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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60화 (160/221)

〈 160화 〉 159. 영혼 추출기 습득

* * *

도황의 만능열쇠를 사용한 조준. 그는 리암을 시켜 조심스럽게 강철문을 열었다.

­끼기기긱...

잠금장치가 해제됐다곤 해도 워낙 무거운 문이라 각성자인 리암은 문을 여는 데만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너희들 보지만 말고 좀 도와줘라. 눈치 더럽게 없네.”

“아, 미안.”

조준이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쓴 소리하자 그제야 메이링과 잭이 전부 달라붙어 문을 열었다. 곧 문이 활짝 열리고 내부의 풍경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것들은 다 뭐야...”

문 너머는 일종의 실험실이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을 위해 뭔가를 만들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조준은 방의 풍경에서 일종의 광기를 느꼈다.

그건 어느 남자의 집착이었다. 한 여자를 되살리기 위한 집착. 그 광기가 표현된 방이었다.

“사람이었던 것들.. 같은데?”

뭔지 모를 액체가 가득 들어 있는 거대하고 투명한 수조.

그 안에는 영락없이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조준은 일단 그게 특정한 누군가를 만들어내려다 실패한 흔적으로 받아들였다.

‘푸른 머리카락... 똑같은 얼굴.. 복제인간?’

수조에 떠 있는 대부분의 실험체들은 생김새가 다 비슷하거나 똑같았다. 그리고 옆의 다른 수조에는 보관된 건지 버려진 건지 모를 놈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는데 그것들은 조형에 실패한 것 마냥 심하게 망가진 생김새였다.

마치 실패한 개체를 쓰레기통에 버려 모아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조준은 저것들은 폐기처분 당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일단 뭔가 상상도 못 할 실험이 이 안에서 일어난 것은 확실하다.’

조준은 방의 한가운데에 복잡한 기계 장치들 사이로 파묻히듯 죽어 있는 해골에게 다가 갔다. 복잡한 기계들은 하나 같이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어 전부 망가진 듯했다. 마치 죽어 있는 해골처럼.

“이카리 존...?”

해골은 다 낡아빠져 해져 버린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조준은 하얀 가운에 달려 있던 영어로 된 명찰을 확인했다.

해골의 이름은 이카리 존이었다. 명찰엔 이름 말고 다른 정보는 하나도 기입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남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는데 안경낀 검은 머리의 동양인 남자였다.

‘놈은 도대체 뭘 만들려고 했던 걸까...’

조준은 주어진 정보만으론 알 수 있는 게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해골이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의 존재는 눈치챌 수 있었다.

그건 아이템이었다. 일반적인 물건이 아닌 아이템 말이다.

“흐음... 너희 아무것도 손대지마. 괜히 잘못 손댔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조준은 일행들이 실험실을 기웃기웃 거리기에 혹여나 함부로 물건을 건드려 사달을 일으킬까 싶어 미리 경고한 다음 이카리 존이 남긴 물건을 손에 넣었다.

[영혼 추출기]

그건 커다란 주사기 모양의 기계 장치였다.

[영혼을 추출해 보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체에 적합한 육체로 다시 주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설명은 없었다. 단순하지만 엄청난 물건이었다. 영혼을 보관하고 다시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신의 권능이나 다름없었다.

‘영혼을.. 보관할 수 있는데.. 다시 넣을 수도 있는 물건이라... 이건 꼭 새로운 육신에 영혼을 집어넣으라는 소리 같군. 헬러스 영감탱이가 좋아하겠는 걸.’

조준은 영혼추출기를 본 순간 헬러스에게 가져다줘야할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대로 전뇌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육신을 얻으려는 헬러스에게 영혼 추출기는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더욱이 헬러스는 현재 영혼을 뽑아서 보관하다가 다시 주입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물건을 만들고 있었다. 영혼 추출기는 헬러스가 만들려고 하는 물건과 효과가 똑같았다.그야말로 헬러스가 만들려던 걸 미래의 누군가가 이미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조준이 무사히 영혼추출기를 그에게 가져다준다면 헬러스의 연구 시간은 극적으로 단축될 것이 분명했다.

‘타이밍이 좋았군.’

그는 곧바로 현대의 시간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칠흑바퀴들이 이 방을 찾아내기 전에 돌아가 버렸다면 이런 귀한 물건을 영영 얻지 못했을 테니까.

“응?”

그때 조준은 이리저리 영혼추출기를 살펴보던 중 추출기 내부의 통에 푸른 액체가 가득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치 누군가의 영혼을 빨아들인 듯 주사기의 몸통에 가득 차 있는 액체. 그는 곧바로 내용물을 확인해 보기 위해 이카리 존의 해골 위에 추출기 안의 액체를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끈적끈적한 푸른색 액체.. 설마 이거 엑토플라즘인가? 엑토플라즘이 확실하다면... 이건 최상급이다. 헬러스가 진심으로 좋아하겠군.’

지난번 이은하가 고독을 토해내며 엑토플라즘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게 됐을 때 헬러스가 수제자인 황수민에게 엑토플라즘에 대한 토막상식을 말해주던 것을 옆에서 함께 들었던 조준은 끈적끈적하며 특유의 냉기를 흘리는 액체를 보자마자 엑토플라즘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어쩌면 이건 죽은 이카리 존이 되살리려한 존재일지도 모르겠군... 아마 투명 유리관에 잔뜩 들어 있는 저 만들다만 여자가 이 영혼의 주인이 아닐까 싶은데...’

사랑하는 여인을 되살리기 위해서라거나 뭐 그런 이유겠지라며 조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랑하는 이를 되살리기 위해 레플리카를 만드는 건 일종의 클리셰니까.

그의 생각대로 이카리 존이 클론들을 양산한 것은 어찌 보면 진부하고 흔한 이유였다. 죽은 연인을 되살리기 위한 그 나름의 실험이었다. 영혼을 추출할 방법은 이족의 지식을 빌려 어렵사리 개발해냈으나 그 영혼을 안착시킬 육신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정확히는 새로운 몸을 얻게 될 여인의 높은 기준에 들어갈 정도로 큰 잠재력을 지닌 육체를 만들지 못했다는 게 숨겨진 진실이었다. 그게 이카리 존의 한계였고 그는 결국 자살해버렸다.

아무튼 조준은 타인의 사정에 그다지 관심가지지 않는 인간인지라 이카리 존과 저 이름 모를 여인에게는 전혀 관심 없었다.

‘흐음.. 이거 어쩌면 체셔의 영혼 조각을 되찾는데도 필수적인 물건일지도 모르겠어...’

그는 체셔를 구해낼 수단을 하나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주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영혼추출기를 대용량 마법 가방에 집어넣었다.

“가자. 얻을 거 다 얻었어.”

조준은 회중시계를 품에서 꺼내며 나머지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시계를 사용해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 그럼 이 버튼을 누르면...”

­딸칵.

“오오... 어?”

조준이 버튼을 눌러도 회중시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작동을 멈춘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며 손으로 몇 번이나 쳤다. 기계는 원래 때려야 말을 들으니까. 허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더욱이 가까이 다가오라고 했던 일행들도 왠지 오지 않고 있었다. 조준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메이링이 조준의 팔을 탁 붙잡았다.

“뭐야, 왜 그래?”

메이링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 저기.. 저거...”

“뭔데? 어..? 저것들.. 왜 저래...”

조준은 메이링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선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시, 시발...”

수조를 떠다니던 파란 머리의 여자들이 모두 일제히 눈을 부릅뜬 채로 조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등 뒤.

대용량 마법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영혼 추출기였다.

‘뭐, 뭔가... 어그로를 끌어 버렸다... 설마... 엑토플라즘에 반응했나?’

조준은 본능적으로 좆됐음을 직감했다. 일행들에게 아무거나 함부로 건들지 말라고 말했던 게 무색하게 그는 함정을 건들고 말았다.

이카리 존의 죽음 이후 방치되어 있던 클론들은 영혼추출기에 들어 있는 누군가의 영체에 극명하게 반응했고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눈을 뜬 순간부터 배고픔과 영혼에 대한 갈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콰광!!!

클론들이 떠 있던 수조에 금이 갔다. 놈들은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며 수조를 깨부수고 밖으로 탈출하려 하고 있었다.

눈앞의 먹잇감들을 사냥하고 먹잇감의 가방에 들어 있는 엑토플라즘을 갈취하기 위해.

‘죽일 수 있을까...’

조준은 놈들의 기세에도 겁먹지 않고 차분히 스킬을 준비했다. 그때 수조의 일부가 베어나갔고 동시에 검기라도 휘두른 듯 날카로운 기운이 조준의 뒷볼과 머리카락 일부가 잘라 냈다. 수조 안에 있던 클론들이 사용한 초상 능력이었다.

‘염력..?’

조준은 수조 안에 있던 놈들이 스킬 혹은 그와 유사한 힘을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출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조준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일그러진 비늘을 사용해 방어막을 둘렀다.

­쾅! 쾅! 쾅! 쨍그랑!!!

세 번의 방어 끝에 순식간에 깨져 나가 버린 일그러진 비늘. 조준은 놈들이 예사롭지 않은 존재란 사실을 이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다섯 마리 내외였다면 어찌 손써봤을 테지만..’

놈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싸우려했다간 그대로 죽으리라. 중과부적이었다.

“뛰어!! 뛰어!!!!”

조준은 방어막을 연달아 사용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방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 메이링과 나머지 두 사람도 따라서 달려 나왔다. 허나 맨 뒤에 있던 리암은 방에서 미쳐 벗어나지 못했다.

­푸확!!!

“끄아아아!!!!”

잘려 나간 리암의 양다리.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뒤따라온 클론들에 의해 손도 못써 보고 고깃덩이로 해체당했다.

클론들은 리암의 머리를 으깨고 뇌를 끄집어내 씹어 삼켰다. 마치 짐승처럼. 영혼이 비어 버린 복제인간들은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굉장히 배가 고팠다.

“끼아아아!!!!”

“아아아아!!!!”

순식간에 리암을 먹어 치운 클론들은 도망가는 조준일행을 뒤쫓았다.

“끄아아!!!”

“이런 시발!! 잭!! 이 등신 새끼야!!! 더 빨리 뛰어!!! 야!! 메이링!! 이 개 같은 년아!!! 같이 좀 가자!!!”

조준은 저택을 뒤지고 있던 칠흑바퀴 떼를 불렀다. 그때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푸화악!!!

“끄갸갸갹!!!”

잭의 오른쪽 팔 일부가 염력칼날에 의해 잘려 나갔다. 잭은 피가 쏟아져 나오는 팔을 붙잡고는 악착같이 조준을 뒤따라 달렸다. 멈춰 섰다간 그대로 죽을 것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샤샷!!!”

그때 칠흑바퀴들이 타이밍 좋게 나타났다. 이걸로 조준 일행은 정신 나간 클론들에게서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칠흑바퀴와 그의 새끼들이 잡아먹힐 동안 도망칠 시간을...

“젠장...!”

곧 추적이 잠잠해졌다. 조준과 메이링은 출입구가 3개인 방에 몸을 숨기고 숨을 골랐다. 조준은 잭의 입에 재갈을 물린 다음 차오르는 살점을 사용했다.

“끄으으으으윽!!!!”

“조금만 참아..”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이족의 촉수를 그의 팔에 붙였다. 물론 잭이 동의한 상태였다.

“허억.. 허억...”

“어때. 제대로 움직여?”

“네.. 네에.. 뭔가.. 손이랑은 다른 데... 자연스러워서.. 더 불쾌합니다...”

오른팔 팔꿈치 부분부터 촉수를 달고 있게 된 잭. 그는 꿈틀거리는 촉수로 검을 쥐더니 영 이상하다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휴우.. 시계가 다시 작동한다.”

“그걸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어..?”

“당연하지, 메이링.. 지금 바로 이 좆 같은 장소에서 벗어나자..”

초상능력을 사용하던 놈들과 멀어지자 자연스럽게 회중시계가 다시 작동했다.

조준은 지체하지 않고 회중시계를 작동시켰다. 곧 째깍거리는 소리가 방안 가득 울려 퍼지더니 시계에서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

곧 조준 일행은 닉이 있을 현대로 전송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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