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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54화 (154/221)

〈 154화 〉 153. 출발 드림팀?

* * *

어두운 방 안에 세 명의 인형이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들이 보고 있던 스크린에는 조준과 그의 조원들이 탑 뷰 시점으로 비치고 있었다.

그녀들은 오른쪽 순으로 레이스와 리본이 잔뜩 들어간 드레스를 입은 순백의 인형과 체인, 징이 잔뜩 박힌 펑키한 드레스를 입은 문신 가득한 인형, 새까만 칠흑의 고딕 풍 드레스를 입은 인형이었다.

그녀들은 각각 닉과 바이유, 조준을 후원하는 보석상들이었다.

다른 방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을 또 다른 보석상들은 서로 잘되길 바라며 화면 속의 대리자들을 응원중인 것에 반해 이곳은 굉장히 조용했다.

어색한 분위기다. 적막이 감돈다. 그리고 그러한 무거운 공기 저변에 깔린 짙은 적대심은 그녀들의 사이가 굉장히 나쁘다는 것을 의미했다.

“흠... 어쩌다 보니.. 저희 셋이 같은 조가 되었네요.”

결국 어색한 침묵을 참지 못한 순백의 보석상이 입을 열었다.

“그러게.”

칠흑의 보석상은 차갑게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는 입을 열기 싫었다. 나머지 둘과는 사실상 적대관계나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야 그녀는 악신의 사도에게 판돈을 걸었으니까.

“저기... 그래도 임무는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차라리 저렇게 다들 서로의 정체를 모른 상태로... 끝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그러게.”

대화가 끊겼다. 한층 더 냉랭해진 분위기에 펑키한 인형이 입을 열었다.

“젠장. 난 즐기려고 온 건데.. 왜 너희 둘 사이에서 이런 어색함을 감당해야 하는 거냐고.”

중간에 앉아 있던 펑키한 인형은 짜증스럽다는 듯 품에서 롤리 팝을 꺼내 와그작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흐음..”

“크흠.”

“으..”

곧 스크린에 속에서 도축장에 돼지 머리가 등장했고 닉과 바이유가 놈을 후려 패는 장면이 나오자 세 명의 인형은 침음을 삼켰다.

하나는 정체를 드러냈고, 다른 하나는 정체를 속였다. 마지막 하나는 멍하니 둘을 관망중인 장면이었다.

스크린을 보는 보석상들은 저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제발...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으니... 너무 나대지 마시길...’

순백의 인형은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물론 믿고 있는 신 따윈 없었지만.

‘그래.. 더 패! 아주 죽탱이를 만들라고!! 찢어버려! 피!! 죽음!!’

펑키한 인형은 자신의 대리인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녀는 그저 격렬한 쾌감만을 추구했다.

‘조준... 절대 정체를 드러내지 마라.. 기회는 꼭 온다..’

고딕 풍의 보석상은 조준이 이대로 나머지 두 사람을 계속 기만하길 바랐다. 굳이 정체를 드러낼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녀들은 각각 세이비어, 트릭스터, 컬티스트의 후원자들이었다.

******

닉이 빛의 검을 선보이고 바이유가 빛에 휘감기는 이상한 스킬을 사용한 지금, 서로가 만신전 소속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두 놈이 나를 굉장히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나보고 악신의 개종자가 아니냐는 듯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쳐다보는 꼴이 꼭 컬티스트라면 의뢰고 나발이고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일 거라고 협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나는 되도 않은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만귀전 소속이다.”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선신진영이라 하기엔 그걸 뒷받침 해 줄 만한 스킬이나 도구가 하나도 없었고 일반직이라고 속이기엔 내 행동에 제약이 너무 커질 것 같았다.

일반직이라고 하고선 부정한 손길이나 차오르는 살점 같은 스킬을 사용하면 바로 특수 직업이란 사실이 들통 날 거고 그랬다간 자신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선 안됐다. 두 놈다 선신 측이란 사실을 깨달은 이상 나는 이놈들이 나를 어느 정도 믿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한놈에겐 기억을 삭제시킬 망각의 레드와인을 먹이고 딴놈에겐 만티의 서를 읽혀 1만 시간 가량 봉인시켜 버릴 수 있을 테니까. 둘 다 사용할 타이밍만 잡을 수 있다면... 두 놈다 끝장이다.

그러니 이 놈들을 속이기 위해 내가 생각해낸 가장 적절한 변명이 바로 만귀전이었다. 선신쪽 클래스들이 하나같이 빛이나 뭔가 번쩍이는 이펙트가 발생하는 스킬을 쓰는 반면 만귀전은 공통된 느낌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신들을 죄다 모아둔 느낌이었다. 그래서 스킬들에 통일된 스타일이 없어서 속이기 딱이었다.

'내가 봤을 때 만귀전은 잡탕이었으니까 혼돈이나 심연에 직접 연관된 스킬들은 사용 못 하겠지만 다른 스킬은 사용해도 크게 의심 받지 않을 것 같아...'

그런고로 내가 좀 사특해 보이는 스킬을 써도 대충 얼버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헬러스에게 받은 물약이나 암시장에서 구입한 도구가 많으니 전투직이 아니라 비전투 직이라고 해 두면 뭔가 전문적인 느낌도 들고. 아무튼 그런 이유로 만귀전이라고 거짓말을 쳤다.

“하하.. 하하하하.. 자, 여기 봐. 물약들 보이지?”

"확실히. 좀 전에 의사 소통의 물약도 그렇고. 약제사가 맞는 것 같군."

가방에 있는 물약들을 꺼내서 보여주니 닉에게선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졌다. 바이유는 여전히 뭔가 탐탁찮다는 표정이었지만...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찌저찌 당장의 상황은 모면한 것 같다. 그런데 이거 진짜 상황이 더럽게 꼬였군. 나는 졸지에 만귀전의 일원이 되었고 내 앞에 서 있는 인성 글러 먹은 두 새끼들은 놀랍게도 둘 다 만신전 쪽의 인간들이니.

빨리 이 엿 같은 장소에서 나가고 싶다. 노예들이 보고 싶다...

‘그런데 만신전 이 새끼들은 사람 뽑는 기준이 대체 뭐지? 인성이 글러 먹은 놈들만 뽑는 건가?’

내 생각엔 진짜 그냥 랜덤이 아닐까 싶다. 랜덤이 아닌데 이따위 쓰레기들만 뽑을 리가 없지.

'아니, 어쩌면 진짜 이런 놈들만 뽑았을 가능성도 있지. 선신 놈들... 개 사이코들 같았으니까..'

내가 봤을 때 선신이란 것들은 인간의 기준에서 선한 놈들이 아닌 것 같았다. 뭐랄까, 위선과 가식 덩어리들이 그저 빛이나 하얀색이라는 왠지 어딘가 선해 보이는 것들로 이미지 메이킹하곤 선신이라 바락바락 우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악신들 마냥 인신 공양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설마 그게 기준인가?

‘인신 공양으로 선과 악의 기준을 나눈 건가? 과연 그렇게 단순할까? 분명 지난번에 보석상과의 대화에서.. 그녀가 그랬었지. 악신은 회의주의자들이고, 선신들은 운명론자에.. 만귀전의 늙은 이들은 영원회귀를 주장했었다고.. 전혀 모르겠어. 지금 깊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니까... 나중에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갔을 때 제대로 물어봐야겠군.’

일단 당장은 대화 주제를 다시 의뢰 달성과 저택 탈출로 돌려야 한다. 굳이 진영 이야기를 계속해서 덕 될 게 없다. 거짓말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계속 구라만 치다간 내가 만귀전 소속이 아니란 사실을 들킬 테니까.

“일단 입구도 열렸으니 빨리 이동하자. 내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 저택엔 저런 괴인들이 넷정도 더 돌아다니는 중이고... 이놈들은 죽여도 되살아나는 놈들이니까.”

“죽지 않는 놈들이라... 그건 성가신 일이군.”

“흠.. 확실한 정보 맞겠지?”

바이유가 내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순간 고깃덩이로 변해 있던 돼지머리 괴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시발!! 진짜였잖아!!”

“빠, 빨리 나가지...”

우린 서둘러 도축장에서 빠져나갔다.

“콜록... 먼지인가?”

“포자 같은데.”

나는 바로 방독면을 썼다.

“그런 것까지 챙겨 왔군.”

“과연.. 만귀전은 준비성이 좋단 건가.”

부러운 눈으로 나를 보는 바이유와 멋대로 납득하는 닉.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멋대로 착각하게 내버려 두기 위해서.

“그보다 복도도 어둡군.”

“일단 계속 가보자... 찾아야 할게 있어.”

“그게 뭐지?”

“그건.. 나중에 알려줄 테니, 일단은 따라와.”

나는 앞장서서 걸었다. 내 뒤를 따르는 바이유와 닉. 두 사람은 서로 만신전 소속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뭔가 다툼이 확 줄어들었다. 내가 입 좀 닥치고 있으라고 했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것보단 뭐랄까. 서로 같의 동료애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아서 좀 마음에 안 든다.

차라리 날을 세우고 으르렁 거렸으면 좋겠다. 적들이 한순간에 팀이 되어 나를 보고 있는 듯한 이 오묘한 기분은 도대체 뭘까. 나 혼자 따돌림받는 듯한.. 젠장. 정말 노예들이 보고 싶다.

“저기, 뭔가 움직인다..”

“이런..”

꼬불꼬불 이어진 어둡고 음침하며 굉장히 오래된 저택의 복도를 한참이나 걷고 있으니 바이유가 무언가를 감지했다. 나보다 인지 능력이 뛰어난 것 같은데.. 전방위감각 같은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우린 바이유의 충고에 따라 코너에 몸을 가렸다. 곧 복도 끝에서 토끼 가면을 쓰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이미 축 늘어진 시체를 향해 송곳을 내려찍고 있었다.

“^$#@^%!!!(냄새나!!!) !%$#%^#$%!!!(하하하!! 피 냄새 좋아!!!)”

토끼가면을 쓴 여인의 앙칼진 고함 소리.

“뭐라는 거지...?”

“크흠.. 저거 참 이상한 언어군. 나도 처음 들어본다.”

닉과 바이유는 여자의 외침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만 알아들은 건가..? 저 여자가 만마 소속이라 나만 알아듣는 거구나...’

나는 굳이 알아들었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숨어 다닐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군.”

“그래. 저 여자가 아까 그 돼지머리보다 더 약해 보이는데?”

토끼가면의 히스테릭한 파괴행위를 지켜보던 바이유는 우리가 왜 숨어 있는 건지 의문을 표했고, 그 순간 닉이 검을 잡아 뽑으며 토끼 가면을 향해 척척 걸어갔다. 바이유는 그 뒤를 따랐고 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앞으로 어찌 행동해야 할지 고민했다.

“$%^^%^!!!(너희는 뭐냐!!!)”

“뭐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어라.”

바이유와 닉이 칼춤을 췄다. 나는 놈들이 복도를 개박살 내며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굳이 내가 끼어들 틈이 없기도 했고 놈들의 스킬을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싸워야 할 테니까.’

둘 중 누가 진짜 내 진짜 대적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신 진영인 이상 언젠가는 죽여야할 상대들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전투를 지켜보고 있으니 두 사람 다 상당히 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닉은 검을 쓰는데 빈틈이 거의 없었고 바이유는 저돌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며 중간중간 시야를 가리는 등, 여러 스킬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강하네... 둘 다 메르와 싸우면... 그래도 역시 메르가 이기려나?’

­끼이익..

그때 그들의 뒤쪽에 있던 방문이 살짝 열리며 그 틈새로 전투 장면을 보고 있는 눈동자들을 발견했다. 놈들은 바이유와 닉에게 정신이 팔려 측면에 서있는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생존자... 방금 토끼가면에게 죽은 놈의 동료인가?’

닉과 바이유가 토끼가면에게 정신이 팔린 틈에 나는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녀석들을 잡기 위해 방문을 확 열어젖혔다.

­쾅!

“히에에!!!”

방문이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걷어차자 기겁하며 뒤로 나동그라지는 두 명의 남성... 인 줄 알았는데 한 명은 여자였다.

“흠. 팔찌...”

창고 같은 방안에 숨어 있던 것은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여자와 백인 소년 한 명이었다. 두 사람의 손목에는 나와 비슷한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팀원들끼리 소통을 시켜주는 팔찌겠지.

아마 저택에 들어온 다른 플레이어들일 거다. 보아하니 토끼가면한테 송곳으로 찔려 죽은 놈의 동료들이 아닐까 싶다.

“Please, don't kill us.”

“Please.”

동남아인과 백인소년이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한창 전투 중인 닉과 바이유는 여기에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아직도 토끼가면의 여인과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보다 토끼 여인이 좀 더 빨랐기 때문에 쉽사리 토끼가면을 죽이지 못한 상태였다. 토끼가면은 벽과 천장을 오가며 이리저리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하아...”

나는 양손을 싹싹 빌며 눈물을 흘리는 놈들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들은 나와 마주한 순간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이런 겁쟁이 새끼들이 어떻게 보석상의 선택을 받아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놈들은 이제부터 나의 노예다.

처음엔 죽일까 했지만 둘 다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살렸다. 포션 아까우니 의사소통은 닉을 통해서 하고, 빠져나갈 때쯤에 적당히 버리고 가면 되겠지. 그동안 이놈들을 미끼로 쓰거나 함정 해제용 고기 방패로 쓰면 될 것 같다.

“둘 다 일어서라.”

말은 안 통하지만 내 명령은 효과를 발휘한다. 두 사람은 내 명령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너희를 노예 삼았다는 사실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마라. 명령이다. 그리고 배신 금지, 자해 금지다. 입 다물고 잘 따라오면 살아서 나갈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알겠냐?”

내 말을 알아듣지는 못 하지만 명령이라 그런지 억지로 의미를 주입받은 두 사람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Yes, I understand.”

“Thank you. Thank you very much.”

백인 소년은 연신 울먹이며 고개를 숙였다. 동남아 여자는 뭔가 의기에 찬 표정으로 소년을 감쌌다. 끝까지 지켜줄 생각인 모양이었다.

“흠...”

곧 복도의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방 밖으로 고개를 쭉 빼고 확인해 보니 토끼 가면의 괴인이 바이유의 아래에서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끝났어?”

“물론이지! 별거 없더라고!”

닉이 얼굴에 묻은 피를 쓱 닦으며 신난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창고에 숨어 있던 두 사람을 데리고 그들에게 다가 갔다.

“뭐야?”

“창고에 숨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저기에 죽어 있던 놈의 동료였나 봐.”

닉의 질문에 그리 대답하자 닉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때 옆에서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던 바이유가 넌지시 물었다.

“이번에는 안죽였군.”

“아까 죽이니까 닉이 개지랄 떨어서 안 죽였다. 왜. 뭐. 꼽냐? 지금 나 한테 시비 거는 거임? 나 그냥 쟤들 데리고 저택 빠져나가 버린다? 너 버리고 그냥 간다? 바이유 너 혼자 저택에 남고 싶어?”

“젠장! 그만 협박해라! 이 빌어먹을 씨빠꿔... 그리고 계속 예의주시 중이니까.. 조심해라.. 자칭 약제사 빵즈.”

바이유의 의심스러운 눈초리. 나는 순간 좀 많이 당황해서 그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

“뭐라냐. 미친놈이 지랄하고 있네. 닥치고 네 앞날이나 잘 살펴 시방새야. 닉이랑 친구 먹었다고 나한테 괜히 시비 털지 말고. 썩을 짱꼴라 마라탕 같은 새끼야.”

"짜, 짱꼴라 마라탕? 그건 도대체 무슨 욕이냐..."

"아씨. 몰라. 나 예민하니까 말걸지 마라."

바이유는 어째선지 내가 만귀전 소속의 약제사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짱깨놈. 저택의 엿 같은 규칙만 없었어도 첫 순위로 내 손에 죽었을 놈이.. 조금만 참자. 제일 강한 내가 참아야지..

그때 마침 두 사람과 대화를 마친 닉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쪽은 필리핀에서 왔고 이름은 리나, 이 소년은 캐나다인이고 이름은 제이콥이라더군. 세 명이 있어야 탈출이 가능하니.. 돌아다니는 중에 홀로 낙오된 사람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둘 다 기운 내라. 내가 최선을 다해 구해 줄 테니까.”

닉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동남아 여자와 백인 소년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동남아 여인은 닉의 말에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고 소년은 눈가를 닦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인사는 됐고. 이제 다시 움직이자. 뭔가... 오고 있는 것 같아.”

바이유는 우리가 왔던 길을 노려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돼지 괴인이 다시 깨어난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무언가 압도적인 기운이 우리가 서있던 반대쪽 복도 끝에서 풍겨져 나왔다. 곧 복도 끝에 문이 열리며 무언가 걸어 나왔다.

"아빠 돼지... 죽었다.. 너희가.. 범인...?"

늑대 가면을 쓴 괴인이 복도 끝에 서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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