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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설 속 로빈-82화 (82/303)

82화

그릭스 대공자가 신관의 치료를 받고 몸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만 대략 6개월 정도였다고 한다.

한쪽 어깨가 완전히 함몰되어 회복이 더뎌서 그런 건데, 거기다가 재활까지 받아 완벽한 몸으로 돌아오는 것도 6개월이 걸렸으니 치료 기간만 대략 1년이 걸린 셈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추위에 시달리며 용맹하게 마수들과 싸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먹었던 아주 특별한 육포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육포를 내다 팔기 시작한 게 지난겨울이지 않습니까? 그전까지는 그냥 비축만 했고요. 그래서 전혀 물건을 못 구했죠.”

“영지 쪽에 부탁을 넣었으면 바로 보내줬을 텐데요. 그게 뭐 어렵다고. 그릭스 공자가 그걸 그렇게 찾았는지는 몰랐네요.”

“아마 빚을 지게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혹시 그걸 빌미로 우리가 어떤 요구를 할지 알 수 없었을 거고요.”

“쩝. 제가 좀 많이 뜯어 먹긴 했죠?”

“네, 좀 그랬죠. 물론 받으신 만큼 해주셨다고는 들었지만…….”

“뭐, 그건 그렇고. 그래서 그 육포는 어디서 구했는데요?”

원래 사람이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고, 못 먹는다고 하면 더 먹고 싶은 법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지 못한 것이 없었던 그릭스 대공자가 자신이 먹고 싶던 육포의 정체조차 알 수 없었을 때 느꼈을 그 감정, 그 마음이 어땠을지 대충 짐작 가고도 남았다.

아마 아주 답답하고 짜증 났겠지.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제가 운행하는 상선에까지 손이 닿았답니다. 저도 예전에 얼핏 보고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영지의 물건을 반출해도 되냐는 요청이었는데 그냥 거절만 하고 굳이 입을 막진 않았는데, 제가 더 신중하게 판단할 걸 그랬습니다.”

“아뇨.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여기 와보면 마을마다 다 먹고 있는데요.”

솔직히 숨기려고 했으면 영지민들에게도 비밀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아마 주노가 선원들의 입을 막았어도 이곳 영지를 방문하기만 해도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거절은 했지만 입을 막진 않아서 그릭스 공자도 그때 먹은 그게 혼 래빗이라는 마수의 고기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음…….”

마수의 고기라는 말을 듣고 바로 포기했으면 좋으련만 이 그릭스 공자는 오히려 처음보다 더 열렬히 그 고기를 원하게 되었단다.

“아니, 대체 왜요? 솔직히 혐오 식품 아닌가요?”

“그… 그게 참……. 그 선원이 혼 래빗 고기를 입에 침을 튀기면서 자랑했답니다. 정력에 끝내주는 고기라고요.”

“예? 그건 또 무슨……. 대체 무슨 근거로요?”

로빈이 당황하자 옆에 있던 지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리고 주변에 남자들이 다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그들 역시 한마음인 모양이었다.

“물론 근거는 없지만, 모두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 래빗 고기가 보급되면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가 부쩍 늘기도 했고요.”

“아이가……. 맞네요. 많이 늘었죠. 예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했었나요?”

수치로 보면 3년 사이에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이 태어났다. 무슨 베이비 붐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는 게 정력과 무슨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연관이 있다고 해도 그게 혼 래빗 고기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지금까지 지지리 궁상맞게 살다가 확실히 먹고살 만해 지고 삶이 안정되자 아이들을 많이 낳게 된 건데 그걸 고기랑 연관 짓는 건 아무래도 좀 억측이었다.

로빈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자 백랑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소영주님. 아직 소영주님이 어려서 그래. 크면 다 알게 된다고. 확실히 이걸 먹을 때랑 안 먹을 때랑 다르다니까? 캬~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드네.”

“끙. 뭐, 좋아요.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우선 넘어가요. 그래서요?”

“그렇게 발만 구르다가 작년에 드디어 도련님, 아니 영주님이 혼 래빗 육포를 판매하기 시작하셨죠. 그리고 그 선원 쪽을 통해 그게 그릭스 공자에게 넘어갔답니다.”

“흠… 그랬겠죠. 아무래도.”

“그런데 정말 그 고기를 먹고 기력이 좋아졌다고…….”

“하, 혹시 정력이라도 좋아졌대요? 불끈불끈 솟는답니까?”

“네, 뭐. 그런 비슷한 말이 있답니다.”

물론 자신도 혼 래빗 고기와 육포를 먹어봤다. 둘 다 아주 특별한 맛이라 어떤 고기와 비교해도 전혀 꿀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특히 육포의 경우는 그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풍미가 아주 별미이기도 해 요즘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하지만 정력에 좋다는 건 그저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에 내 손목을 걸 수 있었다.

무슨 고기가 정력에 좋아? 어림도 없지.

“그리고 그 육포를 나누어 먹은 귀족 자제들이 지금 혈안이 되어서 찾기 시작했답니다. 요즘 영지에 상인들이 계속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고요.”

“그러니까 그런 엉뚱한 소문 때문에 혼 래빗 고기의 열풍이 불고 있다고요? 솔직히 마수 고기면 거의 혐오 식품인데 문제는 없나요?”

“혐오하기는커녕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답니다. 그냥 고기와는 전혀 다르니까요.”

“끙.”

주노가 설명을 마치자 지온이 기다렸다는 듯 전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쨌든 영주님, 그런 상황이라 앞으로 더욱 영지에 손님들이 찾아올 겁니다. 황도 쪽이야 주노 님이 배로 물건을 날라 풀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진정되겠지만 지방의 귀족들은 이곳에 직접 와 물건을 사들이려고 할 테니까요.”

그래, 솔직히 이건 졌다. 정력에 좋다고 소문나기 시작하면 게임 끝이지.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일반적인 고기보다 스태미나에 더 좋은 건 맞는 모양이다. 직접적으로 정력에 좋은 건 아니겠지만 장어나 복분자, 전복처럼 기력을 돋우는 효과가 있나 본데, 그게 마수 고기이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나 보다.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그럼 주노 님은 그걸 황도 쪽에 가져갈 생각이신가요?”

“네, 모인 김에 이 문제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뭐, 좋아요. 새로운 비축분이 들어오는 대로 여유분은 황도에 파세요. 거품이 꺼질 때까지는 돈이 좀 되겠네요. 그런데 혹시 주노 님도 정력에 좋다고 하면서 팔 건 아니죠? 그런 거로 양심을 팔진 말자고요. 귀족이 운영하는 상단인데 괜히 나중에 뒷말 나오면 피곤해져요.”

“네, 그러겠습니다. 문제없이 처리하겠습니다.”

“그래요. 뭐라고 하면서 팔 생각인가요?”

왠지 불안해서 노파심에 물어봤는데.

“하하. ‘캬~ 몸에 정말 좋은 건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이게 남자한테 그렇게 좋다는데’. 이렇게 팔 생각입니다. 어디에도 정력이라는 단어는 없으니 괜찮을 겁니다.”

하. 그게 그거지, 이 사람아. 그걸 듣고 정력을 떠올리지 않을 남자가 누가 있어? 저 사람도 장사꾼은 장사꾼이구만.

“아뇨.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혼 래빗 고기라고만 하세요. 아셨죠?”

“흠흠. 알겠습니다, 영주님.”

주노의 건은 그렇게 해결되었는데 결국 본건은 전혀 진척이 없었다. 단지 앞으로 영지를 찾는 방문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라는 정보뿐이었으니 말이다.

“영지에 외지인들이 많아진다는 건 이해했어요. 그래서 그게 왜 사창가랑 연결되는 건가요?”

“우선, 마을이라 봤자 기껏해야 영주 성까지 네 군데. 그리고 외지인들이 드나드는 마을은 영지 초입에 위치한 우버 마을 정도일 겁니다. 물론 정보를 수집하는 문제는 저기 존 님이 알아서 하고 계시니 걱정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솔직히 다른 귀족들이랑 뒷구멍에서 만나거나 밀서를 나눌 일도 없고, 정보는 그냥 주점에서 듣는 거로 충분해요. 게다가 그런 일로 돈을 벌고 싶지도 않고요. 그럼 더더욱 사창가 같은 건 필요 없죠.”

“하지만 제가 걱정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영지에 대한 소소한 불만이나 영주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퍼지는 겁니다. 특히 너무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음…….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영주님이 너무 어려 남자의 생리를 몰라 사창가조차 운영하지 않는다고 은연중에 무시당할 수 있다는 거죠. 손님 대접도 형편없다고 할 테고요. 그런 것이 하나둘씩 쌓이면 좋지 않은 이미지로 알려지게 될 겁니다.”

지온의 설명은 이랬다.

영지의 사창가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포주는 당연히 영주고(솔직히 이것부터 어이가 없었지만), 사창가가 없으면 영주가 너무 어려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모른다는 무시와 눈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다. (이 부분에서 로빈은 뒤로 넘어갈 뻔했다)

아니, 무슨 사창가가 필수적인 시설이야?

이곳 남자들은 굳이 남의 영지에 와서까지 꼭 물을 빼고 가야 하나? 무슨 영역 표시하는 개 새X도 아니고.

아니지.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다른 이유가?

설마 이곳 남자들은 얼마 동안 그걸 못 하면 욕구 불만으로 뒤진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안 되겠다. 이해는 안 되지만 혹시 모르니 물어나 봐야겠다.

“잠깐만요, 지온. 제가 이해가 안 가서 그런데요. 모두 솔직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혹시 루이 경, 경은 일주일에 잠자리를 몇 번이나 가지나요?”

“잠자리라는 게 아내와 섹스를 말씀하시는 거면……. 대충 일주일에 열두 번에서 열네 번 정도군요. 사정 횟수라면 대략 서른 번 정도입니다.”

역시 세상이 세상이다 보니 바로 답이 나온다.

그런데 하루에 평균 두 번에 사정 횟수는 네 번이라고? 이게 말이 되나?

“백랑 님은요?”

“나? 나야, 뭐. 불규칙적이긴 한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매일이지. 하루에 최소 네 번은 싸줘야 다음 날에 지장이 없다니까.”

뭐야, 여기? 마나 때문에 기사들이 이상한 건가?

“그럼 지온이랑 주노는요.”

“저도 일주일에 10회 정도는 즐기는 편입니다. 한 번 할 때마다 두 번 정도 사정하지만요.”

“저 역시 그 정도…….”

맙소사, 문관인 둘마저 매일……. 이게 말이나 되나?

지온이야 아직 신혼이라지만 주노는 이제 중년 아닌가?

그러고 보니 자신의 부모님도 아직까지 화끈한 부부 생활을 누리고 계셨다. 솔직히 더 이상 동생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고.

물론 생각보다 피임 문화가 발달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질펀하면 피임이고 뭐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그건 그냥 두 분의 사이가 워낙 좋아서 그런 거로 생각했는데.

금슬이 지나치게 좋은 부모님. 그리고 재혼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문화.

게다가 영지에 방문 시 사창가를 들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외지인들.

하루에 무조건 한 번씩은 한다는 유부남.

이 모든 것들이 한 가지 진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곳 남자들은 하루라도 여자가 없으면 짜증스러운, 기본적으로 모두 발정 난 개아들이라고 말이다.

그럼 혹시 황태자가 회의할 때마다 레니아 공녀에게 항상 봉사받는 것도…….

“혹시나 해서 그런데, 남자가 오래 참으면 어떻게 돼요?”

“음……. 처음에는 좀 짜증 나다가 더 지나면 울분이 쌓이고, 나중에는 분노가 치민다고 할까?”

백랑의 대답에 로빈은 할 말이 없었다.

이거 혹시 예전에 언리페어 용병단을 욕할 일이 아니었나?

아니, 그건 아니지. 그게 그렇게 중요하면 지들이 알아서 여자들을 끼고 다니든지, 아니면 다른 영지에서 풀고 왔어야지. 그놈들은 무조건 나쁜 놈이었어.

이런 자기 합리화만큼은 완벽한 로빈이었다.

“하, 그럼 대체 영지의 총각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예요? 성인이 되면 그런 욕구가 솟구친다는 거잖아요?”

“물론 섹스 경험이 있으면 그렇습니다. 총각이나 처녀의 경우는 그런 욕구가 없고요. 경험이 있는 남녀는 자유연애로 알아서 짝을 찾거나, 하룻밤 파트너를 구하고, 그것도 안 되면 혼자 해결하게 되죠.”

안 먹은 놈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놈은 없다는 진리가 여기서 또…….

그래, 자유연애 좋지. 연애 자체는 전생보다 훨씬 프리한 곳 같았으니.

재혼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이유도 알 만했다. 결혼했으면 무조건 먹어본 놈이란 거겠지.

“그러니까 요약하면 앞 영지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만 최소 3일이 걸리니 영지에 도착한 외지인들은 경험자라는 전제하에 무조건 꼴려있다는 거네요? 물론 풀 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알아서 해결하겠지만 당연히 불만은 쌓일 테고 그 타깃이 어린 저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군요. 어린놈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네, 대충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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