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당연히 안 되지. 도대체 무슨 배짱인 줄 모르겠군. 그나저나 야, 네가 어제 남쪽의 부랑자 마을로 내려갔던 놈이냐?”
얼굴에 멍이 시퍼렇게 든 남자는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얼마나 야무지게 때려놨는지 얼굴에 멀쩡한 구석이 없다. 역시 부랑민이라 악과 깡만 남은 건가?
“거기가 부랑자 마을 확실해? 방비는 어떤데.”
“마을에 천막뿐인 걸 보면 부랑자 마을이나 난민촌이 맞습니다. 아마 황도의 거지들도 그런 곳에서 살진 않을걸요.”
“그래? 방비는?”
“방비랄 게 뭐 있겠습니까? 얼핏 보니 남쪽으로는 대수림이 있어서 성벽이 있는 거 같은데 영지에서 들어가는 뒤쪽은 뭐,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마을이라고 해봤자 그냥 천막들뿐이니까요.”
“그래, 천막이란 말이지. 알았어, 넌 나가봐.”
남자가 나가자 제닉은 생각을 정리하며 턱을 어루만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던 릭스터는 앞으로의 일정을 묻게 되는데.
“그래서 어쩔 셈이요? 완전히 추방령이 내려진 거면 그 천막뿐이라는 난민촌에서조차 지낼 수 없는 거잖소. 앞으로 더 추워질 텐데, 이래서야…….”
“그렇지. 어쩔 수 있나. 우리는 바로 대수림으로 들어간다. 대수림을 관통해 상급 마수만 찾아내 한 마리를 잡고, 옆쪽의 다른 영지로 빠지는 거지.”
“그게 되겠소? 그래도 겨울의 숲인데? 그리고 마수들도 득실거릴 거 아니요.”
“추위가 문제지 그따위 짐승 정도야…….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우리가 그냥 이렇게 억울하게 피해만 볼 순 없잖아? 적어도 어느 정도는 갚아줘야지.”
제닉의 눈이 살기에 번들거리자 릭스터는 침을 꿀꺽, 삼키며 불안에 떨었다. 뭔가 큰 사고를 칠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그… 그래서 어쩔 생각이요?”
“그 난민촌 마을을 쳐 모조리 쓸어버린다. 겨우내 튀어나오는 마수들을 몸으로 막으라고 그렇게 난민촌을 만들어놨나 본데, 그들이 쓸려 나가면 영지도 엄청 피곤해지겠지. 재수 없으면 여기저기 날뛰는 마수 때문에 황실에서 결정한 할당량을 못 채울 수도 있고. 킥킥, 그 잘난 영주 양반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지는군.”
“…마을을요? 그게 되겠습니까? 그래도 마을인데, 게다가 영주가 알게 되면…….”
릭스터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제닉은 거침이 없었다.
“뭐, 물론 나중에야 알게 되겠지. 그런데 어쩔 건가? 난민들을 모조리 몰살시킨 후 마을까지 불태워 버리면 무슨 증거가 있을까? 게다가 그때쯤엔 우린 여기 없는데. 기껏해야 황도에 신고하고 항의하는 게 고작일 텐데, 그때는 우리 고용주가 알아서 잘 지켜주겠지.”
“황도 귀족이 그럴 리가…….”
“아니, 아니지. 어르신 입장에서 자신이 덤터기 쓰기 싫으면 아마 그래야 할걸? 큭큭, 그쪽에서 선택권은 두 가지야. 우릴 포기하고 상급 마수도 덩달아 포기하거나, 아니면 상급 마수를 챙기고 우리의 죄를 극구 부인하거나. 그런데 우리 어르신이 참 욕심이 많단 말이야. 그러니까 아마 상급 마수로 황실의 기세를 꺾는 걸 포기하느니 차라리 작은 영지의 항의 따위는 묵살해 버리겠지. 확실한 증거라도 있으면 몰라도 다 태워 버릴 거니 증거도 없을 테니까.”
“음…….”
“그러니까 잘 준비해 둬. 오늘 밤에 바로 내려가서 놈들을 친다. 뭐, 계집들은 제법 반반하다니 그년들은 몇 살려 재미도 좀 볼 수 있겠군. 결국에는 죽이겠지만 말이야.”
당당하게 도적질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나가서 준비하라는 제닉의 말에 릭스터는 그저 할 말을 잃고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너무나도 서슬 퍼런 분위기에 뭐라고 말도 못 붙인 채였다.
우선 그들을 모두 처리할 수는 있는 건가? 만약 몇 명이라도 놓친다면 확실한 증거가 생기는 셈인데? 그들이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방으로 흩어지면 어떻게 잡겠다는 건가?
그리고 우리가 대수림에 길잡이도 없이 들어갔다가 상급 마수를 못 만나면 어쩔 생각인가? 그때는 의뢰주도 자신들을 절대 보호해 주지 않을 게 뻔한데.
자신이 얼핏 생각해 봐도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제닉은 자신의 계획이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거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저 단장이 용병단을 키운답시고 귀족들이랑 어울리고 껄렁껄렁한 놈들을 몇 거느리더니 꼭 자기가 대단한 놈이라도 된 거처럼 느껴지나 보다.
릭스터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하며 자기 살 궁리부터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답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 영주 저택으로 달려가도 자신의 말을 믿을지 의문이요, 만약 믿는다고 해도 제닉이 모른 척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적당히 빠지려고 해도 지금 빠지면 배신자 취급하며 입을 막겠다고 달려들 수도 있었고.
그렇다고 이대로 끌려가면 끝이 아주 더러울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릭스터의 고민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그리고 야속하게 시간이 흘러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을 때 제닉과 용병단, 그리고 우울한 릭스터까지 모두 영주 성을 떠나 남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 * *
해가 저물어가는 그 시간, 모야족의 남쪽 요새.
모야족의 족장인 백랑은 오랜만에 자신의 아내들과 흐뭇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 동안 외부인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을 놓지 못하다가 그들이 쫓겨났다는 소식과 만약 그들이 마을로 들어서려고 해도 받아주지 말라는 화끈한 명령을 받아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만약 이곳으로 오면 그냥 그대로 쫓아버리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
사실 어제는 자신도 움찔했었다. 설마 그렇게 그놈들을 곤죽을 내놓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죽인 건 아니지만 로빈과 지온이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부족에서 사고를 쳐 민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놈들이 영주 성에서 더 난리를 치는 바람에 별 탈 없이 넘어갔다. 조심스럽게 놈들을 묶어서 영주 성에 데려갈 때는 앞이 캄캄했는데 이 얼마나 운이 좋은가.
게다가 이번 일로 더 이상 놈들을 신경 쓸 이유도 없어졌으니 정말 행운이 따랐다. 그러니 오늘은 마음 편히 한번 즐겨봐야지. 요 녀석들도 며칠 굶어서 적당히 달아올랐을 거다.
오늘 백랑의 플랜은 이랬다.
우선 쫀득쫀득(?)한 월아로 몸을 풀며 1차전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스스로를 달구고 있을 적호랑 2차전을 벌인 후, 바로 둘을 데리고 3차전, 4차전을 벌여 지금까지 쌓인 피로를 모두 푸는 것 말이다.
그리고 두 아내 모두 각자 자신 있는 포지션을 잡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랑의 침대 위.
그곳에서는 알몸으로 가벼운 이불 한 장을 걸친 월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부러 얇은 이불을 준비한 보람이 있었는지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은 이불 위 굴곡이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요 요망한 것이 아무래도 이렇게 자신을 유혹할 모양인데 역시 자신을 잘 안다고 흐뭇하게 생각하며 바로 그 이불을 휙! 하고 치워 버렸다.
“꺄!”
이불이 날아가고 그녀의 알몸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손으로 애써 가리는 척(?)하지만 애초에 그게 될 리도 없었으니 마냥 백랑을 유혹하는 몸짓에 불과하리라.
저 풍만한 가슴과 요염한 허리선, 그리고 탱탱한 엉덩이라니. 허리를 틀고 있어 둔부가 적나라하게 보이지 않은 것이 흠이지만, 그 정도는 자신의 힘으로 쟁취할 수 있으니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백랑은 지체 없이 달려들어 그녀를 깔아뭉갰다. 그리고 바로 욕망대로 손을 뻗어 욕심을 차리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밑에 무방비하게 깔려있는 월아의 가슴을 살짝 부여잡고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이었다.
한 손에 가득 담아 움켜쥐어도 조금 남을 정도로 풍만한 언덕. 게다가 완벽하게 솟아오른 이 모양과 손에 착 달라붙는 이 탄력이란.
이건 정말 신이 빚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치명적인 예술품이었다.
“하… 하……. 흑……. 주… 주인님…….”
백랑이 집요하게 가슴을 움켜쥐며 혀끝으로 첨단을 희롱하자 그녀는 거친 숨결을 토하며 이리저리 꿈틀댔지만, 그의 두꺼운 허벅지가 양다리를 모두 짓누르고 있어 이건 그저 의미 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더욱 자극받은 백랑은 가슴을 주무르던 한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탄력 넘치는 허벅지 사이 농밀한 곳으로 더 파고드는데.
파고든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질척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녀의 허리는 그 소리에 맞춰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퉁겨져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마저 백랑의 욕정을 더 자극할 뿐이었고 백랑은 더욱 거칠게 그녀의 깊은 곳을 희롱하고 있었다.
그렇게 완전히 달아올라버린 월아는 몽롱한 눈으로 백랑을 올려다보았다.
촉촉이 젖은 두 눈, 달아오른 두 뺨, 단단하게 솟아오른 유두, 그리고 촉촉하다 못해 질척이며 흥건해진 깊은 곳.
쾌락을 알다 못해 몸속 깊숙이까지 각인된 그녀는 이제 그의 자비를 바라는 애처로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순간이 백랑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고, 이 모습이 백랑이 가장 사랑하는 월아의 모습이었다.
“주…인님. 제발…….”
“뭘? 내가 어떻게 하라고 했지?”
“제발… 넣어주세요, 주인님. 월아의 음란한 그… 그곳에 주인님을…….”
“어허, 그게 아니지. 그만할까?”
수줍게 부탁하던 월아는 백랑의 엄포에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악……. 안 돼요, 주인님. 제발……. 월아의 음란한 X지를 혼내주세요. 음탕하고 야한 월아는 주인님 거예요.”
“좋아, 잘했어.”
월아의 고백에 흐뭇해진 백랑은 살짝 입을 맞추며 그녀를 칭찬한 후 그녀의 탐스러운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평소에는 수줍음과 침착함으로 무장한 그녀가 이렇게 자신과 함께 침대에 오를 때는 한없이 흐트러져 음란한 모습을 보이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리고 흡족한 마음에 양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 깍지를 껴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한 후 자신의 자존심을 그녀의 촉촉한 그곳으로 밀어 넣는데.
몸이 완전히 밀착되어 자극적으로 달라붙는 피부의 감촉과 사방으로 옥죄어오는 은근한 압박감. 그리고 완벽하게 진입한 후에 잘근잘근 조여오는 놀라운 자극.
그녀의 모든 것이 남자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월아를 안을 때는 템포 따위를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어떤 템포로 허리를 놀리든 항상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요물 중의 요물. 완벽하게 백랑에 의해 길들여진 그만의 보물이었다.
지금도 백랑은 오직 강하게 그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거칠게 몰아치는 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녀는 벌어진 양다리로 그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타오르는 쾌락에 몸부림쳤고.
한창 그녀의 입을 농락하던 백랑은 이제 입을 떼고 그녀의 달아오른 얼굴과 야릇한 교성을 즐기고 있었다.
“하… 하……. 주인님… 좋아요. 너무 좋아요……. 흑…….”
“우리 월아는 너무 야해.”
“네, 월아는 야해요. 음란해요. 맨날 주인님한테 혼나야 해요. 저를 혼내주세요.”
“킥. 그래, 혼내줘야지.”
엎드린 자세로 한껏 그녀의 몸을 즐긴 백랑은 이내 몸을 뒤집고 뒤에서 그녀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탐스러운 엉덩이를 마구 혼내주면서 말이다.
엎드리게 한 후 엉덩이와 가슴을 번갈아가며 혼내주면 아마 그녀는 지금보다 더욱 소리 높여 울부짖겠지? 쾌락에 찬 헐떡임을 내뱉으며 그렇게 울부짖으면…….
그리고 그건 정말 환상적인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몸을 뒤집던 그의 머릿속에 순간 불쾌한 불안감이 차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까닭 모를 불쾌함에 집중력을 잃어버린 백랑은 그대로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서 터트리고 말았는데.
완벽하게 남성의 쾌락만을 위해 잘근잘근 물어대는 그녀의 그곳은 아무리 하루에 네 차례는 거뜬한 백랑이라도 집중을 유지해야 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로 집중력이 흐트러졌으니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싼 것도 아니고 안 싼 것도 아닌, 찝찝한 사정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갑작스럽게 사정하는 바람에 그 양도 흡족하지 않아 뭔가 싸다 만 것같이 불쾌하기만 했고 불안감이 머릿속에 남아 이상하게 더 이상 자존심이 솟구쳐 오르지도 않았다.
이런 거지 같은 상황에서 백랑이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뿐이리라.
“하… X발. 이건 뭐야? 뭐, 이런 X같은…….”
하지만 사정 후 정신이 조금 들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예전에 마수들이 처음 생겨났을 때나, 마수들이 갑자기 마을로 들이닥쳤을 때 느꼈던 그럼 찝찝함이 아닌가.
갑작스레 변한 백랑의 태도에 당황했을 월아는 아무런 말없이 그의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쪼그라든 그의 자존심에 입을 맞춘 후 부드럽게 핥아 나갔다. 한껏 달아오른 상태에서 애매하게 마무리되어 그녀 역시 답답했을 텐데 말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