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160. 헛다리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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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돌아간 조준과 일행들.
조준은 메이링의 존재를 아직 닉에게 들킬 수 없다는 생각에 닉을 찾지 않고 바로 괘종시계가 있는 방으로 갔다.
입구의 위치와 괘종시계의 위치는 나침반으로 지정해 뒀기 때문에 언제든지 찾아 갈 수 있었다.
괘종시계 앞에서 시계가 활성화 되기까지 기다리던 그들은 다시 한번 시간 이동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제발 가주가 있던 시대로 갈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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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홀로 남아 있던 닉은 주머니에서 깨진 거울 조각을 꺼내 들었다. 깨진 거울은 미국의 어느 한적한 마을을 비추고 있었다.
“이봐. 거기 들리나? 어이. 아무도 없어? 내가 분명히 한 사람 정도는 지키고 있으라고 말했는데...”
닉이 중얼거리며 불평을 표하자 곧 다급히 달려온 남자가 거울 앞에 섰다. 그는 우락부락한 남자였다. 마치 곰과 같은 사내라고 할 수 있었다.
미안하군. 인근에 좀비 떼가 출몰해서.
“피해는?”
없어. 전부 처리 했다.
“그렇군...”
닉은 요즘 들어 잦은 좀비 떼 출몰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분명 뭔가 문제가 있었으나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얼마 전에 구입했던 물건들 중 몇 개가 연관이 있는 건 아닌지 조금 신경 쓰일 따름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연락했나. 일이 잘 안 풀리나? 아니면.. 미션 실패?
우락부락한 사내는 생전 연락이 없던 닉의 호출에 무슨 일이 터진게 분명하다 싶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아니, 별건 아니고... 컬티스트를 찾아낸 것 같아. 심지어 나와 같은 조원이다.”
뭐? 진짜? 하하하하!! 역시 선신들께서 마주치게 될 거라고 하시더니 진짜였군... 그래서 죽였나?
“아니. 같은 조원을 죽이면.. 모든 힘을 잃는다더군. 아직 못 죽였다.”
허어... 그건 좀 아쉬운데. 이참에 희생해라, 닉.
“웃기는 소리 하지마.”
하하하! 농담이다. 그럼 뭔가 도움을 받을 상황이라는 거군. 말해라.
“공격이 아닌 방법으로 뒤통수를 좀 때려볼까 싶어서.”
어떻게? 팀킬 안 된다면서.
“팀킬이 아닌 방법으로 엿 좀 먹여 보려고.”
닉은 거울너머의 사내에게 캠프 공동 소유로 보관 중인 물건을 하나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이후 닉은 한참을 기다린 끝에 거울너머에서 넘어온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물질전송기능을 사용하자 곧 거울은 가루가 되어 깨져나갔다.
물건을 건네 받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닉이 수장으로 있는 생존자 캠프가 닉의 독재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노예로 만들어 개처럼 부리는 조준이었다면 감히 다른 이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도 없었겠지만 이곳은 그런 스킬의 힘이 아닌 믿음으로 뭉친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공동소유의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조직 전체의 의견을 구해야 했다.
그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생산직들이 파업을 선언할 테니 말이다.
“좋아... 기다려라... 바이유...”
닉은 바이유가 컬티스트라고 생각했다. 바이유가 컬티스트라고 생각한 이유는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바이유의 두서없는 스킬 사용 때문이었다.
777답게 만신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닉은 항상 만신전 소속의 클래스를 가진 생존자들과 함께 싸워왔다. 그 덕에 닉은 만신전 소속의 클래스들이 가진 스킬들을 거의 다 꿰고 있었다.
그런데 바이유는 본인 입으로는 만신전 소속이라고 소개한 주제에 사용하는 전투 스킬들은 몽크의 스킬과 인퀴지터의 것들이 뒤섞여 있었으며 스스로에게 프리스트가 사용하는 버프까지 걸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럴듯한 스킬들을 짬뽕으로 섞어 쓰고 있었던 거다.
만약 만신전 클래스들을 숱하게 봐온 닉이 아니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조준만 해도 그냥 여러 가지 스킬을 쓴다고 생각할 뿐이었지 그게 어느 클래스 스킬인지는 몰랐으니.
아무튼 이런 이유로 닉은 바이유를 계속 의심하고 있었고 이내 그가 컬티스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준은... 약해빠졌고... 나와 비슷할 정도로 강해 보이는 바이유가 유력하다...’
닉은 조준을 영락없이 약제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준이 의사소통의 물약을 먹고 갈고리에 걸려 있던 남자와 대화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하다.
‘물론 힘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스킬들을 섞어 쓰는 바이유가 더 의심스러워...’
더욱이 닉은 자신의 대적자라는 놈이 약이나 만드는 약해빠진 인간일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닉은몰래 약을 먹여서바이유를 조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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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계 장치들로 가득한 저택의 관리실에 갇혀 버린 최석호.
그는 관리실의 입구가 벽으로 가로막혔단 사실을 깨닫고 빠져나가기 위해 레버를 몇 차례 더 건드렸으나 여전히 방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한번 꼬이기 시작한 저택은 마치 영원히 풀 수 없는 큐브처럼 더욱더 뒤섞이기만 했을 뿐이다.
“젠장... 여기서.. 갇혀 죽는다고...?”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식량도 다 떨어졌다. 마실 물조차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석호는 홀로 관리실의 바닥에 누워 중얼거렸다.
“죽기 싫어... 레버를 조작해야해..”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최석호는 다시 레버를 당기려고 했다. 그때 벽이 부서지며 금이 갔다. 아무리 그가 힘껏 내려치고 파괴하려고 해도 부서지지 않던 벽이 쩍쩍 금이 가며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설마...”
최석호는 저택을 돌아다니던 자동인형들이 자신을 죽이러 왔다고 생각했다. 멋대로 레버를 당겨 저택을 개판으로 만들었으니 분명 자동인형들은 관리실에 문제가 생겼다 판단하고서 여기까지 찾아왔으리라.
최석호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곤 방의 천장으로 기어올라 딱 달라붙어선 벽을 부수고 들어올 적들을 기다렸다. 잘하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콰광!!!
곧 벽이 터져 나갔다. 벽 너머에는 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어라...? 인형들이 아니라고...?’
최석호는 혹여나 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바닥으로 조심스레 찾지했다.
“뭐야. 여기도 가주의 방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 어? 저기 사람이야.”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세 명의 남자였다. 각각 메이링과 장조준, 촉수 손을 가지게 된 잭이었다.
“넌 뭐냐?”
장조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최석호를 향해 말을 걸었다.
최석호는 곧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는 영락없이 자동인형들의 손에 죽을 거로 생각했는데 같은 플레이어가 나타나자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심지어 말이 통하는 한국인을 만나서 그런지 마치 지금의 상황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저, 저는.. 흐읍... 최석호라고 합니다.. 직업은 어쌔신이고... 그런데 여기서 한국인을 만날 줄이야..”
최석호는 얼굴을 감싸 안고 울었다. 그때 조준의 얼굴은 극도로 일그러졌다.
“한국인이라고?”
“네.. 한국인...”
“그럴 리가 없는데?”
“예?”
“한국인은... 나뿐일 텐데...”
“그, 그게 무슨...”
조준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시아 서버를 관리하는 보석상들 중에서도 한국을 담당 중인 보석상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넌.. 뭐냐?”
그리고 한국을 담당하는 고딕 드레스를 입은 보석상은 챔피언으로 조준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전율저택에 들어온 한국인은 조준뿐이어야 했다.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인지 잘..”
최석호는 조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곧 조준은 최석호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촉수가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와 최석호의 사지를 휘감고서 그대로 팔다리를 비틀어 버렸다.
“끄아아아!!!!”
최석호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조준은 최석호에게 다가 갔다.
“야.”
“끄으윽...”
“야. 안 아프잖아. 지랄하지 말고 팔다리 확인해 봐.”
“어..?”
그제야 최석호는 자신이 전혀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비틀린 팔다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대체...”
그의 비틀린 팔다리에선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스프링과 기계 장치들이 삐져나와 있었다.
“이미 교체당한 녀석이군.”
“교, 교체 당했다니.. 그게 대체...!”
“휴우.. 너, 어떻게 저택에 들어왔는지 제대로 기억나냐?”
“예? 그, 그야... 어..?”
“기억이 이상하지?”
“어.. 나는 도망다니다가.. 이방에..”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그렇게 방심하게 만들고선 공격하려하더군.”
조준은 최석호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곤 그대로 녹여 버렸다.
저택의 구조를 계속해서 바꾸며 침입자들이 가주실로 가지 못하게 막고 있던 자동인형이 파괴됐다. 이제 저택은 변형을 멈추리라.
“썩을 인형 새끼들.”
조준 일행이 가주집권기의 시간대로 넘어온지 벌써 하루가 지난 상태였다. 그동안 저택을 돌아다니며 조준과 그의 일행들은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저택에서 기어 나오는 인형들 중 몇마리가 침입자의 기억을 읽어 마치 자신도 표류 당한 생존자인 것 처럼 행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놈들은 사람인척 침입자들 사이로 숨어들어 공격을 가하는 종류의 방범용 인형들이었다. 조준은 그런 놈들 중 하나를 사로 잡아 노예낙인을 찍어보려고 했다. 허나놈들은 소유자가 있기에 노예낙인조차 찍히지 않았다.
노예로 만들 수 없다는 것 만으로도 불쾌한데 여기서 더 기분나쁜 점은 그들은 스스로를 진짜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었단 점이다.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그보다 이 방이 뭔가 핵심인거 같은데... 가주실로 가는 방법을 찾아보자.”
“응.. 그런데 레버들이 엄청 많다.. 여기서 저택의 형태를 바꾸고 있었던 걸까?”
“그런 것 같군.”
조종당하던 최석호는 본인이 하는 일이 여기서 탈출하기 위한 발버둥이라 생각했지만 실상 그는 조준 일행이 가주실로 가지 못하게 막고 있던 수문장이었다.
“저, 저기..”
그때 방에서 뭔가를 발견한 잭이 조준을 불렀다.
“왜?”
“여, 여기.. 구멍이 있는데..”
조준은 잭이 있는 곳으로 다가 갔다. 거기엔 작은 구멍이 있었다. 생긴 게 꼭 열쇠구멍 같았다.
그건 가주실로 가는 길을 열어 주는 것으로 열기 위해선 가주의 열쇠를 먼저 찾아와야 했다. 그리고 가주의 열쇠는 불사의 일가가 있던 시대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딸칵.
도황의 만능열쇠를 가진 조준은 곧바로 열쇠구멍에 만능열쇠를 꽂아 넣었다.
곧 벽의 일부가 열리며 가주실과 연결된 거울이 생겨났다. 거울은 가주 실을 비추고 있었다.
“이걸 통과하면 직통으로 갈 수 있나 본데...”
조준은 실험삼아 잭을 밀어 넣었다.
“자, 잠깐!!!”
잭은 그대로 거울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곧 거울에 어수룩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잭의 모습이 비쳐졌다.
죽은 것 같진 않았다. 함정도 딱히 없어 보였다.
“우리도 가자.”
“자, 잠깐..! 꺄아!!!”
조준은 메이링의 발로 차 집어넣은 다음 거울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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