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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218화 (218/221)

〈 218화 〉 217. 라이벌은 쉽게 죽지 않는다

* * *

‘젠장..’

바닥에 드러누운 안나는 죽어 버린 마이클의 시체를 힐끔 쳐다봤다.

‘닉은 손쓸 도리가 없이 죽어 버렸고, 마이클도 자살했고.. 하아, 정말로 나만 남았구나. 아, 킬리언이랑 로이, 단태도.. 살아남았겠네. 알렉스는 죽은 모양이고. 아란은... 망할 도마뱀 새끼.’

그녀는 아직 자신에게 덮어씌운 ‘장막’을 거두지 않았다. 당장 적의 수장이 자신을 죽일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했다.

‘이제 어찌 되는 걸까... 한국어는 조금 할 줄 알지만.. 과연 날 받아 줄까..’

성녀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좀 더 살고 싶었다.

******

그녀의 이름은 안나 그린.

미국 동부 어느 작은 마을.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나 무종교인 안나는 마을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렇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남자들의 추파가 끝도 없이 이어졌고 이런저런 사소한 스캔들과 사건 사고, 루머가 끊이질 않았다.

그게 안나는 더럽게 짜증 났다. 그녀는 자기 외모가 잘났음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렇기에 이리 잘난 외모를 별거 아닌 시골 촌놈들에게 할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결국 안나는 돈도 주지 않으면서 자기 외모와 몸만을 탐하려는 파렴치한 현실의 남자들로부터 도망가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굳이 자신만을 바라봐줄 남자 친구를 만들지 않더라도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명이 자신을 봐줄 수 있는 인터넷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거기서 안나는 정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했다. 모국어인 영어는 당연히 기본이고 애니와 오덕 요소가 가득한 인터넷 방송 특성상 일본어는 거의 제2 외국어 마냥 능숙해졌다.

또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 시청자들도 전체 시청자의 18퍼센트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 간간이 한국어로 슈퍼 챗이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힐 수 있게 됐다.

그렇게 2천 명이 채 되지 않았던 한아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터넷 방송인이 된 안나는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며 엿 같던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 뉴욕으로 상경했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간 뉴욕.

“우어어어!!!!”

좀비 떼가 나타났다.

심지어 갑자기 신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지구를 즐겨줘서 고맙다며 DLC 영원의 밤이 다운로드 된다는 개소리를 지껄였다.

안나는 이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세계가 게임이었던가?

아무리 메타버스가 유행하는 시대라지만...

“이게 무슨....”

허나 당장 오늘 이사 온 집을 좀비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좀비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상황 속에서 안나는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애초에 인터넷 방송인이라 이런 식의 레퍼토리는 익숙했다. 갑작스러운 멸망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그리고 좀비와 생존자, 생존자들 간의 투쟁, 기타 등등.

상황을 빠르게 인지한 안나는 호신용으로 고향에서 가져온 야구 배트를 주워들었다.

“엄마,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겠죠! 젠장!”

­뻐억!!

좀비의 머리를 박살 내며 안나는 부모님의 명복을 빌어줬다.

그리고 그녀는 성녀로 각성하게 된다.

******

성녀가 된 그녀는 좀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뉴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다 우연히 각성자들로만 이루어진 생존자 집단을 만나게 되고....

“이거 놔!! 이 개새끼들아!!!”

“흐흐.. 꽉 잡아. 이년 이거 유명한 인터넷 방송인이던데. 언제 이런 년을 따먹어 보겠어.”

“야야. 자꾸 반항하면 가만 안 둔다.”

“츄릅.. 아.. 눈물도 달달하네. 따먹는 보람이 있겠어.”

“흐으윽... 시발새끼들...”

그녀는 강간당할 위기에 빠졌다.

애초에 그들을 믿지 않았던 안나는 적당히 그들을 써먹고 버릴 생각이었지만 그녀보다 한발 앞서 이미 강간할 계획을 세우던 생존자들은 그녀에게 약을 먹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상태로 옷을 찢어 발겼다.

“와우.. 젖이 무슨..”

“꿀꺽..”

“나, 나부터... 내가 데려왔잖아!”

“이 새끼가.. 이 팀의 리더는 나...”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나체 앞에서 고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남자들이 누가 먼저 안나를 따먹을 것인지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그들의 뒤로 나타났다. 그는 허공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신과 대화라도 하듯이.

“음. 저 여자를 구하라고요? 네. 뭐, 그러죠.”

“응? 넌 뭐...”

­촤학!!!

안나를 짓누르고 있던 남자의 목이 잘려 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남자들은 당황해 일제히 총을 뽑아 들려고 했다.

아직 재앙의 초기라 총기 사용이 막히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총을 들고 다녔었다.

­서걱.

“어?”

“어?”

“어어?”

허나 그들은 총을 쏠 수 없었다.

총을 쥔 그들의 손이 전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끄아아!!! 손!!!”

“시이바아아!!!!”

“아파!! 아프다고!!!”

고통에 울부짖는 강간마들을 향해 남자가 말했다.

“소리지르면 좀비 오잖아!”

남자는 강간마들의 목을 베어 버렸다. 안나는 픽픽 쓰러져 죽어버리는 강간마들을 피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훤칠하게 잘생겼을 것 같은.... 미친놈이었다.

‘어째서... 저런 가면을...’

안나는 남자가 뒤집어쓴 물고기 가면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입어. 춥다.”

그때 남자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안나에게 건네줬고 안나는 얼떨결에 외투를 받아 입었다.

그게 성녀 안나와 니콜라스의 첫 만남이었다.

******

이후 닉의 거점으로 따라간 안나는 다양한 생존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생존자 캠프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게 됐다.

그렇게 레벨을 높여나가던 안나는 ‘신비주의의 장막’이라는 스킬을 손에 넣게 되고 그걸 얻은 이후부터는 줄곧 자신의 얼굴을 장막 뒤로 숨겨 왔다.

법과 도덕이 사라진 세계에서 아름다운 외모는 독과 다름없었으니까.

어쨌든 안나는 이번에도 항상 얼굴을 감추었던 장막을 이용해 마이클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찔려 죽은 모습을 마이클에게 보여줬고 마이클은 안나의 머리 옆 맨땅을 칼로 찌르면서 그녀를 죽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장막을 일종의 환영처럼 사용한 안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슬슬 일어나야하나..’

그리고 이제 곧 스킬은 해제될 것 같았다. 정말로 마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준도 죽은 안나를 내려다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나는 상대방이 자신을 곧바로 죽이려 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 저기.”

“어? 뭐, 뭐야!! 살아 있었잖아!!!”

결국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일어난 안나.

생각 이상으로 기뻐하는 조준의 모습에 안나는 조금 안심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나입니다. 한국 좋아요. 김치 맛있어요. 방탄청년단 최고!”

대게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사용해 주면 굉장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괜히 친절한 척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고 되는 대로 한국을 칭찬했다.

그러자..

“우와!!! 한국어까지해!! 대박!!!”

안나는 이번에도 잘 먹혀들었다고 생각했다.

‘나를 죽이려들진 않을 것 같아..’

안나는 미소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조준에게 눈웃음을 쳐줬다.

그러자...

­푸욱.

“어? 어어.. 꺄아아아!!!!!”

어깨에 깊숙이 파고든 단검.

안나는 당혹감과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살아 있었으면 빨리빨리 일어났어야지!!! 굴복해!! 굴복해!!!”

“끄아아!!! 헬프!! 헬프미 플리즈!!!”

조준은 안나의 어깨에 박힌 단검을 거칠게 뽑아내곤 차오르는 살점을 사용했고 안나는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살려달라고 빌었다.

“옳지. 이마 딱 대.”

그렇게 안나의 이마에 지장이 찍혀지고 안나는 조준의 성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

[결국 이리 되었나.]

[전멸이라니... 갑갑하군요.]

[저 썩을 도마뱀 새끼가 나올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하아..]

선신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닉의 시점으로 어렴풋이 상황을 확인했다. 그의 죽음까지도 전부.

[애초에 그 트러블 메이커 아란을 팀원으로 받아들인 게 잘못이오.]

[이미 끝난 일이니.. 너무 열 내지 마시길. 당장은 다음 수를 짜야 하니까요..]

[그보다 세이비어의 영혼은 어디 있나.]

질서를 관장하는 자, 케포누스의 질문에 지혜의 신이 둥근 구체를 꺼내 들었다.

[회수했소이다.]

[그나마 마이클의 손에 죽어서 다행이군.]

마이클이 시기적절하게 닉을 죽인 덕에 그의 영혼이 온전히 만신전에 올 수 있었다. 만약 마이클이 그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상상 이상으로 곤란해졌겠지.

만약 조준의 노예가 됐다면 닉의 영혼이 묶임과 동시에 세이비어라는 클래스도 공석이 나지 않아 곤란해졌을 것이다. 또한 닉을 조준이 죽여 악신들에게 공양해 버렸다면 클래스는 공석이 되었겠지만 행운 777의 영혼이 소실되는 것이기에 결국 손해였다.

마이클이 닉을 죽인 것은 신의 한수였다.

[새로운 777을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 비용이 크다.]

[적당한 육신에 집어 넣어 부활시키는 편이 좋겠소.]

[몇 가지 후보가 있는데..]

선신들은 닉의 영혼을 새로운 육신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그편이 인과율의 소모가 적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닉은 이미 수천 명의 목숨을 살려 성검의 힘을 극대화 시킨 상태였고, 자의는 아니지만 만티의 서를 읽어 만마의 언어에도 통달한 상태였으며, 찌꺼기 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어쨌든 지혜의 샘물을 마셔 성검에 담겨 있던 전대 용사들의 기억도 일부 깨워냈다.

말을 안듣는다고 버리기엔 너무 멀리 온 것이다. 애초부터 그들은 닉이 죽을 경우 새로운 육신을 찾아 부활시킬 생각이었다.

단지 컬티스트의 손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괜찮았다. 한 번까지는. 실상 이번 부활이 닉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먹인 영약이 얼마친 데.. 벌써 죽으면 안 되지.]

[애초에 너무 오냐오냐 했소.]

[확실히.. 문제가 많았지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한번 죽었던 이를 되살리는 것이니..]

[인과율. 그게 항상 문제로군.]

[이번 일을 만마전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오.]

[내어 줄 것 따윈 없다. 빼앗은 것을 돌려주도록 하지.]

[어찌 보면.. 이제야 균형이 맞춰졌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닉의 부활을 대가로 보타밀리의 봉인을 해제한다.

그게 선신측의 제시였고 만마전은 이미 조준의 승리로 분위기가 달아오른 상태였기에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했다.

인디크론과 카쉬낙스는 보타밀리의 부활로 부담을 덜고 후일을 좀 더 도모해볼 수 있었다. 또한 닉이 다시 부활한다고 해도 이미 조준에 대한 신뢰가 엄청 났기 때문에 그녀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조준의 패배를.

[그나저나... 만귀전의 늙은이들과 대화를 좀 해 봐야겠군.]

[맞아요. 컬티스트의 하수인으로 만귀전 소속의 클래스들이 너무 많더군요.]

[기왕 이리된 거 아크 메이지와 트릭스터를 내놔라하는 게 어떻겠소.]

[그것도 좋겠다. 세계수와 내가 따로 연락을 취하지. 그녀도 화가 잔뜩 난 것 같으니.]

[그럼 끝으로.. 성녀는 어떡하나요?]

[방치한다. 일단은.]

곧 선신들은 흩어졌다.

그들은 최종적인 승리를 위해 다시 수를 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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