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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47화 (147/221)

〈 147화 〉 146. 유리대포도 꾸미기 나름

* * *

“일만 코인? 콜. 팔어스로 구입하겠습니다. 계약서 주시죠.”

“뭐? 외팔에! 눈깔병신이야! 이걸 산다고!? 얘 몸뚱이 망가져서 오래 못쓸걸? 이 새끼 뭘 믿고 구입하는 건데!”

내가 다짜고짜 외팔무사를 구입하겠다고 외치자 광대는 급격히 당황스러워하며 왜 이런 이상한 결정을 내렸냐고 따지고 들었다.

“뭘 믿냐고? 당신의 반응. 사지 말라는 듯이 떠들어대던 당신의 말과 일부러 내가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게 끔 한계까지 낮춘 듯한 가격을 보고 골랐지.”

시종일관 나를 엿먹이려 했던 광대 놈의 반응 때문에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치 구입하면 큰 손해를 본다는 듯 외팔무사를 깎아내리던 모습과 노예의 최저가격이라 여겨지는 1만 코인을 언급한 순간 나는 노예상이 나에게 블러핑을 치고 있음을 간파했다.

'이건 무조건 구입해야 한다. 일만 코인으로 엄청난 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더구나 나머지 세 명의 후보 중 둘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남은 하나와 외팔무사를 비교한 끝에 결국 그를 선택했다.

'일단 들장미인지 뭔지의 기사는 보는 순간 속이 안 좋아질 정도의 게이였고 울라탄인지 즐라탄인지 모를 야만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용잡이를 비롯해 메르와 체셔도 그렇고 진정한 강자는 강자의 향을 뿌린다. 그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내 눈이 높아졌다는 소리지. 그런데 저 둘은 그 정도의 기운을 내보이지 못했다. 허나 외팔무사는... 그런 강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남은 후보는 두꺼비 여인뿐인데.. 솔직히 잠깐 고민 했다. 말이나 행동이 심하게 느려터지긴 했지만 두꺼비 여인에게선 왠지 모르게... 헬러스를 구입할 때 느꼈던 그런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본 실력을 숨기고 있는 듯한 기운. 헬러스도 처음엔 그냥 치료약이나 조금만들 줄 아는 그런 연금술사인 줄 알았다. 허나 그는 내 상상 이상의 거물이었지.

그런데 저 두꺼비에게서도.. 그런 학자의 기운이 느껴져서 느리다는 이유로 버리는 게 맞나 고민했다.

그래도 일단은 내 거점에 헬러스와 엔지니어가 있기도 하고 보석상도 잘하면 들어올 예정이라 학자로 보이는 두꺼비가 아닌 전력이 되어줄 외팔무사를 선택했다.

“젠장... 일만 코인... 팔만으로 바꾸면 안 되겠지?”

내가 외팔무사를 구입한다고 하자 갑자기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저질스런 광대놈. 순간 뒤에서 묵묵히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체셔가 광대에게 다가가 으르렁거렸다.

“이봐, 한번 발설한 가격은 낙장불입인 거 몰라? 그러니까 처음부터 장난질 치지 말았어야지.”

“빌어먹을.. 넌 좀 짜져 있어. 이건 고객과 나 사이의 문제인데 자꾸 네가 왜 끼어들어서...”

광대와 체셔는 서로를 비방하며 소리쳤다. 이러다간 진짜 칼부림이라도 날 것 같아서 중간에 얼른 멈추라고 개입했다.

“후우.. 빌어먹을... 알겠다. 일만 코인이다.. 내가 이렇게 호구잡히는 것도 이번 한 번 만이야.”

“진즉에 그랬어야지. 준아! 나 잘했지!”

“네! 대박! 흥정의 여신!”

나는 체셔와 하이 파이브 했다.

광대가 팔만 코인을 언급했으니 사실상 외팔무사의 실제 가격은 팔만 코인이었다는 소리겠지. 그런데 그걸 일만 코인으로 거저 구입했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와 체셔가 빙글빙글 돌고 방방 뛰며 멍청한 광대놈을 조롱하듯 기뻐하자 인상이 한층 더 안 좋아진 광대는 입꼬리를 잔뜩 내리고선 나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싸인이나 하고 꺼져....”

“아, 잠시만요. 체셔!”

“응!”

광대에게서 계약서를 빼앗은 체셔가 빠르게 읽어보더니 나에게 다시 건네줬다.

“이상 없어!”

“그럼 바로 싸인!”

“빌어먹을 것들... 쌍으로 지랄이군...”

“옷도 구입할게요. 이천 코인이죠?”

“그래... 그래라. 다 가져가라. 망할 연놈들아.”

다 포기한 듯한 광대는 적당히 낡고 붉은 저지를 가져와 외팔무사에게 던져 줬다. 외팔무사는 팔 하나로도 능숙하게 옷을 챙겨 입었는데, 그 모습을 보아하니 외팔로 지낸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흐른 게 아닌가 싶었다.

“빌어먹을 컬티스트 놈... 다음번엔 악성재고들만 보여주마.. 각오해라..”

“네~”

울분에 찬 목소리로 부들거리는 노예상. 나는 체셔와 함께 광대에게 손을 흔들며 서커스 장을 빠져나왔다. 체셔가 옆에 있으니 무서울게 없었다.

와중에 외팔무사는 말없이 묵묵히 우리의 뒤를 따랐다. 기본적으로 말이 없는 사내 같았다.

“고맙소.. 지옥 같은 곳이었는데.. 덕분에 나올 수 있었구려.”

서커스 장을 벗어나 꼬인 골목에서 한참 동안 체셔와 함께 열쇠구멍 달린 문을 찾고 있었더니 물끄러미 우리를 보고 있던 외팔무사가 고개 숙이며 감사를 전해 왔다.

“응?”

나는 갑작스러운 그의 인사에 놀라서 되물었다. 그랬더니 팔어스는 자기 말투를 지적했다 생각하곤 횡설수설 설명했다.

“아, 이게 원래 소인의 어투라.. 하오체가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주군을 위해 어투를 고치겠소이다.”

말투 바꾸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말하기 더 편한 말투를 사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계속 쓰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무슨 대하사극 보는 것 같고 특이하다.

“어.. 아냐. 그냥 편한 데로 말해.”

“고맙구려.. 인자하신 주인이라 다행이오..”

그는 그렇게 감사를 표하더니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후 우린 거의 20분 만에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얀색 철문에 열쇠를 꽂아 넣으며 나와 체셔는 다시 이별의 포옹을 나눴다.

“그럼 다음 주에 또 올게요.”

“응. 그때는.. 아마 혼자가 아니겠구나. 어서 빨리 준이의 다른 여자들도 만나 보고 싶네. 다치지 말고. 몸 성히 돌아와야 해!”

곧 체셔와 포옹을 끝마친 나는 문을 넘어갔다. 암시장이 닫히기까지 2분쯤 남은 시간이었다.

******

“오... 형님.. 새로운 동료인가 보네요.”

“어... 그분, 눈이랑 팔이...”

팔어스와 인사하는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모두 조준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때까지 장애인들을 박해해왔던 조준이 한쪽 눈에 기다란 자상이 새겨진 외팔의 장애인을 데리고 왔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그의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드디어 이상해진 건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하진성이라든지.

“어... 그래도 싸게 사 오셨네요?”

“그렇지.”

조준이 1층 교장실에 팔어스를 데려와 다른 여자들이 모이길 기다리고 있던 찰나 가장 먼저 온 강화영이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준에게 팔어스의 가격을 물어 봤다.

얼마주고 사 왔냐는 그녀의 말에 조준은 마치 문방구에서 이상한 싸구려 장난감을 사와 엄마에게 혼나는 아이의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때 잠자코 타인들의 떨떠름한 반응을 보고 느끼고 있던 팔어스가 정중하게 조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거.. 소인에 대해 다들 탐탁찮은 것 같소.”

“음.. 그야 뭔가 본 게 없으니.. 그렇겠지.”

조준도 사실 팔어스가 얼마나 강한지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느껴지는 기운만 보고 데려왔기 때문이다. 조준의 표정을 읽은 팔어스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신뢰를 얻는 건 어려운 법이지. 더구나 이미 무수히 손가락질을 당한 인생이었다... 이정도야 뭘..’

팔어스는 잠시 아주 먼 과거를 회상했다. 자신을 손가락질 하던 이들의 모습과 거리를 전전하던 그때 그 시절을.

그는 유년기에 눈을 잃었고 한창 전성기가 시작되려 할 때 호적수를 만나 팔을 하나 잃었다. 그렇기에 익숙했다. 타인들의 얕잡아 보는 반응이나 깔보는 눈초리는 팔어스의 인생을 항상 따라다녔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생물이니까.. 조금 힘들지만...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다.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한번 보여주는 편이 더 납득시키기 빠르단 사실을 팔어스는 안다. 비록 내상이 깊어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그는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아주 조금만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다.

“주군. 검을 한 자루 빌려줄 수 있소이까?”

“어, 잠시만.”

진지한 팔어스의 말에 조준은 차고 있던 귀곡도를 그에게 넘겨 줬다.

“고맙소. 그럼 잠시 밖으로 나갑시다. 건물 내부에서 뭔가를 보여주긴 위험하니..”

“그.. 럴까?”

곧 교장실에 찾아온 성하린과 한아름까지 합류해 그들은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럼..”

팔어스는 한 손으로 능숙하게 검을 뽑았다. 그 동작이 너무 매끄러워 팔어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조준은 마치 그의 동작이 하나의 검무와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귀곡도는 처음부터 저 사내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마저 들 정도로... 검을 뽑는 동작만으로 조준은 자기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검에 대해 무지한 까막눈인 조준조차 떨리게 만들 정도였으니, 옆에서 보고 있던 소드 댄서 한아름은 입까지 살짝 벌렸다.

“후우.. 소인의 몸은... 그리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오. 그러니.. 아주 조금.. 시범만 보이겠소..”

검을 든 팔어스의 목소리는 왠지 모를 날카로움을 품고 있었다. 그를 보고 있던 모두가 분위기에 압도 당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겠소.”

일순.

피부가 아릴 정도의 살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윽..!”

그에게 가치가 있냐고 물었던 강화영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뱀파이어로서의 격을 짓누를 정도의 압도적인 살기 앞에 강화영은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팔어스가 특히나 강화영에게 더 많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런 미친...!”

조준 또한 휘청거리며 그를 쳐다 봤다. 성하린은 얼른 조준을 부축했다. 청월의 야수들과 몇달 동안 살았던 그녀는 견딜 만했다.

‘역시... 대박이었어...!’

조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팔어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기운에 운동자의 흙이 살짝 공중으로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이쯤보여줬으면 됐겠지...'

주인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확인한 팔어스는 슬슬 시범을 끝내려 했다. 이 정도 보여줬으니 이제 자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으리라 생각하며...

“넌 뭐냐!!”

그때 이변을 느낀 메르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며 그녀는 휘청거리는 조준과 그를 뒤로 숨긴 성하린, 이미 바닥에 주저앉은 강화영, 뒷걸음질 치다 넘어진 한아름을 확인했다.

그녀는 도무지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섰다. 조준이 방금 전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교장실로 내려가려던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메르는 일단 검은 든 외팔의 남성이 노예라는 사실만을 짐작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설마.. 노예상태가 풀린 건가?! 그래.. 저 정도의 강자라면.. 그럴 만도하지.. 이건 위험하다...’

앞뒤 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메르가 판단하기에 외팔의 검사는 굉장히 위험한 적이었다. 위험한 적을 얼른 주인에게서 배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종의 이유로 노예화가 풀렸고 그로 인해 주인이 공격받고 있다고 판단한 그녀는 팔어스를 제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혼나더라도 주인을 지킨다는 게 그녀의 첫 번째 행동 원리였기 때문에, 그녀는 거침 없이 낫을 휘둘렀다.

그리고 저 정도의 살기를 내비칠 수 있는 상대라면 능히 자신의 낫질도 막아 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도 있었다.

“흐랴!!!”

“어?”

순간 팔이 너무 저려 집중력이 풀린 상태였던 팔어스는 위에서 낫을 들고 뛰어내리는 메르와 눈이 마주쳤다.

‘저... 저건 뭐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타락천사의 모습에 피할 생각도 못한 팔어스. 곧 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낫이 떨어져 내렸다.

“아! 메르! 잠깐!!!”

조준이 메르를 향해 소리 질렀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쾅!!!

“저런..!!!”

“크아아아!!!”

당황스러움에 미처 피하지 못한 팔어스는 메르의 낫을 그대로 받아 내야 했다.

“쿨럭...”

팔어스의 입에서 한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추가타를 먹이려던 메르의 팔을 조준이 붙잡았다.

“메르! 잠깐만!!”

“응? 주인?”

“그냥 시범만 보인 거야! 공격당하던 거 아니야!! 멈춰!!”

“아..”

메르는 곧장 팔어스에게서 떨어졌다. 곧 그녀는 조준에게서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는 허리를 숙이고 있던 팔어스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이런.. 살기가 너무 강해서.. 그만.. 저기 괜찮은.. 어?”

“그.. 괘, 괜찮.. 소.. 쿠헉...”

시범을 보인 것만으로도 굉장히 지쳤던 팔어스.

그는 메르의 낫질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고 급기야 입으로 피를 토했다.

그의 입에서 쉼 없이 핏물이 쏟아져 내리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살피던 아름이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꺄아아아!!! 오빠!! 저 아저씨 피토해!!”

“뭐, 뭐야! 야!! 팔어스!!! 왜 이래!! 으어!! 시발!!”

“끄아아아아!!!!”

조준은 너무 놀라 팔어스를 향해 차오르는 살점을 사용했고 그 순간 팔어스는 비명을 지르며 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부, 분명 그 정도는 받아 낼 수 있을 것 같았...”

“메르 언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아, 아니다! 나, 나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어, 억울하다!!”

그사이 피를 토하는 팔어스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메르는 횡설수설 자기변호를 시작했고 강화영은 그런 메르를 나무랐다.

이후 팔어스는 완전히 기절해 버렸고 하린이의 등에 업혀 헬러스가 있는 공방으로 옮겨졌다.

******

“음... 몸속이 엉망이로군요.. 물론 그게 메르님 탓은 아니고... 허어.. 원래 이리 약하게 태어난 인간이로군...”

“뭐?”

“아, 제가 혼잣말을 했군요. 이 남자는 원래 10살을 못 넘기고 죽었어야 했을 몸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적어도 서른 살은 되어 보이잖아.. 약관은 진즉에 지난 것 같은데?”

“그러니 이 사내는 운명을 거스른 인간이란 거죠. 주어진 수명을..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일 겁니다. 내부 장기도 엉망진창이고.. 기맥도 죄다 꼬여 있는 게.. 이런 몸으로는 도저히 검을 휘두를 수 없는 상태인데... 무엇이 이 사내를 붙들어 놓았던 건지...”

“허...”

클레릭인 히토미와 차지태에 의해 집중적인 힐링을 받고 있던 팔어스. 그의 몸 상태를 면밀히 진찰하던 헬러스는 그가 진즉에 죽었어야 정상인 인간이라 평가했다.

“이런.. 시발..”

나는 노예상에게 된통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싸더라니... 진짜 다 죽어 가는 놈이었을 줄은..

그렇게 내가 한탄하고 있자 어느새 정신을 차린 팔어스가 몸을 일으키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쿠헉.. 큼.. 크음.. 주군..”

“어.. 일어났네?”

“그.. 의원의 말대로.. 나는 망가진 몸이요.”

“그래.. 그런 것 같더라. 하아...”

“그래도 너무 낙담하지는 마시오.”

“응? 아니야. 낙담 안 해! 그럴 수 있지. 일만 코인이었으니까!! 그럴 수 있지!!!”

내가 감출 수 없는 실망감을 드러내자 팔어스는 당황해하며 얼른 말을 이었다.

“하루 세 번!”

“뭐?”

“하루 세 번까지는... 진심으로 검을 휘두를 수 있소..”

“진심 휘두르기 세 번? 너 지금 나랑 장난하니?”

“아, 아니! 주군도 보셨지 않소! 나는 강하오! 내 검을 세 번 이상 막아 낼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소이다!”

“어.. 강한 것 같긴한데...”

확실히 실력 하나 만큼은 엄청 난 것 같았다. 유리대포라서 그렇지....

“그리고 소인의 진가는 직접전투에 있지 않소...”

“그럼?”

“소인은... 검술을 좀 깊이 파고들었기에.. 검을 가르칠 지식이 있소이다. 그러니... 제자를 양성하겠소. 그럼 밥값은 충분히 하지 않을까 싶소만..”

“제자..?”

“그러하오.. 최대 열 명까지는... 동시에 가르칠 수 있겠지. 그리고 한 명.. 집중적으로 가르칠 재능있는 애제자를 뽑아 개인 교습을 하겠소... 그리하면.. 애제자는 아마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것이오.”

최대 열 명의 비 각성자를 검술 관련 각성자로 만들어 주는 데다가... 애제자를 소드 마스터로 만들어 준다고?

‘소드댄서인 아름이라면.. 재능은 충분하겠지.’

당연히 소드 마스터는 내 여자 중 한 명이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 검에 관련된 직업을 가진 아름이가 가장 적합해 보였다.

‘아름이가 그럴 리는 없지만, 그래도 사내놈이랑 단둘이 두기엔.. 좀 불안 하니까...’

나는 마약상에게서 구입했던 성별 전환용 스카치위스키인 ‘혼란스러운 당신’을 팔어스에게 먹여야겠다고 속으로만 슬쩍 생각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팔어스.”

“나도 잘 부탁하오.. 주군.”

나는 미소지으며 그와 악수를 나눴다. 비록 심각한 유리대포라지만... 여체화 시켜서 검술 사범으로 써먹을 수 있다면 개꿀이지.

‘나중에 헬러스의 실험이 성공하면... 기계의수랑 장기 만들어 주면 되고.’

난 팔어스에게 밝게 미소 지어주며 헬러스를 따로 불렀다.

이제 그에게 밀렵꾼에게서 밀수해온 짐승들을 보여 줄 차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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