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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30화 (130/221)

〈 130화 〉 129. 거주지 이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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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오가 건의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복은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허나 진짜 여의도까지 가는 건 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이 인간들을 다 이끌고 가려면 상당히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우리는 수가 꽤 많다. 이리저리 흡수한 인원만 백 명이 넘어가고 그중 비각성자들만 해도 수십 명이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일꾼들인 비각성자들을 버릴 수는 없으므로 그들을 보호하며 여의도까지 가야 하는데 그게 상당히 힘들다. 라갈의 인장을 사용해 용으로 변해서 태우고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긴 하지만... 과연 여의도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거점은 옮기고 싶을 때마다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생필품을 옮기고 방어선을 구축하고 살만한 거점을 형성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한번 옮길 때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또한 지금 길거리에는 일반좀비가 사라진 지 오래다. 특수 좀비도 마찬가지고. 그것들은 전부 구울이나 드라우그 같은 진화 좀비가 되어 마치 신인류 마냥 무너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만약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멍청한 일반 좀비였다면 그냥 썰어 버리면서 나아가면 된다. 물량은 칠흑바퀴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니 얼마든지 여의도까지 갈 수 있었겠지.

허나 진화개체는 칠흑바퀴가 역으로 사냥당할 가능성이 높다. 업데이트가 많이 진행된 지금은 이전처럼 막무가내로 쓸어 버리는 게 상당히 힘든 일이 된 것이다.

더구나 칠흑바퀴로는 대처가 불가능한 스켈레톤들도 많아진 상태다. 칠흑바퀴의 물량으로 해결이 안 되는 해골 병사놈들을 학살하려면 음지나방을 불러내서 쓸어버려야 하는데 음지 나방은 낮중엔 잔다.

그렇다고 우리가 발품 팔아가며 스켈레톤들을 사냥하자니 놈들은 좀비보다 더 죽이기 힘들다. 병종도 다양하고, 놈들은 연계가 가능학 적들이라 같은 인간을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싸워야했으니까 정신적인 피로도도 상당히 높다.

물론 나와 내 하렘 멤버들이야 작정하고 쓸어버릴 마음을 먹는 다면 어렵지 않게 으깨죽일 수 있지만... 비각성자들에게 있어서 녹슨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스켈레톤은 대적하기 어려운 적들이다. 이동중에 비각성자들이나 약한 일반직 각성자들은 대거 죽어나가겠지.

일반 좀비까지라면 비각성자들도 쇠 파이프 하나 들고 싸움이 가능하지만 좀비들이 진화개체로 통일되고 스켈레톤들이 활개를 치는 이상 비각성자들이 전투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으니.

비각성자들을 전투방면에서 써먹으려면 아이템을 사용해 특수한 방법으로 각성시키거나 아니면 윤하준과 같이 알시드를 양산해 감염시키는 방법뿐이다.

‘총기라도 사용 가능하면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총화기는 업데이트로 죄다 막혔다. 그나마 총기를 사용 가능한 직업들도 우리 쪽엔 없다. 벤디트만해도 자신과 피로 혈맹을 맺은 부하들은 몇 명 총기를 사용 가능해지는 모양인데..

‘이찬성을 그때 고문하다 공양했으니..’

이찬성을 우리 집단이 품었다면 우리 측에도 몇 명 정도는 총화기 사용이 가능했겠지만. 나는 놈을 죽이기로 했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놈은 교화시키는 게 불가능한 광인이었고 인디크론이 그 놈의 영혼을 너무나 탐내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지금 자리 잡은 마트의 경우엔 키시리아부터 온갖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지능이 높아진 진화개체들이 알아서 피해 갔지만.. 조금만 여기서 벗어나도 겁 대가리를 상실한 언데드들이 미친 듯이 공격해 온다.’

자동차를 끌고 다니고 싶지만 소리 때문에 지하수로에 잠들어 있는 좀비들을 다 깨울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재 서울의 도로는 대부분 버려진 차들로 막혀 있는 상태라 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각성자들이 중간중간에 길에 새워진 자동차를 싹 치워야 했다.

그리고 만약 자동차를 타고 가더라도 레버넌트가 휘두르는 대검이면... 일반적인 스펙의 자동차는 그냥 개박살이다.

‘여의도는 도보로 가기엔 멀다.’

분명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을 국회의사당 한가운데에서 캠프파이어를 벌이면 로망이야 있겠지만...

‘애초에 로망대로 움직였다면 지금쯤 방랑 생활을 하고 있었겠지.’

아포칼립스의 진정한 로망이란 무너진 도심지를 돌아다니며 과거의 향수에 취하는 거니까. 허나 나는 로망 따윈 다 갖다 버리고 안전과 평온을 최우선시 해 왔다.

지금 와서 로망 하나로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러 가는 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언제까지고 업데이트가 없으리란 법도 없고. 한창 거점을 꾸리는 중에 답도 없는 난이도의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재앙을 맞이해야 한다.

고로 최대한 다음 주 중에 완전히 안착할 수 있게끔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를 물색하고 싶다.

“문근오. 의견은 좋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이 동네 안에서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아, 예. 저, 저도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거라.. 마, 마음대로 하시길 바랍니다.!”

“그래. 그럼... 우린 인근 학교로 거점을 옮긴다. 운동장 있는 학교로. 항상 옥상에서 떡치는 것도 할짓 아닌 것 같고.. 우리도 개인 프라이버시 좀 가져보자.”

우리가 살고 있던 마트와 비교적 가까운 학교는 무려 일곱 개나 된다.

그중 대부분이 아파트 근처의 초등학교라 그것들은 전부 제외 시켰다. 초딩들 의자나 책걸상은 쓰기 뭣할 정도로 작고 건물들 층수도 비교적 낮아서 별로다. 더욱이 생존자들이 거의 다 죽어 좀비로 변한 지금 희생자들이 가득할 아파트 근처는 헬 게이트나 다름없다.

아파트엔 수천 마리의 좀비들이 우글거릴 거다. 거점에 틀어박혀 공성을 하는 거라면 몰라도 이동 중에 그놈들을 다 처리하고 돌아다닐 걸 생각하면 노동의 강도가 장난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효선 여자 고등학교가 좋지 않을까요. 뒤에 산도 있고. 사실 제가 거기 출신이예요.. 거기 예체능 중점 고교라. 운동부도 많아서 여러 가지 운동기구도 있고. 어때요?”

“그래?”

은지가 자기 모교를 추천했다. 하린이도 이 동네 출신이라 잘 알고 있는 모양이고. 나도 버스타고 돌아다니며 몇 번 들은 명칭이었다.

“무엇보다 뒤에 산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드네.”

좀비들은 주로 도심지의 건물들 내부에 기어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과는 그리 친하지 않은지 하수도나 지하에 기어들어 가는게 내가 이때까지 확인한 좀비의 습성이다.

아마 죽은 놈들이라 자연스럽게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산에는 좀비가 없을 거다.

“그렇군요. 산이라면 약초를 키우기 좋을 것 같습니다.”

“응응. 자연 속에서 명상하면.. 정령들이 빨리 진화할 것 같아. 나는 찬성.”

연금술사 헬러스도 산에서 약초 재배가 더 용이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희선 누나도 마찬가지로 자연 친화력을 높이기엔 산이나 자연이 최고라고 동의했다. 산 모기가 무섭다지만.. 그래도 좀비 가득한 도심지 한 가운데보단 훨씬 조용하고 편할 것 같다.

“좋아. 그럼 우리 다음 거점은 효선여고로 결정. 우린 오늘부터 효선 여고 점령을 목표로 움직인다.”

서울에 있는 학교는 대부분이 좁은 초등학교들이다. 더구나 주변에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그런 학교에는 생존자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비교적 지리적 이점도 챙기면서 부지도 상당히 넓은 효선 여고엔 아마 높은 확률로 생존자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

그놈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고 노예로 삼을 거다.

“간만에 노예사냥이겠군.”

벌써 즐겁다. 항상 집단을 성장시키기 전엔 습격을 당하거나 먼저 습격하는 식으로 인원을 늘렸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나와 내 여자들이 놈들에게 접근해 간을 본 다음 먹을 만하다 싶으면 바로 소수정예로 효선 여고를 침략한다. 그다음 싹 정리된 곳에 나머지 노예들을 불러들이는 게 이번 습격 작전의 큰 골자였다.

세부적인 작전은 상황에 맞춰 바뀔 거다. 미리 모든 걸 정해 두고 갈 필요는 없다. 클래스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보니 예상 밖의 상황은 무조건 발생하니까.

“진성아. 리어카 주워둔 거 있지?”

“예! 있습니다.”

“그거랑 마트에 있는 카트에 옮길 짐들 미리 옮겨두고.. 내일이 월요일이니까 혹시나 자정에 업데이트나 패치 없는지 확인한 다음.. 내일 바로 침략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다들 흩어졌다. 할일이 있는 이들은 아래로 내려갔고 다른 이들은 옥상에 남았다.

“야. 나나세 소라.”

“하, 하이..”

“너는 나 좀 보자.”

당장 내일부터 습격을 시작할 건데..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둬야지.

나는 볼이 붉어진 나나세 소라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눈치껏 하진성은 옥상에 최소인원만 남기고 다 내려 보냈다. 또한 내 여자들도 몇 명 웃으며 다가왔고 메르는 당장 내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주인. 벌써 할 생각인가?”

“응. 다들 일주일 동안 나 기다린다고... 고생했잖아.”

“후후.. 그렇긴 하지. 저 딜도... 저걸로는 도저히 만족되지 않더군..”

메르가 허리를 살짝 숙여 내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주인의 뜨겁고.. 커다란 양물이... 내 속을 휘저어 줬으면 좋겠다..”

­츄릅.

귓속으로 파고드는 메르의 혀. 본인 스스로를 타락 천사라 확실히 인정한 그녀는 나날이 본인의 욕망에 충실해져 가고 있었다.

“흐흐.. 다들 알겠어. 일단.. 얘랑 볼일이 있거든.”

“그러고 보니 소라는 오늘이 처음이네요?”

“응. 그리고 소라의 처음이 따이는 순간을.. 꼭 보여주고 싶은 녀석이 있어서 말이야.”

“그거.. 그 악신들 때문인 거 맞죠?”

“어. 그렇지. 나도 그냥 편하게 섹스나 했으면 좋겠다.”

“후후후. 그래도 많이 도움받고 있다면서요.”

“그래서 이리 퍼포먼스를 한 번씩 보여줘야해.”

내가 왜 주기적으로 이렇게 보여주기 식 고문이나 만행을 저지르는지 이미 알고 있는 하렘 멤버들은 어서 이 정례 행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히이로를 망가뜨리고 질펀하게 섹스나 할 생각에 나는 아직도 구석에 쭈그려 고갤 숙이고 있던 히이로를 불렀다.

“야! 히이로!!”

“아...”

몇 시간이나 옥상에 방치되어 있던 히이로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을 무시하고 본인의 고함 소리는 묵살되니 사람이 초췌해져 있었다.

“야, 이거 보이냐?”

나는 놈 앞에 웃으며 다가 갔다.

“키이이사마아...!!”

그러곤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 소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놈을 향해 씨익 웃었다.

“뭐, 등신아. 어쩔 건데.”

이제부터 히이로는 눈앞에서 첫사랑이자 의붓동생인 나나세 소라가 따먹히는 장면을 직관하게 될 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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