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 148. 저택 진입 전, 마지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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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상과 만난 나는 지난번 구입했던 물품들은 아주 요긴 하게 잘 사용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에게서 구입했던 체취 제거제나 살인해충 기피제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실종자들의 숲에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벌레들과 야수들 때문에 스트레스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더욱이 부부동침의 목걸이 덕에 일행들과도 빠르게 만날 수 있었고 대용량 마법 가방 덕분에 식량도 넉넉하게 챙겨 갈 수 있었다.
짐승을 길들이는 조련용 밧줄은 크게 활약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에 밀렵꾼에게서 구입한 희생룡을 길들이는데 사용하고 있으니 역시나 도움 됐고, 희선 누나의 운디네 덕에 그때 구입했던 정화기는 유일하게 아직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으나 이번에 전율저택에는 나 혼자 들어가야 하니까 챙겨 갈 생각이다. 아무튼 전부 다 유용해서 만족스러웠다.
“하하하. 뭐, 도움이 됐다니 정말 다행이군. 준비한 보람이 있어.”
보부상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좌판을 깔았다. 또한 상비물품도 옆에 따로 칸을 만들어 나열했다. 상비물품들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당장 쓸 일이 없더라도 일단은 쟁여놓아야 한다. 가격도 싸고 효과도 만족스러우니까.
상비물품은 총 세 종류였는데 상처회복약인 여신의 눈물(레플리카) 세 병과 귀신들을 쫓아내는 귀방부적 다섯 개, 극강의 피로회복제인 여명 세븐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명 세븐은 실종자들의 숲에서 철야로 행군을 이어 나갈 때 아주 요긴 하게 썼었지.
“일단 이것들 전부 구입하고..”
“하하. 역시 자네는 손이 커. 일꾼들이 많아서 그런지 화끈하다니까.”
상비물품부터 빠르게 전부 구입하자 보부상은 박수를 쳤다.
“그런데 자네, 지난주에 자리를 비웠었지 않나.”
“아, 예. 그렇죠.”
실종자들의 숲에 들어가 있어서 보부상을 만나지 못했었지. 그때 메르가 나를 대신해 그의 물품을 전부 구매했다.
여섯 가지 전부 애매한 성능의 물건들이라 크게 중요하게 여기진 않았다. 대부분 내 여자들이나 일반 노예들이 잘 쓰고 있지.
내 생각엔 메르의 행운스탯이 0이라서 애매한 물건들만 내놓은 게 아닌가 싶다. 행운 스탯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원리까진 전부 파악하지 못했지만 일단 상인들이 내놓는 물건의 질은 확실히 행운 스탯의 작용을 받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지난 주 메르가 나를 대신해 구입했던 물건들은 순서대로 태양 빛을 저장했다가 밤 중에만 작동하는 ‘태양 빛 조명’, 1만 시간을 투자해 이족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만티의 서’, 머릿결을 좋게 해주는 ‘모발을 위한 빗’, 모든 가전제품의 전원을 껐다 켤 수 있는 ‘만능 전원기’, 벌레들의 침입을 원천 봉쇄하는 ‘극강 모기장 V.5’, 꽃 한 송이를 영원히 시들지 않게 유지 해주는 ‘생화유지장치’가 있었다.
‘태양 빛 조명’은 진짜 태양의 빛을 낸다는데 아직 이걸로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태양 빛에 데미지를 입는 적도 딱히 없고. 그냥 유령 퇴치용으로 옥상에서 야간경비 서는 인원들이 사용 중이다.
1만 시간을 투자하라는 ‘만티의 서’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몸이 굳어버려 그대로 1만 시간을 보내야 한단다. 이런 건... 글쎄, 엿 같은 놈들을 강제로 봉인시키기에 좋은 물건 같다. 참고로 나는 이런 책이 없어도 만마에 속한 존재들, 그러니까 이족들과 잘만 대화가능하다.
머릿결을 좋게 해주는 ‘모발을 위한 빗’은 유용했다. 나도 잘 쓰고 있는 중이고 다들 좋아하는 물건이다. 그에 반해 ‘만능 전원기’는 아직 마땅히 쓸 일이 없다. 현재 우리 거점에서 사용 중인 가전제품이라고 해 봐야... 발전기로 돌아가는 냉장고뿐이다.
‘극강 모기장은 여름이 되어야 쓸 일이 생길 것 같고... 생명 유지 장치도 아닌 생화유지 장치는 시들지 않게 보관할 개쩌는 꽃이 없어서 아웃.’
모발을 위한 빗 말고는 실질적으로 확 와닿는 물건이 없어서 좀 아쉽다.
“지난주에 자네가 없어서 말이지. 혹여나 이번 주도 마주치지 못할까봐 일부러 늦게 왔네.”
“아~ 그래서 오늘 오셨구나..”
어쩐지 안 오더라니. 일부러 나에게 물건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그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보석상이 자네에게 의뢰를 하나 걸었다면서.”
“네. 전율저택이라는 곳에서 뭘 구해 달라하더라고요.”
“흐음... 그 의뢰. 누가 참여하는지는 알고 있나?”
“예? 아뇨. 전혀...”
보부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상인 NPC가 한 명이 아니란 사실은 이제 알고 있겠지?”
“예.. 보석상만 해도 열 명은 넘어간다고 들었는데..”
“그래. 서버별로 최소 한 명. 최대 다섯 명까지 존재하지. 동북아 서버에는 보부상만 무려 네 명이야. 한국은 내가 담당하고.. 일본에 한명, 중국엔 워낙 살아남은 인구가 많아서 두 명이나 파견되어 있지.”
“아하..”
쓸데없이 머릿수만 많은 놈들.
“그래서 말인데... 우리끼리는 나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네. 일명.. ‘상인조합’이라는 거지.”
“오.. 상인 NPC들끼리 뭉친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네.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에 보석상들끼리의 경쟁 이벤트가 열렸어. 그리고 보석상들이 내세운 대리자들의 명단이 이번주 금요일 저녁에 공개됐지. 바로 어제 저녁에 말이야.”
보부상은 그리 말하며 깔아둔 좌판에 하나 둘 물건들을 올려 두기 시작했다.
“아마, 자네의 대적자가 그곳에 등장할걸세.”
“예? 자, 잠시만요. 대적자라니...”
“쉿..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네. 보는 눈들이 있어서 말이야.”
“아... 네..”
“귀중한 고객을 잃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니까. 더구나.. 나는 자네에게 배팅했거든. 자네가 꼭 살아남아서 다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이지.”
“네... 감사합니다..”
나의 대적자... 그건 하나밖에 없다.
‘선신 측의 영웅이 저택으로 들어온다... 행운 777의 괴물이...’
과연.. 지금 놈과 마주치면 나는 놈을 죽일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죽임 당할지도 모르지. 아니면...
‘설마 같은 조에 편성되기야하겠어...’
나는 약간의 불안 함을 느끼며 보부상이 늘여놓은 물건들을 확인했다.
[도황의 만능키: 원본의 레플리카입니다. 원본의 효과대로 대부분의 잠금을 풀 수 있습니다. 총 10번사용 가능합니다. 10번 사용하면 자동으로 파괴됩니다.]
[가격: 10000C]
“저택은 잠긴 문이 많다더군.”
“아하..”
열 번에 한해 모든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물건... 일만 코인짜리지만 나는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다.
[무작위 씨앗 주머니: 심어두면 랜덤한 종류의 식물이 자라납니다. 총 100개의 씨앗이 들어 있는 주머니입니다. 대부분은 잡초입니다.]
[가격: 3000C]
[인지저해 고글: 정신 공격을 가하는 적을 목격해도 정신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악의적인 존재들의 실체를 목격할 좋은 기회입니다. 잦은 사용 시 고글에 금이 갑니다. 고글이 파괴될 경우 안구에 손상을 입습니다.]
[가격: 4500C]
[소음발생기: 인간의 목소리를 발생 시키는 장치입니다. 총 5개가 들어 있습니다. 전원을 킬 경우 약 15초 뒤 3분간 비명을 지릅니다. 웃음소리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가격: 3300C]
[위상지정 나침반: 한 장소를 지정해 나침반이 그곳만을 가리키도록 만듭니다. 언제든지 지정된 위치만을 가리킵니다. 길을 잃지 않고 거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가격: 6500C]
[이중나선 회중시계: 사용자가 속한 시간 축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꼬여 버린 시간 축에서 방황하지 않기 위한 시간여행자들의 필수품입니다. 타임머신처럼 이용하려다간 이면세계로 끌려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격: 12000C]
“오...”
“저택은 모든 게 뒤죽박죽 섞여 있어. 내부의 뒤섞인 공간과 시간은 자네를 혼란스럽게 만들 거야.”
“그래서...”
“필요할 만한 녀석들로만 준비했네. 유용하게 사용하길 바라지.”
나는 보부상이 보여 준 물건들을 전부 구매했다. 그가 보여 준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는 법이지.
“자, 그럼 오늘 장사도 무사히 끝났고. 살아서 봅세!”
“예! 살펴 가세요!”
곧 보부상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시공간이 뒤섞인... 저택... 젠장.’
안에서 무엇과 마주할지 벌써 심장이 떨린다. 더구나 경쟁자들도 있다니... 뭐, 다 죽이면 그만이지.
고민을 멈춘 나는 희선 누나와 플랜트 파머 주인혜가 한창 일하는 중인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곤 주인혜에게 씨앗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줬다. 그녀라면 뭐라도 키워내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끔찍한 이계의 식물이 나올지도 몰랐지만... 헬러스에게 확인받아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그다음으로는 좀비의 시체를 으깨고 자라난 버섯인간들을 확인했다.
‘진짜 버섯이네...’
버섯 인간들은 말 그대로 송이버섯 같이 생긴 놈들이었다. 허나 머리 부분은 갈색이 아니라 푸른색이었다. 또한 눈이 있긴 한데.. 거의 반쯤 감겨 있어서 눈동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입이 달렸지 않았는데 머리에 물을 뿌려주면 알아서 수분 보충을 하고 시체에 손을 뻗어 액체가 될 때까지 부패시킨 다음 피부점막으로 섭취하는 모양이었다.
“푸우...”
“어.. 그래. 물 매일 줄 테니까 복종해.”
“푸스스스..”
놈들과는 특이하게도 말이 통했다. 만마에 속한 놈들인지 포자를 내뿜는 듯한 소리로 나와 대화가 가능했다. 뭐랄까.. 상당히 귀엽다. 말랑말랑하기도하고...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 있던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뭔가 탈을 뒤집어쓴 사람과 노는 느낌으로 매달리고 때리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버섯인간들이 혹시나 화를 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놈들은 별로 반응이 없었다. 아이들이 그러든지 말든지 그저 멍청하게 서 있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놈들이다. 정감간다고 해야 하나.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운동장에서 나무를 손질 중이던 희선 누나도 관심을 보였다.
“준아.. 걔들 말 알아들어?”
“어? 응. 매일 물을 달래. 물만 제대로 주면 일 열심히 하겠다는데?”
“아하.. 온순한 친구들이구나... 귀엽다..”
정말 놈들은 온순했다. 별다른 위협 없이도 알아서 복종했을 정도니까.
더구나 나에게 원하는 게 깨끗한 물뿐이라니... 값싸고 좋은 노예종족들이다. 참고로 희선 누나가 매일 아침 녀석들에게 물을 주기로 했다. 무슨 식물을 키우는 느낌인데.. 실상은 2미터쯤 되는 존나큰 버섯 새끼들이다.
‘이제 겨우 2마리.. 수를 불려서 일꾼으로 써먹으면 딱 일 것 같군...’
시간이 남아 놈들을 데리고 몇 가지 실험을 해봤는데 버섯 인간들은 자동차도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좋았다. 또한 신체가 파괴되어도 고통을 거의 느끼지 않았으며 대화해 본 결과 깨끗한 물만 잘 보충해주고 시체로 영양분 섭취만 잘하면 파괴된 부위가 다시 자라난다고 했다.한 가지 주의할 점으로 너무 건조해지거나 햇빛이 강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니 그것만 조심하면 된단다.
여러모로 유능한 일꾼이 되어 줄 것 같다. 물론 수가 너무 늘어나면 기생여왕인지 여신인지 뭔지가 소환된다고 하니 개체 수는 확실하게 조절해야겠지만 그건 생식기능을 꺼버리면 되는 일이라 간단하다.
“으어.. 으아아아아아!!!!”
그렇게 버섯인간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자 왠 여인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양호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뭐야!”
양호실로 급히 달려가자 거기엔 외팔에 애꾸눈을 가진... 미려한 생김새의 여인이 자기 몸을 이리저리 만져 보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주군.. 나는 어째서 여인의 몸으로.. 이게 무슨...”
“아.. 어...”
뭐라고 설명 해야 하지?
몰래 여체화 위스키를 먹였다고 해야 하나? 아니지.. 그럴 순 없지.
“어, 어떻게 된 거야!! 너, 팔어스 맞지!”
“아.. 주, 주군... 주군도 소인이 왜 이런 모습이 된 건지.. 모른단 말이오?”
“어? 나야 모르지! 어제 술한잔 마시더니 갑자기 기절해서.. 그래서 여기로 옮겨뒀지!”
“아아... 대체..”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다.
“깨어나 보니.. 갑자기.. 여자가 됐소...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나는 어째서...”
“오, 오빠..”
그때 나를 따라 들어온 아름이가 당황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는 팔어스를 보며 내 옆구리를 찔렀지만 무시했다. 그러자 아름이가 내 귓가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말 안 할 거예요?”
“어.. 그냥.. 모른 척하자.. 내가 여자로 바꾼줄 알면... 나를 죽이려고 할 거야. 아름이도 쉿..”
“아.. 오빠.. 어제도 언니한테 괴롭힘 당할 때.. 모른 척하고 혼자 도망치더니.. 비겁해요..!”
“그건 진짜 미안하다.. 그치만 아람이 화나면 나도 무서워..”
“아니.. 이 사람이..! 나는 언니 안 무서운 줄 알아요!?”
우리 둘이 속닥거리자 팔어스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저기.. 거기 둘... 왜 소인만 쏙 빼놓고 속삭이는 중이오...? 뭔가.. 알고 있는 것이구려...”
“아, 아냐!! 우리도 당황스러워서 그래!!”
“마, 맞아요.. 갑자기 여자가 되다니.. 혹시 팔어스씨.. 무슨 병에 걸린 건 아니겠죠..?”
아름이가 역으로 병에 걸린 상태로 우리 집단에 들어온 게 아니냐고 따져 묻자 팔어스는 급격히 당황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오!! 나는 결백하단 말이외다!!! 이건... 이건 모함이오!!!”
“지, 진정해!! 팔어스..! 침으로 전염될 수도 있으니까..!”
“주, 주군도... 소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오...?”
“그, 그렇지만.. 너만 갑자기 여자가 됐으니.. 이상하잖냐.. 일단은 일주일간 격리조치야.”
“자, 잠깐..! 나, 나는 아무 문제가 없소이다!! 이, 이건 억울하오!!! 믿어주시오!!!”
“안 돼!! 팔어스는 여기 있어!! 우린 갈 거니까!!”
“잠깐!! 주군!!! 주구우운!!!!”
우린 팔어스를 양호실에 방치하곤 급히 자리를 옮겼다.
“하아.. 하아...”
“오빠.. 진짜 진실을 감출 생각이예요?”
“진실.. 진실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현실이지..”
“허... 그러다 나중에 들키면 어떡해요..?”
“그전에... 여자로서의 기쁨을 알려주는 수밖에...”
“이런 미친..! 팔어스랑 잘 생각이에요? 남자였잖아요!”
“아니, 내가 여자로서의 기쁨을 알려주려는 게 아니야. 짝을 찾아 주는 거야.”
“짝이요..?”
“그래... 짝을 찾아주는 거지..”
아무리 예뻐졌어도... 남자였던 녀석과는 잘 수 없다. 그러니 나는 팔어스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아줄 생각이다.
"분명... 찾아보면 어울리는 짝이 나올 거야..."
"어, 어울리는 짝이라니..."
팔어스 소동은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 참고로 헬러스에게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진단 받은 팔어스는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체화로 인해 성별이 변형되었지만 천성적인 결함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성별만 바뀌었을 뿐 그의 만성적인 문제는 여전했다. 자지만 사라진 유리대포라는 거지.
이후 늦은 저녁에 무기상이 찾아왔다. 그는 굉장히 과묵한 난쟁이였는데 활과 양손 검, 방패를 하나씩 팔았다. 헬러스와 메르의 말에 의하면 셋 다 품질이 상당히 좋은 무기들이라고 말해줘서 바로 구매했다. 마법물품이 아니라서 그런지 가격도 적당했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미 우리 쪽에 너무 많은 무기와 물건을 모아둔 탓인지 별로 크게 와닿는 물건은 없었다. 내가 좀 아쉬워하자 난쟁이는 다음 번에는 좀 더 좋은 물건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과묵한데 괴팍하진 않은 난쟁이었다.
"아 참.. 이거. 받게."
"이건 편지 아닙니까?"
"그래. 지크가 전해 달라더군."
"지크가..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엔 좀 더 좋은 물건으로.. 찾아오지.”
“예..!”
나는 무기상이 건네주고 간 편지를 뜯었다. 지크가 쓴 문자는 고대의 문자라 읽을 수 없었는데 메르가 해독해줬다.
대략적인 내용은 향후 한번 놀려온다는 이야기였다.
'팔어스에게.. 소개시켜줄 남자...'
지크를 맞이하기 위해 술을 준비해 둬야 할 것 같아서 나는 하진성에게 인근의 술이란 술은 다 서리 해 오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만날 사람까지 전부 만나고 나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할 일을 다 끝낸 느낌이다. 이제는 월요일이 다가올 때까지 전율저택으로 떠나기 전 가방을 챙기고 떠날 준비만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3월의 둘째 주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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