더구나 일행 중 가장 강한 메르와 물과 불이라는 필수요소를 꽉 쥐고 있는 희선 누나가 연장자로서 무게를 잡아주니 다른 애들도 그리 심하게 싸우는 일은 없었다.
물론 진짜 칼부림 날 때쯤에는 개입해야겠지만 내 노예인 이상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아무튼 지금 처럼 아름이와 주하가 맞붙는 것도 융화되어 가는 과정 중 하나다.
“아니, 거 말에 가시가 있는데. 뭐 우리한테 불만이라도 있습네까? 그리고 당신이 뭔데 우리를 평가하듯 그리 말합네까. 우리도 조준 오라버니가 선택한 여잡네다. 거 같은 동지끼리 보듬어 줘야지 자꾸 견제하지 마시오.”
그런데 주하가 입을 열자 튀어나온 북한의 상투적인 말투가 꽤 충격적이었는지, 은지와 함께 서로의 음문을 찰싹찰싹 때리며 실랑이를 펼치고 있던 화영이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우리 쪽을 쳐다봤다. 또한 하품을 늘어지게 하던 아람이도 주하의 입에서 방언 터지듯 튀어나온 북한 말에 살짝 입을 다물었다.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오빠. 얘네들.. 북한 사람이야?”
“어. 숲에서 만나서 데려왔어. 나이는... 주하가 아름이 너보다 한 살 언니겠네?”
“뭐? 이런 땅꼬마가... 스물두 살이나 먹었다고?”
아름이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한번 주하를 손가락질 했다. 그러자 주하는 자신이 아름이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다는 사실에 ‘요년이거 잘 걸렸다’는 표정으로 아름이의 손가락을 딱 붙잡고서 화를 냈다.
“뭐라! 야이 에미나이 없는 뇬아! 언니한테 말뽄새가 그게 뭐이네!”
“아, 아아!! 아파!! 언니 미안!!”
언니라는 말에 당황한 아름이가 손가락을 붙잡혀서 쩔쩔매자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던 아람이가 그제서야 둘 사이에 개입했다.
“잠깐. 그 손 놓고 말하지. 같은 팀원끼리 폭력은 금물이야. 그리고 이 얘 내 동생인데, 정말 화났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 테니까.”
혼내도 자신이 혼내겠다는 듯 주하의 손목을 딱 붙잡고서 목소리를 깔며 말하는 아람이. 참고로 아람이는 은지보다 한 살 많다. 나이로만 치자면 희선 누나 바로 다음이다. 전투력으로 쳐도 반인반마 폭주상태의 아람이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하렘 멤버 중에선 메르와 전력을 다한 하린이 정도뿐이다.
난 그 사실을 주하에게 살짝 귀뜸해줬다.
“주하야. 아름이의 언니인 아람이는 스물일곱 살. 은지보다 나이 많아. 그리고 강해서 전투력으로 치자면 서열도 꽤 높아.”
“어.. 그, 그렇습네까? 거.. 그 뭐시냐.. 미안합네다... 그.. 동생분이 자꾸.. 손가락질을 해서.. 내도 동생이 있는지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은하의 언니인 주하는 마찬가지로 언니 포지션인 아람이가 나서자 살짝 움츠러들었다. 주하 본인도 은하가 어디 가서 손가락 꺾이고 있으면 당장 상대방을 죽이겠다고 역정을 냈을 테니까. 역지사지가 된 모양이다.
“이름이.. 주하라고 했지? 주하야. 얘는 내가 잘 타이를 게. 아름이 너도 빨리 언니한테 사과해. 새로 온 동료한테 그러면 안 되지.”
“응.. 미안 해요. 그, 그냥.. 자꾸 사람이 늘어서.. 자리 뺏길까봐.. 불안해서 그랬어요..”
아름이도 나와 몸을 섞다 보니 타락이라도 한 건지 애가 점점 나에 대한 소유욕을 느낀다. 그래서 다른 여자들에 대한 견제가 부쩍 늘었다.
그래도 본래는 자기가 하렘멤버 중에서 제일 작고 막내라서 별달리 그런 심정을 내색하진 않았지만 이번에 온 은하와 주하는 딱 봐도 작고 만만해 보이니까 일진 기질이 나온 모양이었다.
물론 진짜배기 상여자에 학창시절 진짜 일진이었던 아람이가 혼내자 아름이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리 상황이 끝나갈 때쯤 무너진 옥상 출입문 아래에서 예원이와 메르가 올라왔다.
“주인. 왔구나.”
“오, 오빠..!”
“메르! 예원이도 오랜만이네!”
예원이는 여전히 수줍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 주변에 여자들이 많으니 선뜻 다가오지 못 하는 것 같기에 이리 오라고 말했더니 그제야 눈치를 살피며 다가와 나를 푹 껴안고서 얼굴을 문댔다.
그리고 메르는 당장 들고 있던 낫부터 땅바닥에 내팽개치곤 나에게 다가와 확 끌어안았다. 난 그녀의 가슴에 파묻혀 오랜만에 메르의 가슴골에 코를 박았다. 역시 전직 천사라 그런지 젖가슴에서 우유냄새가 나는 기분이 든다. 메르의 가슴골을 살짝 핥으니 벌써 그녀와 물고 빨 생각에 심장이 콩닥거렸다.
빨리 남은 일들 다 처리하고 그녀들과 질펀하게 나뒹굴고 싶다.
“상처는 없어 보이고. 무사해서 다행이다, 주인.”
“메르도 거점 지키고 있느라고 수고했어.”
“뭐, 별거 없었다. 이번 주는 마땅한 업데이트도 없었고. 마트 주변엔 좀비 몇 마리 기어 온게 전부다.”
메르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없던 근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를 들려 줬다. 중간중간 순찰도 나간 모양인데 옆 동네에서 필드 보스를 발견했다고 한다. 좀비 수백 마리를 거느리고 있어서 건들지 않았단다. 나는 다음에 같이 잡으러 가자고 말했다. 마치 데이트 신청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보부상이 찾아왔었다.”
“그래? 물건 전부 구입했어?”
“물론이지. 아래층에 모아 뒀으니 나중에 보면 된다.”
“응. 잘했어. 고생했어 메르.”
난 메르의 볼에 입을 맞춰준 다음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이번엔 하진성이 말을 걸었다.
“형님! 무사하셨습니까!”
“어. 너도 고생했다.”
“허허. 저야 뭐 별로 한 것도 없죠. 형수님들이 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형님.. 이놈들 새로운 노예입니까?”
하진성은 멀뚱멀뚱 서 있는 일본인들을 엄지로 가리켰다. 노예들의 대장인 하진성은 얼른 신병교육을 하고 싶어 죽겠다는 듯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어. 다들 새로 들어온 노예들이고 전부 히든 클래스.”
“아... 그, 그렇습니까. 안 그래도 간부진이 부족했는데.. 잘됐습니다!”
“아, 그런데 전원 일본인이다.”
“예?”
“일본인들이야. 말이 안 통해. 진성이 너 일본어 좀 할 줄 아냐?”
“어.. 저는 한 평생 운동만 해서.. 공부랑은 별로 연이 없습니다.”
“그치..? 그럼 어서 가서 노예들 중에 일본어 잘하는 사람 좀 찾아봐. 얘들 써먹기 전에 한국어 교육 좀 시켜야겠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하진성은 거수경례를 하더니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노예들 중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을 찾아올 거다.
‘그러고 보니...’
문득 다이소에서 노예들을 사냥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분명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뚱땡이가 일본어를 잘한다며 살려달라고 했었는데.. 그때는 내가 일본인 노예를 잡을 줄은 생각도 못 하고 그냥 죽였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살짝 후회된다. 그 녀석 생김새만 봐도 진성 오타쿠 기질이 다분해 보여서 분명 개쩌는 일본어 실력을 가졌을 것 같은데 말이지...
‘역시 뭐든 재주가 있으면 쓸모가 있는 법인데...’
그래도 그때는 분명 죽일 만해서 죽였었다. 괜히 쓸데없이 후회하지 말자.
“자, 이제 다들 모였으니까 새로운 멤버들 소개할게.”
난 각자 떠들고 있던 여자들의 주의를 끌었다. 다들 내가 입을 열자 하던걸 멈추고서 나에게 집중했다. 난 내 우측에 서 있던 주하와 은하를 내 앞으로 데려왔다.
“자, 일단 여기. 이 두 사람. 북한에서 왔고. 이쪽이 언니인 이주하. 스물두 살. 이 애가 동생인 이은하. 올해 갓 스무 살. 두 사람 다 우리 패밀리에 들어오게 됐어.”
"반갑습네다!"
"잘 부탁드립네다!"
새로운 신입의 등장에 여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내가 내 여자 삼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별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없으니 그저 환영할 뿐이었다.
“어서 와.”
“잘 부탁한다.”
분위기가 경직되기 전에 아람이와 메르가 얼른 이주하와 이은하를 끌어 당겨 껴안아 줬다. 이제 한 배를 탔으니 서로 보듬어 줘야 한다. 서로 간에 믿을 건 우리 밖에 없으니까.
“자, 다음은 이 녀석인데. 어이. 소라.”
“하, 하이.”
“이리 와. 인사해.”
“네..!”
며칠간 나와 은지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으며 한국어를 몇 개 주워들은 소라는 ‘이리 와’와 ‘인사’를 알아들었다. 거기다 ‘네’라고 대답까지 한다. 대견하다.
아마 이대로 한 몇 주만 지나도 한국어 실력이 확 늘지 않을까 싶다. 소라 자체가 한국 아이돌 노래를 자주 들었다고 하니 한국에 자체에 거부감도 그리 없어 보였고. 여러모로 독불장군인 히이로 새끼와는 질이 다르다.
“아, 안녕?”
“하세요. 붙여야지.”
“아, 하세요!”
“그래. 계속.”
“어, 와타시와.. 아, 아니. 나는 나나세 소라데스! 소시떼.. 신토 미코 크라스이니다!”
“자, 다들 나름대로 노력한 소라짱에게 박수..”
“우, 우와...”
짝짝짝.
“헤헤.. 가, 감사하므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배꼽 인사하는 소라. 속마음이 어떤지는 몰라도 친해지고 싶다는 기운은 분명히 모두에게 전해졌다.
“소라 클래스는 신토 미코인데. 그냥 무녀라고 생각하면 돼. 여러 가지 유용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꽤 예뻐서 곧 할 예정이다.”
“어.. 아직 손 안댔어요?”
예원이가 마치 웬일로 아직 손을 안 댔냐는 듯이 물었다. 이거 좀 찔리네. 하긴 그동안 이리저리 판부터 벌리고 봤는데 소라는 아직 손 안 댔다고 하니 놀랄 만도 하다.
“그게.. 시간이 없었어.”
“아하..”
“자, 다음은 이 녀석. 호타로 인사해라!”
“네.. 바, 반갑슴미다. 저는 호타로임미다. 잘 부탁함미다.”
“클래스는 음양사야. 무녀 남자버전이고, 이 녀석도 꽤 귀중한 클래스.”
호타로는 어색하게 인사하곤 자리로 돌아갔다. 예쁜 여자들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으니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귀까지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다보니 호타로의 여자 친구인 나나사와 레이가 그의 옆구리를 꽉 꼬집었다. 겨우 고통스러운 신음을 참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호타로... 못생기고 성격 나쁜 갸루와 사귄다고 고생이 많다.
아마 미팅에서 폭탄처리를 맡았다가 저리 코가 꿰인 게 아닌가 싶다.
이후 나는 프리스트인 겐과 하쿠보, 템플러인 린, 클레릭 히토미와 인퀴지터 하야토까지 전부 소개했다.
물론 호타루의 여자 친구인 씨커 클래스 레이까지도. 그러자 자신만 쏙 빼놓은 게 불만이었는지 대기 중이던 히이로가 일본어로 나에게 소리쳤다.
이미 그가 내 눈 밖에 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호타루는 굳이 히이로의 말을 번역하지 않고 모른 척했다. 하야토나 다른 일본인 멤버들도 히이로와 거리를 뒀다.
그러자 착한 예원이가 나에게 물었다.
“어, 오빠.. 저 사람은 왜 소개 안 해요?”
“저놈은 숲에서 나쁜 짓을 저질러서. 오늘 중에 공양할 거야.”
“아하~”
모두가 납득한 가운데 혼자만 납득하지 못한 히이로의 처절한 외침이 옥상에 울려 퍼졌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결국 히이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의붓 여동생인 소라에게 말을 걸려고 손을 뻗었다.
“소, 소라짱...”
“후우...”
소라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나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숲에서부터 슬쩍슬쩍 스킨십을 해 오던 소라는 이제 완전히 나에게 달라붙었다. 소라는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완전히 나의 여자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듯했다.
“아.. 아아..”
결국 히이로는 무릎을 꿇으며 오열했다.
“멍청한 자식.”
“커헉..!”
나는 울고 있는 놈의 머리에 침을 뱉어 주곤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
그러게 진즉에 하진성이나 호타로 마냥 나에게 고개 숙이고 알아서 기었으면 부하로 삼아줬을 텐데. 멍청하게 자기 고집 부리고 멋대로 행동했으니 그에 따른 합당한 벌을 줄 수밖에. 말 안듣는 개새끼 키우는 취미는 없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히이로를 내버려둔 채 점심을 먹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어차피 곧 공양할 놈이라 그냥 온종일 옥상 구석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려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