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134.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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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엔지니어와 플랜트 파머는 방송실에 숨었다. 효선 여고의 최중요 인물들 답게 그녀들은 다른 이들보다 훨신 엄중히 보호 받았다. 또한 그녀들은 실질적인 전투에 그리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더구나 믿고 있던 외부의 터렛들은 메르의 손에 의해 죄다 망가져 버렸고 나무뿌리는 강희선에게 통제권을 빼앗겨 버린 상태였기에 적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녀들로서는 손쓸 도리가 없었다.
그녀들이 가진 클래스는 진지 구축에 있어선 탑티어의 클래스였지만 실질적인 전투 능력은 전무했다. 결국 이렇게 본진이 외부의 적들에 의해 뚫리게 되면 급격히 무력해지는 것이 그녀들의 단점이었다.
“지연 선배... 우리.. 우리 이제 어떡해요.. 보니까.. 선생님들이랑 다른 선배들.. 다 죽은 것 같은데..”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떡하지...”
밖에선 시시각각 죽어 가는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대로 여기에 평생 숨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그녀들은 선택해야 했다.
싸울 줄도 모르면서 괜히 의리를 지키기 위해 결사 항전을 할지. 아니면 빠르게 항복하고 자신들의 유용성을 입증에 침략자들의 편에 설지.
엔지니어이자 효선 여고 3학년인 정지연은 후배이자 플랜트 파머인 주인혜에게 제안했다. 정지연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여자였다. 또한 생존본능이 투철했다.
“저, 저쪽에 붙자고요..? 선배.. 지금 학교 친구들이랑.. 선생님들 전부 배신하자는 거예요?”
"뭐... 어쩔 수 없잖아. 여기 사람들은 이미 끝장이야. 하지만 우리가 갖춘 능력이라면. 침략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약속 받을 수 있을 거야. 솔직히 학교에 기어들어와서 일도 제대로 안 하고 놀고먹기만하던 비각성자 새끼들 마음에 안들었어... 그 새끼들 전부 우리 아니었으면 진즉에 죽었을 걸?"
정지연은 처음부터 비각성자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갖춘 능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약하고 멍청한 인간들이 원하는 건 뭐 그리 많은지.
사사건건 플레이어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도심지로 나가서 물건을 구해와 달라는 그들의 이기적인 모습은 역겨움을 자아냈다. 이에 정지연은 약해빠지고 집단에 도움이라곤 안 되는 비각성자들에게서 증오를 느꼈다.
정지연이 가장 혐오하는 것은 언더도그마다. 약자라고 결코 착한 이들이 아닌데 이 학교의 멍청한 교사들은 도움 안되는 비각성자들이 약하고 힘없으니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이들이라고 늘 설파해 왔다.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 가르치려드는 비각성자 선생들이 같잖았다. 그래서 정지연은 속으로 항상 생각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다 뒤졌을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까분다고.
멸망전에는 본인이 선생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까지 자신들을 가르치려 드는 비각성자 교사들의 모습이 아주 눈꼴시려웠다. 꼰대들이 주제파악 못하고 떠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정지연은 진절머리가 났다. 멍청하게 인본주의를 외치는 선생들도 그렇고, 그 말에 좋다고 박수 치는 비각성자들도 그렇고. 멍청하게 입만 산 놈들은 죄다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항상 생각했다.
도움 안되고 쓸모 없는 비각성자가 집단에 늘어날수록 각성자들의 일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이에 슬슬 버릴 놈은 버려야하지 않겠냐고 정지연은 제안했지만. 그녀의 제안은 늘 거절당하고 묵인 되어왔다.
결국 그녀의 마음에 자리 잡은 비각성자 혐오는 극에 달했다.
'머저리 같은 비각성자 새끼들은 당연히 잡일이나 시키는 노예로 굴리고 지배하는 게 맞다고 늘 생각해 왔어. 어쩌면.. 이건..'
약육강식으로 학교를 다스려야한다는 입장의 정지연으로서 지금은 절호의 기회일지도 몰랐다. 외부에서 들어온 각성자들. 저들은 분명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야생의 생존자들일게 분명했다.
이건 그야말로 각성자들이 우대 받고 비각성자들은 알아서 밑바닥을 기어야함을 깨우치게 해 줄 좋은 기회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인혜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는 우리만 생각하자고. 어차피 능력 있는 우리가 고통 받을 일은 없어. 우리는 무사할 거야. 딴 놈들이야... 플레이어는 살아남겠지. 그러니까 이제 이 답답한 방송실에서 나간 다음에 저쪽 사람들에게 붙자. 우리를 받아달라고 하면 좋다고 받아 줄 거야."
“서, 선배.. 그렇게 안봤는데...”
“하아.. 야. 자꾸 나만 쓰레기 만들지 말라고. 너도 어차피 저 사람들 밑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밖에 상황 안 보여? 다 끝났다고!!”
"그, 그렇지만..! 여긴 친구들도 있고.. 저, 저는!"
콰앙!!!
그녀들이 한참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떠들고 있을 때 차륜으로 터렛의 고철탄을 막아 내며 교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덤벼드는 플레이어들의 팔다리를 죄다 부러뜨리며 돌아다니던 이은지가 방송실로 들어왔다.
“여기 있었네? 너희들이 그... 엔지니어? 그리고 저 담벼락에 나무뿌리 박은 애들이라면서? 그치?”
“그, 그걸 어떻게..”
“몇 명 잡아다 손가락 자르니까 술술 불던데? 너희 싸울줄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살려달라고 빌더라? 하하하! 듣자 하니 여기 사람들 전부 너희 덕보고 살아남았던 모양인데... 손가락 2개에 바로 너희 위치를 팔더라고. 그래. 손가락은 중요하지. 나는 이해해.”
이은지의 말에주인혜는 절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주저 앉았다.그에 반해 엔지니어인 정지연은 곧장 무릎 꿇으며 빌었다.
“어, 언니 말이 맞아요!! 제, 제가 엔지니어예요. 제가 저기 터렛 다 만들었고.. 저... 쓸모 엄청 많아요. 주, 죽이시면 안 돼요.. 제발...”
정지연의 말에 이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이은지는 창밖에 고개를 내밀어 엔지니어가 확보되었고 교내의 터렛이 작동을 멈췄음을 알렸다. 그 다음 그녀는여전히 얼타고 있던 주인혜를 향해 물었다.
“좋아. 거기 너는?”
“어.. 저.. 저는.. 어..”
“빨리 대답 안 하면 내가 너를 조금 많이 아프게 해야 해. 그리고 우리 준이 오빠는... 나보다 더 심하게 너를 괴롭힐 거야. 그냥 우리 쉽게 가자, 친구야. 응? 앞으로 얼굴 보며 지낼 사이인데.”
이은지는 웃으며 말했으나. 그녀의 웃음엔 묘한 가시가 돋쳐 있었다. 또한 미미한 살기도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흉악한 기운에 압도 당한 주인혜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겁에 질려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네.. 넵.. 저, 저는 플랜트 파머고.. 이, 이름은 주인혜구요.. 저, 저는..”
“잠깐. 너무 상세한 소개는 필요 없어. 그건 주인님 앞에서 해. 알겠지?”
“주, 주인님이요...?”
“그래. 주인님이지. 앞으로 너희가 모실 분이 한분계셔. 그 사람은 엄청 무섭고... 잔혹하고.. 앞뒤 없이 죽이시는 분이니까. 알아서 고개 숙이고. 무조건 복종한다고 해야 해. 너희 둘 다 꽤 귀엽게 생겼으니까. 알아서 조아리면 크게 안 괴롭히고 잘해주실 거야. 알겠지? 언니말 믿고 꼭 복종해야 해..? 반항하면 안 된다? 반항하면... 많이 아플 거거든..”
이은지의 충고에 정지연과 주인혜는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반인반요인 이은지의 눈엔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있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두 여고생은 이은지의 말이 곧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자, 그럼 해줄 수 있는 충고는 다 해줬고... 어서 나가자.”
설득을 마친이은지는 애들을 이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이은지가 그녀들을 설득하는 사이에 교내소탕은 끝나 있었다. 완전히 전투 상황이 종료된 건지 효선 여고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다만 간간히 어떤 여인의 비명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주인혜는 그 비명소리가 웬지 유혜지 선생님의 목소리 같다고 느꼈다.
곧 그녀들이 여인의 애원하는 듯한 비명소리를 들으며 1층에 도착하자 생존자들은 전원 손을 머리에 둔 상태로 1층 현관에 줄지어 앉아 무릎 꿇고 있었다.
그리고 끝까지 반항하던 일부 플레이어나 비각성자 몇 명이 본보기로 목이 잘려 있었다. 주로 말많던 비각성자 선생들이나 늙고 힘없는 주제에 바라는건 더럽게 많던 생존자들이었다.
“어. 왔네. 걔네야?”
“네! 얘들이 엔지니어랑 플랜트 파머래요!”
“잘했어, 은지야. 그래, 어디 보자..”
정지연과 주인혜는 아무렇지 않게 유혜지의 몸에 꽂힌 칼을 잡아 뽑고 있던 장조준을 쳐다보았다.
이미 유혜지는 만신창이가 되어 반쯤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조준이 가진 스킬이 길드 명단처럼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스킬임을 간파한 유혜지는 그에게 굴복하지 않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텼다.
허나 몸이 난도질 당하고 몇 번이나 이주하의 여우 불로 지져지자 결국 유혜지는 장조준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을 지키겠다는 신념도, 결코 악인의 손에 학교를 넘겨 주지 않겠다는 결의도 살을 베는 고통과 불고문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인간의 굳은 의지 따위 한계치 이상의 고통 앞에선 그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뿐이었다.
“자. 얘들아. 이리 온.”
“히끅... 서, 선배.. 우, 우리.. 어떡해요.. 저.. 아저씨.. 무, 무서워요..”
“쉿. 인혜야.. 그냥.. 가만히 입닫고.. 나만 따라와.”
정지연은 죽어 나자빠진 꼰대들의 시신을 짓밟으며 부들거리는 이선재를 깔고 앉아 있던 장조준에게 다가 갔다.
꿀꺽..
극도로 긴장한 정지연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의 남자는 얼굴에 필터라도 씌워진 것처럼 흐릿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운데 그의 뒤편에 서 있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살벌한 기운을 내뿜고 있어서 더욱 무거운 위압감이 조성됐다.
정지연이 느끼기에 장조준의 하렘 멤버들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야차들 같았다. 장조준은 염라대왕이고.
“음. 그래. 누가 엔지니어지?”
“저.. 저요.. 제가 엔지니어입니다..”
“오. 네가 엔지니어구나. 너 아주 굉장한 능력을 가졌더라?”
“네.. 넵..”
“여기. 너희 선생.. 이름이.. 그래. 유혜지 씨 보이지?”
“네, 넵... 보, 보입니다.”
"이 사람 끝까지 굴복하기 싫다고 고함치다가 이꼴 난 거거든. 우리 친구는 이렇게 쓸데없이 반항하고 힘빼지 말자? 나도 피곤해. 이짓거리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루 온종일 사람 때려 부수는 것도 자주하면 스트레스 받는 일이거든? 그러니까.. 그래. 우리 친구 이름이?"
"지, 지연이요. 정지연.."
"그래, 지연아. 우리 지연이 나한테 굴복할 거지? 이번 한 번만 물어보는 거야. 고민하고 대답해 줘.”
정지연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서 비비적 거리는 유혜지와 눈이 마주쳤다. 고민하고 답하라고 했지만. 대답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거절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 분명했다.
그때 정지연이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 장조준은 유혜지의 머리를 붙잡고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교사라며. 애들 고통받는 거 더 보고 싶은 거야? 아까 활잡이년들 손가락 잘리는 거 봤을 텐데. 빨리 말해. 나에게 굴복하라고 말해.”
“흐윽.. 얘, 얘들아.. 어, 어서 빨리 굴복해. 괜히 버텨봐야.. 소용없어. 서, 선생님처럼.. 괜히.. 버티지 말고.. 얘들아.. 어서.. 그게 살길이야.. 선생님.. 믿지..”
“하하하. 자, 들었지? 선생님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어서 말 들어야지. 이런 진심어린 충고 두 번은 못들어.”
정지연을 눈을 질끈 감았다. 침략자들은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미친놈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반항할 방법도 힘도 없었다. 이미 적장의 앞까지 끌려온 상황이다. 비전투 직종인 정지연이 할 수 있는 일은 굴복뿐이었으니.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구, 굴복하겠습니다.”
“잘 선택했어. 착하네. 말도 잘 듣고. 안 그러냐. 수경아? 너처럼 나대다가 손가락 잘리는 일도 없고. 지선이 처럼 대들다가 칼빵 맞는 일도 없잖아. 그치? 대답들 안 해!!”
“크흡.. 죄, 죄송.. 쿠헉..”
“후우, 됐어. 자, 지연아 이리 와서 무릎 꿇고. 옳지.”
무릎 꿇는 정지연의 등을 보던 주인혜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터트리며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얼굴이 흐릿한 남자와 그의 뒤에 서 있는 여인들의 무감정한 눈빛하며,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이들의 머리통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상황하며. 연약한 그녀로서는 뭐 하나 제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이 모든 상황이 공포스러웠다. 하루아침에.. 그것도 4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거점을 초토화 시키고 학교를 꿀꺽한 이들을 보니 주인혜는 형용하기 어려운 공포심을 느껴야만 했다.
“어.. 언니.. 지, 진짜로.. 진짜로 굴복할 거야...?”
"나는 이미 굴복했어. 그리고 인혜야, 방법이 없잖아. 너도 빨리 결정해야 해. 나는.. 이 아저씨의 말을.. 따를 거야.. 그게 지금 당장은 유일하게 살길이니까. 나는 여기서 죽기 싫어. 난 살고 싶어. 인혜 너도... 잘 결정해. 반항해봐야.. 도망갈 곳 따윈 없으니까."
정지연의 말에 조준은 해맑게 웃었다. 현명한 판단이라며. 이곳의 모두가 부디 그렇게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곧 정지연의 이마에 노예낙인이 찍혔다.
참고로 1층에 무릎 꿇린 이들을 손쉽게 굴복시키기 위해 일종의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던 조준의 입장에서 정지연의 발언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자, 거기. 너도 이리 와. 우리 빨리빨리 끝내자. 시체도 치워야하고. 우리 바빠.”
“흐읍.. 흑.. 이 개새끼.. 사람을 그리 죽여놓고... 왜 그렇게 태연해.. 미친 개자식..”
“그래그래. 나 개새끼 맞아. 빨리 이리 와. 슬슬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으니까.”
“흐윽.. 흐아앙..”
주인혜는 울면서 조준에게 다가 갔다. 곧 그녀도 무릎이 꿇려졌고 제대로된 반항 한번 하지 못한 채 이마에 낙인이 찍혔다. 효선 여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던 인물들은 그렇게 전원 노예가 됐다.
“하아.. 플레이어들은 왼편으로. 비각성자 오른편으로 이동해라. 이동중에 입 열면 바로 죽인다. 빨리 움직여. 당장!!”
효선 여고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이라 볼 수 있던 이들을 전원 노예로 만든 장조준은 1층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분리시켰다.
비각성자들은 쉽사리 잡아 죽일 수 있지만 각성자들을 최대한 빠르게 노예로 만드는 편이 좋았기 때문에 일부러 분리시켜 각성자들부터 노예로 만들 생각이었다.
“자, 그럼. 플레이어들은 순서 지켜서 앞으로 한명씩 걸어나와. 개수작 부리거나 반항하면 그대로 죽인다. 저기 목잘린 새끼들 처럼 듀라한한테 모가지 뽑히기 싫으면 고분고분 말들어라. 그럼 너희는 저 병신들처럼 죽을 일 없으니까.”
이미 죽어 한곳에 버려져 있는 시체들. 듀라한이 목을 때야 한다는 개소리를 외치며 시체들의 목을 죄다 뽑아낸 덕분에 죽어서 좀비로 되살아난 이들은 없었다.
아무튼 머리 없이 죽어 있는 시체들을 보며 효선 여고의 각성자들은 본인들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나마 아무런 능력도 없는 비각성자들 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리고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평화를 누리기만 해왔던 비각성자들은 오늘부로 진정한 효선 여고의 최하위권 노예가 되었으며 예비 공양물로 신분이 격하됐다.
이것이야말로 멸망 후의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알맞는 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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